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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4

빌어먹을 아이돌 74화

그렇게 NT 대표가 촬영장을 벗어나는데, 동선을 수정하고 있던 웨프플이 화들짝 놀라서 달려온다.

뒤늦게 대표를 발견한 모양새가 사전에 예고된 방문이 아닌 것 같다.

혹은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강석우 피디 몰래 방문하려고 했던가.

“리허설 다시 갈게요!”

세 번의 리허설 뒤에 본 촬영이 시작되었다.

-쿵쿵 뛰는 심장에 맞춰서

웨프플의 무대는 썩 괜찮았고, 덕분에 나도 흥얼거리면서 부를 수 있었다.

아, 내가 웨프플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건 제작진의 오더 때문이다.

이 모습을 쿠키 영상으로 풀어서, 웨프플 팬덤과 깔끔하게 화해시켜 주겠다더라.

마침내 내 차례가 다가왔다.

피어나!

Bloom!

시원한 고음이 터지자, 구슬 라이브 쪽 스태프들이 안도의 미소를 짓는 게 보인다.

만약 내 실력이 연출된 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럴 리가.

*  *  *

구슬 라이브 촬영이 끝나고, 강석우 피디와 근처 룸 형식의 중화요리집으로 향했다.

아마 본론을 꺼낼 시간인 것 같다.

“여기 맛있네요.”

“그쵸? 합정 촬영 있으면 꼭 오는 곳이에요.”

코스 요리가 거의 끝나갈 때쯤, 강석우 피디가 운을 뗐다.

“제가 한시온 씨 지능을 고평가하는 거 알고 있죠?”

“알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해 주셨죠.”

“그래서 물어보는 거예요. 어디까지 눈치 챘어요? 그리고 지금 기분이 어때요?”

“기분이요?”

뜬금없는 질문이다.

내 기분이 평소와 다를 게 뭐가 있단 말인가.

회귀 우울증 같은 감정 기복을 느끼고 있는 상태도 아닌데.

“본인은 모르는 모양이네요? 아까부터 한시온 씨 태도가 평소와 달랐어요.”

“어떤 식으로요?”

“글쎄요……. 답답함? 억울함?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 보이네요.”

내가?

“잘못 느끼시는 겁니다. 제가 답답하고 억울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세달백일의 심사평을 듣고 나서부터였는데……. 정말 평온한 상태에요?”

“평온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아요. 어디까지 눈치 챘어요?”

“엠쇼와 라이언 엔터가 손을 잡고 절 테이크씬으로 데뷔시키려는 판을 짜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강석우 피디가 눈을 크게 떴다.

내 대답이 너무 정답이었나 보다.

한참 말이 없던 강석우가 물을 들이켰다.

“허, 참. 나야 판을 다 알고 있으니까 보인다고 쳐도……. 어떻게 알았어요?”

“그게 아니라면 절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밀 이유가 없어 보여서요.”

“본인이 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기엔 테이크씬의 데뷔에 걸린 돈이 너무 크죠. 프로그램 하나를 제작할 정도였는데.”

“좋아요. 이미 걸렸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나랑 B팀 선발전 끝나고 복도에서 나눈 대화 기억해요?”

물론 기억하고 있다.

“흠. 한시온 씨도 알고 있죠? 커밍업 넥스트가 뭔지.”

“알죠. 테이크씬을 띄워 주려고 만든 프로그램.”

“근데 왜 출연했어요?”

“선택하고 싶어서요.”

“선택?”

“데뷔시켜 달라고 무작정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날 데뷔시켜 준다는 손을 고를 수 있는 상황을요.”

“하하, 재밌네요. 데뷔는 꼭 하고 싶은가 봐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눈을 유심히 바라보던 강석우가 입을 연다.

“그 손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왔네요. NT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했을 텐데.”

“맞습니다.”

“제가 듣기로 한시온 씨의 목표는 가장 빠른 데뷔였거든요?”

“네.”

“테이크씬은 8월 데뷔에요. 이건 픽스된 거라서 한시온 씨가 갑자기 합류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아요.”

8월이면 코앞이다.

“제 생각에, 그 어떤 기획사를 가도 올해 안에 데뷔할 순 없어요. 정말 빨라야 내년 말이겠죠.”

이렇게 되면 난 커밍업 넥스트에 출연한 목표를 완벽히 이룬 셈이다.

날 데뷔시켜 주겠다고 내미는 두 손이 라이언과 NT다.

라이언의 손을 잡으면 가장 빠르게 데뷔를 할 수 있고, NT의 손을 잡으면 최고의 재원들과 데뷔할 수 있다.

LMC는 내 눈에도 잘하는 놈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 별로 기쁘지 않다.

어쩌면 내 감정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강석우 피디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무 쓸모없는 질문을 던질 정도로.

“그럼 세달백일은 어떻게 되는 거죠?”

“데뷔 말이에요?”

“아뇨. 프로그램에서의 비중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계속 이대로 가겠죠. 한시온은 최고지만, 팀으로는 테이크씬이 데뷔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이 종영할 때까지 세달백일의 성과를 폄하하겠다는 소리다.

강석우 피디의 손을 통해서, 심사위원들의 입을 통해서.

“미안, 내가 너무 몰입해서 오버해 버렸나 봐.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감정 과잉이었나.”

“나 잘한 거 맞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 무대에서 아무 것도 안 보였어.”

그게 여론이 될 때까지.

내가 머뭇거리자, 강석우 피디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제야 좀 스무 살처럼 보이네요. 그래요. 우정은 소중하죠. 저도 세달백일을 보면서 기분 좋아질 때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무의미하죠. 데뷔하지 못할 거라면.”

“맞아요. 세달백일이 비난을 받든, 극찬을 받든, 달라지는 건 없어요. 어차피 그들은 라이언 엔터의 연습생이 될 거고, 커밍업 넥스트가 완전히 잊힐 때쯤 세상에 나올 거예요.”

동의한다.

한데 왜 이런 답답함을 느끼는 걸까?

내가 세달백일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었나?

그럴 리 없다.

굳이 따지자면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팀은 GOTM이다.

여러 회차를 함께했고,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공유했다.

가장 많은 앨범을 팔아치웠고, 가장 많은 팬을 거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GOTM을 버렸다.

세달백일도 다를 것이 없다.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난 그들을 버릴 수 있다.

한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그 순간, 난 감정의 원인을 깨달았다.

홀가분함.

그동안 너무 많은 책임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내가 회귀를 한다고 해서 그 세상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그러니 ‘내 팀’으로 받아들인 내가 사라진 이후에도 여전히 모든 이들의 삶은 나아간다.

들의 인생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시카고의 약물 중독 재활원에서 만난 데이브 로건을 GOTM으로 끌어들이는 순간, 난 그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데이브 로건이 스토커에게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내 책임이었고, 공황 장애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대는 것도 내 책임이었다.

데이브뿐만이 아니다.

앤드류 건의 손목 인대가 완전히 나가 버렸을 때도, 크리스 에드워드가 음악을 그만뒀을 때도.

형용할 수 없는 책임의 무거움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내가 신도 아닐진대,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의 인생을 입맛대로 바꾸며 살아왔는지를 두려워하며.

하지만…….

세달백일은 다르다.

그들의 선택은 오롯이 본인의 책임이다.

난 그들의 인생에 개입하지도, 그들의 인생을 조종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저 커밍업 넥스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조우한 사람들일 뿐이니까.

그 홀가분함이 나를 중독시켰던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무대가 제대로 평가받길 원했던 거다.

나의 존재로 인해 그들의 노력이 폄하되기 시작한다면, 그건 다시 내 책임이 되어 버리니까.

“…….”

마침내 모든 상황이 명확해졌다.

내가 왜 머뭇거렸는지, 답답함을 느꼈는지에 대해서 납득했다.

그러니 이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결정을 내렸나요?”

“네.”

“어떻게 할 겁니까?”

무수히 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회귀자가 결정을 내리는 기준은 간단하다.

더 재연하기 힘든 쪽이 정답이다.

NT에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건 다음 생에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커밍업 넥스트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건 운이 필요한 일이다.

한 번 더 커밍업 넥스트에 나간다고 해서 에디가 이번처럼 반응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커밍업 넥스트 덕분에 생긴 관심을 등에 업고 단숨에 데뷔를 해야 한다.

불확실성 속에서 세달백일과 몇 년을 연습생으로 허비하다간 회귀해 버릴 거다.

그러니…….

“테이크씬으로 데뷔하겠습니다.”

이건 한시온의 선택이 아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회귀자의 선택이다.

회귀 한 번에 모든 관계가 제로로 돌아가는 회귀자에게, 감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입맛이 조금 씁쓸하더라도.

*  *  *

“석우야.”

“예, 선배님.”

“진행하자.”

“감사합니다.”

“한시온 이름 세 글자가 방송국을 쩌렁쩌렁 울려 대는데 별 수 있냐?”

웃음소리를 내던 국장이 넌지시 말을 이었다.

“근데 너무 많은 이슈가 동시에 터져서 정확히 뭘 하려던 건지 모르겠던데?”

“솔직히 말하자면, 가로등 아래서 리메이크로 음원 차트 1위를 달성하려고 했습니다.”

“그게 끝?”

“네.”

“그럼 다른 이슈들은 뭐야?”

“음원 성적을 위한 빌드업이었는데……. 빌드업으로 안 끝나더라고요.”

지금 가장 인기가 많은 콘텐츠는 한시온과 크리스 에드워드가 선보인 즉흥 연주다.

조회 수가 벌써 800만을 돌파했고, 머지않아 천만 고지를 달성할 것 같으니까.

<구슬 라이브>도 큰 이슈를 만들어 냈다.

한시온을 게스트로 섭외한 웨이프롬플라워의 배짱에 대중은 박수를 쳤고, 한시온이 히트곡을 흥얼거리는 클립이 큰 인기를 얻었다.

덕분에 웨프플의 팬덤 측도 좀 누그러진 모양이었다.

크리스 에드워드라는 거물이 얽혀 있으니 계속 날을 세우기도 민망했고.

“그래. 내일 방송이 4회지? 시청률 몇 퍼가 목표냐?”

“5%입니다.”

“진심으로?”

“예.”

“이러다 네가 국장 달겠다.”

“그러면 선배님은 사장단으로 가셔야죠.”

“석우야, 한우 먹을래?”

*  *  *

커밍업 넥스트 4회가 끝나자, 신스의 <장난친 적 없어>와 <가로등 아래서 리믹스>가 화제에 올랐다.

심지어 강석우 피디는 한시온, 조기정, 이현석이 LB 스튜디오에서 선보인 즉흥 잼을 고스란히 방송에 담았다.

이미 유투브에 한 번 업로드를 했음에도 말이었다.

결과는 좋았다.

즉흥 잼 클립이 인급동 1위를 달성하자, 유명 가수들이 각종 유투브 채널에 출연해 한시온의 재능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대다수는 최대호 대표가 인맥으로 섭외한 이들이었지만, 대중들은 몰랐다.

알아도 상관없을지도 몰랐다.

노래 자체가 워낙 좋았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정도면 커밍업 한시온 아니냐?

-아무리 한시온이 먹힌다고 해도 좀 지나치다;

-테이크씬 팬덤이 한시온 존나 싫어하던데ㅋㅋㅋ

-세달백일 쪽도 복잡함. 수챗구멍도 아니고, 컷만 받으면 다 빨아먹으니까.

-꼬우면 한시온만큼 하든가ㅋㅋ

-음악은 한시온 몰아주는 거 오케이다 이거야. 근데 왜 우리 이온이 얼굴 한번 안 잡아 주는데? 클로즈업 한 번이 그렇게 어려워?

-♡♡시온 절대 데뷔해♡♡

하지만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제작진이 모를 리가 없었다.

코어 팬들의 반응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대중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5회가 방송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서울 타운 펑크를 준비하는 내내 고군분투하는 한시온의 모습이 방송을 탔기 때문이었다.

-최재성 말귀 ㅈㄴ 못 알아듣네.

-쓸데없이 해맑아서 더 열받음.

-온새미로는 왜케 뚱하냐? 한시온 디렉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다들 한시온 질투하는 거 같지 않냐?

-시온이가 제일 답답할 텐데… 티 한 번 안 내고 열심히 하는 거 대견해.

그사이.

“이번 미션이 마지막 미션입니다.”

커밍업 넥스트는 최종 미션 무대를 앞두고 있었다.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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