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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6

심사 (1)

아침 일찍 일어난 현수는 시공사와 통화했다.

[4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4억 원.

바로 대장간을 새로이 다시 짓는 비용이었다.

현수는 이전과 같은 모습의 대장간을 원했다.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낯설어하지 않으시게.’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판박이는 아니다.

생각해 보면 그 대장간은 약 30년 가까이 그 자리에 있었기에 새로 지을 필요성은 있었다.

즉, 겉모습은 같아도 그 내부는 새것 같을 거다.

“이따가 뵙겠습니다.”

현수는 2시간 후에 카페 앞에서 시공사 직원과 만나 싸인을 할 예정이었다.

돈이 없음에도 미리 싸인을 하는 이유는 이젠 자신의 가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론 생각했다.

‘발라스 영지라…….’

발라스 영지 발전시키기는 현수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10%씩만 올려도 2천만 원을 손에 거머쥘 수 있는 엄청난 퀘스트였다.

물론 일개 유저가 영지 하나를 발전시킨다는 건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보여진다.

[로그인하셨습니다.]

로그인하자 어제저녁 깨끗하게 정리를 마친 대장간 안이었다.

현수는 어제저녁에도 대강 발라스 영지에 대해 흩었다.

‘대장장이의 영지라 불렸었으나 반절 가까운 대장장이들이 이미 빠져나갔다라.’

그 이유가 궁금했다. 때마침 옆의 대장간의 페르라는 NPC가 방문했다.

“간판에 이름이 없군.”

대장장이 노인 페르는 웃음을 흘렸다. 그는 귀여운 손자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현수를 보았다.

“다른 일행은 어디 간 겐가?”

“대장간을 처음 연 날이라 방문했던 거예요.”

실제로 넬을 제외하고 광부 반야와 바크는 어제 방문했다가 모두 돌아갔다.

“어제 막 이 영지에 당도한 이방인인 것 같은데, 영지를 잘못 잡으신 것 같군.”

페르는 알 수 없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현수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노인 페르는 이곳에 오래도록 있었던 대장장이로 추정된다.

그랬기에 그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건가요?”

“있지, 아주 큰일이 말일세.”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심각한 표정의 페르가 자신의 기다랗게 기른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1년 전쯤에 에드롤 상단이 들어오면서 이렇게 바뀌어 버렸네.”

“에드롤 상단이요?”

“그래, 에드롤 상단은 이 일대에선 꽤 커다란 상단이지.”

현수는 눈치챘다.

‘그 상단이 영지를 장악한 건가?’

“그곳의 가주는 오자마자 영주님께 하나의 내기를 걸었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영주님은 그 내기를 승인하셨고 내기에서 패배하셨기에 에드롤 상단이 대장장이들에 대한 관리를 맡게 되었지, 대장장이들 관리를 맡게 된 에드롤 상단은 대장장이들의 세금을 70%로 끌어올렸고 작업 시간도 두 배로 늘렸네. 그 때문일세.”

페르가 주변에 남은 대장간을 바라봤다.

텅 비어 버린 대장간들.

“대장장이들이 도망치거나 하기 시작한 것은 말일세, 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대장장이들은 사실상 강제 노역을 하고 있지, 때에 맞춰 도망치지 못했던 자들의 경우 또다시 내기를 하여 패배해 완전히 노예로 전락했거든.”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페르는 계속해서 내기에 대해 운운하고 있었다.

‘내기라…….’

이상한 일이 한 가지 있었다.

영주라는 자가 영지의 대장장이들을 가지고 내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네가 터를 잘못 잡았다는 것을 말하는 거야, 그나마 다행일세. 자네는 초급에서 중급 대장장이로 보이는데, 자네 수준이라면 다행히도 상단에서 딱히 눈독을 들이지 않을 거네.”

현수에게는 참 쓰디쓴 이야기였다.

“혹시 제가 그럴 가치가 없어서일까요?”

“맞네만? 허허!”

페르라는 대장장이 노인은 털털하게 웃으며 현수를 팩폭하려 했다.

물론 현수는 팩폭을 당하진 않긴 하였지만 말이다.

페르가 현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래도 자네는 젊다네, 아직 더 성장할 길이 많은 대장장이일세. 다행히도 이곳은 대여한 대장간이지 않은가? 그러니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시게. 자네가 더 수준 높은 대장장이가 된다면 저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터이니.”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쓰디쓴 말을 했음에도 현수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페르라는 노인은 진심으로 자신과 이 대장간을 걱정하기에 이런 조언을 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다 현수는 궁금한 점이 한 가지 생겨 물었다.

“그러면 어르신도 강제 노역을 하시고 계신 건가요?”

“아니라네.”

페르라는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본래 이곳의 대장장이기는 했지만 영주님을 측근에서 모시고 있었지, 그리고 영주님이 내기에서 패배하신 날 영주성 밖으로 내보내시며 말씀하셨네, 언젠간 저 내기라는 것을 승리하여 대장장이들을 모두 구해 내라고 말일세. 내가 생각보다 꽤 실력 있는 대장장이거든?”

재밌는 노인이셨다.

즉, 페르 노인은 영주님이 최후의 보루로 남겨 놓은 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잠깐 은둔했던 나는 실력을 더 키워서 왔다네, 이른 시일 내에 아마 내기를 하지 않을까 싶네.”

현수는 고개를 주억였다.

“응원하겠습니다.”

일단 현수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었다.

“아, 그리고 대장장이 기술을 좀 배우고 싶으면 놀러 오시게, 허헛!”

그 말을 하는 페르를 보며 현수는 작게 웃음 지었다.

그러곤 다시 대장간 밖으로 나가 대장간들을 둘러봤다.

‘확실히 그래.’

그나마 남아 있는 대장장이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작업량을 2배 늘렸다더니, 그래서인지 대장장이들이 거의 죽어 가기 일보 직전으로 보였다.

‘70%의 세금 가까이가 상단에 들어가고 있으니, 영지가 망하지.’

사실상 이 일만 해결해도 현수는 어느 정돈 발전도를 올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곳곳에 에드롤 상단이란 곳으로 추정되는 곳의 문양이 그려진 것도 봤다.

‘에드롤 상단도 알아봐야겠네.’

그러다 현수는 로그아웃했다. 시공사 직원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였다.

***

야심한 밤.

페르는 자신의 대장간에서 열심히 대장장이 일을 하고 있었다.

페르는 놀랍게도 최상급 대장장이였음에도 장인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있다.

에드롤 상단의 대장장이가 정확히 어떤 힘을 가졌는지는 몰랐기에 힘을 연마하고 있었다.

‘기필코 이 영지를 되찾고 말겠어.’

페르는 한때는 대장장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이곳을 떠올렸다.

많은 이들이 빠져나가 버린 이 영지는 이제 곧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 노친네의 마지막 여한이다.’

이곳의 웃음소리를 되찾아 주는 것이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대장장이 훈련을 하고 있던 때였다.

페르는 안쪽으로 들어오는 발소리들을 들었다.

고개를 돌린 페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영주님과 내기를 했던 자가 상단의 기사들을 이끌고 함께 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이곳에 온 페르라는 대장장이가 맞나?”

“맞습니다만, 어인 일로…….”

“난 에드롤 상단의 대장장이 심사관 북스라고 한다네, 솜씨 좋은 대장장이가 있다 하여, 내기를 할까 하여 왔다네.”

그 말에 페르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페르는 아직 대장장이 심사관이라는 자를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심사관이라니?’

대장장이들을 심사하기라도 한다는 건가?

그리고 페르는 몰랐지만 실제로 북스라는 자는 특이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

꽤 특별한 NPC 중 한 명인 대장장이 북스는 말 그대로 가지고 있는 힘이 심사관의 힘이다.

심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내기를 걸며 내기에서 패배한 이를 자신이 내건 대로 이행케 할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신의 힘에 의해 신벌을 받게 된다.

“죄송하지만 저는 아직은 내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음에 와 주십시오.”

노인 페르는 멍청하지 않았다.

속으로 칼을 더 갈고자 했다.

그런데.

“아니, 심사는 미룰 수 없다, 심사를 하겠다.”

[심사가 시작됩니다.]

“……?”

페르는 당혹스러웠다.

자신은 승인하지 않았음에도 들려오는 소리는 반강압적으로 자신이 이에 참여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 이래서 영주님이……?’

어째서 영주님이 저 말도 안 되는 내기를 승인한 건지 알 수 있었다.

영주님께 급히 도망치라는 말만 들었던 페르였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시 그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어야만 할 것입니다.]

[당신의 요구 조건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시 나는 자네의 목을 가져갈까 하네, 영주의 대장장이 페르.”

페르의 눈앞이 아찔해졌다.

애초부터 이 심사관 북스라는 자는 자신에 대해서 모두 알고 왔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자는 이 내 특별한 힘에 대해 발설할 수 없을 걸세, 아. 물론 상관없나? 어차피 죽을 것이니.”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시 그를 이행해야 합니다.]

페르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이런 식으로 그는 영주님과 다른 대장장이들의 입을 막은 걸로 보였다.

[당신의 조건을 내거십시오.]

페르는 곧 침착해졌다.

“내가 이긴다면 영주님과 모든 대장장이들에게 건 내기 내용을 무산시켜라.”

[당신은 목숨이 걸려 있습니다.]

[가능한 조건입니다.]

“그러겠네.”

곧 대장장이 심사관이라는 자가 팔을 움직이자 홀로그램으로 거대한 대장간 두 개가 나타났다.

“이건 꿈속의 대장간이란 거다. 머릿속의 지식과 판단, 경험, 생각으로 무구 제작을 빠르게 할 수 있지, 본래는 5일은 걸려야 할 대장장이일을 하루면 끝낼 수 있게 도와주는 신비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말에 페르는 고개를 주억였다.

“심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페르는 그의 말대로 머릿속 지식으로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대장간에 손을 움직여 봤다.

그러자 그의 지식대로 제련과 정제가 시작되었다.

“더 높은 등급 검을 만드는 자가 승리하는 걸로.”

페르는 이제껏 자신이 연마했던 대로 빠르게 제작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뻘뻘 흘렀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좋은 검이 나올 것이다.’

그는 자그마치 최상급 대장장이.

더불어 이 영지에서 한때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라고 불렸던 자로 흔치 않은 인재였다.

그러나 곧 옆을 돌아본 페르가 멈췄다.

아찔하게도 북스라는 자가 만드는 아티팩트가 페르의 것을 초월하고 있었다.

대장장이에겐 직감이란 게 있다.

나의 것은 에픽.

저자의 것은 유니크이다.

페르는 알았다.

자신은 오늘 죽게 될 거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단조와 담금, 그 외에 여러 과정이 남았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이 대결을 하는 게 의미 있을까?

차라리 이딴 대결 따위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때.

“검 끝을 좀 더 신경 써서 다듬으세요.”

“……?”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한 청년이 서 있었다.

그는 어제 막 대여 대장간에 들어온 현수라는 초중급 대장장이 청년이었다.

그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페르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검끝을 좀 더 신경 써서 다듬었다.

따아앙, 따아앙, 따아아앙-!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알림이 들려왔다.

[검에 대한 이해도가 평소의 실력을 월등히 초월하고 있습니다.]

[명장(名匠) 대장장이의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Genius Blacksmith’s Game

Genius Blacksmith’s Game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Score 3.7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The last blacksmith and master artisan left in the world. His hands are crippled in a forge fire, rendering him unable to craft any longer. But then, a virtual reality game, Ares, comes knocking on Hyun-soo’s door.

[Unrepairable Artifact.] [Cannot be crafted due to level restrictions.]

“Huh? I consider myself a manual blacksmith, though.”

For him, no system restrictions apply. The tumultuous game of the genius blacksmith be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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