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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7

#77

브로코슬락 클랜 (4)

똑똑—

“로드, 프리지아예요. 드릴 말씀이 있는데 들어가도 되는지요?”

“들어와라.”

안쪽에서 들려오는 허락과 함께 문이 열리고, 시커먼 어둠에 휩싸인 내부가 드러났다.

어둠 속에서는 한 쌍의 붉은 안광만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로드도 참. 촛불이나 발광구라도 좀 켜두시지. 굳이 이렇게 어둡게 하고 지낼 필요는 없지 않나요?”

“인간도 아니고,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같은 진혈끼리라 그런지 생각보다 더 격의 없는 분위기였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조용히 프리지아를 따라 방으로 들어온 하인즈는 내부를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대단하네. 로드가 마법사 타입이라는 걸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 혈마법 결계라니. 요새가 따로 없군.’

넓은 공간의 벽과 바닥, 천장을 가리지 않고 빼곡하게 그려진 핏빛 문양들.

심지어 방 내부의 장식품들도 하나같이 마법을 보조하는 물건들뿐이었다.

‘마법사의 영역으로 함부로 들어온 것 같아 꺼림칙하기는 한데···.’

「피의 신비」로 분석되는 수많은 결계에 다시 긴장감이 솟구쳤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수백 년이나 살아온 뱀파이어인 뮬로 브로코슬락은, 근 수십 년 동안 단 한 발짝도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니까.

자신은 가장 안전한 곳에 요새를 구축하고 틀어박힌 채, 부하들만을 움직여 여러 일을 처리해 온 것이다.

그 강박적일 정도의 안전 추구 때문에 그를 밖으로 꾀어낼 방안이 용이치 않았다.

‘그래도 조금만 더 가까이서 불시에 기습을 가하면, 결계를 발동시키기도 전에···.’

“그런데 프리지아. 저자는 누구냐?”

그때, 뮬로가 그녀의 뒤에 서 있는 하인즈를 바라보며 나직이 물었다.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였다.

“아, 로드. 마침 소개해 드리고 싶었던 참이랍니다? 하인즈, 이쪽으로 와 보세요.”

얼굴에 미소를 띤 그녀의 말에 하인즈가 앞으로 나서기도 전, 뮬로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참, 그 전에 먼저··· 프리지아 너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네? 뭐든 말씀해 보세요.”

그는 옆쪽 테이블 위에 놓인 유리병과 와인잔을 집어 들며 별것 아니라는 듯 태연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혹시, 향수를 바꿨나?”

쪼르륵—

와인잔에 채워지는 붉은 액체.

실내에 비릿한 피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백 년이 넘는 세월을 너와 함께했건만, 그간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아주 생소한 향기가 나는데.”

태연하게 잔을 흔들며 향을 음미하는 뮬로.

하지만 그 시선은 두 사람에게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

“도무지 그 원인을 모르겠군.”

굳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프리지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미리 준비해 둔 변명을 꺼냈다.

“아, 로드. 그건···.”

“무엇보다.”

하지만 뮬로는 자신이 먼저 물어놓고도, 그녀의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늘따라 너에게서 거리감이 느껴지는구나.”

그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리지아가 브로코슬락의 그늘을 벗어났다고 말이다.

‘이건 텄다.’

판단을 내린 즉시, 「가속」을 사용한 하인즈가 벼락처럼 그에게 쇄도했다.

동시에 좀 더 가까이 있던 프리지아의 양산도 뮬로를 향해 내질러졌지만, 그에게 닿기도 전에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화아악—

방 전체에 그려진 피의 문양이 붉게 발광하며 공간을 뒤틀어 놓았다.

좀 넓은 방에 불과했던 넓이가 확장을 거듭해, 그들과 뮬로의 거리가 순식간에 벌어졌다.

‘아, 이래서 최대한 붙었어야 했는데.’

술법에 특화된 존재라고는 해도, 놈 또한 진혈의 뱀파이어였다.

그 반응 속도 또한 일반적인 마법사와는 차원이 다른 터라 조심히 접근하고 일을 벌이고 싶었는데, 그 전에 들통나 버리다니.

‘아무래도 로드를 너무 쉽게 본 것 같군.’

그래도 자신과 프리지아 둘이라면 뮬로 하나는 무난하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브로코슬락의 아이들아. 나에게 오라.”

광대해진 공간의 곳곳에 피 웅덩이가 생기더니, 그곳에서 하나둘 뱀파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엇? 이건? 로드께서 부르셨다!”

“일단 전투 준비부터 해!”

한순간에 늘어난 상대의 병력에 하인즈가 얼굴을 찌푸리며 전투를 대비하고 있을 때···.

“···이게 뭐지? 수도에 이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정작 부하들을 부른 뮬로도 당황하긴 매한가지였다.

인근의 혈족들을 소환하는 ‘피의 부름’에 응한 이들이 원래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프리지아···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녀를 노려보며 낮게 으르렁거리는 그의 목소리에 프리지아는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나섰다.

“그게, 그러니까···.”

그리고 그녀는 하인즈와의 원대한 계획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뮬로는 이번엔 말을 끊지 않고 그녀의 변명을 끝까지 경청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런 허황된 말만 믿고 저 정체도 모르는 놈에게 클랜을 통째로 가져다 바치자는 말이구나?”

물론 그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아니, 하지만 이미 입증된···.”

“무엇을 말이냐? 그래, 우리 혈족들을 죽이지 않고 종속시킨 건 대단하다만, 그게 다른 클랜에도 통할 거란 증거가 있나?”

그것에 대해선 하인즈의 말뿐, 따로 증명한 게 없었다.

“또 그에게 모든 클랜을 제압해 휘하로 거둘 역량은 있는가? 너도 알고 있겠지? 비스크 유페르쉬가 성혈을 계승했다는 걸.”

그것 때문에 지레 겁먹은 그가 대외활동도 하지 못하고, 수십 년째 이곳에 틀어박힌 것 아닌가.

“그··· 그건···.”

“···아무래도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모양이구나. ‘피의 종속’이 넘어가 버린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대로 그들의 대화를 더 내버려 뒀다간, 프리지아의 기세만 꺾일 것 같았다.

실제로 「피의 신비」를 이용해 약간의 암시를 곁들였던지라, 내심 뜨끔한 하인즈가 그녀의 앞으로 나서며 정면에서 뮬로를 마주했다.

“혓바닥이 길군. 즉, 내가 그만한 능력이 있는지 믿지 못하겠다는 말 아닌가?”

“네놈···.”

“처음부터 말로 풀어갈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 몸에 직접 때려 박아 각인시켜주마.”

그리고 하인즈는, 혈맹 강경파와의 싸움 이후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 기세를 내뿜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저벅— 저벅—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하인즈의 몸에서 진득한 핏빛 아우라가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흐읍!”

“이, 이건···.”

수많은 차원의 흡혈귀들을 사냥하고, 그들의 흡혈인자를 수집해 진화를 거듭한 포식자의 기세.

브로코슬락의 뱀파이어들은 본능적인 위압에 저도 모르게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리고 그 기세에 영향을 받은 건 뮬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향해 차갑게 미소 지은 하인즈가, 한 줄기 바람이 되어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

“막아!”

“너무 강··· 크억—!”

뮬로는 눈앞의 상황을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이곳은 오랜 세월을 거쳐 강화를 거듭한 자신의 영역이었다.

소환된 혈족들은 바깥에서보다 훨씬 강해지고, 적들은 온갖 디버프를 받아 더 약해진다.

거기에 더해지는 그의 혈마법 또한 상대를 찢어발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뭐지? 도대체 어떻게?’

부하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그의 마법은 이상할 정도로 하인즈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결계의 보조를 받은 부하들이 머리가 잘리고 심장이 터져나가면서도 계속해서 재생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무의미한 소모만 이어질 뿐이었다.

특히 그들이 하인즈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안 되겠군. 놈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하다.’

그의 화력 보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다 전방이 뚫리고 나면 상황은 더 악화될 테니, 지금 바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나에게 오라. 오보르—!”

깊게 한숨을 내쉬고 주문을 읊은 뮬로의 앞에 재차 피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백발의 소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뭐야? 갑자기 왜 부른 거야, 로드? 아니, 근데 여기 상황은 왜 이래!”

갑작스러운 호출에 불려온 ‘오보르 브로코슬락’은 당황한 기색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어진 뮬로의 명령에 곧바로 하인즈의 발을 묶기 위해 나섰다.

그렇게 하인즈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진혈이 투입되고 나서야 간신히 전장의 균형이 유지되기 시작했다.

‘설마 프리지아가 저렇게까지 강해졌을 줄이야···.’

오보르가 참여하며 그를 제외한 다른 뱀파이어들이 모두 그녀를 상대하기 위해 달려들었는데도, 프리지아 하나의 발을 묶는 게 전부였다.

틀림없이 결계의 약화 효과가 제대로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뱀파이어 무리와 호각으로 맞붙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 건방진 말을 할 자격은 되는 모양이구나.”

아무래도 좀 더 무리해야 할 것 같았다.

굳은 표정으로 낮게 중얼거린 뮬로는,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

콰아앙—!

하인즈는 바닥에서 솟구치는 핏빛 가시를 짓밟아 뭉개며, 동시에 빠르게 접근한 소년의 손날을 막았다.

“젠장! 이 자식 몸뚱이가 뭐 이리 단단해!”

백발의 소년, 오보르 브로코슬락이 분통을 터트리며 재차 하인즈에게 달라붙었다.

로드의 강화를 받았음에도 상대의 발을 잡는 것조차 버겁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무지막지한 힘과 단단한 몸은 기본에, 그 연원을 알 수 없는 기묘한 혈마법, 암살자 타입의 진혈인 그도 감탄이 나올 스피드와 기척을 숨기는 능력까지.

그 능력으로 순간적으로 그를 따돌리고 로드에게 쇄도할 때면 매번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거기다 이상한 기운이나 흘려 대고! 뭐야 이건? 정신 공격?’

흡혈귀에게 가해지는 포식자의 위압 효과에 오보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진혈인 그에게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지만, 극한의 전투 중에 느껴지는 미묘한 거슬림에 계속해서 집중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하인즈도 그들을 상대하는 것이 쉬운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게 제대로 영역을 구축한 술사와의 싸움이구나. 역시 결계 내부에서 진혈 둘을 상대하는 건 까다롭네.’

오보르와의 싸우던 도중, 그는 재차 「은폐」와 「투명화」를 연계해 기척을 감추며 「가속」까지 사용해 뮬로에게 접근했지만···.

쉬아악—

그 순간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피 안개가 하인즈에게 달라붙어 아주 잠깐 그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은 오보르가 반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콰앙!

“소용없다! 어딜 가려고!”

그렇게 잠깐 따돌렸던 오보르에게 다시 발목이 붙잡혀 전투가 벌어졌다.

그간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역시 결계 내부에서 뮬로만을 기습하는 것은 도저히 무리였다.

‘역시 정면에서 깨부수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나. 자신의 영역에 틀어박힌 마법사란 귀찮은 존재로군.’

지구의 흡혈귀들을 포식해 진화하며 ‘다른 흡혈귀의 적대적 능력을 일부 무시’할 수 있게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결계의 약화 효과는 물론, 혈마법을 비롯한 술법에 극상성인 이 능력 덕분에 좀 더 수월하게 전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때.

그의 예민한 감각과 「간파」, 「피의 신비」를 통해 일제히 이상이 감지되었다.

자신을 얽매던 미약한 약화 효과가 사라지고, 한쪽에서 뱀파이어들에 발이 묶여 있던 프리지아가 순식간에 그들을 압도해 나갔다.

반대로 그에게 달려들던 오보르에게선 순간적으로 힘이 빠져 빈틈이 노출되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그 빈틈에 혈화를 감싼 주먹을 꽂아 넣으며 상황을 분석했다.

‘결계의 효과가 사라졌다? 갑자기 왜?’

그의 일격을 맞은 오보르가 핏빛 꽃잎에 휩싸여 튕겨 나가던 순간,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공격을 성공한 직후, 무방비 상태가 된 아주 찰나의 순간.

아무 기척 없이— 그의 옆에 뮬로가 나타났다.

그 유령 같은 등장에, 더는 생각할 것도 없이 「가속」을 사용해 물러났지만···.

슈확!

촤아악—!

허공에 핏줄기가 흩날렸다.

“···잽싸기도 하구나.”

공격을 가한 뮬로가 피눈물을 흘리며 이죽거렸다.

“이거, 곤란한데.”

하인즈가 인상을 찌푸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공격에 반응해 한참 뒤로 이동한 상태였지만, 그의 모습은 절대 멀쩡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반응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른팔의 팔꿈치 아래가 뜯겨나간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그 팔은.

날카로운 손톱이 길게 돋아난 뮬로의 한 손에 들려 있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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