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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8

77. 약혼관계 – 레오 덱스터

“평소와 같은 거로 드릴까요?”

레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의 그의 지정석이나 다름없어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술집 주인장은 ‘칼라도스’라는 독한 술을 가득 채워 넘겨주었고, 레오는 그걸 서둘러 들이켰다.

루테티아에 와서 주말마다 왕자를 만나기 시작한 지도 두 달이 흘렀다. 추운 겨울이 찾아와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주점에는 술기운으로 추위를 쫓고 일터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레나와 왕자는 금방 친해졌다.

클레오 드 프레데릭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엉뚱한 매력이 넘치는 그녀를 반겼다.

레나도 왕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레오가 거들지 않아도 곧잘 이야기하고, 그에게 대련을 자주 청했다.

레오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입을 열면 본심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크으- 달다. 달아.”

그는 쓰디쓴 술을 들이켜고 중얼거렸다.

술집 주인장은 그의 말을 듣고도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카운터로 돌아갔다. 벌써 몇 주일째, 매일같이 본 모습이었다.

오늘은 주말이지만 레오는 왕자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딱히 오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제도 가지 않았고, 지난주에도, 지지난 주에도 가지 않았다.

아마 왕자를 호위하는 성전사가 ‘코린 경’, 소꿉친구 시나리오의 {사제} 이벤트에서 ‘오필리아’ 사제를 호위하던 성전사로 바뀌었을 즈음부터일 거다.

레나와 왕자만의 오붓한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빠진 것은 아니었다.

레나가 왕자와 즐겁게 대화하고,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예요?”라며 대련을 복기하는 모습을 보기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는 언제부턴가 술집을 찾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매일같이 술독에 빠져 살았다.

레나는… 이젠 혼자서도 왕자를 만나러 갔다.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서 할 일이 있어.”라는 핑계를 대었을 때, 그녀는 알겠다며 ‘밝게’ 답했다.

레오 덱스터가 술 한 모금을 다시 머금었다.

어질어질, 아찔해지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어떤 버러지’가 세운 계획을 떠올렸다.

이제 레나에게 파혼을 선언하고, 그녀가 공주가 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뒤를 받쳐준다 이거지?

아주 대-단하신 계획이다.

[ 업적 : ‘11’번째 레오 – 플레이어가 레오에게 동화되는 속도가 미약하게 빨라집니다. ]

민서의 계획을 비웃는 그는 ‘진짜 레오’였다.

약혼관계 시나리오가 시작된 지도 1년이 넘었다. 자기애가 강한 레오는 다른 시나리오의 레오들에 비해 유독 빠르게 민서를 몰아내었고, 마침내 제정신을 되찾았다.

주도권을 되찾고 본래의 성격이 드러난 레오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과거의 기억은 사라지고, 낯선 이들의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또, 민서라는 놈에게 붙들려 꼼짝하지 못한 채 레나와의 관계가 엉망이 되어가는 꼴을 똑똑히 봤다.

놈은 자기가 살겠다고 ‘내’ 인생을 망쳐버렸다.

그놈의 행동을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놈도 절망적인 상황에 몰려 있으니까.

그리고 어느 정도는 자신도 공범이나 다름없었다.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는 사이, 에넨이라는 아이의 죽음에 휩쓸려 마음을 모질게 먹었으니까.

“하… 개 같은 인생…”

게임?

민서의 기억을 긁어 알아낸 그 단어는 ‘놀이’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었다.

그의 몸과 마음, 정신과 인생 모두가 그 놀이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목적을 알 수 없는 도구였다.

어쩌면 신께서는 나의 고민을 보며 킬킬 웃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단지 본인의 유흥만을 위한 것일지도…

레오는 탁자를 두들겨 주인장에게 술을 더 가져오라 일렀다.

“어머나. 오늘도 오셨네요.”

그때, 술집에서 일하는 작부가 다가왔다.

“대체 뭘 하시는 분이길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부터 술을 드실까? 이제는 알려줄 만도 하지 않아요?”

“저리… 끄윽, 가라.”

“냉정하기도 해라. 뭔가 고민이 있나 본데, 그런 건 남한테 털어놓고 나면 별것 아니랍니다.”

그녀는 자신의 유난히 큰 가슴을 과시하며 옆자리에 턱 걸터앉았다. 그러곤 힐끗, 청년의 허리춤에 달린 돈주머니를 확인했다.

건장하고 돈도 많은 데다가 뭔가 고민이 있는 청년.

무슨 자존심인지 일주일째 쌀쌀맞게 굴지만, 한 번 넘어오면 이만한 고객이 없다.

“지금은 저도 한가한데… 대화라도 나눠보지 않을래요? 사람 많은 곳에서 하기 어려운 말이라면 조용한 곳으로 가도 좋구요. 어때요?”

“생각 없으니까… 끄윽, 가라고. 별게 다…”

날도 추워지고, 겨울을 나려면 돈이 더 필요했다. 그녀는 취기를 다스리지 못하고 흔들리는 청년에게 몸을 바짝 붙이며 위로를 건넸다.

“왜, 머리가 아프세요? 혹시 실연당했어요? 맞죠? 맞구나. 아휴. 보는 눈도 없지. 어떤 못된 여자가 이렇게 근사한 남자를…”

“적당히 좀…!”

“레오!”

치근덕거리는 작부에게 한마디 쏘아붙이려던 레오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술집 입구에는 찬바람을 맞아 얼굴이 붉게 물든 레나가 서 있었다.

“너, 너! 옆에 그 여자는 누구야!”

남자라면 누구라도 당황할 법한 상황이었으나 레오는 되려 웃었다.

‘잘 됐다. 아주 잘 됐어.’

어차피 더는 견디기 힘들었다.

오늘이 아니더라도 다음 주에는 레나에게 파혼하자고 말하려 했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 그에게는 다른 수단이 없었다.

그의 인생은 민서라는 놈에게 저당 잡혀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결국 엔딩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면 민서 놈은 또…

술기운에 몸을 맡긴 레오는 작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만들어 뱉었다.

“누구긴… 네가… 끄윽, 알아서 뭐하게.”

“뭐, 뭐라고?”

레나는 숨이 턱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술집 작부는 갑자기 나타난 여자와 청년을 번갈아 보다가, 이제 알겠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뭐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레오를 아세요?”

눈앞에서 부들거리는 여자는 이 청년한테 지긋지긋하게 매달리는 년이 분명했다.

‘세상에 이렇게 엮기 쉬운 손님이 다 있었네.’

상사병에 걸린 남자도 아니고, 연모하는 여인에게 차여 절망한 남자도 아니라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얼마 살아보진 못했지만.

“당신은 누군데 레오랑 붙어있는 거죠? 당장 떨어져요!”

“제가 왜 떨어져야 하죠?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랍니다.”

그녀는 허리를 움켜잡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청년을 감싸 안았다.

그의 얼굴을 가슴에 묻어 보란 듯이 쫓아내 줄 생각이었는데, 청년은 고개를 들어 피했다.

‘부끄러워하기는.’

“당신이야말로 우리 레오를 아세… 꺄악!”

레나가 검을 뽑아 들었다. 당장에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눈이 레오를 향했다.

“레오, 이거 진짜야? 네가 만나야 한다는 사람이 이 여자였어?”

“…그래.”

“이런 여자를… 너, 너가 날 싫어하던 이유가… 우리 그럼…”

레나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더듬거렸으나 끝내 한 문장도 완성하지 못했다.

“우, 우리 그럼… 그러면… 아니. 허억. 하!”

레나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검을 단단히 들어 올린 자세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지도 않고 레오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망설임이 느껴졌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다.

레오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우리… 끄윽, 파혼해.”

심장을 도려내는 고통 속에서 뱉어낸 말은 극적이지도, 근사하지도 않았다.

술기운에 올라온 딸꾹질이 섞여 지저분하고 추잡스러웠다.

레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못 박힌 듯 서 있던 그녀는 느릿하게 검을 치우더니 몸을 돌렸다.

문가로 다가가 나가려는가 싶더니 번개처럼 몸을 돌려 검을 찔렀다.

“꺄아아아악!”

작부의 비명, 구경하는 손님들, 안절부절못하는 술집 주인장이 주위에 깔렸다.

레나의 검은 레오의 심장을 정확히 겨누었으나 찌르지는 못했다.

레오와 레나의 눈이 마주쳤다.

레오는 그녀의 원망 어린 눈초리를 피하지 않았다.

‘기억해라. 이 눈을.’

레나는 부서질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말없이 밖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정적이 깔렸다.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술집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레오뿐이었다.

레오는 술잔을 들어 다시 벌컥 들이켰다.

그것이 어떤 신호가 되었는지 경직됐던 분위기가 깨지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미친년이야?”

“몰라.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보네. 이거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야?”

“아서라. 뭔가 사연이 있겠지.”

옆에서 바짝 얼어붙어 있던 작부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와… 미친, 레오. 이거 당신 이름 맞지요? 저 미친년은 뭐 하는 년이에요? 왜 헤어지고 싶어 하는지 알 것도 같…”

“아가리 닥쳐.”

“뭐, 뭐라고요? 나한테 지금 뭐라고…”

“아가리 닫고 꺼지라고.”

작부는 레오의 광기 어린 눈을 마주하자 간담이 서늘해졌다.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레오에게 욕설을 퍼붓고 달아났다.

“킥… 큭큭큭… 크하하하하하!”

레오는 광소를 뱉었다. 방금 작부가 쏟아낸 욕설에는 그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말이 있었다.

– 다시 태어나도 버러지같이 살 미친놈.

“큭큭큭큭큭큭큭…”

그래. 미친놈이 맞다.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가져다 바치겠다고 애쓰는 놈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한참을 웃어 젖힌 레오는 일순 조용해졌다. 그리고 나지막이 뇌까렸다.

“이제 됐냐? 됐어? 속이 시원해?”

누구에게 들으라고 한 말인지 모를 말을 남긴 그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레나는 어디로 갔을까.

그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죄를 짓는 기분이었으나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주말이었다.

어떻게 내가 여기에 있는 줄 알고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레나는 왕자에게 갔을까? 친해진 왕자에게 하소연하러 달려갔을까?

민서의 계획대로라면 파혼을 선언한 직후, 레나는 왕자에게 가야만 했다.

진짜 레오의 입술이 삐뚜름히 기울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는 머릿속에 있는 민서의 정신이 잠잠한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멍청한 녀석. 아무리 친해도 레나가 왕자한테 가는 일은 없을 거다.’

그는 굳이 {추적술}을 쓰지 않아도 레나가 어디를 향할지 알고 있었다.

레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레오는 술집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가, 말을 잡아타고 북쪽으로 달렸다.

아직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그는 민서의 멍청한 계획에 종지부를 찍어줄 생각이었다.

이게 ‘진짜 레오’가 어렵게 내놓은 해결책이었다. 결국, 민서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의 인생이 망가질 것이다.

{추적술}을 사용해보니 역시나, 레나는 왕자가 있을 남쪽이 아니라 북쪽에 있었다.

레오는 그녀를 따라잡았다. 레나는 루테티아 북문 앞에 있는 ‘로드란’ 강을 건널 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제1 성인인 아즈라가 세 번째로 악을 물리쳤다는 이 강은 십자교회가 신성시하는 곳이어서 단 한 개의 다리도 놓이지 않았다.

“레나.”

레오가 뒤에서 레나를 불렀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저리 꺼져.”

“레나.”

“꺼지라는 말 안 들려? 왜 왔어?”

그제야 레나는 홱 돌아섰다.

앙칼지게 말했으나, 왜 왔느냐는 물음에는 실낱같은 희망이 담겨 있었다.

“왜 진작 떠나지 않았지?”

“…기껏 한다는 말이 그거야?”

레나가 검을 빼 들었다.

“한 번만 더 개소리하면 죽여버릴 거야. 당장 꺼져.”

“레나, 알려줘. 왜 떠나지 않았지?”

“내가 농담하는 줄 알앗!”

레나의 검이 횡으로 그어졌다.

정말로 베어버리려 했지만, 치명상을 피해 가는 가슴 가르기… 레오는 재빨리 검을 뽑아 막았다.

“레나, 중요한 일이야. 왜 내가 못되게 굴었을 때 바로 떠나지 않았지?”

레나는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더 강하게 검을 맞부딪쳐왔다.

‘포르테’다.

“엇!”

레나는 포르테로 레오의 검을 세게 밀어 올리며 발길질했다.

걷어차여 넘어진 레오는 깜짝 놀라 몸을 뒹구르려는데, 그가 피하려는 방향으로 느리지만 정확하게 레나의 검이 떨어졌다.

‘이건…!’

왕자와 함께 있던 로이드 경의 검술이었다.

상대가 향할 위치를 선점해 궁지에 몰린 적을 더욱 빠르게 몰아세우는 검술.

검은 빠르다고 해서 좋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검의 위치는 곧 기사의 힘이 집중되는 곳이고, 일정한 공간을 장악했다.

로이드 경은 그 ‘공간 장악’을 통해 상대를 몰아세우는 것을 선호했다. 그는 상대가 편하게 여길만한 위치에 먼저 검을 가져다 둠으로써 상대에게 차선책을 강요해 이득을 취했다.

레나가 그의 검술을 쓰고 있었다.

레오는 누운 자세로 검을 들어 내려 찍히는 검을 막았다. 그리고 레나의 무릎을 발뒤꿈치로 찍으려 했다. 레나는 그의 왼쪽으로 옆걸음질 쳐 피했다.

아무래도 왼쪽이 방어하기에 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바르트의 검술을 익힌 레오에겐 왼쪽이나 오른쪽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는 검을 왼손을 위로해서 고쳐잡고는, 땅을 등으로 튕기며, 발을 허공에 걷어차는 반동을 이용해 일어났다.

동시에 검을 들어 올리는 듯한 동작으로 레나를 찔렀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놀란 레나는 그에게 일어날 시간을 주었으나, 레오가 자세를 바로잡기 전에 강하게 내려찍었다.

“난!”

– 캉!

레오는 몸을 다 일으키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검을 눕혀 막았다.

레나는 그 위로 검을 연달아 내리치며 소리 질렀다.

“네가!”

– 캉!

“내 실력이 부족해서!”

– 깡!

“날! 싫어하는 줄.”

– 쩡!

“알았어!!”

검을 내리칠수록 그녀가 들고 있던 노엘 덱스터의 검이 깨져나갔다.

레오의 검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레나는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검을 맞부딪쳤다.

– 쨍!

손잡이 부근에 부닥쳐 레오는 검을 놓쳤다. 그의 검은 날아가고, 레나의 검은 산산조각이 났다.

레나가 손잡이만 남은 검을 던져버리며 외쳤다.

“이젠… 이젠 내가 더 강해! 그런데… 그런데 넌…!”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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