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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9

79화 마하의 속도로 발전

웨이브도 벌써 네 번째. 게이트에 표류한지도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하리는 웨이브에 맞서면서도 해변가에서 자신의 힘을 각성하는 데 주력했다.

평소라면 석상 탐색이든 뭐든 누구보다 열심히 도왔을 그녀지만,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에잇! 에잇!”

맨발바닥으로 물장구를 치기도 하고, 바닷물을 한움큼 움켜쥐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물장구는 금방 사그러지고, 움켜쥔 바닷물은 손안에서 곧바로 흩어지기 마련.

하리의 무의미한 발버둥에 포마가 고개를 뻐끔거렸다.

[물장난을 치려면 옷이라도 벗고 하여라. 보기라도 좋게.]

“이익…! 사람이 어떻게든 각성해보려고 고생 중인데 성희롱 하지 마세요!”

[지금 네 행위 어디에 바다와 파도의 권능을 각성하려는 시도인지 모르겠구나.]

포마의 물음에 하리는 철푸덕 젖은 모래바닥에 드러 앉으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님은 정의로운 행동을 반복하거나 명예를 높이는 걸로 보다 그분께 가까워진다고 배웠어요.”

[녀석다운 가르침이지. 고리타분하다만.]

“생명과 풍요의 여신 데메라님은 경작을 하며 땅에 감사하는 거였구, 전쟁과 불꽃의 신 페토스님은 승리와 투지의 불꽃? 뭐 그런 거였던 거 같아요.”

신들은 자신들이 관장하는 영역마다 마땅한 가르침과 그 가르침을 수행하는 법을 알린다.

의외로 앞선 신들은 난이도는 둘째 치고 가르침이 심플했다.

“포만님은 바다와 파도의 신이시니까? 바다와 뭔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요.”

[그렇다 해도 물장구와는 관련이 없을 성 싶구나.]

“이익…! 그럼 좀 알려주시면 안 돼요? 제가 바다에 나가서 생선이라도 잡아올까요?”

[정확히는 생선을 잡아 내게 공양하는 것이지. 하지만 배도, 그물도, 낚싯대도 없는데 무엇으로 물고기를 잡을 테냐?]

“으으…….”

하리는 이 밝히는 거북이 신이 어째서 자신에게 힘을 주지 않는지 의아했다.

“레온 폐하… 구해야 한다면서요……. 일분일초라도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하다. 녀석은 육지가 아닌 바다에 갇혀 있다. 지금까지 스스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건 나름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인 거겠지.]

“그럼 포마님께서 얼른 저를 각성시켜서 폐하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것이 맞다.]

그럼 어째서? 하리는 더더욱 이 바다와 파도의 신을 알 수 없었다.

[한하리, 나의 신녀야. 네가 바다와 파도의 강령을 수행하고 신앙을 쌓는 건 손쉬운 일이다.]

[매일같이 어부의 입장으로 그물을 던지고 물고기를 수확하여 내게 감사를 바치고, 생명의 근원을 향해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란 무한한 생명의 근원. 그것에 감사하는 것만으로 너는 신앙을 쌓을 수 있겠지.]

땟목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하리가 고민할 때, 포마가 인자한 표정으로 말했다.

[허나, 하리야. 어린 신녀야. 네 어찌 신도와 신관의 길을 같다 착각하느냐. 병사와 기사의 깨달음이 동일하리라 오만하느냐.]

깨닫고 실천하여라. 오직 그길만이 네가 신앙의 도를 깨닫는 길이다.

“…….”

하리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그냥 알려주면 되지 뭐 이리 말이 길단 말인가.

스킬이나 시스템처럼 뚝딱하고 과정 없이 결과만 주어지는 걸 바라는 건 이 시대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흐으… 더 노력해볼게요.”

하지만 별 수 있나. 하리는 그저 포마가 시키는 대로 제게 주어진 힘을 각성해보려 애쓸 뿐이었다.

“누나! 누나!”

그리고 그때, 해변가를 향해 맹렬히 달려오는 수호가 보인다.

“무슨 일이야?”

“찾았어! 매버릭 길드가 석상을 찾았어!”

다음 웨이브까지 아홉 시간. 하리는 곧장 수호를 따라나섰다.

* * * *

섬의 안쪽에는 크랩 몬스터들로 가득해 전진하는 것만으로도 큰일이다.

하지만 레이날드가 있는 섬은 꽤 작은 편에 속해서 석상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다.

레이날드가 지혜의 보옥으로부터 하달받은 임무는 단 하나. 이 석상들을 모두 파괴하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첫날에 이 석상을 파괴하고 다음 섬으로 진행했어야 했지만…….

‘여전히 지키고 있군요. 생각보다 오기가 있습니다.’

[저 새끼들은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짓?]

불새길드는 석상과 그 주변을 샅샅이 조사했다. 마치 석상을 파괴하라는 퀘스트 그 자체를 의심하는 것처럼.

그건 지혜의 보옥과 레이날드의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보통 퀘스트를 받은 헌터들은 그 퀘스트대로만 하려 하지, 퀘스트의 진의나 진상을 파헤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얻는 달콤한 과실, 보상만을 쫓는 헌터들과 달리 지금 이용완과 불새 길드의 움직임은 명백히 달랐다.

‘밤중에 몰래 파괴할까요?’

[괜한 의심을 받을 필요는 없짓. 그리고 이쪽에는 명분이 있닷.]

레이날드는 지혜의 보옥이 말하는 명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봐, 코리안 가이들. 슬슬 석상을 파괴해야 하지 않겠어? 이만하면 오래 기다려줬다고 보는데.”

매버릭 길드원들. 그들은 불새길드의 판단을 일리가 있다 여겼다.

석상을 파괴하면 안 된다는 결론까지는 아니었어도 일단 석상의 존재라 정말로 퀘스트대로 ‘라크샤르의 석상’인지, 주변에 무엇이 더 있는 건 아닌지.

“멕시코시티의 게이트 공략 때, 잘못된 공략을 해서 함정에 빠진 적이 있지.”

“무작정 파괴하기보다 주변조사를 충실히 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야.”

그렇데 사흘. 꽤 넉넉잡아 웨이브를 막아가면서 섬을 조사했고, 그들은 결론을 내렸다.

“섬에는 그 크랩 몬스터들하고 문명의 흔적 말고는 발견할 수 없었어.”

“석상이라곤 이것 하나지. 퀘스트대로라면 섬마다 한 개. 파괴해야 할 ‘라크샤르의 석상’은 이게 맞는 것 같군.”

“더 기다릴 이유가 있나?”

매버릭 길드는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했다.

이에 이용완이나 하유리도 별달리 반박할 말이 없었고.

“으음…….”

“별다른 방법이 없는 거 같아.”

매버릭 길드의 결론을 합리적이다. 석상을 파괴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길이 없어 보였다.

이용완은 연신 느껴지는 꺼림직함을 증명할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그럼… 석상을 파괴하도록 하죠.”

동의와 거의 동시, 매버릭 길드의 S급 헌터 미니트맨은 어지간한 머리만 한 주먹으로 석상을 두들겼다.

“이거 꽤 단단한데?”

하지만 그뿐이었다. S급 헌터가 진심을 내자 석상은 얼마 가지 못해 파괴됐고 그 순간, 퀘스트창이 갱신되었다.

[‘위대한 라크샤르의 석상’이 파괴되었습니다.]

파괴된 석상 1/3

“역시 이 석상을 파괴하는 게 정답이었군.”

퀘스트가 갱신되자 매버릭 길드 쪽은 겨우 한 건 해냈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이용완과 하유리는 여전히 찝찝함을 버리지 못했다.

“이게 맞나 싶군요.”

“어쩔 수 없어. 별다른 방법도 안 보이고.”

-끼룩!

-끼룩! 끼룩!

그때였다. 석상을 파괴한 순간, 온 사방에서 크랩 몬스터들이 거품을 물며 달려든 것이다.

마치 석상을 파괴한 것에 분노한 것처럼.

“갑자기 미쳐 날뛰는군.”

“해치워!”

그러나 크랩 몬스터들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물량은 엄청나지만, S급 헌터만 셋.

헌터들은 침착하게 크랩 몬스터들을 도살했고 전투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후우… 젠장, 숫자는 더럽게 많아 가지고.”

“둥지도 찾아내 파괴했으니 더이상은 안 오겠지.”

“용완아. 웨이브 시간이야.”

“벌써요? 생각보다 시간을 오래 끌었군요.”

어느덧 여섯 번째 웨이브가 올 시간이다. 하지만 12시 정각이 됐음에도 섬에는 웨이브 경고가 오지 않았다.

“웨이브가 안 오는데?”

“역시 석상을 파괴한 게 정답이었군.”

석상을 파괴했더니 웨이브도 멈췄다. 자신들의 행동이 정답이었다고 자신하는 건 당연했다.

“그럼 나머지 섬도 공략하자고!”

불새와 매버릭 길드는 양쪽으로 갈라져 섬을 공략하기로 합의했다.

표류하고서 나흘. 떠밀려온 고무보트 등을 회수한 덕이다.

“그럼 먼저 파괴한 쪽이 지원하러 오기로 하자고.”

이용완은 매버릭 길드와 헤어지며 섬을 향했고, 잔잔한 풍랑에 몸을 맡기며 곧 두 번째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물자 내리고, 진지부터 지으세요! 몬스터 웨이브에도 곧장 대응해야 하니까요!”

불새 길드는 내리자마자 빠르게 진지를 구축하고 웨이브에 대처할 장애물도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무렵, 주변 정찰에 나섰던 헌터들이 돌아왔다.

“길드장님! 보셔야할 것이 있습니다!”

다급히 이용완을 찾는 길드원.

“무슨 일입니까?”

“저, 전투 흔적이 있습니다!”

“그야 이곳에도 헌터들이 휩쓸렸다면 당연한 거──”

“그, 그런 흔적 수준이 아닙니다! 보셔야 압니다!”

“???”

이용완은 새파랗게 질린 길드원의 표정에 의아함을 느끼며 그를 따라나섰다. 그들이 상륙한 모래사변으로부터 조금 거리가 있는 또 다른 모래사변.

“이, 이건…!”

그것을 본 이용완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것은 전쟁의 흔적이었다.

정확히는 상륙전을 감행하는 상륙군과 그것을 영격하는 수비군의 전쟁.

그뿐이라면 그저 헌터들이 웨이브 몬스터들과 싸운 흔적이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대포?”

몬스터들의 상흔은 칼이나 창 같은 냉병기에 잘려나간 흔적이 아니었다.

마치 강력한 화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몰살당한 참혹한 시신들뿐. 터져나간 고깃덩어리들이 넝마조각이 되어 널려 있다.

전쟁 다큐멘터리의 참혹한 현장을 옮겨놓으면 대충 이런 느낌이 될까.

“서둘러 돌아가야 합니다. 이 섬은 뭔가 달라요. 대비를 해야 합니다!”

-끼룩!

그때였다. 오한을 서게 만드는 다수의 시선. 이용완은 황급히 섬을 향해 활을 겨눴다.

-끼룩끼룩!

-끼끼룩!

섬에서 보았던 크랩 몬스터들. 그 무진장의 시선이 이용완을 향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단지 그뿐이라면 S급 헌터인 이용완에게 큰 걱정은 아닐 것이다. 이 크랩 몬스터들은 숫자만 많지, 그리 강한 몬스터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두터운 견갑골을 따라 딱 맞춰 이어진 갑옷. 거기에 무언가 전기장치로 보이는 선이 이어져 있다.

더 놀라운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크랩 몬스터들이 하나 같이 등딱지에 실은 크고 기다란 무언가는 마치… ‘포신’처럼 보였다.

“대, 대포라고?”

“화기로 무장했습니다! 어, 어째서 이 섬에서만?!”

아니, 진정하자. 자신들이 공략한 섬만 해도 두꺼운 집게발이나 휘두르던 원시적인 몬스터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곳에서만 대포를 사용한다는 게 말이 되나? 문명의 갭이 이렇게 차이가 날 리 없지 않은가. 분명 저건 장식──

-꽝!

제 몸을 모래바닥에 박더니 불을 뿜는 포신. 쏘아진 대포알이 이용완을 스치더니 바닷속에 쏙 빠졌다.

-콰앙!

폭발을 일으키며 물분수를 일으키는 포탄. 이용완은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솟아오르는 물분수를 얻어 맞았다.

“지, 진짜다…….”

저런 포신이 무려 수백 개. 섣불리 전투를 감행하기엔 쪽수가 너무 차이 난다.

망설이는 이용완에게 웬 크랩 몬스터들이 무언가를 어깨에 짊어진 채 다가왔다. 마치 커다란 가마 같은 물건이다.

-끼룩끼룩!

-끼끼룩룩!

-끼끼루욱!

경배하듯 엎드리는 크랩 몬스터들. 그 위에 꽃과 나무 장식으로 수놓아진 원시시대의 부족장 같은 존재가 있다. 그건…… 정말 예상 외의 인물… 아니, 기계였다.

“야, 야크트 스피너?!”

야크트 스피너. 크랩 몬스터들의 경배를 받으며 가마에 탄 채 다가오는 그것은 틀림없이 청주 게이트의 킬링머신. 만신전의 성배기사 야크트 스피너였으니.

“경배하라, 우리 끼끼룩족의 대빵이신 야피 형님을 향해!”

그 뒤로 손을 싹싹 빌며 따라와 간신배처럼 외치는 이는 틀림없는 만신전 길드의 기사생도 김재혁군.

-항복해라, 유기체. 너희들에게 승산은 없음.

“”………….””

두 사람을 본 이용완은 얼빠진 얼굴로 무기를 내려놓았다.

불새길드.

제압완료.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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