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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

8화 기사도(1)

파티 리더이자 공략대의 탱커 김진수 과장은 몰려드는 뼈다귀 군대에 침을 꼴깍 삼켰다.

“드럽게 많네.”

“과, 과장님, 포션 분배합니까?”

“……상한 최대로 분배해.”

게이트 공략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민간 헌터길드와 달리 협회 공략대에는 자원과 예산이 한정되었다.

헌터 길드라면 아낌없이 투자해줄 단시간 강화 포션이나 위기의 순간 생명줄인 회복 포션도 양껏 보급되지 못했다.

결국 헌터 협회도 정부에 속한 일개 기관이고, 국가기관인 이상 정해진 예산 이상의 지출이 어려울 수밖에.

“그래도 다행이네요. 상대가 뼈다구들이라.”

“그래도 방심하지 마라. 눈먼 칼에도 훅 가는 거야.”

스켈레톤은 언데드 중에서도 가장 상대하기 쉬운 부류다.

본디 힘이란 근육에서 나오는 것. 마력을 각성한 헌터들은 그 비중이 기울었지만, 생명체인 이상 그 기본은 달라지지 않는다.

스켈레톤은 근육 한점 없는 앙상한 뼈다구들이다. 그런 것들이 사념 또는 마력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

기본적인 위력도 다르니 주의할 건 눈먼 화살을 쏘는 스켈레톤 궁수나 간혹 보이는 스켈레톤 메이지다.

김 과장은 부하들에게 외쳤다.

“사 대리, 박 사원 탱커 둘은 뒤로 물러나! 한 대리 딜러 2팟과 합류해서 예비대로 있어!”

파티 내에서 가장 젊고 또 재능 있는 친구들이었다. 김진수는 그들을 예비대로 두며 혹시 있을 스켈레톤 메이지부터 찾았다.

“만식아! 궁수하고 메이지 몇이야?”

“당장 보이는 건 궁수 서른에 메이지 둘입니다!”

“저격 스킬 있는 놈들이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방패든 놈들은 몰려오는 것부터 막는다! 믿는다, 새끼들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켈레톤 군대가 돌진해왔다. 뼈들의 질량이 부딪치자 김 과장은 방패가 무겁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무거운데? 역시 주홍색 게이트는 다르다는 건가?’

하지만 B급 탱커인 자신이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남은 한손으로는 전면의 스켈레톤 전사를 막고 다른 한손으로는 워해머로 두개골을 으깼다.

-휘익!

그때였다. 스켈레톤의 갈비뼈 사이로 날아오는 화살. 방패가 조금 길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무릎을 저격당할 뻔했다.

‘뭐야, 시발? 스켈레톤 궁수가 저격도 해?’

김 과장은 순간 당황했지만, 새로운 스켈레톤을 빠개며 외쳤다.

“궁수들, 마법사들 빨리 저 새끼들 안 조져? 스켈레톤 궁수들은 눈먼 화살이 제일 무섭다고!”

“죄송합니다!”

반격으로 협회 헌터들의 저격이 스켈레톤 궁수들을 속속 저격한다. 두개골을 관통당한 스켈레톤 궁수들이 차례차례 쓰러지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구우웅!

그때였다. 전방을 향해 마법진이 그려졌다.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젠장, 이쪽엔 마법사 한 명도 없는데, 저긴 해골 뼈다귀들도 마법사가 있네!’

마탑 마법사들의 몸값이 보통 비싸야지. 김 과장은 가난뱅이 조직의 비애를 삼키며 외쳤다.

“내가! 여기 있다!!”

그의 목소리에 마력이 실렸다. 순간적인 위협률 상승. 스켈레톤의 메이지들의 시선이 김 과장에게 향한다.

덕분에 파티 한복판에 떨어지려던 폭격마법의 좌표가 비틀렸다. 김 과장에게 직격하도록.

-콰릉!

“크으…!”

마법진에서 천둥이 내리치며 김 과장을 직격했다. 하지만 김 과장은 버텼다. 버틸 수 있었다.

“과장님!”

“괜찮아… 찌릿할 뿐이야. 이 갑옷 비싼 거──”

그 순간, 김 과장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김 과장은 ‘시선’과 마주쳤다.

허리춤에 안겨진 머리. 목 없는 기사. 거대한 군마.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듀라한…!”

마비된 몸으로 미처 대처하지 못한 순간. 거대한 군마와 함께 돌진한 목 없는 기사가 그대로 김진수 과장을 들이박았다.

“크헉?!”

쾅! 하고 튕겨 나가는 김 과장. 여기저기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은 곧 비명으로 치환됐다.

목 없는 기사 듀라한. 이 던전의 보스가 거대한 검을 가지고 날뛰기 시작한 거다.

“크학…!”

“뭐, 뭐야, 무슨 대검을 이리 빨리…!”

“뭣들 하는 거야! 뚫린 곳을 막아!”

파멸적인 기병돌격 뒤에 뚫린 틈. 그 틈으로 스켈레톤들이 뒤엉켰다.

스켈레톤은 그리 두려운 상대가 아니다. 제대로 진열만 갖추면 D급 위주의 파티라도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

반대로 스켈레톤이 가장 치명적인 순간은 바로 난전이다.

골통을 부수지 않는 이상 손가락 마디뼈만으로도 움직이는 스켈레톤들이 아군과 뒤엉켜버리고 마니까.

“아아, 김 과장님!”

예비대로 대기 중이었던 한하리와 파티는 순식간에 붕괴해버린 전방을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어쩌죠? 구하러 가야 해요, 한 대리!”

구해야 한다. 지금 당장 지원을 가야 했다. 그러기 위해 예비해둔 예비대다.

하지만 한하리는 자연스럽게 제 뒤에서 대기 중인 레온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라면… 그 대악마조차 참살한 이 자칭 사자심왕이라면…….

“폐하! 부디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레온에게 향한다. 하지만 그 시선에도 레온은 시큰둥한 눈을 할 뿐이다.

“이런 작은 싸움에 왕이 선두에 서는 법은 없다.”

“예? 그게 무슨…!”

“스스로 명예를 드높일 방법을 찾아야지 저런 하찮은 뼈다귀 따위에 옥체를 움직이란 말이냐.”

기사왕은 진심으로 저 무리에 혐오감을 드러내며 검을 뽑지 않았다.

“저런 언데드 나부랭이에 본왕의 검이 닿아서야 여신께도 실례다. 더 보는 것조차 역겹군.”

뭔 소리야, 진짜!

하지만 하리는 확실하게 인지했다. 이 남자는 지금 나설 생각이 없다. 그의 시선은 어디까지나 목 없는 기사를 흥미롭다는 듯 응시할 뿐이다.

“한 대리! 어쩔 거야?!”

“아아, 젠장! 예비대 지금 갑니다!”

하리는 검을 뽑았다. 스켈레톤과 얽힌 아군도 위험하지만, 가장 위험한 건 진형 한복판에서 날뛰고 있는 듀라한이다.

“보스는 제가 맡을게요, 여러분들은 김 과장님과 아군을 지원해주세요!”

자리를 박찬다. 스켈레톤을 디딤돌 삼아 허공을 도약한 그녀는 순식간에 듀라한에게 접근했다.

“흡…!”

소리조차 죽인 절호의 기습. 하지만 듀라한은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건지 대검을 등 뒤로 눕혀 하리의 검을 막았다.

“이, 이걸 막네?”

기습이 단숨에 막혔다. 낭패였으나 다음 수는 있다.

듀라한의 말을 박차고 그대로 공회전한다. 휘릭! 하고 묘기를 부리든 회전한 그녀가 듀라한의 가슴을 베었다.

-카캉!

그러나 듀라한의 갑주에 막혀 스크래치에서 그치는 일격.

‘아아… 검 좀 비싼 거 살걸!’

한정된 예산에서는 가장 좋은 무기였다. 하지만 던전보스의 갑주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무겁고 단단하다.

하리는 일단 듀라한의 주의를 자신에게 끌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실제로 듀라한은 마구잡이로 진형을 헤집던 때와 달리 자신만을 의식하며 말의 고삐를 당기고 있었다.

“와라!”

도발에 응하듯 당겨진 고삐가 말을 움직인다. 약간의 거리가 벌어진 것만으로 듀라한은 가장 저돌적인 기병돌격을 행한 것이다.

쿵! 하고 하리를 들이받는 듀라한. B급 탱커인 김진수조차 단번에 날려버린 돌격이다. 아찔한 충격이 그녀에게 전달될 터──

-화륵!

충돌의 순간 일으켜진 화염. 그것에 돌격의 충격이 완충됐다. 보통 화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듀라한을 향해 하리가 피식 웃는다

“미안한데, 내 기술은 너무 범위가 넓어서.”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검에서 불꽃이 휘몰아쳤다.

방금 전 기병 돌격으로 아군에게서 멀어지기를 기다렸던 그녀가 스킬을 발동한 것이다.

심장의 마력이 공회전하며 일으킨 화염은 순식간에 커다란 겁화가 되어 듀라한을 집어삼켰다.

-GAAAAAAAA──!

타오르는 듀라한에게서 괴성이 들린다. 하리는 멈추지 않고 타오르는 듀라한의 머리를 꿰뚫었다.

-깡!

“어?”

승리를 확신한 일격이 너무나 경쾌한 소리를 낸다. 마치 공격이 강철에 부딪힌 것처럼.

‘그 상황에서 대검의 면으로 막았어?’

-호오.

누군가의 감탄과 찰나의 멈칫거림, 화염을 뚫고 주먹이 날아든다.

“크흑…!”

일격에 지면을 구르는 하리. 그녀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일격에 쓰러뜨리지 못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손맛이 전혀 없었다.

“하리야!”

그때, 하리를 돕기 위해 달려드는 헌터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듀라한의 검술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크헉?!”

사람 키만한 대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일격을 막고 그 기세로 후려친다.

치명적인 약점인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이만한 페널티로 헌터들을 압도하는 듀라한의 모습은 가히 경외스러울 정도다.

순수한 검술의 압도. 자신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흘리고, 막고 치명적인 일격을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훌륭하다!”

그때였다.

던전 전체에 울릴 만큼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것은.

모두의 시선이 후방의 금발 남자에게로 향했다.

* * * *

목 없는 기사라 하기에 언데드라 경멸했다.

레온은 예전부터 삿된 것들이 혐오스러웠다.

뼈다귀 병사, 구울, 시체골렘, 데스나이트에 이르기까지.

이미 죽은 것들을 일으켜 고기방패로 써먹는 것에는 어떠한 명예도 영광도 없다.

생전의 기량 따윈 잃어버린 채, 오직 힘과 마력만으로 밀어붙이는 것들은 성배기사의 상대조차 되지 않았으니까.

‘착각했다. 저것은 단순한 언데드가 아니로군.’

수많은 언데드들을 상대해본 레온이었지만, 저만한 검의 기량을 가진 자는 없었다.

애초에 언데드에겐 불가한 움직임이다. 시쳇것이 어찌 정교한 검술을 행한단 말인가.

“훌륭하다!”

그리하여 싸움에 나서기로 했다.

뛰어난 기사를 보았다면, 그를 쓰러뜨리는 것이 어찌 명예롭지 않겠는가.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모두를 집중시켰고 그것은 뼈다귀들마저 예외는 아니었다.

“먼저 사과토록 하지. 그대처럼 훌륭한 기사를 언데드 따위로 착각한 본왕의 얕은 눈을.”

-…….

듀라한은 하리에게 휘두르려던 검을 말고 그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그대, 한손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검술. 전략과 전술의 운용. 필시 생전에 고명한 기사였겠지.”

던전보스에게 말을 걸고 있다. 헌터들마저 이 어이없는 상황에 멈춰 섰다.

“좋다! 이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가 그대의 이름을 말하길 윤허한다! 그대의 이름을 말하라!”

-…….

듀라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하지는 하지 못했다.

듀라한에게는 성대가 없다. 사념으로 움직이는 언데드에 가까우나 언데드는 아닌 언실리 페어리에게 의사소통을 전달할 수단이 없었다.

그것을 이해한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렇군. 본왕이 실례를 범했다. 그대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쉬우나 전장의 비극으로 남겨두자꾸나.”

“……아니, 폐하.”

진짜 보스에게 말을 걸고 계시면 어떻게 해요… 하리는 그 말을 차마 끝까지 내뱉지 못했다.

헌터들이 어이 없어 하거나 말거나 개썅마이웨이로 말을 이어가는 레온.

“이름 모를 기사여! 그대에게 이 사자심왕에게 결투를 신청할 권리를 주마!”

결투? 아니, 심지어 결투를 신청한 것도 아니고 신청할 권리? 몬스터에게?

게이트 등장 이후 역사상 유례없는 기행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애먼 병사들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기사 둘의 명예로운 결투로 이 싸움을 끝내자!”

그게 먹히겠어요? 모두가 그 말을 삼켰던 그때.

-끄덕

먹혔다?!

사상 최초로 있는 일이었다. 던전보스가 헌터의 결투 신청에 응하다니?

아니, 애초에 일대일 결투를 신청한 헌터조차 없었다!

기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흠… 허나, 기사로서 대결을 하기 위해 필요한 군마가 본왕에게 존재하지 않는구나. 사정이 생겨 지금은 말을 준비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는 명백한 본왕의 잘못이나…….”

그래서 어쩌라고…….

“기사여, 그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말에서 내려 두 발과 두 발로 정정당당히 대결하지 않겠는가.”

보스가 병신도 아니고 말에서 왜 내려──

-저벅!

내리네!?

하리와 헌터들은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람보다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며 기병을 타고 돌진하던 목 없는 기수가 스스로 말에서 내려왔다.

정정당당한 기사들 간의 대결을 위해!

어느새 난전에서 벗어나 원형을 세우는 걸 보고 헌터들의 정신이 혼미해졌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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