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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

빌어먹을 아이돌 8화

*  *  *

는 아이돌 지망생들 사이에서 꽤 큰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프로그램에 숨겨진 기획 의도를 아는 이들도 그랬다.

“어차피 방송에 나오는 거잖아? 탈락하면 기획사에 남든, 나가든, 내 맘이고.”

세상 일이 늘 순리에 맞게 흘러가는 건 아니지만, 마냥 틀린 말도 아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커밍업 넥스트의 지원자는 꾸준히 늘어났다.

누군가는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누군가는 스토리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라이언 엔터의 선별 기준은 뚜렷했다.

커밍업 넥스트 B팀은 결국 A팀(테이크씬)을 띄워 주기 위한 조연.

그러면서도 시청률을 신경 써야 하고, 추후에 라이언 엔터의 연습생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실력보다 중요한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로, 잘생긴 놈.

아이돌에게 얼굴은 재능이고 서사다.

물론 지나치게 얼굴만 내세우고 실력이 없는 이들은 비판받기 마련이지만…….

B팀에는 이런 꽃병풍이 반드시 필요했다.

잘생겨서 단숨에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지만, 미션이 거듭될수록 본업에 있어서는 테이크씬과 비교하기 힘든 이들.

이들을 통해 테이크씬에게 극복 서사를 줄 수 있다.

외모는 다소 달릴지라도, 본업에 독기가 가득 차서 극복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게다가 이런 꽃병풍은 라이언 엔터에서 몇 년 트레이닝시켜서 데뷔시키면, 자체 성장 서사를 획득하기 쉽다.

-커밍업 넥스트를 할 때만 해도 얼굴만 믿는 것 같았는데, 데뷔할 때 보니까 실력이 늘었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보여서 뿌듯하다.

-데뷔 무대 할 때 옛날 생각나는지 울컥해 보이더라.

이런 말이 나오는 순간 게임 끝이다.

두 번째로, 개성 넘치는 놈.

B팀의 구성원 개개인이 테이크씬보다 잘해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좋다.

하지만 팀워크는 테이크씬이 압도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B팀에는 화합하기 힘든, 개성 넘치는 이들이 모여야 한다.

프로그램 초반에 개인 미션을 할 때는 확 튀지만, 팀 미션으로 가면 약해지는 이들.

이런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테이크씬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사연 많은 이들.

어떤 사연이든 좋다.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게 만드는 이야기면 더 좋다.

이들은 시청률을 견인할 것이고, 화제성을 견인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피로감을 준다.

한 번은 이슈가 되지만, 두 번, 세 번 나가면 시청자들은 무의식적으로 피곤함을 느낀다.

여기에 약간의 편집의 마법이 가미되면?

B팀 멤버들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굴거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들을 강조할 수 있다.

그러면 구김살 없이 곱게 자란 테이크씬 멤버들에게 반대급부의 매력이 생긴다.

즉, B팀의 사연은 초반의 흥행을 위해 쓰고 버리는 패였다.

커밍업 넥스트의 인원 선발을 맡은 라이언 엔터테인먼트의 신인개발팀장 최수연.

그녀는 이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시온. 이름은 괜찮네.’

한시온이란 친구는 일단 프로필상으로는 세 가지 조건 모두에 부합한 듯했다.

프로필 사진을 전적으로 믿진 않지만, 잘생겼다.

게다가 한시온을 추천해 준 이는 LB 스튜디오의 이현석 대표.

업계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는데, 돈 욕심 없이 가능성 있는 인디 뮤지션들을 푸시해 주는 걸로 유명했다.

그런 이현석이 침 튀겨 가며 실력을 극찬한 인재가 한시온이었다.

1차 온라인 접수와 2차 인터뷰를 거르고, 3차 최종 면접으로 한시온이 직행한 것도 이현석 덕분.

‘연주와 작곡을 잘한다고 했지?’

이현석 대표가 극찬할 정도면 진짜 잘하는 건데, 그럼 개성과 자기주장이 약할 리가 없다.

흔히 말하는 힙찔이나 인디충의 느낌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가정사는 좀 세고.’

얼마 전에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식물인간이 됐단다.

쉽게 믿기지 않는 소리라서(연습생들 중에는 가정사를 조작하는 이들도 있다) 병원에 확인해 봤는데, 진짜다.

아직 최종 식물인간 판정은 나지 않았는데, 친분 깊은 담당의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뿐 확정에 가깝다고.

느낌이 팍 온다.

본래 아이돌에 관심도 없었던 재능충 인디 뮤지션이 부모님의 사고 이후로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거다.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을 치료하고 싶다든가, 유명해져서 하늘에 노래를 닿게 하고 싶다던가.

그래서 부랴부랴 커밍업 넥스트에 지원한 거다.

‘음치만 아니면 합격시켜도 되겠는데?’

작곡으로 확실한 포지셔닝을 한다면 노래가 좀 부족해도 괜찮다.

작곡하는 애들은 리듬감이 좋아서 랩 트레이닝 조금만 해 줘도 기본은 하니까.

지원 서류를 보니까 포지션에 보컬이라고 적어 놓긴 했지만.

“팀장님. 들여보낼까요?”

“네. 시작하시죠.”

그렇게 라이언 엔터의 신인개발부 세 명으로 3차 최종 면접이 시작되었다.

오늘 면접을 볼 사람은 총 8명.

반드시 뽑을 필요는 없지만, 뽑는다면 한 명만 붙을 수 있다.

“안녕하세요! 조태수입니다!”

그렇게 첫 번째 지원자의 면접이 시작되고, 네 명이 지나갔을 때.

“한시온입니다.”

다섯 번째 지원자로 눈여겨보던 한시온이 들어왔다.

*  *  *

오디션 같은 건 너무 많이 봤다.

지금이야 어떤 분야에 뛰어들려고 하면 미래의 포텐셜을 본다.

과연 내가 래퍼를 했을 때, 2억 장을 팔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아메리칸 탤런트에서 우승을 했을 때, 가수 커리어를 꾸준히 상승시킬 수 있을까?

이 분야의 고점이 어디일까?

이런 생각들을 한단 말이었다.

하지만 회귀 초창기, 애송이일 때는 그런 생각까진 안 했다.

그냥 지금 당장 가장 이슈가 되는 걸 하려고 했지.

1회차에서 적당히 인기를 얻은 솔로 가수였던 난 2회차에서 <스테이지 넘버 제로>에 나갔다.

지금 생각해 봐도 구린 프로그램명이었지만, 1회차의 기억으로 알고 있었다.

스테이지 넘버 제로, 줄여서 스넘제가 공중파 오디션 프로그램 역사상 최고 시청률인 17%를 기록한다는 걸.

난 거기서 2등을 했다.

솔직히 그때 내 실력은 톱 텐에는 들 수 있어도 2등까지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양친이 식물인간이 됐다는 슬픈 가정사 때문에 전 국민적인 지지를 받아 버렸다.

그리고 2번째 생의 커리어가 무너졌다.

프로그램 내에서 형성된 우울하고 절박한 이미지는 날 옥죄는 사슬이었다.

뭔 짓을 해도 스넘제의 이미지를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이미지 전환을 하려고 부드러운 봄송을 냈는데, 공식 뮤직비디오 유투브 베댓이…….

-영원할 것 같지만, 부모님은 언젠간 우리 곁을 떠나신다. 이번 봄에는 부모님이랑 같이 벚꽃 구경이라도 다녀와라.

이거였다.

젠장. 지금 생각해도 빡치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오디션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이 나한테 뭘 원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내 사연을 원한다.

그와 동시에 노래 실력에는 거의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사연?

팔아도 상관없다.

과거에는 부모님의 사연을 언급하는 걸 싫어했지만, 이제는 아무 상관없다.

내가 적당히 잘할 때는 사연이 내 음악을 집어삼키지만, 내가 아주아주 잘하면 음악은 음악으로 존재한다.

다만 내 노래 실력을 기대하지 않는 건 좀 문제가 된다.

“자, 그럼 실력을 한번 볼게요. 노래부터 해 보실래요?”

“노래부터요? 노래만 하는 거 아니었나요?”

“추천인에게 듣기로는 연주와 작곡 솜씨가 상당하다고 들어서요.”

“연주나 자작곡은 딱히 준비를 안 해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좋아요. 본인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최수연이라는 면접관의 기분이 좀 상한 것 같다.

말꼬리가 늘어지네.

하지만 뭐 어쩌겠나.

잘하면 그만이지.

“뭐부터 부르실래요?”

내가 오늘 부를 곡은 두 곡이었다.

하나는 라이언 엔터에서 지정해 준 세 곡 중 선택.

또 하나는 자유곡.

“지정곡부터 부르겠습니다. <꽃말>로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크게 좋아하는 곡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의 한국 발라드들은 코드 진행과 사운드 베리에이션이 고만고만한 구석이 있다.

2030년대까지 살아 본 내 입장에서는 좀 심심한 곡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시대를 뛰어넘는 명곡도 아니고.

그럼에도 내가 이 곡을 선택한 건, 현재 내 실력에서 부르기에 썩 괜찮은 곡이기 때문이었다.

난 분명 보컬 훈련이 필요하고, 현재 진행 중에 있다.

GOTM의 메인 보컬이었을 때의 내 노래 실력이 100이라면, 지금은 50이나 될까?

그러니 너무 어려운 곡보다는 깔끔하게 부를 수 있는 곡이 나았다.

짬밥이 있는데, 편하게 부른다고 인생 1회차 애들한테 꿀리겠어.

“시작합니다.”

진행자가 노래를 틀자, 2000년대 특유의 제법 긴 간주가 흘러나왔다.

잠시 뒤, 노래가 시작되었다.

뭐, 특별한 감상은 없다.

노래에 몰입했으며, 감정을 담았고, 정확한 발음으로 불렀다.

음정이 어긋나거나 박자가 밀린 곳은 하나도 없었다.

기본만 해도 음색이 나쁘지 않다는 전제하에 노래를 잘 부른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건 일반인의 영역이 아니라, 가수의 영역에서도 그렇다.

원래 기본이 제일 어려우니까.

근데…….

노래를 끝내고 나니 최수연 팀장의 표정이 거슬리게 다가왔다.

인상을 살짝 찌푸린, 애매하다는 얼굴.

“……잘 들었습니다.”

왜?

내 노래가 애매할 리 없다.

이건 길고 긴 시간 동안 증명된 팩트다.

물론 사람의 취향은 천차만별이라서 괜찮은 정도로만 들릴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 괜찮음이 다른 지원자들 정도는 가볍게 압도할 수준일 텐데?

너무 미국에 오래 살아서 케이팝 느낌이랑 안 맞는 건가?

“자유곡 MR을 제출하셨는데 처음 듣는 노래네요. ? 누구 노래죠?”

“멜리즈마가 부른 곡입니다. 1940년대에 발표됐습니다.”

“알앤비인가요?”

“원곡은 델타 블루스인데, 제가 시카고 블루스 느낌으로 편곡을 했습니다.”

“아, 네……. 들어 볼게요.”

MR이 재생되며 펑키한 드럼에 일렉트로닉 기타가 쏟아진다.

장담컨대 이 노래를 듣고 목석처럼 가만히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고개를 까딱이거나, 하다못해 손가락이라도 까딱거리기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면접관들의 표정이 확 바뀐다.

아마 본인들이 생각했던 ‘블루스’와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델타 블루스는 강한 리듬과 힘 있는 보컬에 슬라이드 기타를 자주 사용한다.

난 이걸 일렉트로닉 기타를 사용하는 시카고 블루스 스타일로 편곡했다.

말은 시카고 블루스라고 했지만, 사운드 자체는 현대의 일렉트로닉 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다가 마이크를 잡았다.

The gypsy woman told my mother

Before I was born-!

엇박자로 전자 기타 사운드를 쭉 가르고 들어가며, 음을 반음씩 떨어트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호흡이 빨라지긴커녕 여유로워지며, 마침내 드럼에 맞춘 정박으로 돌아온다.

I got a boy child’s comin’

He’s gonna be a son of a gun

이번엔 떨어트렸던 음을 다시 반음씩 올린다.

정박으로 시작했던 음이 다시 엇박으로 끝난다.

놀이기구를 타듯 오르락내리락하는 음계가 청각적 쾌감을 선사하고, 드럼의 경계선에서 쏘아진 멜로디가 아슬아슬한 느낌을 낸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거다.

낯설지 않을 거다.

현대인들이 사랑하는 알앤비도 결국 블루스에서 출발한 장르다.

애초에 알앤비란 단어 자체가 리듬 앤 블루스의 줄임말이니까.

He gonna make pretty women’s

Jump and shout!

일시에 음을 끌어올려서 순식간에 고음에 도달했다가, 저음 비브라토로 음량을 올린다.

이 12마디로 보여 주었다.

내가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이 정도면 더는 애매함을 느끼지 못할…….

그런 생각을 했지만, 최수연 팀장의 얼굴에는 감탄만 서려 있진 않았다.

감탄과 함께 떠오르는 건, 난감함이었다.

왜 저런 표정을?

설마 이 방향성이 아닌가?

하지만 내 실력이면 방향성 정도는 가볍게 무시해도 될 텐데?

더 제대로 보여 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이크를 쥔 손에 힘을 주고는 더욱 노래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  *  *

“…….”

“…….”

“…….”

오늘의 인터뷰를 맡은 신인개발팀 3인방은 침묵했다.

뭔가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쉬운 표정을 지은 한시온이 방을 나가면서부터였다.

그들 세 사람의 머릿속에는 똑같은 의문이 맴돌고 있었다.

‘쟤…….’

‘뽑으면…….’

‘테이크씬 데뷔할 수 있냐……?’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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