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8

*

점령전의 결과가 나오자마자 이시스 첨탑 지붕에 길드 엠블럼이 새겨진 깃발이 걸렸다. 패자는 말이 없다고, 실패망은 게임이 끝나기가 무섭게 뿔뿔이 흩어졌다.

[귓속말] 청사과청: 축하드려여!^0^♡

“…….”

아까 이상한 말을 들어서 그런지, 청사과청의 말이 건장한 남자 목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모티콘이 귀여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무서웠다. 경수는 대충 ‘ㄱㅅㄱㅅ’라고 답장한 뒤 그녀가 보내오는 말을 흐린 눈으로 무시해버렸다.

[귓속말] 썬셋: 형

“…….”

갑자기 형?

“이거 미친 새끼 아냐?”

한참 썬셋이 보낸 한 글자를 들여다보던 경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저요?’라고 타이핑했다. 그때 게임이 끝난 걸 귀신같이 알아챈 천노을이 전화를 걸어왔다.

“아 맞다, 방금 끝났어. 옷 입고 나갈게.”

-……형.

“야 어디서 볼래? 밥 먹었어?”

-아니, 아직 안 먹었긴 한데. 그게요….

“그럼 만나면 밥부터 먹자. 나 배고파”

-형, 잠시만요. 저 할 말이….

“나한테? 무슨 할 말?”

-아까도 말했잖아요.

아까? 메시지를 읽지 않았던 노을이 생각나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 외에는 놈과 오늘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뭘?”

대답 대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귓속말] 썬셋: 저 고백할 거 있다고ㅠㅠ

“…….”

경수는 깜깜한 휴대폰 화면과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말 안 해서 죄송해요. 안 하려던 건 아닌데.

“…뭔데. 당장 말해.”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그러자 노을은 망설이는 듯 우물쭈물하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형 제가 썬셋이에요.

“…….”

조용한 방 안에 경수의 숨소리와 인게임 BGM 소리만 들렸다. 경수는 침착하게 눈을 깜빡였다. 썬셋이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꼭 자기가 맞다고 말하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머리가 굳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네가 썬셋이라고? 천노을이 썬셋….

“…아. 그래?”

-…….

“그렇구나.”

담백한 반응에 노을이 할 말을 잃은 듯 수화기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경수는 무언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지막이 물었다.

“그래서 지금 어디야?”

-왜… 왜 안 놀라요?

“놀라야 해? 왜 믿어줘도 지랄이지?”

-역시 안 믿는 거죠?

“믿어.”

-잠시만 기다려봐요.

그리고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 몇 번이 들렸다. 곧 전설 펫을 소환하는 별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왔다.

‘냥냥♡’

썬셋 옆에 까만 고양이 펫이 나타났다. 전설 펫 종류 중 하나였다. 냥냥♡은 기지개를 켜며 앙증맞은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했다. 뾰족한 송곳니가 드러났다가 다시 감춰졌다. 냥냥♡은 노을♡옆에서 제 꼬리를 따라 빙빙 돌다 그 옆에 철퍼덕 주저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노을♡은 차분하게 까만 콩 같은 눈을 깜빡이고만 있었다.

[전체] ㅈi9별: 헐 썬셋님… 전설 펫?????

[전체] 설영: 펫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neutaaaa: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스페이드퀸: 아 미1친 펫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봤어요?

“…….”

그래, 봤다. 이 새끼야. 경수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며 올라갔다. 놈을 죽일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났다.

-처음부터 속이려던 건 아니구요, 그게… 말하자면 긴데. 작년에….

통화 시간이 길어질수록 놈이 도망갈 확률도 커진다. 경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아니, 일단 나와. 배고파 죽겠어.”

-……화났어요?

“내 목소리를 봐. 화난 것 같아?”

-아니요!

아니긴. 넌 뒤졌어 진짜.

경수는 겉옷을 대충 걸치며 노을을 안심시키듯 그가 종알거리는 모든 말에 조곤조곤하게 대답했다. 화장실에 간다고 전화를 끊은 경수는 주머니에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신발장을 활짝 열었다.

“망치 어딨지….”

*

약속 시간 5분 전, 노을은 공원 벤치에 앉아 목을 빼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휴대폰을 힐끔 들여다보기도 했다. 경수는 뒤에서 몰래 그를 지켜보며 야구 배트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

노을은 휴대폰을 보며 싱글벙글 웃기도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발 장난도 쳤다. 곧 제게 무슨 일이 벌어질 줄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이 정말 하찮아 보였다.

저 별것도 아닌 줄 알았던 게 썬셋이라고? 하루에 수십수백 번 죽었다 살아나고, 위로 올라오랬더니 절벽으로 떨어지고, 달팽이에게 스쳐서 죽던 그 한주먹거리 천노을이? 분명 아무것도 모르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그게 다 연기였단 말이지.

“…….”

귀엽네. 경수는 피의 복수를 결심했다. 그는 소리 없이 어깨를 떨며 웃었다.

아까 전, 경수는 이성을 잃고 망치를 들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앞집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가 어리둥절해 하는 것을 보자마자 다시 이성이 돌아온 경수는 망치를 현관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망치를 들고 노을을 쫓아가는 장면은 제가 생각해도 너무 호러였다. 애초에 노을의 머리를 다 부숴 놓을 생각도 없었고, 아직 경찰서는 발도 들이기 싫었다. 놈에게 겁을 조금 준 뒤 질질 짜면 그때 잘못을 토로하게 만들 계획이라,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귀여운 야구 배트를 들고 나왔다.

달려가서 뒷덜미를 잡을까. 아니면 살금살금 다가가서 이름을 부를까? 어떻게 해야 노을에게 들키지 않고 접근해, 도망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때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자신을 발견한 노을과 눈이 마주쳤다.

“형 왔….”

노을은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없다는 듯, 눈을 휘어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는 하려던 말을 다 잇지도 못한 채 시선을 내렸다. 화사하던 얼굴이 손에 쥔 야구 배트를 보더니 창백해졌다.

“…….”

경수는 그를 안심시키듯 히죽 웃었다. 하지만 노을에게는 안식의 미소보다 저승사자의 얼굴처럼 보인 게 틀림없었다. 노을은 침을 꼴깍 삼키며 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그대로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야! 어디 가!”

“죄송해요!!”

웃어주기까지 했는데 아무래도 놈을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경수는 야구 배트를 꽉 쥐고 그 뒤를 빠르게 쫓아갔다. 노을은 산토끼처럼 재빨랐으나, 경수는 체력이라면 자신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달리는 노을과 방망이를 들고 그 뒤를 쫓는 경수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닌 듯했다. 간만에 화창한 일요일이라 외출한 사람들이 둘을 눈으로 좇으며 어리둥절해 했다.

“진짜 잘못했어요!”

“알긴 알아? 뭘 잘못했는지 말해!”

“알았어요! 다 말해줄 테니까!”

“필요 없어!!”

“제발 이상한 거 들고 쫓… 네?”

서늘한 날씨가 후덥지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쉬지 않고 놈을 쫓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찬 공기가 폐를 한 바퀴 돌아 빠져나갔다. 옆구리가 당겼다. 노을도 마찬가지인 듯 걸음걸이가 약간 느려졌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노을을 보니 손끝이 저릴 정도로 조바심이 느껴졌다.

경수는 잔디밭으로 노선을 바꾼 노을을 향해 야구 배트를 힘껏 내던졌다. 빙그르르 돌며 날아간 배트가 노을의 머리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퍽!

노을의 다리가 꺾이며 몸의 중심을 잃었다. 그를 잡는데 한몫을 한 야구 배트는 아무 데나 내팽개쳐졌다.

“으아악!”

“씨발, 잡았다!”

“학새앵!!”

경수는 넘어지는 노을에게 달려들었다. 일단 머리채부터 잡았다. 노을이 도망치지 못하게 그의 몸 위에 올라탄 경수는 소매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노을이 희게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경수를 노을에게서 떼어놓은 것은 경찰이었다. 언제부터 둘을 따라온 건지, 경찰의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노을을 쫓느라 누가 따라오는 줄도 몰랐던 경수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뒤를 따라 달려오던 또 다른 경찰 한 명이 잔디밭에 쓰러진 노을에게 다가가 심각하게 물었다.

“너 괜찮니?”

“…괜찮으니까 형 손부터 놔주세요.”

“응?”

“손잡지 말라구요.”

노을이 불퉁하게 대답했다. 그의 시선은 다른 경찰에게 결박당한 경수의 손목을 향해 있었다. 왠지 이 미친놈이 경찰에게 개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초조해졌다. 경찰은 경수를 풀어주었다. 경수는 몸이 자유로워지자마자 눈을 굴리며 변명거리를 생각해냈다.

“저희 술래잡기 한 거예요!”

“술래잡기? 연장까지 들고 말이냐?”

경찰 중 키가 큰 쪽이 야구 배트를 가리키며 비아냥거렸다.

“요즘 고등학생들 무섭다더니….”

“말도 마십시오. 우리 때랑 다르다니깐요.”

“연장 아닌데….”

경수는 저 멀리 굴러간 야구 배트를 보며 중얼거렸다. 처음 들고 나오려던 망치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감이다.

“사실 생일빵이에요.”

“이게 또 변명을 하네.”

“변명 아니에요. 그치? 아직 때리지도 않았잖아요!”

“맞았는데….”

노을이 뒤통수를 쓸며 조그맣게 읊조렸다. 경수가 노려보자 그는 곧바로 입을 합 다물었다.

“아직?”

“쯧…. 세상에 학교폭력이 심각하다더니, 이런 대낮에….”

학교폭력? 억울함에 경수의 입이 쩍 벌어졌다. 애초에 잘못한 건 제가 아니라 천노을이었다.

“아, 아니. 아니에요! 야, 뭐해? 맞잖아! 너 오늘 생일이잖아!”

“……제 생일요?”

노을이 되물었다. 애써 끌어올린 경수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간절함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노을은 말간 눈을 깜빡이다 물었다.

“어… 형. 오늘이. 며칠이죠?”

“12월 1일이잖아. 네 생일이야!”

“와. 진짜다. 내. 생일이네!”

“야 이 새끼, 생일 축하해!”

경수는 노을을 작위적으로 끌어안으며 몰래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두 경찰은 다시는 이런 장난치지 말라고 둘을 꾸짖고는, 내내 뒤를 힐긋거리며 자리를 떴다.

“…너 연기는 하면 안 되겠다.”

경수는 진이 다 빠져 잔디밭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형도요.”

“내가 좀 더 나았어.”

“아니에요. 형도 이상했어요.”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손에 뭐 어쩌라는 식으로 올려다보자 노을이 아주 열중해서 머리를 정돈해주고 있었다. 그러는 놈도 하얀 이마에 앞머리가 뭉쳐서 달라붙어 있었다. 지금 제 머리를 정돈해줄 때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치워.”

손을 탁 쳐내자 노을이 시무룩하게 눈꼬리를 늘어뜨렸다. 놈이 이런 얼굴을 하니 쓰레기가 된 기분이었다.

“괜찮아요?”

“괜찮아 보여?”

경수는 일부러 날카롭게 되받아쳤다. 그러자 노을은 꾸중을 들어 귀가 축 처진 강아지처럼 시무룩해졌다.

“아니요….”

“그러게 왜 튀냐? 아 배 아파.”

“…맞으면 죽을 것 같아서요. 한 대 맞을 건 각오했는데요, 형이 무기까지 들고 나올 줄은….”

경수는 눈을 깜빡이다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엄살은. 이게 무슨 무기야. 망치 들고 나오려다 참았어.”

“망치…….”

노을이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경수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망치 대신 배트를 들고 나온 건 매우 잘한 짓이었다. 만일 정말 망치를 던졌다가는 노을의 머리가 깨져 꼼짝없이 잡혀갔을 테니까.

생각해보면 처음의 썬셋은 분명 과묵했는데 날이 가면 갈수록 말이 많아지고 농담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제게 호의가 있다는 것을 티 내며 냥첩이라는 칭호까지 얻은 걸 생각하면 한 대 더 때려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그저 미친놈 보존의 법칙이라고 생각했다. 천노을 또라이가 안 보인다 싶으니 다른 이상한 놈이 나타난 거라고.

“또라이들이 아니라 또라이였다니….”

허탈하게 읊조리던 경수의 눈에, 노을의 무릎이 들어왔다. 청바지에 빨간 물이 배어나 있었다. 그는 무심코 노을의 무릎을 꾹꾹 눌러보았다. 그러자 노을이 으읏, 소리를 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 아파요.”

“…….”

피의 복수는 맞는데, 정말 노을이 다칠 건 예상하지 못한 경수는 숨을 급하게 집어삼켰다. 몸을 벌떡 일으키자 노을이 어리둥절하게 눈을 깜빡였다. 경수는 비장한 표정으로 명령했다.

“일어나서 걸어봐.”

“지금요?”

노을은 일어나서 뻣뻣하게 걸어보았다. 다행히 걸음걸이에는 이상이 없었다. 조금 쓸렸나 보네. 안심하고 고개를 들려던 그때, 노을이 갑자기 풀썩 주저앉았다. 나 때문이야! 경수의 심장도 함께 쿵 떨어졌다.

“돌멩이가….”

“왜 그래!”

“…네? 신발에….”

“머리가 아파? 아니면 어지러워?”

“…….”

“어디 봐.”

경수는 어리둥절해 있는 노을의 뺨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뒤통수를 더듬어보며 혹이 나지는 않았나 살폈다. 손가락이 머리칼을 파고들어 곳곳을 만지작거렸다. 지나치게 가까운 숨결에 노을의 귓불이 점점 달아올랐다.

“안 되겠어. 영화는 다음에 보자.”

“네? 왜요?!”

청천벽력 같은 말에 노을은 울상을 하며 대답했다. 하지만 경수는 뜻을 굽힐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영화를 보다 그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어지럽다고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차라리 집에 데려다 놓고 경과를 지켜보는 게 더 나아 보였다.

“업힐래?”

“……?”

“싫으면 안기든가.”

“헉, 정말요?”

노을이 손으로 뺨을 감싼 채 얼굴을 붉혔다. 수줍어하는 꼴에 경수는 갑자기 불쾌해져 벌린 팔을 떨구고 마음을 바꿨다.

“됐다. 그냥 부축해줄게. 어지러우면 기대. 그리고… 죽을 것 같으면 얘기하고.”

“네.”

“아, 아니. 어지러우면! 지금 말고, 씨발!”

“네에……. 그런데 어디 가는데요?”

“너희 집.”

“…….”

노을의 심장박동 소리가 갑자기 더 빨라졌다. 아무 말 없이 걷던 경수는 별안간 또 짜증이 나 노을의 발을 일부러 꾹 밟았다.

“너 집에 가면 다 털어놓을 준비해야 할 거야.”

“지금 해도 되는데….”

“여기서 때리면 또 경찰 올 거 아니야.”

“…….”

경수의 한 손에 꽉 쥐인 야구 배트를 흘깃 쳐다본 노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저게 원래는 망치였을 것을 생각하니 오금이 다 저렸다.

*

경수는 현관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어깨에 둘린 팔을 내팽개치며 말했다.

“바지 벗어.”

“네, 네?!”

무릎을 다쳤으니 바지를 벗어야 상처 치료를 할 수 있지 않은가. 경수는 지나치게 놀라 딸꾹질까지 하는 노을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왜? 벗으라니까.”

“지, 진짜 벗어요?”

“그럼 어쩔 건데?”

노을이 귀를 만지작거리며 배시시 미소 지었다.

“하지만 너무 빠른데….”

“빠르다고?”

“그, 싫은 건 아닌데 그냥 조금 갑작스럽….”

“…….”

얼굴을 화르륵 붉히는 노을을 멍청하게 쳐다보던 경수는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이 미친 새끼가 뭐라는 거야! 다친 데 보려는 거니까 편한 바지로 갈아입고 나와!”

그제야 노을이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경수는 놈을 그의 방으로 밀어 넣었다. 곧바로 나오려 한 듯 문고리가 덜컥거렸다. 하지만 바깥쪽 문고리를 꼭 잡고 있었더니, 놈도 곧 포기하고 얌전히 안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노을은 몇 분 뒤 편한 바지로 갈아입고 시무룩한 모습으로 방을 나왔다.

“…….”

하얀 무릎에 피가 엉겨 붙어 생각보다 꼴이 처참했다. 양쪽 무릎이 다 이랬는데 멀쩡한 척을 하고 있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다행히 흐르는 물에 씻으니 조금 나아 보였지만, 피딱지가 떨어지는 바람에 겨우 멎었던 피가 다시 퐁퐁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소독액에 적신 솜을 너덜너덜한 상처 근처에 가져다 대자 상처가 쓰렸는지, 노을이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경수를 잠식했다.

“그… 괜찮아? …많이 아파?”

경수는 종아리를 부여잡은 채 미안한 얼굴로 노을을 올려보았다. 하지만 노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해맑게 대답했다.

“뽀뽀해주면 나을….”

개소리구나. 정신을 아직 못 차린 게 분명해. 경수는 거리낌 없는 손길로 상처에 솜을 철퍽 얹어놓았다. 노을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는 것이 느껴졌으나 다 엄살일 것이다.

“다 됐다.”

두 무릎에 약을 치덕치덕 바른 뒤 노을을 그의 침대에 눕혔다. 얌전히 경수가 이끄는 대로 침대에 누운 노을은 경수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물었다.

“왜 침대에? 설마 절 덮치시려는 거예요?”

“…….”

얘가 오늘따라 더 제정신이 아니네…. 경수는 신발장에 내팽개쳐 둔 야구 배트를 떠올리며 멍해졌다. 평소라면 그럴 리가 없는 걸 알 텐데, 아까부터 놈이 헛소리를 해대는 걸 보니 문득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아까 뻑 소리가 난 것 같기도 했다. 혹시 천노을이 머리를 잘 못 맞고 약간 돌아버린 건 아닐까? 그는 노을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며 친절한 어조로 대답해주었다.

“아까부터 자꾸 이상한 말 하는데, 내가 그럴 일은 꿈에도 없어.”

“…….”

“꿈 깨라고.”

경수는 노을을 달래기보다는 화제를 돌리는 편을 택했다. 애초에 오늘 나온 건 노을을 추궁하기 위해서였다. 그저께 개봉한 영화를 못 보게 된 건 조금 아쉬웠지만… 일단 이게 먼저다.

“천노을.”

경수가 난데없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노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네?”

“썬발놈아.”

“……네.”

눈동자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주제에, 또 순순히 대답하는 꼴이 우스워 피식 웃고 말았다. 천노을이 썬셋과 같은 놈이라 해도, 결국 둘 다 천노을이다. 양 무릎이 다 까져서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하찮은 천노을 말이다.

“너 왜 구라 쳤어? 그것도 몇 달 동안.”

“잘못했어요.”

“죽고 싶냐?”

노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대답해, 죽고 싶냐고. 경수는 그의 머리칼을 넘겨주며 또 한 번 목숨을 위협했다.

“날 처음 본 게 언제야? 내가 천노을, …그러니까 너 쩔 해줬을 때야? 나는 기억도 안 나는데….”

“아, 아뇨. 처음 봤던 건 버섯 사냥했을 때…. 그때 냥님, 그러니까 경수 형이… 절 죽였거든요. 제가 버섯인 줄 알구요. 그걸로 처음 알았어요.”

경수는 이제 버섯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머리가 굳었다. 그때의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썬셋을 사냥했을 리가 없으니까.

“…참, 그랬지. 그래서 복수하려고 이랬냐?”

“아니에요! 그건 잠깐, 진짜 아주 잠깐 그랬어요! 그리고 작정하고 기다려도 봤는데, 형이 더 세서 저도 상대가……. 아무튼 지금은 복수 같은 거 안 해요. 형한테 제가 어떻게 그래요….”

쩔쩔매던 노을이 말끝을 흐렸다. 복수도 아니라면 노을이 자신을 왜 졸졸 따라다녔는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썬셋 때부터 자신을 알았더라면 꽤나 오래된 것이었다.

“왜 따라다녔는데?”

“멋있어서 형이랑 친해지려구요.”

“…그래? 멋있었다고?”

“네!”

“그래서 현상금까지 걸고?”

“헤헤….”

“웃지 마. 그래서 친해져서 뭐 하려고?”

“……결혼?”

노을이 두 눈을 반짝 빛냈다.

“농담 그만해.”

경수는 그의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이마를 얻어맞은 노을은 순식간에 경수의 두 손을 잡아챘다. 얼떨결에 놈의 위에 쓰러지듯 한 경수는 다시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깍지까지 껴 쉽게 손을 뺄 수 없게 만든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경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놔라.”

“또 맞을까 봐서요.”

“그러면 맞을 만한 말을 네가 안 하면 되잖아.”

“노력해볼게요. 그래도 손은 못 놔요.”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노을을 알게 되며 배운 거라고는 빨리 포기하는 법밖에 없었다.

“그런데요, 공홈 인터뷰 영상에 형 얼굴 나온 건 몰랐죠? 그 발키리로 만렙 찍었을 때요.”

“뭐?”

그럴 리 없는데…. 얼굴이 나오지 않게 촬영한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영상도 확인했고 말이다.

“지금은 수정됐어요. 제가 문의 백 개 넣었거든요! 잘했죠? 중복 질문 때문에 일주일 글쓰기 금지도 먹었었어요.”

“…자랑이다.”

황당하게도 노을은 칭찬해달라는 듯 눈을 빛냈다. 자신을 속인 건 둘째치고, 이대로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경수는 어떻게 하면 노을이 가장 괴로워할지를 떠올려보다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다.

“너, 다른 사람들한테도 네가 썬셋이라고 말해. 자게에 글을 쓰든, 서마로 떠벌리든 사실대로 털어놓으라고.”

“……네?”

쉽게 당황하지 않는 노을이 입까지 작게 벌린 채 되물었다.

“왜요? 형만 알면 되잖아요….”

“나만 알면 돼? 왜?”

“전 어차피 형이랑만 게임 할 수 있으면 되니까요.”

“글쎄, 그건 네 사정 아닐까?”

“그리고 사람들 저 몰라요. 다 누군지도 까먹었을걸요? 제가 없는 줄도 모를걸요?”

“왜 몰라? 다 알지. 천노을 어디 갔냐고, 처음 보는 애들도 나한테 막 물어보던데? 이제 천노을 깔은 그만두는 거냐고…. 씨발, 그걸 내가 왜 듣고 있어야 하나 싶더라.”

경수가 씁쓸하게 웃자, 노을이 도리어 역정을 내며 소리쳤다.

“그거 어떤 새끼예요? 형이 그걸 왜 그만둬!”

“…아무튼 너 진짜 네임드잖아. 안 좋은 쪽이긴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사람을 속이냐? 그 정도로 못하는 척하는 것도 힘들겠다. 어떻게 한 거야? 가상 키보드 띄우고 마우스로만 했냐?”

“…그건 비밀이에요. 그것까지 말하면 형이 진짜 저 죽일 것 같아요.”

끝으로 갈수록 말소리가 작아졌다. 도대체 뭐길래. 경수는 제 기준에서 노을이 어떻게 못 하는 척을 했을지 생각해보았다. 한 손으로만 조작을 했을까? 아니면 일부러 버벅거리는 척을 한 걸까. 하지만 사실 그렇게 궁금한 사안은 아니라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말았다.

“아, 그냥 말 안 하면 안 돼요? 저 이제 안 심심해서 폭탄 테러 같은 거 안 해요.”

그 말은 심심하면 하겠다는 소리로 들렸다.

“그게 뭐?”

“형….”

“네가 말을 해야 내가 재밌잖아. 어차피 너도 정지 먹고 재밌자고 새 계정 파고 그 난리 친 것 아니야? 그리고 내 템도 뺏어 먹고. ……진짜 재밌었겠다. 그렇지? 간도 컸고.”

“…….”

“그러니까 나도 좀 즐거워 보자고.”

경수는 킬킬 웃으며 문 쪽을 돌아보았다.

“그래. 생각난 김에 지금 할래? 컴퓨터 켤까?”

“아뇨, 형 가고 나면 할게요….”

노을은 영 내키지 않는 듯 어물거렸다. 내가 가고 나면 하겠다고? 경수는 깍지 낀 손을 털어버리곤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럼 나 지금 갈래.”

“…네?”

그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아, 경수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본능적으로 배를 내려다보았다. 노을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경수를 따라 침대에서 일어났다.

“저녁 먹고 가요….”

부엌으로 들어가려던 노을이 문틀을 잡고 비틀거렸다. 머리도 다친 놈이 뭐 하는 거야! 경수는 그에게 다가가 무리하지 말라고 멱살을 잡았고. 노을은 힘없이 웃었다.

“안 이러면 형 바로 집에 갈 거잖아요….”

“너 쓰러지면 다 내 탓이잖아! 너 진짜 괜찮아?”

“괜찮아요. 형이 죽였다고 말 안 할게요. 아… 어지럽다….”

“천노을! 정신 차려!”

경수는 노을의 어깨를 붙잡은 채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차라리 뭐 시켜 먹자. 그러니까… 누워있어.”

“그럼 방에서 노트북으로 같이 영화 봐요.”

“…….”

그래, 차라리 방에 얌전히 앉혀 두는 게 더 나은지도 모른다. 천노을도 오늘 영화를 못 본 게 많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경수는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다 대답했다.

“무슨 영화 볼까?”

*

2차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처음으로 신직업 만렙을 달성한 유저가 나왔다는 말에 며칠간 게임이 떠들썩했다. 해당 유저의 직업은 발키리였다. ‘GM이 버린 직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 발키리 말이다. 최종 전직을 발키리로 한 유저들은 직업 효율을 시험해보다가 쌍욕을 하고는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러 가곤 했다. 그 정도로 발키리 직업은 효율이 좋지 않았다.

바주카포의 반동을 실제 인게임에서 구현한다는 의미로, 공격을 사용할 때마다 반동 데미지를 받도록 설계된 것이 발키리의 몰락에 한몫을 했다. 유저들이 발키리를 제대로 사용하려던 무렵에는 또 다른 신직업인 히어로가 등장했다. 때문에 발키리는 따로 밸런스 패치에 들어가지도 않고 반동 데미지는 그대로 남았다. GM이 버린 직업이자 유저에게도 외면을 받는 직업. 그게 바로 발키리였다.

[길드] supercool: 그 유명한 발키리 있잖아요… 걔 F사 본사 가서 인터뷰했대요

[길드] 아슬렌: 개 부럽내ㄷㄷ 그럼 푸딩이도 봤겠지ㅠㅠ

[길드] supercool: 노답아….

화제의 발키리 랭커는 개인 랭킹의 첫 페이지에 이름을 내걸었다. 수많은 랭커를 밀어내고 등장한 그가 필드에서 플레이하는 영상이 자유게시판과 커뮤니티에 퍼지며, 메인 서버의 발키리 ‘냥이냥나냥’이 비로소 유명해졌다.

[길드] 스페이드퀸: 아 냥이냥나냥?ㅋㅋㅋㅋ 이따 봐야겠다

[길드] 아슬렌: 왜요 지금 보세요… 글 푸딩이가 썼는데 ㅎㅏ…너무 귀여워ㅠ

[길드] 스페이드퀸: 대체 뭐가 귀엽다는 거임….

하지만 그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노을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름일 뿐이었다. 레벨대가 비슷하기에 가끔 필드를 지나가는 모습을 본 것도 같았지만, 놀캐도 아니고 딱히 시비를 걸어온 적도 없어 인상이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길드] 스페이드퀸: 그런데 냥냥 자원봉사자 출신? 아까도 뉴비들 모아서 버스 태워주던데ㅋㅋ

[길드] 썬셋: 헛수고하네

[길드] 스페이드퀸: 왜 헛수고야? 착하기만 하던뎀

[길드] 썬셋: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는 걸 왜 모르지?

[길드] 설영: 웃기시네ㅋ 꼭 경험담인 것처럼 얘기하시네요 호의가 뭔진 아세요?

[길드] anamato: 경험담일 리가ㅋㅋ 울 길마 님이 누굴 도울 리가 없잖아?

‘anamato 님께서 불가촉천민으로 강등되었습니다.’

[길드] anamato: …? 설마 있어요? 도와준 적?

[길드] 썬셋: 아뇨….

[길드] anamato: 그럼 제 죄목은 뭐죠…?

[길드] 썬셋: 바로바로~ 제 심기를 건드린 죄…ㅠㅠ 은하수 가실 분

[길드] 스페이드퀸: 나

[길드] 설영: 저 이따가요

[길드] anamato: ㅠㅠ그런데 우리 길드는 등급 명이 왜 이따윈가요… 서저리는 응애>청소년>어른 막 이렇게 귀엽던데 우린 왜… 센스가….

[길드] 썬셋: 제가 지었는데…ㅇㅅㅇ

[길드] anamato: 너무 마음에 듭니다!!!!

[길드] 썬셋: 마음에 드시니 다행입니다^^

[길드] anamato: ㅎㅎㅗ네!

[길드] anamato: 아ㅠ ㅎ의 오타예요ㅗㅗㅎ 제가 독수리 타법이라ㅗㅎ

[길드] supercool: 맞다 아슬렌님 이거 아심? 그 발키리 피셜인데 GM푸딩 남자래요

[길드] 스페이드퀸: 아 헐 진짜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아슬렌: ? 전나 귀여운데 왜 남자임? 개 소리 하지 마셈

[길드] 썬셋: ㅋㅋ꽃토끼 형도 넷카마였는데 말투 귀엽다고 빨던 거 누구더라….

[길드] supercool: 꽃토끼 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아슬렌: 그 새1끼 얘기 꺼내지 마세요ㅠㅠ 그건 님 빼고 다 몰랐잖아요

[길드] 설영: 말은 똑바로 해야죠 길마 님도 몰랐는데 그냥 몰아간 거라고요!!!!!

꽃토끼는 여자인 척 길드원들을 이간질하고 은근슬쩍 돈과 아이템을 빌리던 남자 유저였다. 그리고 아슬렌은 그에게 당한 길드 최초의 피해자이자 전남편이었다.

노을이 아는 한, 실제 여자 유저들은 꽃토끼 같은 과장된 애교 투를 쓰지 않았다. 있다 하더라도 아주 드물었고 말이다. 노을은 모니터 뒤의 꽃토끼가 남자일 것 같다고 생각되자마자 계획도 없이 생각을 실행으로 옮겼다. 그 덕에 꽃토끼가 많이 움츠러든 것은 사실이었다.

[길드] 썬셋: “아 울 토끼쨩이 그럴 리가 없는데 썬발 싶새1끼 대체 왜 그래… 너무하네 진쟈…ㅠㅁㅠ 쟈갸 토닥토닥….”

[길드]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개 똑같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아슬린: 아 ㅅㅂㅅㅂㅅㅅㅂㅅ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길드] 썬셋: “울 쟈기는 아직 애기라구…!ㅠㅠㅠ♡”

[길드]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꽃토끼:힝 오빵ㅜ♡(걸걸한 남자 목소리)

[길드] 설영: (오…빵…♡ 키보드 탁탁 두드리면서 콧수염 깎는 중)

[길드] anamato: 수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아슬렌: 악악악악아강ㄱ가악악악!!!!!!

썬셋에 의해 남자임이 다 밝혀진 뒤 꽃토끼는 계정 삭제 후 영영 자취를 감추었다.

[길드] 설영: 꽃토끼는 그렇다 쳐요.

[길드] 설영: 근데 GM푸딩은 캐릭터부터가 남캔데 왜 모르셨는지?

[길드] 아슬렌: 설영님 알았어요?????? 근데 왜 저한테 뭐라 안 하셨어요?

[길드] 설영: 그냥 님 이제 남자 좋아하는 줄 알았죠?

[길드] 아슬렌: ?

[길드] 설영: ??

[길드] 아슬렌: 뭐가 이렇게… 사람이 열려있어요…??

[길드] 아슬렌: 전 그냥 울 푸딩이가 설영 님처럼 상탈 하고 싶어서 남캐 고른 줄 알았는데…….

[길드]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아슬렌: 푸딩아… 내가 너 존나 사랑햇다…ㅠ goot…bay…☆

[길드] 스페이드퀸: ㅋㅋ 형 약간 고추 감별사?

[길드] 아슬렌: ?당장 PVP 받으셈 어디 가세요?ㅋㅋ

[길드] 스페이드퀸: 저 무기 터져서 오늘은 안 돼요ㅠㅠ

[길드] 설영: 살다 살다 지엠 덕질하는 놈은 또 첨 보네용 푸딩이 아저씨한테 일대일 문의 넣어도 됨?

[길드] 아슬렌: 그런 문의는 무시하거든요? 안 읽을걸요;;

[길드] 설영: ㅋ제목으로 어그로 끌면 됨 썬셋 님이 알려줬어요

[길드] 스페이드퀸: 뭔데??

[길드] 설영: 캐쉬도 없는데 자꾸 캐쉬 템이 사져요ㅠㅠ

[길드] 설영: 제목 이걸로 하면 반나절 안에 답변 온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차례 분위기가 술렁거린 이후, 노을은 발키리 랭커에 대해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주의를 전혀 기울이지 않는 성격인 데다, ‘대천사 날개’에 반짝이 이펙트를 붙이느라 아이템을 모으러 다니기 바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새벽, 노을은 버섯 모자를 쓴 채 혼자 독점한 길드존에 이따금씩 나타나는 이벤트 아이템을 수집하고 있었다. 그때 미니맵에 파란 점이 반짝 떠올랐다. 어떤 겁대가리 없는 놈이 제 영역에 들어오나 싶었다. 곧장 Tap 키를 눌러 탈것을 무기로 전환하고 아래로 내려가기가 무섭게 사건이 일어났다.

‘사망하셨습니다. 가까운 마을에서 부활하시겠습니까?’

[길드] 썬셋: …?

[길드] 스페이드퀸: 왱

지나가는 사람을 죽일 줄만 알았지, 본인이 죽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노을은 당연히 부활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탓에 데스 페널티 없이 부활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새벽 내내 모은 이벤트 아이템과 창고에 맡기지 않은 돈, 그리고 일주일 내내 모으러 다녔던 별 조각과 달 조각이 인벤토리 안에 가득했다.

[길드] 썬셋: 저 죽었어요

[길드] 스페이드퀸: ㅋㅋ헛소리 시~작~!

[길드] 설영: 졸리면 주무세용….

[길드] 썬셋: 진짜라고

[길드] 스페이드퀸: 오늘 헛소리는 좀 신박하다

[길드] 썬셋: ㅅㅂ아니면 계삭함ㅋㅋㅋ 보러 오든가^^;

얼마 뒤 그 말이 진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선율 길드원들이 한곳에 모였다. 바닥에 엎어져 있는 노을 주위로 그들이 몰려들었다.

[길드] 설영: 흐미 진짜야 오빠… 길마님 뒤짐

[길드] 스페이드퀸: ㄹㅇ?? 아 나 지금 못 가는 데 스샷 좀

[길드] 설영: 정의 구현 당하신 게 아닐까?^ㅅ^

[길드] 설영: 고인의… 명복을…. 액션~빔~!!!!~!!

설영은 손에서 에너지파를 쏘았다. 광선은 사정거리까지 길게 뻗어 나간 뒤 반짝하고 사라졌다.

[길드] anamato: 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썬셋: 웃어?

[길드] anamato: 아나,,,, 제 맘대로,,, 웃지도 못함니까,,,,! 어차피,,! 불가촉천민,,,인데,, 염,,병ㅋ

스치듯 지나가며 순식간에 노을을 죽인 놈은 다음날에도 나타나 길드원들을 한데 모아 폭파시키고 다음 맵으로 넘어갔다.

[길드] 설영: 방금 뭐임? 나 저 위에 있었는데 갑자기 끌려옴… 버그인가

[길드] 썬셋: 제 말이 맞잖아요 어제도 저 새1끼임

[길드] 스페이드퀸: 방금 걔 냥이냥나냥이잖아요 발키리 직업 스킬임ㅅㅂ 어제 뉴비들한테 통수 맞더니 흑화 했나;

[길드] 썬셋: 인성 터졌나….

[길드] supercool: ?

[길드] 아슬렌: ?

[길드] 스페이드퀸: ? 니가 할 말은 아님

[길드] 스페이드퀸: 너한테 복수하러 온 거 아님?

[길드] 썬셋: 기억 안 나

[길드] 스페이드퀸: 당연하지 기대도 안 함ㅋㅋㅋㅋ 니가 죽 놈인 다 나열하면 팔만대장경 나오거든^^;

[길드] 썬셋: 그 정돈 아닌데 쑥스럽네^^

[길드] 설영: 진짜 어마어마한 싸패다….

[길드] 스페이드퀸: ㅎㅎ죽이고 인사는 뭐 하러 해?

[길드] 썬셋: 만나서 반가웠으니까 ㅎㅎ

[길드] 설영: 이유 들으니까 더 답 없네….

[길드] anamato: ㅋㅋㅅ1발 나 같아도 복수함ㅋ 자업자득이니까 걍 받아들이세요ㅋㅋ

[길드] 썬셋: 지엠이 PVP 하라고 만든 맵 잘 활용하면 좋지 뭐가 문제죠ㅇㅅㅇ?

[길드] 스페이드퀸: ㅋ응그래니말이다마쟈! .o0(근데 지는 왜 빡쳤지….)

[길드] 아슬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설영: ㅋㅋ공감 능력 최고다 진짜

[길드] 썬셋: ㄱㅅㄱㅅㅎㅎ

노을은 냥이냥나냥에게 손가락 하나도 대지 못했다는 이유에, 밤을 지새우며 불쾌해했다. 냥이냥나냥은 매일 새벽 최소 한 번은 길드존에 나타나 곳곳에 앉아있던 선율을 무차별 학살했다. 순식간에 나타나 킬을 따고 다음 맵으로 빠지는 그는 그 ‘썬셋’조차 막기가 힘들었다. 작정하고 무장한 길드원들이 포탈 입구에서 그를 기다렸다 한 번에 달려들어도 결과는 같았다. 그놈의 직업 스킬에 칭칭 감겨 손도 못 써보고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매크로같이 정확하고 신속한 움직임에서 공격하는 기준을 찾아낸 것은 채집 이벤트 기간이 다 끝나갈 무렵이었다. 선율에서만 수십 명의 피해자가 나왔지만, 그보다 더한 놈이 길드장이었기 때문에 외부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불만을 제기할 입장이 아니었다.

[길드] 썬셋: 모자 좀 벗어보세요

[길드] 아슬렌: 무슨 모자?

[길드] 설영: 버섯 모자?

그의 말대로 모두가 채집 확률을 높여주는 버섯 모자를 벗고 잠자코 기다렸다. 왼쪽 포탈을 타고 나타난 냥이냥나냥은 이번에는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않고 길드존을 통과해 나갔다.

[길드] 스페이드퀸: 머냐…?

혹시나 했던 게 맞아떨어졌다.

[길드] 썬셋: ㅋㅋ ㅆ1발 내가 버섯이었다니

냥이냥나냥은 화려한 버섯 모자를 보고 공격하는 것이었다. 이는 이후 몇 차례에 걸친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길드] anamato: ㅋㅋㅋㅋㅋ그럼 냥 쟤는 자면서 게임 중인데 한 명도 제대로 상대한 사람이 없는 거예요?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이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썬셋: 내가 쟤 꼭 잡는다

[길드]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버섯따러 오는 거였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날이 되니 길드 안에서 소문이 퍼져 발키리 걔, 냥 어쩌고 등으로 불리던 냥이냥나냥이 버섯꾼이라 불리고 있었다.

한편, 노을은 오랜만에 승부욕에 불타올랐다. 작정하고 달려들어도 상대가 되지 않는 놈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무의식중인데도 대처하는 능력이 제법이었다.

[길드] 스페이드퀸: 너보다 쎄니까 버섯꾼이 니 이상형 아니냐?ㅋㅋㅋㅋㅋ 결혼해

[길드] 아슬렌: 님 이상형이 먼데요?

[길드] 썬셋: 일단 님은 아님

[길드] 아슬렌: ㅅㅂ 고추 감별사라고 부르지 말라고요

[길드] 썬셋: 전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길드] anamato: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혼자 찔렷나봄

[길드]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스페이드퀸: 겜 잘해야 하고(지보다 쎄야 함) 착하고 얼굴 취향이어야 한대요

[길드] 아슬렌: ㅎ 착한데 썬셋을 왜 만나

[길드] 설영: 이미 백악기 시대에 멸종됐을 듯

[길드] 스페이드퀸: ㅇㅈ

[길드] 썬셋: 멸종 참고 있을 수도 있잖아ㅜ

[길드] 아슬렌: 멸종을 어케 참아요 걍 버섯꾼이랑 결혼하셈

[길드] 썬셋: 제가 님도 아니고 남자를 왜…^^;

[길드] 아슬렌: 아니라구요ㅠㅠㅠㅠ

[길드] anamato: 어 버섯꾼 왔다

그 말에 노을은 그를 맞이하러 버섯 모자를 눌러쓰곤 스킬을 사용하며 뛰어내렸다. 길드원들은 발키리의 직업 스킬 범위에 들지 않기 위해 맵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문페어리의 속도 저하 디버프를 받았음에도 발키리는 눈 깜짝하지도 않았다. 그는 이단 점프로 문페어리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 뒤쪽에서 노을의 몸통에 대고 바주카포를 연사했다.

‘사망하셨습니다. 가까운 마을에서 부활하시겠습니까?’

[길드] 스페이드퀸: 어떻게 됨?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썬셋: 쟤 진짜 뭐지….

복수를 위해 반드시 놈을 잡아 죽이겠다고 혼자 버섯 모자를 쓰고 기다리던 노을은 또 한 번 무참히 죽고 말았다. 이벤트가 끝나기까지 그는 문제의 발키리를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사망하셨습니다. 가까운 마을에서 부활하시겠습니까?’

왜, 저걸 왜 못 이기지? 고작 발키리 하나인데. 개인 PVP 랭킹도 내가 더 높은데. 왜 계속 지기만 하지?

‘사망하셨습니다. 가까운 마을에서 부활하시겠습니까?’

“…….”

날이 갈수록 노을은 오기가 생겼다. 커뮤니티에서 놈의 플레이 스타일을 찾아보고 왔으나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목격담도 모조리 찾아 읽었다.

냥이냥나냥은 랭커면서도 저레벨 던전 근처에 자주 나타난다. 던전 앞에서 서성거리면 파티에 끼워주고 뉴비에게 관대하고 친절하다. 그의 선행을 보았다는 글이 많다가 종종 욕이 섞인 글이 보이기도 했다. ‘사방신 레이드 좀 돌아달라 했더니 오늘은 바쁘다고 안 도와주더라. 1차 전직을 하고 나니 태도가 달라졌다. 돈을 내라고 하더라. 돈독이 올랐다.’는 등의 불평 글이었다. 도움을 너무 당연시하는 글들에 헛웃음이 나왔다.

이래서 누굴 도우면 안 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니까. 생전 누굴 도와본 적도 없던 노을은 어느새 그 발키리를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지나던 냥이냥나냥을 잡아 PVP를 걸어보았다. 무시당했다. 오기가 생겼다. PVP를 걸어보았다. 또 무시당했다. 낮에 길드존에 출몰한 그에게 달려들었다. 결과는 같았다.

[전체] 냥이냥나냥: 놀래라ㅡㅡ;

‘사망하셨습니다. 가까운 마을에서 부활하시겠습니까?’

[전체] 포세이돈대장: 뭐임?

[전체] 냥이냥나냥: 몰라요 퉤

[길드] 설영: 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썬셋: 아 개빡쳐 쟤 뭐야 진짜?

[길드] 스페이드퀸: 너보다 쎈 애ㅋ

이벤트가 종료되고 나니 그는 길드존에는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하루 종일 냥이냥나냥을 잡아 죽이는 상상을 하며 다른 놈들에게 실험까지 거쳤으나, 정작 본인은 길드존에 머리털 한 올조차 내밀지 않았다. 노을은 날이 갈수록 냥이냥나냥이라는 놈에게 집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내내 냥이냥나냥을 어떻게 잡아 족칠지만 생각하던 노을은, 문득 머릿속에 스쳐 가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예전에 한창 난리 났을 때 찍은 인터뷰 영상이 있었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분명 플레이하는 영상을 찍었다는 말도 있었으니, 잘만 하면 그놈을 이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다.

제목: ★일루전 첫 발키리 정복자!★ 발키리 랭커를 만나다♡

작성자: GM푸딩

내용: 모험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GM푸딩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모험하고 계신가요?

바주카포와 쇠사슬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발키리, 혹시 관심 있으시지 않았나요?>ㅁ<♪ 그러셨길 바라요! 왜냐하면 오늘은~ 두구두구두구…! 저희가 첫 만렙 발키리분을 인터뷰했으니까요!>_<

귀여운 대기 모션과 특유의 직업 스킬, 그리고 화려한 스킬 효과로 첫 업데이트 때 각광받았던 직업이죠? 특히!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직업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3차 직업 업데이트 후 처음으로 만렙을 달성한 발키리 랭커를 만나보았습니다아!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질문과 GM의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구성된 영상과 Q&A를 준비했어요! *^ㅁ^*

그럼 함께해주세요♡

(동영상)

(사진)

(사진)

(사진)

(댓글을 달 수 없는 게시글입니다.)

재미없는 질문에 형식적인 답변을 대충 훑어본 그는 다시 스크롤을 올려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목소리는 변조되었고 목 아랫부분으로만 나오게 촬영된 영상은 대략 10분 정도 되었다. 직접 발키리 캐릭터를 사용해보는 것도 촬영되어 있었다. 그 개새끼를 이기겠다는 생각만으로, 1초도 스킵 하지 않고 호전적인 얼굴로 영상을 꼼꼼히 들여다보던 노을의 눈이 어느 순간 동그랗게 뜨였다.

그는 영상을 10초 전으로 돌렸다. 그리고 7분 38초가 되자마자 스페이스 바를 눌러 영상을 정지시켰다.

“…….”

GM과의 일대일 PVP로 넘어가는 로딩 화면이 뜨기 직전, 까맣게 암전 된 화면에 냥이냥나냥의 얼굴이 아주 희미하게 비쳤다.

“…….”

노을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렇게 그는 더 선명해질 리 없는 희미한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느라 영상을 돌리고 또 돌려보았다. 가지고 싶었다. 놈을 이기겠다는 생각만으로 꽉 찼던 머릿속이 다른 생각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길드] 썬셋: 냥이냥나냥 지금 어딨는지 아는 사람?

[길드] 아슬렌: 저 아까 은하수 들어가는 길목에서 본 것 같은데 왜요?

[길드] 썬셋: 친구 신청하게요

일단 모든 시작은 친구부터라고 했던가. 거절당할 생각은 애초에 해보지도 않았다.

[길드] 아슬렌: ???

[길드] 아슬렌: 버섯꾼이 친구 해준대요?

[길드] 스페이드퀸: ㅋㅋ결혼해 그게 빠르다

[길드] 설영: 그럼 버섯꾼은 뭔 죄야ㅋㅋㅋㅋㅋ

[길드] anamato: 친구 먹자마자 썰게여?

아무도 노을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길드] 스페이드퀸: 갑자기 친신하면 잘도 받아주겠다

[길드] 썬셋: 하긴 프븦도 무시하던데…ㅠㅠ

[길드] anamato: ??? 친해지고 싶은데 PVP를 왜 걸어요…?

[길드] 썬셋: 그럼 뭐 하는데요?

[길드] 설영: 걍 하던 대로 하세요 새삼….

[길드] 스페이드퀸: 안돼 미쳤어ㅠㅠ? 그럼 쟤 일단 죽이고 본다고

[길드] 설영: ㅋㅋ어차피 버섯꾼이 더 쎄서 못 죽이잖아

[길드] 썬셋: 암튼 친구로 만들고 나면 길드로 끌어들여요

[길드] 스페이드퀸: 왜?

[길드] 썬셋: 그리고 앞으로 가입하는 애들 얼굴 공개 필수임

노을은 정지된 영상 속 얼굴을 멍하게 들여다보았다. 각도와 우연의 일치로 나온 장면인지, 아니면 정말 저렇게 생긴 건지 궁금해 피가 빠르게 돌았다. 그러고 보니 냥이냥나냥의 인게임 커스텀조차 그를 조금 닮은 것 같았다. 노을은 자유게시판에 그의 닉네임을 검색해 캡처본들을 바탕화면으로 끌어와 저장했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야 뭐야 왜??? 길드에 또 넷카마 있음? 어떤 미친놈이야 누군데 ㅅㅂ

메신저로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보내주었다. 희미하지만 이상형, 이상형 염불을 외고 다니는 노을 덕에, 민재는 사진을 받자마자 눈치를 챈 듯했다. 노을은 사진 옆의 숫자 1이 사라지자마자 아무 말 없이 전화를 걸었다.

-야. 그 잘 보이지도 않는 사진 가지고…!

“그러니까 알아보겠다는 거 아니야.”

-그럼 꽃토끼 2 찍는 거냐?

“진짜 저렇게 생겨주기만 하면 형도 괜찮지.”

-미친 새끼. 죽여버린다고 할 땐 언제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왜 저 발키리는 나보다 강한가. 어떻게 하면 저 십새끼를 잡아 족칠 수 있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저분의 제대로 된 얼굴을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뿐이었다.

[길드] 아슬렌: 끌어들이는 것까진 좋은데… 쟤 포세이돈인데 포세이돈이 가만있을까여…?

[길드] 설영: 그럴 리가… 부캐로 와도 투길드라고 처맞을 판에….

[길드] 썬셋: 제가 잘 말해볼게요^^

[길드] 설영: 불안한데….

비장한 결심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정확히 이틀 뒤, GM 푸딩의 철퇴로 인해 선율은 길드 마스터를 장기간 잃게 되었다.

*

계정 로그인이 막혀 게임에 흥미를 잃은 노을은 민재에 의해 억지로 PC방에 끌려왔다. 새로 만든 계정에 민재가 전사 캐릭터를 하나 생성해주었다. 닉네임이 천노을인 것을 본 노을은 민재의 등짝을 한 대 후려쳤다.

“아, 왜! 아무도 네 이름인 거 모르잖아!”

“문페어리가 예쁜데 전사를 왜 키워?”

“문페 개쓰레기 왜 키움?”

“근데 왜 넌 항상 개쓰레기한테 질까.”

“닥치고 전사 키워. 그게 제일 세잖… 어, 버섯꾼이다.”

“어디?”

노을은 초보자 가이드를 모두 스킵하고 스타트 마을에 들어왔다. 냥이냥나냥은 웬 금붕어 똥을 하나 달고 다니며 20레벨 이하의 유저들이 사냥하는 참나무 숲 맵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뭐해?”

“사진 찍어.”

“…….”

점프하는 냥, 사다리 타는 냥, 사냥하는 냥, 과일 먹는 냥…. 노을은 그 뒤를 따라다니며 열심히 스크린샷을 찍었다. 민재는 레벨 키울 생각은커녕 쓸데없는 것을 하는 노을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체] 냥이냥나냥: 카리스마스님 천노을님

노을은 숨을 급하게 들이마셨다. 그가 아무것도 없는 초보자 캐릭터인 제게 말을 걸어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에 더 놀란 것도 있었다.

“왜 그래?”

“냥님이 나한테 말 걸었어.”

“언제부터 냥님이었다고.”

노을은 이 영광의 순간을 캡처로 남겼다. 이런 자신이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냥이냥나냥이 도대체 뭐 하는 놈인지 궁금한 게 더 커서 도망치지 않았다.

[전체] 냥이냥나냥: ??

[전체] 천노을: 네?

‘냥이냥나냥 님께서 파티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이건 또 뭐지. 노을은 얼떨떨하게 수락 버튼을 눌렀다. 노을과 냥이냥나냥 이외에도 파티원은 둘이나 더 있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두 분 다 처음이시죠? 아까부터 헤매시던뎅

[파티] 천노을: 아… 네

[파티] 카리스마스: ㅠㅠ길이 너무 어려워서ㅠ

“어렵긴 뭐가 어려워?”

참나무 숲은 아주 단조로운 맵이라 헤맬 이유가 없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여기가 초보자 맵 치고는 조금 복잡해요

하지만 냥이냥나냥은 그를 타박하기보다는 동조를 해주고 있었다. 왠지 가져본 적도 없는 그를 저놈에게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어차피 전 친구 쩔 해주는 중이라서… 사냥터 겹치면 퀘라도 빨리 깨시라구여

“…….”

지금 내게 말한 게 맞나? 노을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초보자 대우에 넋이 나갔다. 그는 누군가를 버스 태워준 적도 없었고, 남이 태워주는 버스를 탄 적은 더더욱 없었다. 더군다나 냥이냥나냥은 자신을 오늘 처음 보는 것일 텐데, 먼저 나서서 도와주겠다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

[파티] 흙염소: 야 슬라임 서른 마리 남음

[파티] 냥이냥나냥: ㅇㅇ

“야, 정민재.”

“또 뭐!”

“얘가 나 쩔 해준대.”

“어떤 미친놈이? 아, …왜?”

“나도 모르지.”

착한 건지, 아니면 오지랖이 넓은 건지. 파티장이 냥이냥나냥인 것을 본 민재는 버섯꾼이 썬셋을 버스 태워주는 중이라고 길드 챗에 떠벌렸다.

“천노을, 구경 가도 돼?”

“참나무 숲에 선율의 시옷 자라도 보이면 다 같이 죽는 거야.”

“에이… 장난이지?”

“해 봐, 한 번. 나도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다 가라고 할게.”

민재는 구경하러 온다는, 혹은 코앞까지 이동해왔던 길드원들을 돌려보내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파티] 카리스마스: 저 아직 들개 두 마리 남앗는데…ㅠㅠ

“…직접 죽이면 되잖아.”

[파티] 냥이냥나냥: 네 갈게요~

“…….”

얼마 전 뉴비들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을 봤는데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었다. 이건 뭐, 호구가 따로 없었다. 냥이냥나냥은 노을과 카리스마스에게도 매번 무슨 몬스터가 몇 마리 남았는지 물었다.

딱 필요한 정보만 답하는 노을과는 다르게, 카리스마스는 정말 게임 자체가 처음인지 이리저리 헤매고 길을 잃기도 했다. 놈은 냥이냥나냥 머리 위의 파도 효과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냥이냥나냥은 그런 카리스마스를 더 신경 쓰고 챙겼다.

노을은 그의 관심을 독차지한 카리스마스가 얄미웠다. 그는 카리스마스가 게임에 조금 적응하고 나면 길드존으로 데리고 가고 싶어 속으로 음모를 꾸몄다.

[파티] 냥이냥나냥: 아 저 꺼볼게요~ 집 가려구요

[파티] 카리스마스: 넘 감사 햇어요ㅠㅠ

[파티] 천노을: ㅎ수고하셨어요~

냥이냥나냥이 게임에서 나가고, 카리스마스는 노을에게 같이 사냥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노을은 대답 대신에 파티를 탈퇴해버렸다. 그때 건너편에서 대화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어때. 할만하지? 같이 하자, 응?”

“몰라. 난 RPG는 좀 아닌 듯. 날 왜 끌어들이려 해, 한도영 있잖아. 이 악마 새끼야.”

“시발, 어떤 미친놈 때문에 한도영도 게임 접었다고. 내 유일한 게임 친구였는데….”

“근데 너 닉은 또 왜 저래?”

“응 흙염소가 더 좆같아.”

“냥이냥냥냥이 뭐야. 무슨 생각으로 지었어?”

“냥나냥이야. 닉을 생각하면서 짓겠어? 그냥 손 가는 대로 지은 거지.”

“그니까 저러지.”

냥이냥나냥? 노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평생 머릿속으로 그리던 얼굴이 실체가 되어 저 앞에 서 있는 것을 실감했다. 냥이냥나냥의 실체가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영상에 희미하게 나온 얼굴보다 실물이 훨씬 나았다. 피곤한지 날이 선 표정을 지은 그가 눈 밑을 비비며 하품을 했다.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눈을 깜빡이는 것이 신기했다. 까만 눈동자가 또르륵 굴러가는 것이 경이로웠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제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는 노을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는 노을을 힘껏 노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뭘 봐, 눈 깔아.”

“…….”

냥이냥나냥이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노을은 시선을 돌리기는커녕 더 뚫어져라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냥이냥나냥은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며 도망치듯 PC방을 빠져나갔다.

뒤늦게 그를 따라가려던 노을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다. 이렇게 가까이에 살 줄이야…. 냥님이 제게 건넨 첫마디는 ‘뭘 봐, 눈 깔아.’였다. 그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뭘 봐 눈 깔아, 뭘 봐 눈 깔아…. 어쩜 이토록 신성하게 들릴 수 있는지 저도 궁금했다. 일어선 채 얼이 빠진 듯 멍하게 굳어 있는 노을을 뒤늦게 발견한 민재가 물었다.

“너 뭐 하냐.”

천사인가. 노을은 멍하게 중얼거렸다.

“…아이템이었으면 당장 가서 샀을 텐데.”

“뭘 사는데? 돈 빌려줄까?”

“사람….”

“미안.”

안타깝게도 그는 가지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가질 수 있는 아이템 따위가 아니었다. 노을은 머릿속으로 그에게 말을 붙일 법을 떠올려보았다. 일단 그는 초보자이기만 하면 친해질 허들이 낮아지는 것 같았다. 노을은 목표를 조금 높이 잡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냥님이랑 결혼할 거야.”

“……버섯꾼? 갑자기 왜?”

“귀엽잖아.”

“너 괜찮아? 알바가 여기 독 탔냐?”

“야, 내가 맡겨 놓은 돈 좀 보내봐.”

“아니 갑자기 왜냐니까?”

“너무 귀여워 씨발…. 허접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키보드 거꾸로 놓고 하는 연습해야지.”

“……?”

민재는 노을의 사고를 더 이상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친구이기는 하지만 이해는 가지 않는 놈이었다. 노을은 일단 결심한 게 있으면 무조건 이루고 보아야 했다. 가능할까 싶은 것들도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보면 모조리 달성한 채였다.

노을은 정말 키보드를 반대로 돌려놓고 캐릭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캐릭터 ‘천노을’이 버벅거리며 왼쪽 오른쪽을 왔다 갔다 하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었다. 노을은 그런 제 캐릭터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

노을은 초보자 파티에 몇 번 껴서 냥이냥나냥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는 매번 노을을 처음 보는 것처럼 대했다.

그래도 좋았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더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을 혼자서만 속으로 친밀감을 높여가던 중, 사건이 벌어졌다.

[귓속말] 아슬렌: 님님 오늘도 버섯꾼 기다리는 중?

[귓속말] 천노을: ㅇㅇ

[귓속말] 아슬렌: 버섯꾼 걔 방금 아쿠아리움에 있던데ㅋㅋㅋ 기다리지 마세요 오늘은 거기 안 갈 거예요

노을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하루 종일 냥이냥나냥을 기다린 그에게 찾아온 거라고는 비보뿐이었다.

[귓속말] 아슬렌: 글고 당분간은 기다릴 필요 없을 듯ㅋㅋㅋㅋㅋㅋㅋ

[귓속말] 천노을: 왜요? 지금 냥님 뭐 하는데요?

[귓속말] 아슬렌: 포세이돈 지금 아쿠아리움에서 놀고 있는데 아까 버섯꾼이 전챗으로 얘기하는 거 잠깐 봤거든요

[귓속말] 천노을: ㅇㅇ

[귓속말] 아슬렌: 거기 길마가 오늘은 친구 도와주러 안 가냐고 물어봤는데요

[귓속말] 아슬렌: 친구는 이미 다른 게임으로 뜬지 오래고… 어떤 뉴비가 주기적으로 버섯꾼한테 시비 털었다나 봐요

[귓속말] 천노을: ㅋㅋ? 누군데요?

[귓속말] 아슬렌: 몰라요 아무튼 그래서 이제부턴 죽어도 뉴비들 버스 안 태워준다고ㅋㅋㅋㅋㅋ 또 무료 봉사 활동하러 가면 자기가 개(멍멍)라고 맹세도 하던데요ㅋㅋㅋ?

“…….”

노을은 잠시 굳어있다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켜 ‘냥이냥나냥’을 검색창에 넣고 엔터키를 눌렀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날짜로 쓰인 글이 하나 있었다. 글을 쓴 놈은 냥이냥나냥이 책임감이 없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댓글에는 그 말에 공감하는 멍청이들도 있었는데, 모두 노을도 몇 번 봤던 닉네임들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냥이냥나냥이 그냥 호의로 도와줬던 유저들이었다.

설마. 이제 아무도 안 돕겠다니, 화가 나서 홧김에 한 번 해본 말이겠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겠지. 그렇게 노을은 사흘 내내 필드로 나가지 않고 마을 비석 앞에서 묵묵히 냥이냥나냥을 기다렸다.

“…오늘도 없네.”

“뭐가?”

“나 집에 간다.”

“뭐? 그럴 거면 왜 왔어?”

그를 처음 봤던 PC방에도 매일같이 출석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처음 그날 이후로 냥이냥나냥이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이게 다 그놈들 때문이었다. PC방을 나와 터벅터벅 걸어가던 중 갑자기 짜증이 치솟아 올랐다. 복수를 결심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데에는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놈들은 니케 신전 앞에서 전체 채팅으로 친목질을 하고 있었다. 노을은 일부러 그 근처에서 얼쩡거리며 놈들의 사냥을 은근슬쩍 방해했고, 그 결과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말을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다.

[파티] 설영: 캡처 떴어요 이제 머 함?

[파티] 천노을: 고객지원>도움말>1:1문의>신고하기>욕설, 비매너 유저 신고(카테고리 선택)

[파티] 천노을: 대화 내역 올려서 프린트 스크린으로 캡처해주세요. 이미지는 변형 없이 그대로 첨부하면 되고, 제목은 자극적이게 신고 내용은 최대한 구구절절하게. 못쓰겠으심 제가 다 써드릴게요ㅇㅅㅇ~

[파티] 설영: 저 귀찮으니까 써주세요

[파티] 아슬렌: 전 바빠요 숨 쉬느라

[파티] supercool: 전 안 바쁜 데 쓰기 시러요

[파티] 스페이드퀸: 내 거도 써죠

[파티] 천노을: ㅗ

[파티] 설영: 젊은 나이에 치매라니… 못 쓰겠으면 말하라고 해놓구서ㅠㅠ

[파티] 아슬렌: 안 써주시면 신고도 안 넣음 ㅅㄱ

[파티] 천노을: 오타예요ㅎ호ㅗㅗ

[파티] 천노을: 길톡에 써서 보낼 테니까 하나씩 선점해가세요^^

노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열 명분의 신고 내용을 작성해 보냈다. 그리고 직접 패드립을 당한 노을은 본인의 신고 내용에 A4용지 두 면을 꽉 채울 만큼 많은 분량을 작성했다.

‘제목: 저희 부모님은 살아계십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눈물지을 정도로 그 내용은 절절했다.

[파티] 아슬렌: 작문 왕 썬셋님 저도 신고 넣엇서요

[파티] 설영: 저도옄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대단해… 서마 날려본 짬이 잇으니….

그 결과, 신고 당한 유저의 닉네임을 일주일 뒤의 정기 공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악의적인 비방 행위와 욕설’로 인해 한 달 동안 접속을 못 하게 되었다.

하지만 냥이냥나냥을 괴롭힌 놈들이 없어졌다 하더라도 그가 다시 초보자 마을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노을은 제 발로 그를 찾아가기로 마음먹고 레벨을 올려 1차 전직까지 마쳤다. 드디어 아쿠아리움의 달팽이 방에서 냥이냥나냥을 마주 쳤을 때 노을의 심경은 그야말로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았다.

너무 기쁜 나머지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보니 멀쩡히 갈 길을 가던 냥이냥나냥도 자리에 우뚝 섰다.

[전체] 냥이냥나냥: 님 저 아세요?ㅡㅡ

“……?”

그의 파티에 낀 것만 열 번을 넘어간다. 천노을님, 하고 닉네임도 몇 번이나 불러줬는데….

[전체] 냥이냥나냥: 누구시냐고요 왜 자꾸 따라옴?

그런데 그가 자신을 모른다고 말하니 충격이 컸다. 제 존재감이 그토록 없었다는 말이었다. 한참 냥이냥나냥을 망연하게 바라보던 노을은 큰 결심을 했다. 그에게 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기로 말이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기억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나았다.

대답 없는 노을에 냥이냥나냥은 그를 피해 버리기로 결심했는지 노을이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해버렸다.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마자 노을은 패션숍에 들어가 서버 마이크를 샀다.

[서버] 천노을: 귓말로 <냥이냥나냥>님 있는 곳 제보해주시면 사례해드려요

[귓속말] 돈까스가루털기: 인어의 숨결 3 ㄱㄱㄱㄱㄱ

[귓속말] 마도나: 님님 제보하면 몇 원 줘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누구세요 ㅅ1발;

[귓속말] 아슬렌: 혹시 제가 제보해도 주시나요?ㅎ

[귓속말] astonishing: 혹시 보이면 죽여도 되나요?

[귓속말] 천노을: 되겠음?

[귓속말] 스페이드퀸: 너 지금 뭐하냨ㅋㅋㅋㅋㅋㅋㅋ 현상금까지 걸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냥이냥나냥이 참다못해 현피 제안을 하기까지 꼬박 한 달, 노을은 뒤집힌 키보드로 냥이냥나냥을 아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쫓아다녔다.

*

[서버] 냥이냥나냥: 천노을 시/발새/끼야 이번에야말로 현피뜨자ㅋㅋㅋ 번호 까

서버 마이크로 그가 한 말을 본 순간 사고가 멎었다. 현피라 함은, 실제로 만나자는 거겠지? 노을은 꼭 청혼 받은 사람처럼 입가를 틀어막은 채 눈물을 글썽였다. 드디어.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노을은 어찌어찌 냥이냥나냥과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그날 밤, 너무 신난 탓에 한숨도 자지 못한 노을은 다음날 비몽사몽한 상태로 등교했다. 그날은 조퇴 권고만 세 번을 받았다.

약속한 금요일이 되었다. 노을은 평소보다 차림새에 신경을 쓰느라 아침부터 분주했다. 괜히 머리를 올려볼까 생각도 해보고 교복도 빳빳하게 다려 입었다. 준비를 마친 노을은 학교로 향했다.

냥님이 날 기억할까? 천사 같은 얼굴로 나한테 눈 깔라고 했던 거…. 아마 기억 못 하겠지?

노을은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약속한 시간까지는 한 시간이나 남아 있었지만, 그를 기다리는 시간은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근처를 지나가는 발걸음 소리에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비슷한 목소리가 들리면 귀를 쫑긋 세웠다. 딱 한 번 봤던 뒤통수와 비슷해 보이는 두상이 나타나면 괜히 그 사람을 흘깃거리기도 했다. 다 똑같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냥님을 떠올렸다.

막 전화를 끊고 주위를 둘러보니 냥이냥나냥이 있었다. 멈춰 있는 사람들 틈에서 그 혼자만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서자 그가 뻣뻣하게 고개를 들었다.

“냥님.”

“…….”

김경수. 파란 명찰에 그렇게 쓰여있다. 그는 근처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어쩜 교복도 너무 단정하고 잘 어울려…. 저를 똑바로 쳐다보는 까만 눈동자가 이리저리 떨렸다. 당황하며 뒷걸음질 치려는 그에게 노을은 다시 한번 물었다.

“냥냥?”

안녕하세요, 혹시 냥이냥나냥 님이세요? 그렇게 말하려던 게 지나친 긴장 탓에 너무 줄여버렸다. 그러자 그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왜 그러시는지 물으려던 제게 돌아온 것은 대답이 아닌 주먹이었다.

무방비하게 턱을 얻어맞은 노을은, 뒤도 안 돌아보고 멀어지는 냥이냥나냥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렇게 그는 냥이냥나냥은 실제로 닉네임을 부르면 매우 수줍어한다는 것을 학습했다.

그날부로 노을은 냥이냥나냥. 아니, 경수와 본격적으로 얽히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포세이돈에 들어간 날에는 조금 놀랐지만 금세 적응했다. 선율에서는 길마가 투길드를 뛴다며 신나서 탄핵 운동을 벌였다.

경수는 노을을 귀찮아하면서도 성격 탓인지 함부로 그를 내치지는 못했고, 노을은 경수의 그런 점을 이용했다.

또, 경수는 노을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승부욕이 강했다. 그런 그의 승부욕을 자극하면 금방 노을이 원하는 걸 얻어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뭔가가 부족했다. 가져도 다 가진 것 같지가 않았다.

이왕이면 경수 형도 날 좋아했으면 좋겠어.

그를 완벽하게 갖기 위해서는 지금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를 가까이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겼다.

*

취향 하고는. 천노을이 고른 영화는 더럽게 재미가 없었다. 놈답지 않게 굉장히 가족적이고 평화로운 영화를 고른다 싶더니, 역시나 엄청나게 지루하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조연 남자 배우의 눈동자 색이 노을과 닮았다는 것뿐이었다. 헤이즐넛 색의 눈동자가 화면에 크게 비칠 때마다 노을을 힐긋 쳐다보았다. 그러면 노을도 똑같이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되돌려주었다. 눈이 마주치면 뭘 보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노을은 시무룩해지기는커녕 입가를 씰룩거리며 아주 좋아했다. 그는 알다가도 모를 놈이었다.

배달 온 음식을 먹다, 영화를 보다, 노을의 말에 대답하는 것을 번갈아 하던 경수는 어느새 깜빡 졸고 말았다.

“깼어요?”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눈을 뜬 경수는 코앞에서 마주 누워있는 노을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녹아내릴 것처럼 달콤하게 미소 지었다.

“……너도 잤어?”

“감상하는데요?”

감상? 영화는 끝난 지 오래였다.

“뭐를?”

“두고두고 보려고 사진도 찍었어요. 엄청 잘 나왔는데, 볼래요?”

그렇게 말하며 노을이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 속에 가득 들어찬 것은 볼이 눌린 채로 자고 있는 제 모습이었다.

“저 이거 배경화면 해도 돼요?”

“…….”

저딴 걸 왜…? 경수는 떨떠름하게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천노을 저 자식을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사람이고 쟤는 천노을이니까. 그냥 내가 말을 말아야지.

경수는 고개를 들어 책상 위의 디지털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이 꽤나 많이 흘러있었다.

“어우, 깜빡 졸았네….”

“깜빡 존 게 아니라 완전 잤어요.”

“…….”

어쩐지 좀 개운하다 싶더니…. 해가 졌는지 창밖은 어두웠다. 주섬주섬 몸을 일으키자 노을이 아쉬운 듯 물었다.

“벌써 가시게요?”

“벌써라니, 열 시야. 근데 내 핸드폰 어딨지? 네가 숨겼어?”

“제가 뭐 하러….”

이불 속을 더듬어보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노을이 제 휴대폰을 내밀고 말했다.

“전화해봐요.”

“아, 그래.”

경수는 키패드에 제 번호를 입력했다. 번호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추천 수신인이 바뀌었는데, 다 입력하고 나니 저장된 이름이 이상했다.

‘ㅊㄴㅇㄲ’

“…….”

이름이 왜 이래. 요즘 들어 불리는 빈도가 줄어들어 하마터면 잊을 뻔했는데, 이걸 이렇게 상기시켜주다니…. 노을의 친절이 너무 고마워 주먹까지 쥐어졌다.

“노을아.”

“네?”

“너 너무 오래 살았지?”

“…잘못했어요. 근데 뭐가요?”

노을은 여전히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손가락으로 화면의 ‘ㅊㄴㅇㄲ’ 부분을 가리키자 놈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노을은 침대와 벽 사이에 떨어진 경수의 휴대폰을 주워서 경수에게 보여주었다.

“형도 저 비슷하게 저장해뒀잖아요.”

“…….”

‘ㅊㄴㅇ’

“그래도 이건 천노을이잖아! 내 이름은 씨발, 형체조차 안 남아 있는데 뭐가 비슷해? 당장 바꿔서 저장해.”

노을은 곤란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면 제 이름도 바꿔요. 노을하고 하트도 붙여주세요. 빈 하트 말고 꽉 찬 하트요!”

“쳐 돌았냐? 점 하나로 바꿔버릴 거야. 내놔.”

“점? 하…. 그럼 이거 못 줘요.”

노을은 이름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경수의 휴대폰을 뒤로 숨겼다. 한참 옥신각신하던 둘은 서로의 이름을 성 떼고 간결하게 저장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노을’이라고 쓰인 저장명을 보여주자 그제야 노을이 차분함을 되찾았다.

“형, 저 여기다 하트 붙이면….”

“나한테 보이면 처맞는다.”

“그러면 안 들키면 되겠다.”

안 들킨다고 하는 주제에 노을은 경수가 보는 앞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이름을 수정했다. 진이 다 빠진 경수는 그런 노을을 포기해버렸다. 하도 소리친 탓에 목도 얼얼했다.

“자게에 글 쓴다는 거 꼭 지켜라. 그러라고 살려두는 거니까 육하원칙에 맞게 작성해서 올려. 꼭.”

“네….”

노을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경수의 야구 배트를 챙겨 주었다.

“나 갈게. 나오지 마, 어지러울 텐데….”

“……형!”

우렁찬 소리에 어깨가 화들짝 떨렸다. 경수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씨, 깜짝이야.”

“우리 다음엔 언제 봐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어차피 저 내킬 때만 찾아오면서. 심드렁하게 대답한 경수에, 노을은 침을 꼴깍 삼키고 조심스레 물었다.

“설마 저 차단한다든가…. 다시는 안 만나겠다든가…. 그러진 않으실 거죠?”

“……?”

“그러지 마세요.”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처량한 눈빛이었다. 갑자기 놈이 왜 청승을 떠나 싶어서 어이가 없었다.

“뭐래. 네가 일 년이라며? 서약서인가 계약서 같은 것도 썼잖아. 기억 안 나?”

“아…?”

“멋대로 내용도 혼자 다 써놓고 이제 와서 기억 안 나는 척하네. 내년까지는 너 차단 안 해. 내가 먼저 피하면 지는 건데 그러겠어? 너 같은 놈한테 지게?”

1년 안에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겠다니, 너무 허무맹랑한 얘기다. 이미 제가 다 이긴 내기였다. 내년이 아니라 10년을 걸고 내기를 하더라도 장담할 수 있었다. 경수는 멍한 표정의 노을을 비웃어주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경수 형.”

“아, 왜 또-”

노을이 고개를 숙여 입꼬리에 짧게 입 맞췄다. 순식간이라 무슨 일이 벌어진 지도 몰랐다. 손에 힘이 풀려 야구 배트가 바닥에 텅 소리를 내며 굴러떨어졌다. 노을은 그를 다시 주워 경수의 손에 들려주며 문까지 열어주었다.

“좋은 꿈 꿔요.”

노을이 눈을 휘어 웃었다. 잘 가라는 것도 아니고, 좋은 꿈 꾸라니. 작별 인사치고는 너무 낯간지러운 것 아닌가.

“…그래, 너도.”

경수는 억지로 문을 닫았다. 왼쪽 입꼬리에 스치듯 내려앉았던 입술이 뜨거웠던 것 같았다. 그는 입가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저 새끼 감기까지 걸린 것 아니야…?

*

제목: 공성전 중에 스초하고 스킬 새로 찍는 거 본 사람 있어?

작성자: 해바라기C/나이트 스피어

내용: ※이시스전 관전하고 쓰는 글 주의

난 봤다.

썬셋이 하더라 그 미친 짓.

오브로 무기 갈아 낄 땐 뭐 하는 건가 했는데 큰 그림이었다니…^^

“그래도 나는… 버그는… 너무 치사하니까….”

“알지만 안 쓰려고 했는데ㅇㅅㅜ….”

“버그 쓰면 재미없단 말이에요…^^”

“ㅅㅂ 근데 자꾸 냥님이 내 앞에서 처맞잖아…. 열받게ㅋㅋ”

다 썬셋이 한 말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펜타 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콤보 킬이 뭐가 중요함… 그냥 다 땄어. 백 명 가까이 되는 실패망들 걔 혼자 다 죽였다고. 버블버블 중첩 스킬 버그 써서ㅋㅋㅋㅋ 버블버블을 누가 쓴다고; 초보자들도 안 찍고 넘어가는 스킬인데ㅋㅋㅋ 버그 하나 써보겠다고 지고 있을 때 무기 갈아 끼고 스킬 초기화하는 패기는 인정했다.

결과=이겼음;

아, 썬발 새끼 영업 글 아니니까 내 글에서 썬셋 찬양하면 뒈진다.

(24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알지만 안 쓰려고 했다는 거 보니까 몇 개 더 아는 것 같지?ㅋㅋㅋ

└법사 버그만 아는 건가? 위저드 전직해도 쓸 만했을 것 같은데 왜 문레기 골라잡았지?

└그건 썬셋피셜 문페어리가 예뻐서ㅋㅋㅋㅋㅋㅋㅋㅋ 걘 문페 잡아도 지가 쎄니까 괜찮았던 것 같음

└야 당연하지ㅋㅋ 비장의 무기로 남겨둔 듯

└비장의 무기라기보다는 진짜 버그 안 쓰려고 한 것 같은데? 그러니까 쳐 발릴 때도 끝까지 참다가 스초까지 하짘ㅋㅋㅋㅋ 솔직히 패망 길마가 먼저 버그 썼잖아. 그 상황에서 안 빡치면 그게 더 이상함. 나 썬셋 아냐;

-마지막 말은 안 덧붙여도 아무도 찬양 안 해ㅋㅋㅋㅋㅋ

-그 상황에 스초할 정신이 있다는 게 대단; 난 죽어도 썬셋처럼은 못 되겠다

└ㄹㄹ간지 오져ㅠㅠ

└간지? 너 당장 내 글에서 나가;

-썬셋 마지막 말에 ‘냥님’이 그 ㅊㄴㅇㄲ 냥? 발키리? 천노을은 어디 가고?

└아 그 냥임? 하긴 포세이돈이랑 연합했었지?

└천노을 접었다는데

└ㄴㄴ아냐 안 접음! 오늘 이시스전 직전에 천노을 전설 펫 떴어

└이상한 애들 필수 코스가 냥한테 치대는 거냐? 썬셋도 지독한 짝사랑 중인가 보네… 발키리 불쌍ㅜ

제목: 하늘은 뭐 하냐

작성자: 갓컨철수/거너

내용: 저놈 하나 안 데려가고… 이거야말로 신이 없다는 증거… 아이고… 하도 어이없어서 하루 종일 밥도 안 넘어가니까 반박 안 받음^^ 왜냐면 천노을 거너 학살 사건 때 나도 지나가다가 잡혀서 강제 프븦떴어^^,,,

사실 너무너무 쪽팔려서 자게에는 자세히 안 썼었거든ㅋㅋㅋㅠ 아직도 기억나… 꿈에도 몇 번 나옴ㅠㅠ

그날(거너 학살 날) 템 정리하려고 마을 지나가는데 어떤 놈이 PVP를 걸었음. 다짜고짜… 근데 그게ㅋㅋㅋㅋㅋㅋㅋㅋ 천노을ㅋㅋㅋ인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내가 걜 모를 리가 없지ㅋㅋㅋ 맨날 인기 글 뜨던 애인데 어케 모르겠음ㅋㅋㅋㅋ? 솔직히 승률 올려보려고 수락한 건 ㅇㅈ함.

그래도 당황스럽기는 하잖아? 초면인데 PVP 거는 게 정상은 아니지ㅋㅋㅋ 그래서 채팅창에다가 ‘??’ 쳤음. 근데 천노을이 뭐라 한 지 아냐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구세요’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구세요ㅋㅋㅋ

누구세요???

누구세요???????????

ㅅㅂ 그거 제가 칠 대사인데요ㅠㅜ????????

ㅎㅎㅎ 그 이후는 니들 아는 대로임. ㅇㅇ개 털렸어^^! 걔 때매 승률만 떨어지고 쪽팔려서 어디 다가 말도 못 하고ㅋㅋㅋ

천노을한테 져서 랭킹 떨어졌다고 자게에서도 거너들 놀림 전나 받았었는데 그때 나 놀린 놈들 다 나와ㅠㅠ 당장 사과해ㅠ 니들이라면 이길 수 있엇겠냐고ㅠㅠㅠㅠㅠ 차라리 그게 썬셋이었다니까 안심이다ㅋㅋ

P.S ) 불쌍한 거너 상향 좀… 공격 속도 느려서 못쓰갰다!

(42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자게 글 왜 다 이 꼴 났어요? 왜 다 화났죠ㅠㅠ? 왜 나만 모르는데ㅠㅠ 뭔데ㅠ

└천노을(ㅂㅅ)=썬셋(ㅅㅂ)

└지금 핫한 글 1위니까 보고 와ㅋㅋㅋㅋㅋ 작성자 썬셋 제목은 ‘짜잔 저의 부캐를 소개합니다^^’

└짜잔 이 지랄

-야 놀려서 미안하다;;;

└미안하다면 다냐?

└그럼 뭘 더 해줘야 하는데?

└한 번 더 말해줘

└미안하다 그때 놀려서ㅋ 화해하자

-썬셋 글에서 말하면 길 가다가 썰릴까 봐 말 아꼈는데ㅋㅋㅋ 브금 깔아 둔 거 ㅅㅂ 진짜 단단히 미친놈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 틀자마자 빰빠라바ㅏ라바라ㅏㅂ빠빠빰!!!!! 나와서 개 놀램;

└10새끼 제목부터 어그로 쩔었는데 본문은 더 가관이었내….

└BGM도 나오냐? 난 폰이라 몰랐음….

└PC 버전으로 켜면 폰으로도 브금 들을 수 있음. 다시 들어가서 봐ㅋㅋ 노래는 씨발 쓸데없이 ㅈㄴ 잘 고름ㅅㅂ

└그거 자세히 보면 배경 반짝이 효과 있음ㅋㅋㅋㅋ

└진짜네 전에 하던 좃망 가챠겜 4성 카드 나오는 것보다 효과 화려해;

└헐 저런 건 어떻게 넣냐?

└몰라 나는ㅋㅋㅋ html가지고 뭐 하던데 썬발놈한테 물어봐

-쩌어어어번에 천노을이 썬셋이라고 예상하던 애 있었는데 그거 링크 있는 게이 있냐 로또 번호 빌러 가야 함

└www.illusions2.net/board_1871229

└ㄱㅅ!!

제목: 야 내가 대박인 거 하나 찾아냈는데 천노을이 썬셋인것 같음;;;

작성자: 사루/암흑기사

내용: 개소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제발 한 번만 봐줘ㅠ 길드원들 아무도 안 믿어서 자게로 옴… 일단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친구랑 썬발 새끼 까다가 ‘썬셋이 그대로 게임을 접었을 것 같냐 분명 다른 계정 파서 게임하고 있다’까지 나왔거든? 근데 저번에 자게에 포세이돈이 올린 동영상 있잖아. 그걸 내가 우연히 봤어….

(동영상)

이거랑 비교해보셈ㅇㅇ 예전에 썬셋 플레이 영상 퍼 온 건데 움직임이 비슷하지 아늠?? 좌우 점프+마비 먹이고 백덤블링으로 뒤로 넘어가서 쑤시는 거….

내내 발컨이던 애가 갑자기 왜 잘해졌지…? 했는데 생각해보면 예전까지 천노을이 스킬 쓰거나 피하는 걸 본 적이 없잖아. 피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았는데 이제 와보니까 왜 그랬는지 대충 알 것 같음. 어차피 썬셋으로 복귀하면 되는데 굳이 새캐를 왜 키우겠음 ㅇㅈ?

시기상으로도 생각해봐 썬셋으로 정지 먹고 바로 천노을 계정 생성됐잖아;;; 퍼즐이 딱딱 맞춰지니까 소름 돋아서 어제 잠도 못 잠

아무튼 이건 내 예상인 거고, 그냥 천노을이 갑자기 잘하네? 아 그래 썬셋 영상 보고 배웠구나… 싶어서 걍 넘길 수도 있었음. 근데 이거 봐봐

(사진)

(사진)

ㅋㅋㅋㅋ빼박이지???;;;

+

봐 시1발 내 말이 맞잖아!!!!!!!!!!!!!!!!!!!!!!!

(184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성지순례 왔습니다

-이걸 어케 알았냐… 돗자리 까셈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__)

-이번 주 로또 되게 해주세요….

-선생님 성지순례 왔습니다 우리 라떼 저랑 오래오래 같이 살게 해주세요

-남들 말고 저만 잘 되게 해 주세요 저만요!

제목: 이 상황에서 제일 존경스러운 사람

작성자: 해리미온느/위저드

내용: 냥이냥나냥

(88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솔직히 최대 피해자가 냥어쩌고짘ㅋㅋㅋㅋㅋㅋ 겜 접는 건 아닌가 싶음

└헐 걔 접으면 썬셋 또 학살하고 다니는 거 아님?ㄷㄷ 걔 돌아오고 나서 냥이랑 자주 다니던 거 솔직히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었잖아ㅋㅋㅋㅋ 냥 어쩌고가 제대로 목줄 채웠다고 보는데 이제 와서 그 목줄 쥔 놈이 사라져 봨ㅋㅋㅋㅋ 더 날뛸 각임;;;

└좆됐다…….

└모금 운동이라도 해볼까? 접지 말라고ㅠㅠ

-걔 그동안 썬셋 둘한테 시달렸다고 생각하니까 웃음밖에 안 나옴ㅋㅋㅋㅋㅋㅋ 멘탈 괜찮냐? 진짜로 접는 거 아님?ㅋㅋㅋㅋㅋㅋㅋ

-냥 어쩌고는 등판 안 하냐? 걔 심정 좀 들어보자

-ㅊㄴㅇ 렙 100도 안 넘는 게 현상금 놀이한다고 돈 오지게 뿌려 댈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음…; 걍 돈 많은 ㅂㅅ인 줄 알았는데 돈 많은 썬발이었음ㅋㅋㅋ 아 너무 충격이다ㅠㅠ

└걔 어제 전설 펫 하나 더 나옴ㅋ

└배 아파 ㅅㅂ

-나 내일 시험인데 자게에 갇힘ㅋㅋㅋㅋㅋㅋㅋㅋㅠ

└나돜ㅋㅋㅋㅋㅋㅋㅋ 난 포기했어

└나도 걍 내일 학교 가면서 봐야겠다^^!ㅋㅋㅋㅋㅋ

-냥의 매력이 뭐임? 썬셋픽인거 말고

└몰라 착하긴 하던데

└부처가 환생했단 말 있음

└나 뉴비일 때 그분이 퀘 다 깨줬었어ㅠㅜ

└야 썬셋 픽인 건 매력이 아니지 저주임

-ㅋㅋ나였으면 자살함

└야 자살하면 다른 사람한테 옮겨가; 그럼 그 사람은 무슨 봉변이야;

└아 맞네 냥님 무병장수하세요! 썬셋 님은 유병장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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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gwihwanhaessneunde ibdae jeonnal-ida I returned, but it was the day before enlistment.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
Score 3.3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Kim Minjun, who was a normal high school senior in South Korea, was suddenly summoned to another world and became a dark magician.

Minjun, who persevered through all sorts of hardships with the single-minded goal of returning home, saved this other world with his dark magic.

Casting aside a life as a hero and guaranteed riches, he returned to Earth.

Just when he was about to fully enjoy his life, a problem arose. A dungeon break occurred, and monsters began pouring out. Not only did this threaten the peaceful Earth life that Minjun had just returned to… But on his very first day back, he was also ordered to enlist in the mili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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