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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

7화.

현주 누나는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금융자산의 대표가 주식과 채권이라면, 실물자산의 대표는 석유와 금이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며 수요가 감소했고, 가격 역시 하락했다.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이 바로 미국의 셰일가스 및 셰일오일 개발이었다.

셰일암석 안에 가스와 오일이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다만 비용과 기술적 문제로 그동안 시추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 넘는 고유가가 지속되고, 신기술이 개발되며 드디어 시추가 가능해졌다.

미국업체들은 앞다투어 셰일암석을 깨고 그 안에 있는 가스와 오일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가히 셰일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계 3대 원유가 뭔지 알아?”

세계경제 과목 수강할 때 들어서 알고 있다.

“북해산 브랜트유, 중동 두바이유, 서부 텍사스유잖아요.”

참고로 우리나라는 이중에서 주로 중동 두바이유를 수입한다. 

현주 누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걸 보면 알겠지만, 미국은 원래 산유국이야. 다만 그 양이 자국 내 수요에도 턱없이 못 미칠 정도라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수입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지. 그런데 셰일혁명으로 인해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지.”

미국이 생산하는 셰일가스와 오일의 양은 세계최대 석유 수입국인 미국을 석유 수출국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였다. 

당연히 산유국들은 난리가 났다.

석유는 수요가 비탄력적이다. 가격이 오른다고 소비가 확 주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떨어진다고 소비가 확 느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그동안 공급자 중심의 가격형성이 이루어졌다.

OPEC은 사실상 국제적으로 공인된 카르텔이나 다름없었다. 이들이 담합을 할 때마다 유가는 요동을 쳤고, 이는 1차 오일쇼크와 2차 오일쇼크로 이어졌다.

그런데 그 카르텔 밖에서 미국이 새로운 공급자로 등장한 것이다.

한때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거라는 장밋빛 전망은 사라졌고, 유가는 끝없이 하락했다.

수요는 어차피 고정적이다.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는 공급을 줄여야 했다. OPEC 회원국들은 부랴부랴 감산을 위해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결과는 늘 실패였다.

“산유국들의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거든.”

셰일오일의 가장 큰 단점은 원가가 비싸다는 것이다.

생산비용만 해도 배럴당 45달러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에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절반 이상의 업체가 파산하게 될 거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베네수엘라 같이 아사 직전의 나라들은 유가가 더 하락하면 파산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감산에 적극 찬성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들이야 벌어놓은 돈이 많으니, 당분간은 감산 없이 버텨보자는 입장이지. 저유가가 계속되면 어려운 것은 셰일업체들도 마찬가지니까.”

“이번 회의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보나마나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거야. 현재 간신히 배럴당 60달러 선을 지키고 있는데, 이번에도 불발되면 50달러 이하까지 하락할 거야. 큰손들도 전부 그쪽에 배팅을 하는지 이번 주에만 벌써 WTI(서부 텍사스유) 가격이 8퍼센트 넘게 하락했어.”

유가가 지나치게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현 상황에서 유가하락은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

“만약 합의가 이뤄지면요?”

“유가가 폭등하고, 시장도 환호하겠지만······ 가능성은 극히 낮지.”

“그래도 이번에는 합의가 될 거예요.”

내 말에 현주 누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날 보았다.

“왜 그렇게 생각해?”

나도 모르게 말이 헛나왔다.

난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 그냥 그렇게 되면 좋을 것 같아서요.”

현주 누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좋겠지만, 희망과 예측은 다른 법이지.”

얘기가 끝날 때쯤 또 다시 현주 누나의 폰이 울렸다.

우웅!

문자를 확인한 현주 누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 끝났다네. 일 때문에 이만 일어나야겠다. 다음에 또 보자. 진후 네가 얘 좀 잘 챙겨줘.”

“예. 걱정 마세요.”

택규는 툴툴거렸다.

“내가 진후를 챙기는 거야. 누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 * *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차에 올라탔다.

택규가 운전하는 사이 난 아까 본 것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OPEC 감산합의는 과연 뭘 의미하는 걸까?

“······.”

당연히 OPEC이 감산에 합의한다는 걸 의미하겠지?

만약 합의가 이뤄지면 유가는 폭등할 것이다. 굳이 현주 누나의 말이 아니더라도 당연한 상식이다.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럼 미리 원유를 사놓으면?

만약 이게 정말 예지력이고 내가 본 게 맞다면, 미리 원유를 매입하는 것만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오! 나 지금 엄청 괜찮은 생각을 한 것 같은데.

난 침착하게 생각해보았다.

박격포 폭발도 맞추고, 마운틴힐 파산도 맞췄다. 귀납법에 따르면 이번 오펙 감산합의도 맞을 것이다.(귀납법의 맹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자)

문제는 투자금이다.

전세 구하고 1억 원을 어머니께 드렸으니, 현재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통장에 남은 2억7500만 원과 택규 계좌에 있는 7억4천만 원이다.

이걸 전부 투자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는데, 택규가 물었다.

“너 혹시 아까 누나랑 얘기할 때 뭔가 본 거 아니야?”

“응?”

“본 거 맞지? 뭔데? 뭐 봤는데?”

“······.”

자식이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다. 

잠깐. 그러고 보니 나한테는 고작 10억 정도밖에(?) 없지만, 얘는 나보다 10배 이상 많잖아.

난 택규를 보며 물었다.

“너 혹시 원유 살 생각 없냐?”

택규는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이었다.

“원유? 기름을 사라고? 지금 휘발유 만땅인데.”

“아니, 주유를 하라는 게 아니라······.”

난 내가 본 것과 방금 떠오른 생각을 설명해주었다. 

내 얘기를 들은 택규는 깜짝 놀랐다.

“오펙 감산합의를 예지했고, 감산합의가 되면 원유가 오를 테니까 미리 사두자는 거지?”

“바로 그거야.”

다행히 쉽게 이해했다.

“그런데 원유를 사다가 어따 놔? 집에 드럼통을 쌓아놔?”

“······.”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구나.

* * *

역삼동에 있는 택규의 자취방에 도착했다.

택규는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책상 위에 있는 그릇들을 한쪽으로 치우고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창을 열고 바로 WTI를 검색해보았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자국 내 수요도 감당하기 힘들다.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국외로 반출되는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발달한 미국의 특성상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가격지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현주 누나의 말대로 WTI는 배럴당 60달러 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었다. 정확히는 60.48달러였다.

“떨어지긴 엄청 떨어졌네.”

원유는 단지 자동차에 기름 넣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된다. 때문에 유가 상승은 생산자물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아버지가 공장을 운영할 때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유가 때문에 힘들어하셨다. 그런데 몇 년 만에 이 정도로 바닥을 치다니.

셰일오일이라는 게 정말 엄청나구나.

택규는 골든게이트 계좌에 접속했다. 나한테 5억을 보내주고도 잔고가 11,932,000달러가 남아 있다. 이중 673,000달러 정도가 내 몫.

“WTI? 그걸 어디서 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택규는 뭔가 신난 것 같은 모습이다.

“얼마나 살 생각이야?”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절반 정도만 배팅해 볼까?

“30만 달러.”

“그럼 내 것도 같이 사자.”

“넌 얼마나 사게?”

“적당히 1000만.”

“원?”

“아니, 달러.”

난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그게 어딜 봐서 적당히냐? 정신 나갔냐?”

“그럼 500만 달러?”

갑자기 돈이 생겨서 주체가 안 되나?

“이게 확실한 게 아니야, 임마.”

“예지했다며? 그럼 잘 되겠지.”

“그러다가 안 되면?”

“오케이. 300만 달러. 그 이하로는 양보 못해.”

“······알아서 해.”

시장은 감산회의 실패를 예측하고 있었다.

그 예측이 선반영 되어 유가는 떨어질 만큼 떨어진 상태다. 설사 감산에 실패하더라도 추가하락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만약 틀리면, 좀 손해보고 팔면 되겠지.

* * *

나는 택규 계좌로 들어가 WTI를 매수했다.

말이 좋아 330만 달러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거액이다. 난 떨리는 손으로 매수버튼을 클릭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돼?”

“오펙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려야지.”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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