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80

80화 악마대공 라크샤르(1)

[‘위대한 라크샤르의 석상’이 파괴되었습니다.]

파괴된 석상 1/3

첫 번째 석상이 파괴되었다. 그것은 모든 헌터들에게 전해졌고.

“다른 섬에서 석상을 파괴한 모양이야, 누나.”

“으음…….”

하리가 있는 섬에 발견된 석상은 외진 곳에 수풀이 자라있을 정도로 방치된 곳에 발견됐다.

저항하는 크랩 몬스터들이 있었지만, 매버릭 길드의 무력 앞에서는 추풍낙엽이나 마찬가지였고.

“슬슬 파괴하지. 이제 하나만 더 파괴하면 되겠어.”

매버릭 길드원들의 의견은 너무나 지당하다. 본래 게이트를 클로징하기 위해선 게이트의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게 당연했으니까.

하지만 이미 게이트의 이중성을 몇 번이나 목도한 만신전 길드원들은 이번에도 뭔가 다르지 않을까 의심할 뿐이다.

“누나, 역시 파괴해야겠지?”

수호는 조심스럽게 하리에게 의견을 구했다. 레온이나 야피가 없는 지금은 하리가 가장 큰 결정권자인 탓이다.

“누나?”

하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수호는 말이 없는 하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하리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는 걸 발견했다.

“누나,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아 보여.”

“아…, 안 돼.”

하리는 어째서 주변의 이들이 태평한지 알 수 없었다. 분명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을진대 어째서 눈치채지 못한단 말인가?

저 석상이 억누르고 있는 끔찍한 기운을.

“이, 이건 파괴하면 안 돼요. 파괴하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거예요!”

“누나?”

“한하리 양?”

하리의 격한 반응에 매버릭 길드원들은 물론 만신전 길드원들도 의아한 반응을 했다.

그들은 알지 못한다. 느끼지 못한다. 석상이 억누르고 있는 기운을.

“제, 제가요! 진짜 이상한 말 하고 있는 거 알거든요? 근데 이건 안 돼요. 진짜 안 돼요! 이, 이 안에… 뭔가 있어요!”

그녀도 이것이 무엇인지, 왜 자신만 느낄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포마신의 신녀가 되면서 자신에게 무언가 변한 것이 아닐까 싶을 뿐.

“뭐가 있다니, 누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뭔가, 뭔가 있어! 뭔가를 억누르고 있어! 지지진짜 안 돼. 이거 건들면 안 돼! 포마님 뭐라고 한 말씀 해주세요!”

하리는 자신만으로는 설득하지 못할 것 같아 신의 위세라도 빌리려 했다. 자신이 느낀 만큼, 신 또한 이를 느꼈을 테니까.

[…….]

“포마님?”

하지만 포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리는 제 어깨 위에서 꼼짝앉는 포마를 흔들어보았지만, 그는 무언가 정지된 것처럼 꽉 막혀 움직이질 못했다.

“으으…….”

하리는 석상 앞에 섰다. 마치 모두에게서 석상을 보호하려는 것처럼.

“하리 양? 뭐하는 거지?”

매버릭 길드원들의 표정이 굳었다. 아무리 봐도 하리의 반응이 정상이 아닌 탓이다.

“이거… 건들면 안 돼요. 누구도. 절대…!”

결사의 의지를 표명하는 하리에 알렌은 곤란해졌다. 그는 미국에서 파견된 헌터다.

미 정부가 태평양 안보를 우려해 그에게 의뢰한 것은 단 하나. 하루라도 빨리 동해 게이트를 클로징하고 안보 위협을 제거하는 것.

그를 위해선 퀘스트가 클리어되어야 하고, 하리의 행위는 그것을 방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치워버리고 행동을 강제하기에는 하리의 신분이 미묘하다.

그녀는 만신전의 길드원이 아니다. 한국 헌터협회 직원이다.

즉, 공무원이란 소리였고, 외국 헌터로서 타국의 공무원에게 위해를 가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리 양, 이건 좀 경우가 아니지 않나? 이거 업무 방해야.”

여차피 명분은 이쪽에 있다. 알렌은 차근차근 하리를 설득하기로 했다. 외국에 파견되는 공략대나 군인들에게는 그 나름의 룰이 있는 탓이다.

“아, 아는데요. 제가 진짜 이상한 거 아는데요!”

하리는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으로 물러서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서는 구대성.

“만신전 길드원 구대성이라 합니다. 실은 한 대리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구씨 아저씨?”

만신전 생도들은 손을 들고 나선 구대성을 보며 의아한 눈을 했다. 하지만 그는 다소 뻔뻔스럽게 토로하기 시작한다.

“실은 한 대리님에게는 예지 관련한 고유스킬이 있습니다. 완전한 예지라기보단 직감에 가까운데, 이게 꽤 잘 맞습니다.”

“……!”

그 말에 하리가 눈을 희번득하게 뜨며 구대성을 바라봤다.

‘헌터님? 저 그런 능력 없는데요?!’

‘……눈치 챙기십쇼.’

‘아!’

알렌이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한하리 양, 사실입니까?”

기회다. 순간이지만 망설였다. 하리는 구대성의 애드리브에 호응했다.

“정말이에요! 이게 꽤 랭크가 높은 고유스킬이거든요! 정확한 건 아닌데, 뭔가 직감? 미래예지? 그런 느낌이에요! 이거 덕분에 몇 번이나 살아 남았다구요!”

예지 스킬이 언급되자 매버릭 길드원들도 조심스러워졌다.

실제로 예지 관련한 스킬을 가진 헌터들이 간혹 있었던 탓이다.

그들은 크나큰 재앙을 막기도 했고,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

당장 전 세계 각지의 예전스킬 보유자들이 ‘방랑의 마검’ 출현루트를 예지해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구한 시민의 목숨만 억이 넘어갈 것이다.

“한국에 예지 능력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누, 누나는 작년에 고유스킬을 획득했거든요!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아카데미 선배였어요!”

“맞아요. 하리 선배, 예언 스킬 얻은 건 우리 아카데미에서 꽤 유명했어요!”

“다른 길드에서 스카웃하려고 엄청 난리였다니까요.”

하리와 구대성의 애드리브를 눈치챈 만신전 생도들이 이에 호응했다.

만신전 길드원들이 하나하나 호응하자 알렌도 무작정 석상을 파괴하자 할 수 없었다.

그는 경우를 아는 헌터였고, 신사적인 사람이다.

“좋아, 하지만 오래 끌지는 못해. 웨이브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강해지고, 막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까.”

기다려주겠다. 그것이 알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타협이었다.

그렇게 기묘한 대치가 시작되고──

“뭐야? 왜 아직도 석상을 파괴하지 않는 거야?”

석상을 파괴한 미니트맨과 매버릭 길드원들이 도착하고 말았다.

* * * *

‘기묘한 상황이군요.’

[칫, 성가시게 됐닷.]

레이날드는 두 번째 섬에 도착해 석상을 두고 대치 중인 만신전 길드원들을 응시했다.

상황은 들어 알았다. 한하리라는 길드원이 고유스킬을 이유로 들어 석상 파괴를 가로막았고, 그것이 일리가 있다 판단한 알렌이 파괴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고유스킬인가. 애매한 상황이군.”

알렌과 동일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미니트맨도 고유스킬이 언급되자 신중해진 표정이다.

[시스템을 너무 잘 따르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닷!]

현대 인류는 시스템과 각성자들을 맹신했다. 시스템창이 누가 만든 지도 모른 채, 그저 인류의 구원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시스템은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누가 시스템을 주었고 그 의도를 의심하는 자는 있어도 주류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하리가 예지스킬을 언급하자 다들 신중해진 것. 지혜의 보옥은 이를 타파할 수단을 마련해야 했다.

[서둘러야 한닷. 그분이 놈을 묶어둘 수 있는 것도 영원한 건 아니닛!]

‘고유스킬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니 그것을 파훼해야겠지요.’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하닷.]

미국을 대표하는 대마법사와 마법의 탐구자인 지혜의 악마가 있다. 하리가 임기응변으로 내놓은 거짓을 파훼하는 건 간단한 일이다.

“한하리양.”

“네, 네넷… 마탑주님.”

“고유스킬 감정 좀 해도 되겠습니까?”

“옛?”

[시스템은 결국 정보의 집합체. 그것을 파악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짓!]

지혜의 보옥은 그 자리에서 사소한 아이템들로 스킬 감정서를 만들어냈다. 쉘먼조차 놀라울 정도의 기예였다.

“스, 스킬 감정이요?”

“네, 별건 아닙니다. 스킬을 파악하고 어떻게 결론이 도출됐는지 파악하자는 거지요. ‘거짓’이라도 말하지 않는 이상 거부하지 않으실 거죠?”

“아…….”

레이날드의 웃는 낯, 그리고 일정이 지체되어 짜증이 가득한 매버릭 길드원들. 하리는 레이날드의 감정을 거부할 수 없었다.

당연히──

“이런 망할! 우릴 속였어!”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겁니까, 하리 양…….”

거짓은 금방 들통 났다. 처음부터 직감 같은 스킬은 없었기에.

[‘위대한 라크샤르의 석상’이 파괴되었습니다.]

파괴된 석상 2/3

* * * *

-쿠르르르릉!

라크샤르의 주변. 커다란 석상의 빛이 꺼져버렸다. 다시 말해 섬의 석상이 부서졌음을 의미한다.

“…….”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라크샤르를 응시하는 레온. 심해 속, 거악이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는 듯했다.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거악이 마치 바닷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듯했다.

[내 승리다, 라이온하트.]

“아직 하나 남았다.”

[제 부하들을 과신하는구나, 라이온하트. 이제 겨우 하나 남은 것이다. 나는 이제 이 지긋지긋한 감옥에서 벗어날 것이고 그건 바로 지금이다.]

그를 억누르던 마지막 봉인이 빛을 발하더니 거대한 쇠사슬로 라크샤르의 촉수들을 붙잡는다.

라크샤르가 쇠사슬에서 벗어나려 거대한 몸을 움직였다. 그것만으로 문명의 흔적이 산산이 파괴되며 대륙을 진동시킨다.

끝내 마지막 쇠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라크샤르가 집게발을 들었다.

-콰득

라크샤르는 제 촉수를 잘라내 쇠사슬에서 벗어났다. 스스로 제 발을 잘라냈음에도 라크샤르는 미동도 하지 않고 빛을 향해 솟구치려 들었다.

-기이이이이이잉!

그때였다. 라크샤르의 주변. 라크샤르를 봉인한 도시가, 기능이 정지된 것 같았던 ’81개’의 석상들이 거대한 열선을 라크샤르에게 일제히 뿜어냈다.

하나하나가 대마법에 필적하는… 분자 단위로 소각해 태워버릴 결전병기들. 그것들의 무잡한 공격에도 라크샤르는 태연히 입가를 비튼다.

집게발이 휘둘러졌다.

꼬리가 석상을 후려친다.

남은 촉수다리들이 휘감고 던지고 부수었다.

도시 그 자체가 적인 상황에서조차 랴크샤르의 발목을 붙잡지 못했다.

끝내 마지막 요격수단도 라크샤르를 저지하지 못하자 라크샤르는 바닥을 짚고 수면 위를 향해 솟구쳤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

라크샤르의 거구가 솟구친다. 그 무엇도 그를 막아설 수 없었다.

거대한 심해어들은 스치는 것만으로 내장을 드러내며 죽었고, 도망칠 생각도 못하는 물고기들이 집단으로 폐사했다.

그가 끝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 시스템이 그를 인지한다.

[혼돈의 악마대공 라크샤르가 깨어났습니다.]

[그의 존재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짓누릅니다.]

【 혼돈의 오라 】

◆효과

: 쇠약, 혼돈, 섬뜩함, 혼란, 파상풍, 절규, 공포, 혼란, 절망, 육체부패, 정신오염, 영혼침식────

【 전설의 대악마 】

◆효과

: 인지할 수 없습니다.

【 악마대공 라크샤르 】

◆효과

: 인지할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메시지창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트레잇들. 악마대공 라크샤르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만으로 이 게이트의 살아있는 모든 것이 그 영향을 받는다.

위대한 라크샤르.

혼돈의 악마대공 라크샤르.

그가 수백 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와 처음으로 선언한다.

[나는 라크샤르다…!]

라크샤르의 포효가 온 바다에 울려 퍼졌다. 심해어들이 두려움에 벌벌 떨며 물고기들이 질식한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가 그 포효를 두려워했다.

솟구친 육신이 두드리는 바다가 해일을 일으키고, 충격파가 구름까지 치솟았다.

-나는 너희들의 규범을 일그러뜨릴 혼돈이며!

-너희들의 맥동하는 심장을 멈출 절망이며!

-부르짖는 희망을 뭉개버릴 절규로다.

굴종하라.

저항할 수 없는 거악에 무릎 꿇으라!!

세상이 이를 들었다.

누구도 이 거악에 맞설 생각도 하지 못했다.

“…….”

레온은 거대한 몸을 이끌며 떠나가는 라크샤르를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아직이다.”

그의 마지막 수. 그것을 위해선 전제되는 조건이 있다.

“한하리. 이 어리석은 애송아. 네 녀석에게 걸어보마.”

힘을 축적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