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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0

빌어먹을 아이돌 80화

-아름다운 해변을 연상시키는 악기 소리와 야자수를 흔드는 미풍 같은 멜로디.

트로피컬 하우스를 묘사할 때 흔히 쓰는 문장.

세달백일의 <세달백일>도 트로피컬 하우스였다.

하지만 방청객들은 이국적인 해변의 평화로운 풍경을 떠올리지 못했다.

대신, 다른 모습이 떠오른다.

한쪽에 널브러져 있는 최재성과 멍하니 멤버들을 관찰하고 있는 구태환.

맥북으로 뭔가를 찍어 내고 있는 한시온과 그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온새미로.

마실 걸 들고 오는 이이온까지.

정말 신기하게도, VCR에서 보여 줬던 세달백일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구태환의 노래가 이어질수록, 그를 둘러싼 빛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구태환의 빛이 마침내 옆에 서 있던 최재성의 빛과 닿았다.

물방울 두 개가 부딪치는 것 같은 효과와 함께 두 개의 빛이 하나로 합쳐진다.

무대 위가 조금 더 밝아지고, 마림바 사운드가 더 선명해지는 순간.

최재성이 노래를 시작했다.

달콤한 맛이

코끝에 맴돌아

최재성은 트로피컬 하우스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를 정확히 보여 주었다.

한시온이 만들어 놓은 백사장 위를 맨발로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느낌.

구태환이 형성한 도입부의 바이브를 그대로 받아서 전달한다.

사실 한시온은 늘 최재성의 재능에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건 그가 2억 장을 팔아야 하는 회귀자이기 때문일 뿐이다.

팀에는 최재성 같은 이들도 필요하다.

공격수 11명으로 구성된 축구팀은 없듯이, 모두가 주인공인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균형을 잡아 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그게 세달백일에서는 최재성이었다.

물론 최재성이 이런 역할에 불만을 느낄 가능성도 존재했다.

조금 더 화려한 자리를 탐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무대에서는 아니었다.

한시온, 그리고 온새미로.

자신의 뒤에 나올 형들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들인지를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네가 말한 것 같이

This moment, not forever

무대의 빛이 한층 밝아진다.

가벼운 움직임만 가져가던 세달백일이 본격적인 움직임을 밟자, 환호성이 터졌다.

셔플을 베이스로 하는 군무지만, 과한 느낌은 아니다.

살랑거리며 장난을 치는 느낌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각과 타이밍이 딱딱 떨어지는 게 보는 재미를 만들어 냈고.

이 시간의 끝에

인사를 보내

두 손 한가득

안부를 전해

그 뒤를 한시온과 온새미로가 번갈아 가며 노래를 전개한다.

겹겹이 쌓이는 두 사람의 보컬이 듣기 좋은 합성음을 이루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그에 맞춰 디스토션이 걸린 일렉 기타가 섞여 들어온다.

보통의 디스토션이 클린하지 않은 느낌을 낸다면, <세달백일>에서는 엉망진창의 느낌에 가까웠다.

10년 뒤의 삶을 살아가던 어른들이 다시 엉망진창의 소년으로 돌아간 느낌.

온새미로가 옥타브를 단번에 올린 고음을 쏘아 낸다.

안녕-!

소리가 글자로

적혔던 이야기

그걸 최재성이 받고.

안녕-!

웃음이 남아

찍혔던 사진이

구태환이 도입부와 똑같은 멜로디로 치고 들어온다.

Oooh~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그들이 10년 뒤에 <세달백일>이라는 팀을 회상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기쁠까, 아쉬울까, 그리울까.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고.

꽤 좋았다고.

이런 감정이 너무 촌스럽지 않게,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세련되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이들 중 일부는 공연을 즐기는 와중에도 의아함을 가졌다.

‘이이온이 없잖아?’

이이온의 파트가 없다.

라이브 효과음을 만들어 내는 것을 제외하면 노래를 부르는 구간이 없었다.

물론 노래의 시작을 이이온의 무반주로 알렸지만, 그건 노래보다는 연기에 가까웠다.

앞으로 나올 후렴이 한시온의 파트라고 치면 이이온은 어떻게 된 거지?

그 순간, 이이온이 마이크를 잡았다.

*  *  *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이온은 본인이 잘생겼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보수적인 교육자 집안의 장남이었고, 남중-남고를 나왔지만…….

이이온의 외모에는 파괴력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낳아 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있었고.

하지만 소속사에 들어가자, 그게 싫어지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너, 얼굴만 믿고 대충 하는 거니?”

억울했다.

배운 적이 없으니까 당연히 못하는 것일 뿐인데, 왜 대충 하는 게 되는 걸까?

그래서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그렇게 노력을 하니 압도적이진 못하더라도, 꽤 괜찮은 실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세상에. 너 노래도 잘하네?”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점은 늘 외모였다.

당황스러운 건,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친한 이들은 ‘그럼 나랑 바꾸든지’라고 할 것이고, 친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재수 없는 소리일 거다.

그래서 커밍업 넥스트에 출연했을 때, 좀 당황스러웠다.

아무도 자신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으니까.

“커밍업 넥스트. 직역하자면 ‘다음 순서는’ 정도 되겠죠?”

“현재까지 가장 기대되는 다음 순서는 한시온 씨일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한시온.

음악의 신이 실수로 만든 것 같은 사람.

노래 실력만 봐도 스무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데, 노래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다.

춤이면 춤, 랩이면 랩, 작곡이면 작곡.

모든 게 가능했다.

그런 한시온은 내심 자신의 노래 실력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태도로는 티가 나지 않았지만, 정황상 그랬다.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형의 음색은 주인공이 되어야만 하는 음색이에요.”

“다른 사람들이랑 안 어울리거든요.”

한시온은 멤버들의 외적인 부분에 관심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바뀌었지만, 처음에는 심할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자신을 평가할 때도 플러스를 붙여 주는 일이 없고, 오히려 마이너스를 감안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정말 낯설었다.

그러니까…….

‘내가 짐덩이인가?’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다른 멤버들이 성장하면 할수록 더더욱.

하지만 그렇다고 이이온이 절망한 것은 아니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꼈다.

지금까지도 오롯이 나로써 평가를 받고 싶었으니까.

그 평가가 박하다고 해서 투덜거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박하게 두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한시온에게 부탁했다.

“그럼 딱 두 마디라면?”

“……가능성은 높아지겠죠. 하지만, 형. 그러면 형은 마지막 무대에서 단독 파트가 10초도 안 되는 거예요.”

“그래도 하고 싶어.”

확인해 볼 시간이었다.

세달백일의 마지막을 장식할 무대에 이이온이 짐으로 기억될지.

아니면…….

같이 더 음악을 했으면 좋았을 사람으로 기억될지.

*  *  *

프리훅(Pre-Hook).

브릿지(Bridge).

프리코러스(Pre-Chorus).

작곡가의 입맛에 맞게 혼용되어 사용하는 단어지만, 의미는 동일하다.

벌스와 후렴 사이 구간.

보통은 벌스와 후렴의 사운드나 감정선의 갭이 심할 때 삽입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이이온에게 맡긴 부분은 그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프리훅이다.

이 프리훅이 없으면, 후렴이 성사될 수 없으니까.

최재성의 파트 뒤로, 구태환이 도입부와 똑같은 멜로디를 집어넣는다.

Oooh~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이건 암시다.

10년 전의 과거에 몰입해 있었던 세달백일 멤버들이 다시 10년 후의 시점으로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10년 후의 우리가 가장 그리워할 건 무엇일까?

만남? 우정? 사건?

전부 아니다.

답은 무대다.

<서울 타운 펑크>, <갈림길>, <세달백일>.

정말 10년 뒤로 간다면 우린 그걸 회상할 거다.

세달백일 완전체로 선보였던 세 번의 무대 말이다.

그러니 이이온이 해야 하는 2마디의 역할은 간단했다.

기타를 쳐야 한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

난 기타로 <캐논 변주곡>위에 <애국가> 멜로디를 얹을 수 있다.

물론 두 곡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치면 안 된다.

화음이 맞도록 멜로디를 손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누가 들어도 <캐논 변주곡> 위에 <애국가>가 올라갔음을 알게 만들 수 있다.

이이온이 해야 하는 일도 똑같다.

지금 흘러나오는 트로피컬 하우스 <세달백일> 위에 <서울 타운 펑크>와 <갈림길>을 연주해야 한다.

단, 기타가 아닌, 목소리로.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딱 두 마디다.

이이온이 실패한다면 프리훅뿐만 아니라 이어질 후렴까지 망해 버릴 거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굉장한 일이 벌어질 거다.

난 이이온을 믿지 않는다.

회귀자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가 해 온 충실한 노력은 믿는다.

노력의 시간을 믿지 않으면 회귀자가 대체 뭘 믿는단 말인가.

두 마디.

가사로는 두 줄.

시간으로는 8.9초.

모든 게 달려 있는 찰나다.

마침내 마이크를 잡은 이이온의 입이 벌어진다.

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흐르는 것 같다.

그가 소화해야 할 첫 번째 마디는 서울 타운 펑크의 후렴.

Don’t believe me just watch.

Don`t-

정확한 첫 음을 찍었지만, 제대로 된 것인지는 모른다.

그동안 이이온은 정확한 첫 음을 잡아내고도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으니까.

그 순간.

이이온과 눈이 마주친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웃음을 지은 것 같았다.

결과물은 순식간에 토해졌다.

Don’t believe me just watch!

까끌한 음색이 기타처럼 정확한 음계, 음간, 음압을 찍어 낸다.

세달백일 멤버들이 활짝 웃으며 Watch! 하는 에코를 덧붙였다.

두 번째 마디.

<갈림길>의 후렴구.

Wheeled truck on the highway!

역시 완벽하다.

방청객들이 환호를 지른다.

분명 저들도 <서울 타운 펑크>와 <갈림길>을 들었을 거니까.

아, 아닌가.

갈림길은 아직 방송이 되지 않았으니까 모르는 사람도 있겠구나.

그렇게 두 개의 후렴 멜로디가 흘러나왔고, 남은 건 하나다.

10년 후의 우리가 회상할 마지막 무대.

<세달백일>의 후렴.

다섯이 Driving- Da- Da

추억에 Diving- Da- Da

그건, 지금 내가 부르고 있었다.

거대한 환호성과 함께.

*  *  *

오늘의 방청객 중에는 이현석의 조카이자 음대생인 이영하가 있었다.

그녀는 세달백일이란 팀을 좋아하지만, 그중 70% 정도는 한시온의 지분이었다.

한시온은 정말 천재였으니까.

음대생인 그녀가 보기에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나머지 30%는 구태환과 온새미로의 지분이다.

최재성은 딱히 특색이 없고, 이이온은 얼굴 말고는 기억나는 장면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이온의 노래를 들으며 소름이 돋았다.

음악적 지식이 있는 그녀였기에, 이이온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한시온이 가로등 아래서 선보였던 목소리를 악기처럼 다루는 방식.

그걸 해낸 것이었다.

이영하도 커밍업 넥스트를 보고 호기심을 느껴 작업실에서 멜로디를 만들고 노래를 불러 봤다.

그리곤 어이가 없어졌다.

한시온이 이걸 대체 어떻게 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다.

불가능의 영역이다.

그러니 이이온의 목소리가 <세달백일> 위에 <서울 타운 펑크>와 <갈림길>을 올리는 순간,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방청객들 대부분이 어마어마한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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