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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1

81화 악마대공 라크샤르(2)

라크샤르가 움직인다.

거대한 그 육신은 심해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 바다를 제 무릎 아래로 두었다.

걷는 것만으로 해일이 일어나며 바다가 요동쳤다.

망망대해에 펼쳐진 수면 위로 무더기로 올라오는 물고기들. 질식한 물고기들이 파도와 함께 시체의 파도가 되어 휩쓸린다.

“뭐, 뭐야?”

이변을 눈치챈 건 거의 동시.

바다에서부터 전해지는 끔찍한 밀도의 마력파동. 대마법 수십 개를 연달아 터뜨려도 이만큼 공기가 무거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스템을 가진 자들 뿐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이 세계에 준동한 거악을 알아채고 두려움에 떤다.

눈앞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도 모두가 그 존재감을 알아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에이브람스! 당장 파악해!”

“아, 알겠습니다.”

신사적인 성격의 알렌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자 서둘러 길드의 궁수인 에이브람스가 모래사장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원경의 눈. 일명 천리안이라 불리는 고유스킬을 가진 그는 바다 너머를 살폈다. 그리고 발견한다.

“저게 무슨… 저게, 저게…….”

섬 안에서조차 저 멀리에서부터 보이는 이형의 형태. 수십 갈래의 촉수들을 보아하면 두족류인가 싶으면서도 전신을 감싼 갑피는 투구벌레처럼 견고하고 매끈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흉악하기 그지없는 머리와 섬을 양단할 것 같은 집게발을 보자면 저것이야말로 이계의 마성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도무지 어떤 방식으로 진화했을지 모를 저 혼돈스러운 이형이야말로 끔찍하면서도 압도적인, 말 그대로 거대한 괴수.

그것이 에이브람스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쳤다? 이 거리에서?’

온다. 그것이 똑바로 자신을 보고 오고 있다. 지정됐다? 노려졌다? 마치 사냥감을 응시하는 것처럼…….

[혼돈오염이 부여됩니다.]

“아, 으아….”

거대한 숨소리에 섬이 진동한다. 시야를 아득히 웃도는 악마대공의 압력.

정말로 이것이 현실인가?

“아윽, 아흐, 흐히, 히히…….”

“에이브람스? 뭐하는 거야!”

알렌이 에이브람스의 어깨에 손을 댔다. 하지만 충혈된 눈으로 팔을 뿌리치는 에이브람스.

“죽어. 죽을 거야. 죽는다고. 죽어야 한다고!!”

그 순간, 에이브람스의 활이 알렌을 향했다. 시위가 당겨지고 쏘아지려는 순간, 그가 반사적으로 창을 휘둘러 두 팔을 베어냈다. 최소한의 제압이었다.

“무, 무슨 짓을…!”

에이브람스의 돌발행동에 반사적으로 반응했지만, 동료의 폭주에 당황하는 알렌.

누구도 알지 못하겠지.

알렌을 살해하려던 에이브람스의 행동이 누구보다도 순수한 선의에서 비롯된 것임을.

“끄, 끝났어… 다 끝났어. 끄, 끄낫그──”

“정신차려!”

에이브람스는 연신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두려운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려는 것처럼. 혼돈으로 가득 찬 이성을 발휘하며.

“대, 대장… 저기…….”

그때였다. 천리안으로나 겨우 살필 수 있었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오며 다가오는 거대한 존재감.

알렌은 시스템창을 통해 그 정체를 깨달았다.

“아, 악마대공? 악마대공이라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규격의 악마.

인류가 지금까지 맞섰던 최대 아웃풋이 대악마였다.

그보다 더 강력한 존재가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기에 그들은 거악의 등장 그 자체에 경악했다. 또한──

【 혼돈의 오라 】

존재를 짓누르는 압도적인 오라.

일전 레온의 휘하에서 그 축복의 오라를 짊어졌을 때와는 전혀 다른, 정반대의 압력이 살아있는 것들을 짓누른다.

그 레온조차 오라에는 거리의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라크샤르의 오라는 세계 전체를 짓누르는 끔찍한 압력이었다.

“아, 안 돼. 저런 건… 저런 건 이길 수 없어.”

헌터들의 눈에 절망이 차오른다. 도망치는 것조차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그들은 떨고 있었다.

이해되지 않는다.

어째서냐? 어째서 저런 것들이 지구를 노리는 거냐?

아니, 애초에 저런 것들이 있는데, 인간의 세계는 아직도 살아남은 거냐…….

결국.

라크샤르가 그들 앞에 당도할 때까지.

누구도,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Kraaaaa──

누구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음험하게 섬에 흐르는 악마대공의 숨결만이 그들이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였다.

[크, 크, 크──]

웅혼한 울림에 귀가 터져나갈 것 같다. 하지만 라크샤르는 개의치 않고 육성을 이어갔다.

[굴종하라.]

그가 처음으로 낸 ‘문명의 대화’였다. 동시에…….

털썩!

하고, 미천한 미물들이 무릎을 꿇는다.

망설임 따윈 없었다. 항거할 수 없는 존재에게 대항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모를 바보는 없다.

달달 떨리는 이빨을 주체하지 못하고, 요동치는 팔다리와 당장이라도 실금할 것 같은 아랫도리를 멈출 수도 없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단지 굴종을 통해 상대에게서 자비를 구하는 것뿐.

-Kkakakaka──

미천한 것들의 굴종을 기꺼워하는 라크샤르. 그는 유일하게 무릎 꿇지 않은 한 미물을 응시했다.

“아…….”

하리는 ‘시선’을 느꼈다.

저토록 거대한 존재에게 개미 같은 개체 하나하나 따위 인식 밖의 분모여야 할 터인데, 저것이 보내는 시선을 느꼈다.

[불쾌한 냄새가 나는군.]

하리는 제 어깨 위에 잠들어 있는 신을 깨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따위 시도를 하다간 저 거대한 것에 밟혀 죽으리라 직감했다.

-Kukakakaka──!

쩌렁쩌렁한 울림이 퍼진다. 살아있는 것들은 응당 무릎을 꿇었다. 눈물을 흘리며 저항하지 못했다.

매버릭 길드가 자랑하는 S급 헌터들조차도, 만신전의 가르침을 받은 생도와 병사들조차도.

그들의 용기가 대적하기에는 감히 어찌할 수 없는 거악이었다.

그러나.

끝내 하리만은.

저 웅대한 존재 앞에서 두 다리만큼은 설 수 있었다.

그녀는 알지 못하지만, 레온이 부재한 지금, 유일하게 신의 가호를 받고 있는 신녀이기에 가능한 일.

이를 라크샤르 또한 알았다.

라크샤르는 직접 하리를 처리할 수 있었다. 거대한 촉수로 때려 죽이거나 휘어잡아 한입에 삼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별미를 맛보는 건 우선할 일이 아니다. 라크샤르의 주의는 오랜 원한관계에게 향해 있었다.

-끼룩! 끼룩!

감히 자신을 봉인하고 오랜 시간 그 족쇄를 유지해온 자들.

가장 먼저 받아야할 혈채는 그것들이니.

라크샤르의 시선이 남은 석상이 있는 섬을 향한다. 움직이는 것만으로 해일이 일어나 헌터들을 덮쳤다.

* * * *

해일에 휩쓸린 헌터들이 콜록콜록 바닷물을 토해내며 겨우 일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리는 자신들 따위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거대 괴수의 행동에 안도했다.

무엇이 됐든 자신들은 살았다고. 그런 착각을 했다. 하지만 그때──

[지역이 혼돈에 오염되었습니다. 모든 생명체들이 상태이상 ‘착란’에 놓입니다.]

라크샤르가 지나간 것만으로 지역째 오염되었다고? 그런 단순한 이유로?

“흐, 흐히… 흐하하…….”

그러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웃음소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한 절규의 광소가 불길하게 울려 퍼진다.

“흐, 흐히힛…!

“죽어야… 해.”

듣는 것만으로 소름 끼치는 불협화음이 인간의 목소리에서 합창한다.

처음 라크샤르를 목도한 에이브람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라크샤르를 목도하고 정상적인 사고력을 잃어버렸다.

혼돈.

절망.

절규.

남은 것은 오롯이 본능적인 선의이니 이는──

“카아아악!”

검을 휘두른다. 동료를 향해.

-촤악!

여기저기서 서로를 베고 찌르고 절단한다. 아비규환이 펼쳐진 건 순식간이었다.

“다, 다들 뭐하는 거──윽?!”

쇄도하는 창이 하리를 찔렀다. 그것을 겨우 막아냈지만, 충격만으로 몇 발자국이나 밀리고 만다.

알렌 테일러.

인류 최고봉의 강자라고 불리는 S급 헌터조차도 라크샤르를 목도하고 정신이 나가버렸다.

같은 S급 헌터 미니트맨. 그외에 A급 매버릭 공략대가 움직인다. 그들에게서는 이전과 다른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 악마대공 라크샤르의 축복 】

: 모든 굴종하는 자에게──■■■■■

파멸하라.

스스로.

굴종했다.

그들은 굴종한 것이다.

미국 최고의 헌터들이라는 자긍심도, 인간의 오기도 산산이 부서진 채, 깨달은 것이다.

“우린… 너무나 약한 존재야.”

“착각이었어. 이런 알량한 힘으로… S급이니, 최고의 헌터니 으시대고 있었다니…….”

인간의 나약함. 그들 눈동자에는 절망만이 가득하다.

불온한 공기가 흐른다.

그것은 포기와 타락의 공기였다.

“아, 안 돼…….”

하리가 외쳤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저 아비규환의 살육전에 만신전 길드원들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의 축복을 받은 덕인지, 틈틈이 축복받은 작물을 섭취한 덕인지.

하지만 달달 떨며 라크샤르의 압력에 짓눌려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

라크샤르에게 굴종한 대가로 비겁한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매버릭 길드원들뿐.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이 지금부터 할 건 명확하다.

서로를 죽이고, 서로의 자살을 도우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혼돈의 선의를 베푸는 것.

“주, 쥭어! 쥬거어──! 그게 올바른 일이야!!”

알렌이 창을 들었다.

순간 하리가 본능적으로 검을 들었을 때는 이미 창이 쇄도하고 있었다.

-칵!

검을 통해 전달되는 창의 무게. 균열이 간 검집과 함께 밀려 나간다.

“크윽… 머, 멈추──”

순간, 정수리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고개를 들었을 땐 거대한 권갑을 내리치는 미니트맨이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미니트맨의 주먹. 바닥을 내리친 충격파가 하리를 덮친다.

“컥?!”

하리의 가벼운 몸이 튕겨 나간다. 땅바닥을 구르고, 얼굴에 모래를 묻힌 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튕긴다.

“그, 그만…!”

일어났을 때는 알렌의 창이 연달아 쇄도한다.

본인도 이럴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인생 최고의 반응을 보이며 알렌의 창을 피했다. 팔뚝이 베이고, 허벅지를 찔리고, 목덜미를 스친다.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공방만으로 하리의 몸은 만신창이다.

“끄흑…!”

알렌의 연격을 서른 번이나 받아낸 하리는 이미 전신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굴면서도 검을 놓지 않았다.

“죽──!”

그때였다. 알렌의 등 뒤에서 후려치는 무식하게 커다란 권갑. 미니트맨이 알렌을 급습한 것이다.

-콰악! 콱! 콰악!

몇 번이고 바닥에 튕기며 날아가는 알렌. 그를 치워낸 미니트맨이 다음 타겟으로 하리를 노렸다.

알렌을 일격에 날려버린 마력이 용권풍을 일으키며 솟구친다. 하리 따윈 일격으로 절명할 S급 헌터의 최대 전력기.

미니트맨의 주먹이 하리의 복부를 후려치려는 그 순간──

-꽝!

하고 하리의 몸이 하늘 높이 튕겨 오른다. 그녀의 몸은 중력에 이끌려 수면 밑으로 처박혔다.

* * * *

태양이 수면 위를 비춘다 한들 수면 아래는 깊어질수록 끝없는 심연이다.

하리는 제 피와 섞여 흐릿해져 가는 빛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아… 이대로 죽나?’

이럴 줄 알았으면 저금한 거 써보기나 할걸.

하리는 현대에는 흔하디흔한 이유로 고아가 된 케이스였다.

던전 브레이크에 휘말려, 또는 게이트를 공략하다──

대격변 이후로 거리에 넘쳐나게 된 고아들을 국가가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부족할 듯 부족하지 않게 키워낸 전형적인 21세기 고아의 전형.

풍족하진 않아도, 부족하진 않았고, 사교육은 바라지 못해도 가진 재능이 있어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

그녀가 꿈꾸는 것은 정의로운 헌터였다.

고아원의 원장 선생님이 모든 아이들에게 으레 말하듯 전해준, 부모님은 세상을 구하다 돌아가셨다고.

분명 다른 케이스가 수없이 많았을 터인데도, 원장 선생님은 하리가 긍지를 가지길 원했다. 아이들이 얼굴도 모르는 자신의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여기길 바랐다.

그것이 설령 거짓된 이야기였을 지어도, 하리는 훌륭한 헌터가 되겠다는 목표를 잃지 않았다.

그런 그녀였기에, 작금의 국가를 수호하고 시민들을 보호한다는 10대 길드의 만용이, 그들의 우선된 가치가 돈임을 알았을 때는 자연스럽게 환멸하게 되었다.

그래서 거부했다.

10대 길드가 내민 거액의 연봉을 거절하고 구태여 헌터 협회로 들어갔다.

헌터 협회에서는 적어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할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기껏 협회의 직원이 되었음에도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항상 부족한 전력, 게이트를 클로징하지 못한 길드들의 뒤치다꺼리. 공무원임을 이용한 갑질.

분명 헌터 협회는 길드들보다 나은 싸움을 하고 있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도통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30년 전에 그러했듯, 현재도 그러하듯, 30년 후에도 같을 테지.

결국 하리가 할 수 있는 건 여느 공무원들이 으레 그렇듯, 현실에 적응하고, 연금을 바라보는 게으른 공무원이 될 수밖에.

「짐이야말로 사자심왕. 영광된 기사들의 왕이며 만신전의 뜻을 대행하는 자.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이다.」

그를 처음 봤을 땐, 미친놈인가 싶었다.

권위주의적이고, 이상한 미신을 믿고, 차별적이며, 오만하고 오연하고 광오하다.

결코 21세기에 어울리는 존재가 아니다. 야만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의기가 있었다. 뜻이 있었고, 신념이 있었으며 그것을 행할 힘이 있었다.

무심코, 저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바다와 파도의 신의 신녀로 선택되었다고 했을 땐, 내심 기뻤다.

‘망할… 망할…!’

그런데 어째서.

자신은 왜 이렇게 무력한가.

존재만으로 희망이 되는 사자심왕과 달리, 신의 신녀라면서 사자심왕은커녕 그 기사 게오브릭 경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가.

야크트 스피너였다면 조금 달랐을까?

「자, 가자. 나의 형제 자매들이여. 오늘 우리는 정의를 위해 죽으리니. 신들께서 우리를 보우하시리라.」

기꺼이 죽음을 택하며 최후의 불꽃을 일으켰던 그처럼.

이런 자신이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불길을──

‘맞다. 불도 바로 꺼지지…….’

망할 신! 도움도 안 되는 호색한 신!

아무리 팔을 뻗어도 잡히는 건 한 줌의 물뿐. 그마저도 흩어지는 무의미한 행동.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발버둥치듯 손을 뻗는 것뿐인데, 그마저도 의미 없이 흩어진다.

‘뭐라도! 뭐라도 좀 해줘 봐요!’

바로 그 순간, 알렌과 미니트맨과의 전투 중에 놓쳤었던 거북이 한 마리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

거북이의 시선은 이전과는 달랐다.

음흉하고 음험한, 여자의 살내음에 취하고 헐벗은 피부를 보며 즐거이 눈을 어지럽히던 바다의 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중한 시선으로 하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한하리.]

포마가 말했다.

[바다를 움켜쥐려 하지 마라. 끝없는 대해를 손바닥으로 움켜쥔 들 한 줌의 물일 뿐이다.]

[대해는 움켜쥘 수 있는 게 아니라 오롯이 몸을 던져 그 품에 안기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껏 자신이 한 행동이 의미 없다는 것만 확실해질 뿐.

[네 안에 성력은 흐르고 있다. 허나, 성력을 사용한다는 것이 성배기사가 됨을 의미하지 않는다. 신들의 기사란, 한계라는 관념에 속하지 않는다.]

‘당최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그… 너무 모호해요!’

[네게 부족한 것은 힘이 아니다. 심장에 신의와 신앙과 신뢰로 가득 채워라. 인지하고, 이해해라. 네가 품은 거대함이 무엇인지를.]

또, 또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왜 모르는 걸까. 지금 필요한 건 기적인데. 기적을 일으키는 신이 자신 같은 나부랭이에게 무엇을 바라기에.

그런 하리의 의중을 꿰뚫은 것처럼 포마가 말했다.

[기적을 찾지 말고, 이적을 행하는 것이다. 신의 가장 총애하는 이들이란, 신에게 힘을 구걸하지 않느니.]

“…….”

[바다에 귀 기울여라. 무한하기에 그 품에 안겨 있음을 몰랐다면 이제 느끼면 되는 것이다.]

천망대의 망원경에 눈동자로 살핀 적이 있었다.

고아원에서 실시한 시시한 현장학습체험. 그때 보았던 우주의, 무척이나 거대한 바다가 확대되었을 때처럼.

감각은 자신이 빠져든 바다라는 세계의 정보를 전달해온다.

소란스러운 해류의 움직임, 축 늘어진 산호초의 버둥거림, 해류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해초들.

[무애한 세상, 한 줌 바닷물을 움켜쥔들 한 줌에 불과할 뿐이다.]

무한한 힘은 손에 넣는 것이 아닌, 안기는 것이니.

[유한한 존재야. 필멸할 아해야. 네 진정 불멸의 힘을 얻고 싶다면.]

손에 쥐려 하지 마라.

무한은 두르는 것이다.

자신은 지금,

무한 안에 있다.

그 이치를 깨닫자 하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적을 깨달았다.

바다를 느끼고, 바다에 둘러싸여, 파도를 조종한다.

무한한 바다 속에서 그녀의 손짓은 파도가 되리니.

그녀의 감각이 저 멀리 심해의 사자심왕에게도 닿았음이다.

성법 <바다 가르기>

그 순간, 심해의 밑바닥에서부터 수면 위의 하늘에 이르기까지.

바다가 둘로 갈라졌다.

바로 그 순간──

-푸르럭!

심해의 저편에서 페가수스가 솟구쳤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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