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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2

82화 악마대공 라크샤르(3)

라크샤르는 마지막 석상이 있는 장소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딱히 석상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가 오랜 원한을 가진 건 이 땅의 토착생물들.

자신을 봉인하고 쇠락한 지금까지 본능만으로 봉인을 유지하던 불구대천의 원수가 우선대상이 되는 건 당연하다.

-끼룩!

-끼끼룩!

온 사방의 섬에서 집게발을 가진 끼끼룩족들이 몰려나왔다. 그 숫자는 족히 수만. 라크샤르의 봉인이 깨졌음에 본능적으로 그를 저지하러 온 일족이 뛰쳐나온 것이다.

[굴종하라──!]

세상을 떨게 만드는 라크샤르의 외침. 토착생물들이 이에 저항했다.

[흐음?]

혼돈의 악마대공 라크샤르는 그 자체로 생명을 오염시키는 악마다. 그를 마주한 존재는 누구나 혼돈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한다.

아주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성배기사…!]

저 섬에 자신의 마기조차 견뎌내게 하는 신의 기운이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오랜 과거, 기사들의 세계를 침공한 적이 있는 라크샤르도 알았다.

신들의 선택을 받아 법칙을 바꾸는 존재들. 그것들은 대부분 죽였을 테인데, 어찌 저 섬에 존재하는가.

신녀 외에도 이만한 신의 총애를 받는 이가 있을 줄이야.

[하잘 것 없다!]

라크샤르는 거대한 촉수들을 휘두르며 끼끼룩족들을 후드려 팼다.

-콰앙! 쾅!

-콰쾅!

우뢰와 같은 폭발음이 라크샤르를 강타했다. 단순히 화기에 의한 공격 따위 라크샤르에게 별다른 의미도 없다.

그의 갑피는 화살과 포탄의 위력을 구분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로 단단한 탓. 하지만 이 포탄은 뭔가 다르다.

-3번 포반. 일제소사. 포신 냉각을 위해 후퇴. 탄약 운송반 이동하라.

성배기사 야크트 스피너.

철과 대장장이 신의 성자.

그가 손을 대 만든 모든 물건들은 그 자체로 성물이며 성력이 깃든다.

압도적인 크기의 라크샤르가 잠시나마 주춤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홀리 그레네이드 포탄들 덕이었다.

하찮은 발버둥을.

라크샤르가 집게발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바닷물을 후려치자 거대한 해일이 솟아오른다.

파고 46m. 섬 하나의 생명체쯤은 단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 자연재해다.

끔찍한 높이의 파도가 섬을 덮치려는 그 순간──

성법 <파도 조작>

당장이라도 섬을 덮칠 것처럼 위용을 떨치던 파도가 산산이 흩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라크사르 발밑의 바다가 소용돌이치더니 바닥을 거꾸러뜨리며 그를 가둔 것이다.

──!!

라크샤르의 시선이 한곳을 향한다. 푸르른 창공 위에는 눈부신 새하얀 신수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라이온하트…!]

레온과 한하리. 두 사람이 라크샤르를 내려다봤다.

* * * *

하리가 기적적인 성법을 사용한 그 순간, 레온을 가두던 심해의 압력이 일시적으로 갈라졌다.

성서에 이르는 홍해의 기적처럼 갈라진 틈. 그 일시적인 틈을 레온은 놓치지 않았다.

“스탈리온!”

바닷 속에서 소환하지 못한 오랜 맹우를 소환한다.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스탈리온이 제 맹우를 태우고 날개를 펼쳤다.

-히힝!

페가수스가 창공을 향해 솟구친다. 무너져 내린 바다벽과 심해어들이 레온을 덮쳤지만, 최속최고의 신마는 어렵지 않게 그 모든 것을 피해냈다.

“스탈리온, 저 아이부터 건져내지.”

레온은 포마의 권능으로 수면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하리를 건져냈다. 목덜미를 붙잡힌 하리가 숨을 억억 쏟아냈고.

“폐, 폐하아?”

하리는 삼킨 바닷물을 주억거리며 뱉어내면서 레온을 보곤 구원자를 만난 것처럼 기쁜 표정을 지었다.

“잘했다.”

레온은 솔직하게 칭찬하곤 하리를 제 앞자리에 태운다. 그녀는 곧장 보고해야할 것을 읊었다.

“아, 악마대공이 부활했어요! 다들 미쳐서 서로 죽이고 자해하고…!”

“알고 있다. 범인들은 거악 앞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지.”

레온은 곧장 매버릭 길드와 만신전 길드원들이 있는 섬으로 안착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는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그는 외친다.

“내가! 여기 있다!!”

쩌렁쩌렁 울리는 레온의 외침. 그 순간, 만신전 길드원은 물론이고 매버릭 헌터들까지도 눈앞을 가리는 시스템창을 목격한다.

【 사자심장의 오라 】

◆효과

: ──────

: 군단강화 오염저항이 부여됩니다.

수많은 사자심장의 효과 중 오염에 정화하는 특성이 작동한다.

【 악마군주 살해자 】

악마군주까지 살해한 위대한 존재를 앞에 두고 정신을 차리며──

【 최다 악마 도살자 】

악마들의 모든 행동에 퍼센티지 저감을 부여하는 효과가 모든 이들에게 부여됐다.

결정적으로 레온이 꺼내든 성배가 발하는 빛이 그들의 상처를 낫게하고 무너져내린 정신을 회복시켰다.

“어, 어어?”

“내, 내가 무슨 짓을…….”

정신을 차린 헌터들이 서로를 응시한다.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 레온에게 시선을 보냈다.

“천한 것들아, 정신을 차렸다면 지금 당장 준비하라.”

“무,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알렌이 자연스럽게 부복하며 레온의 지시를 기다렸다. 만신전은 물론 매버릭 모두가 사자심왕과 바다 신의 신녀에게서 뿜어지는 성력을 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너희들은 도움이 안 된다. 지금 당장 게이트를 향해 달려라.”

“예? 그, 그게 무슨…….”

내심 라크샤르와 싸우라는 명령이 아니어서 안도했지만, 게이트를 향해 달리라니?

게이트는 바다 한가운데에 있다. 모두를 태우기에는 보트가 부족했다.

“바다 신의 새로운 신녀가 너희들 앞에 있음이다. 믿음을 가지면 수면 위도 걸으리라.”

그들 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날아왔다.

[바다와 파도의 신녀의 가호]

◆효과

: 바다에서의 행동에 35% 어드밴티지가 부여됩니다.

: 파도가 이롭게 작용합니다.

: 물속에서의 패널티가 해소됩니다.

: 물 위에서 걸을 수 있습니다.

바다 신을 신앙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가호다. 하지만 신의 신녀로 각성한 그녀는 무지렁이 불신자들조차 그 가호를 흩뿌릴 수 있었고.

“지, 진짜 된다.”

“물 위를 걸을 수 있다고?”

그들은 수면 위에서도 빠지지 않는 기적에 감탄했다.

“라, 라이온하트 폐하! 신녀님! 여러분들은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알렌이 공손히 되물었다. 아무리 두 사람이라 할지라도 저 거악에 맞설 수 있을까? 그런 당연한 생각을 품은 탓이다.

“최대한 생존자들을 구원한다. 이 세계에서는 놈을 상대로 승리할 수 없으니.”

라크샤르는 이 세계에 최적화된 형태로 강림했다. 본래 이 세계의 바다는 그의 권역이나 마찬가지.

신의 권능조차 일시적으로 차단할 정도로 강력한 힘이라면 정면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

레온은 최대한 많은 생존자들을 퇴각시킬 때까지 시간을 벌 셈이다.

“가자, 스탈리온!”

레온의 외침에 스탈리온이 비상한다. 하리가 스탈리온의 목덜미를 꼭 잡았다.

그리고.

“폐하! 라크샤르! 라크샤르가 야피 경을 공격하고 있어요!”

“놈의 발부터 묶어야겠군. 한하리, 네 녀석이 해라.”

“제가요?”

하리의 얼 빠진 반문에 레온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온 세상이 바다이거늘 네 어찌 불가함을 논하느냐. 바다의 흐름을 조작해 녀석의 발을 묶어라.”

“으, 으음…!”

하리가 도통 감을 잡지 못하자 레온이 하리의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폐, 폐하?!”

“눈을 감고 집중해라. 너는 이미 바다의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하리가 얼굴을 붉히건 말건 레온은 선배 사제로서 그의 경험에 입각한 가르침을 주었다.

“바다는 흐름이다.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로 여겨라. 해류를 조작하는 것은 손발을 움직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너는 이제 그것을 느낄 터다.”

레온의 말대로였다. 하리는 바다와 파도의 권능을 각성하고서 바다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말한대로 라크샤르 주변의 해류를 조작해 거구의 악마대공을 빠뜨리고 그 안에 가둔다.

그것이 자신의 한계임을 직감했지만, 레온은 연달아 주문했다.

“다음은 불꽃을 일으켜라. 너는 전쟁과 불꽃의 신께도 선택을 받았을 터다.”

“예?! 부, 불꽃을요? 바닷속에 있어서 효과가──”

“이 헛똑똑아. 네 어찌 신의 힘을 알량한 법칙의 하나로 치부하느냐. 성법은 법칙을 개변하는 힘이다. 거기에는 네가 아는 어떤 상식도 통용되지 않아.”

불을 일으켜라. 바닷속에서도 활활 타오를 신성한 불꽃을.

하리는 평소처럼 불을 일으켰다. 한번 각성한 성력은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불은 물에서도 꺼지지 않는다. 이 불은 해류와 같이 흐름을 가지고 너의 의지대로 파도처럼 움직인다.”

레온이 하리의 손을 잡고 이를 보조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하리가 일으킨 불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바닷속의 라크샤르를 휘감기 시작한 것이다. 그 불은 정말로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라크샤르를 태우고 있었다.

“해, 해냈어요, 폐하!”

“잘했다.”

레온은 드물게 하리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라크샤르에 저항 중이던 야피 앞에 착지했다.

“폐, 폐하!”

그곳에는 야피 뿐만 아니라 불새길드의 이용완과 하유리, 김재혁 등도 있었다.

“스피너 경. 지금 당장 이 게이트를 벗어나야 한다.”

-적 개체 심대한 타격. 점진적 후퇴 가능.

“아니.”

레온의 야피의 추측을 부정했다. 야피의 카메라 아이로 확인한 하리의 성법은 라크샤르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었다. 하지만──

-KRAAAAAAAAAA──!!

바닷속에서도 압도적인 괴수의 포효. 놈은 수십의 촉수들로 바닥을 짚어가며 불의 와류와 파도의 역류를 돌파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게이트를 닫고 후퇴한다.”

레온은 눈앞의 악마대공을 썰어버리고 싶었지만, 힘이 부족했다.

적어도 ‘성검’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대공급의 악마를 쓰러뜨릴 순 없다.

아직 세계수도 꽃피우지 못한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생존자를 남기는 것이다.

“스피너 경. 지금 당장 게이트를 닫아야 하네.”

-게이트 클로징 조건. 석상을 파괴하는 것.

그렇다면 석상을 파괴하면 그뿐. 그때, 야피가 추가로 제안했다.

-끼끼룩족. 악마를 봉인하던 일족들. ‘NPC’가 아님.

“그렇다면?”

-생존자. 이들의 전원탈출을 권함.

“시간이 되겠는가? 놈을 묶어두고 있는 신벌이 꺼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가능함. 끼끼룩족. 최후의 보루를 사용하겠음.

야피는 게이트에서 끼끼룩족들의 구원자로 숭배받는 동안 섬에 남은 기록과 그들의 비사를 읽어냈다.

실시간으로 언어를 해석해 풍화된 문명의 흔적도 읽어낼 수 있는 그만이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끼끼룩족에게는 최후의 보루가 남아있음을 알았다.

* * * *

[‘위대한 라크샤르의 석상’이 파괴되었습니다.]

파괴된 석상 3/3

모든 석상이 파괴되었다.

수백 년 동안 석상에 억눌리며 봉인되어 있던 라크샤르는 그 변화를 곧바로 알아챘다.

[도주할 셈인가.]

라크샤르는 이 게이트의 클로징 조건을 알았다. 자신의 봉인을 풀면 게이트는 클로징 된다.

물론 라크샤르가 방문한 헌터들을 살려둘 생각은 없었기에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이 불기둥이 자신을 묶어두는 동안 도망갈 생각이겠지.

바다의 신녀인 하리의 도움으로 모든 끼끼룩족들까지 수면 위를 달리며 게이트를 향했다.

끼끼룩족의 추앙을 받는 성배기사의 존재와 바다의 사랑을 받는 신녀의 존재. 그리고 위대한 라크샤르조차 발을 묶을 수 있는 성배 수호자까지.

한 명만 있어도 기적적인 존재들이 무려 셋이나 한 자리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마(魔)의 숙적이로구나. 하지만 한 발자국 부족하다.]

라크샤르는 불의 와류 속에서 기어코 빠져나왔다.

악마대공인 그에게 있어 이제 막 각성한 신녀의 성법 따위 잠시 발목을 묶는 데 그쳤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웅혼한 울림이 바다를 떨게 만들었다. 도주하는 모든 이들이 멈춰설 만큼 쩌렁한 울림이었다.

[라이온하트!]

내리닥치는 천마와 창을 든 기사. 레온의 창이 라크샤르를 기습적으로 관통하려는 순간, 기나긴 촉수가 천마의 옆구리부터 후려친다.

-퍽!

매서운 강타와 함께 바다를 향해 추락하는 천마. 그 날개가 바닷물에 닿기 직전, 정신을 차린 스탈리온이 가까스로 수면 위를 비행한다.

“스탈리온!”

천마가 달린다. 위협적으로 휘둘러지는 촉수를 회피하기도, 피하지 못하는 것은 랜스로 후려치기도 하면서.

접근한다.

그 날카로운 창끝이 거대 괴수에게 닿기까지.

[가소롭다!]

라크샤르의 시선이 레온을 향했다. 그 순간, 안광이 빛나며 막대한 마력이 조사된다.

-콰아아아아아아!!

공간을 가르는 마광. 반응한 건 둘이 동시였다.

서로를 내던진 레온과 스탈리온이 묘기와 같은 움직임으로 마광을 스쳐 보낸다. 허공에서 무방비가 된 레온이었지만, 발 디딜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착! 하고 전개된 라크샤르의 촉수를 밟는 레온. 그대로 달린다.

-콰아──

다시 한 번 안광이 빛을 퍼부으려는 순간, 던져진 창이 그 눈알을 꿰뚫었다. 하지만 라크샤르는 이 거대한 마력행사를 멈추지 않았다.

기어코 쏘아진 마광은 성창이 꽂힌 자리를 중심으로 마광이 수십 갈래로 찢어져 하늘을 가른다.

하늘을 수놓는 어두운 빛. 그 빛의 사이로 달리는 건 어느새 합류한 레온과 스탈리온.

성검을 들고 내달린다. 수많은 촉수들이 레온을 급습했으나 스탈리온의 아크로바틱한 비행이 그것을 회피하고, 성검이 날아오는 촉수째로 잘랐다.

[날파리처럼 촐싹대기는…!]

쏟아지는 마의 빛. 그것을 정면에서 받아내게 된 스탈리온이 하늘 위로 밀려난다.

성법 <화살막이의 가호>

그 어떤 원거리 공격도 막아내는 성법. 하지만 순식간에 방어횟수의 한도를 넘어서 퍼부어지는 마력조사는 원거리 공격이라기보단 거대한 덩어리로 꿰뚫는 듯한 일격이다.

“스탈리온, 버텨라!”

-푸히힉!

막대한 에너지에 의해 결국 하늘 높이 밀려드는 레온.

끝내 레온은 라크샤르에게 도달하지 못했고, 라크샤르는 방금 일격으로 끝내지 못했다.

서로가 만족스럽지 않은 소강상태. 그 찰나에도 두 존재는 서로를 향한 압력을 퍼붓는다.

[【혼돈의 저주】가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에게 적중합니다.]

◆효과

: 쇠약, 혼돈, 섬뜩함, 혼란, 파상풍, 절규, 공포, 혼란, 절망, 육체부패, 정신오염, 영혼침식────

평범한 인간은 즉사, 헌터라도 미쳐버리는 막강한 저주. 이에 맞서는 성배 수호자의 가호.

[【성배 수호자】가 저주에 저항합니다.]

◆효과

: 활력, 질서, 공포면역, 혼란면역, 상처재생, 용맹, 완벽한 육체, 오염저항, 위대한 영혼────

완벽한 저항. 아니, 오히려 그를 웃도는 축복의 힘이 레온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제아무리 대악마라 할지라도 악마인 이상 레온을 앞에 두고서는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악종의 공포】가 악마대공 위대한 라크샤르를 약화합니다.]

◆효과

: 공포 강제, 섬뜩함, 저항력 하락──

[【전설의 대악마】가 이에 저항합니다.]

[【최다 악마 도살자】────]

[【지성체 포식자】────]

[【악마군주 살해자】────]

[【악마대공 라크샤르】────]

쏟아지는 트레잇과 시스템 메시지들. 두 존재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받는 이들이 아니었지만, 그 메시지를 본 헌터들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나하나가 레전더리… 에픽급 트레잇들. 그것도 경험과 스스로가 만들어낸 전설로 쌓인 힘의 서사들.

대체 얼마나 많은 싸움을 해왔으면, 대체 얼마나 많은 사지를 돌파해왔으면 저런 전설급 트레잇들이 상시가동한단 말인가.

평범한 인간이라면 저 가호와 저주의 영역에 발을 걸치는 것만으로 질식사할 것이다.

존재만으로 강대한 존재였고, 존재만으로 공간을 짓누르는 존재들.

레온이 창을 들었다.

“악을 벌한다.”

높게 들리는 성창. 그 끝에 ‘전장의 불꽃’이 집속되기 시작한다.

라크샤르를 휘감고 있는 불길이 회오리처럼 치솟더니 불기둥으로 화한다. 그 모든 불길의 끝에는 레온의 성창이 있었다.

-끼룩?

-뭐, 뭐야, 저게?

불길이 창끝에 집속되고 있었다. 끔찍할 정도의 열기가 창끝에 모여들며 파멸의 전조를 예고하고 있다.

전쟁과 불꽃의 신성 페토스의 전쟁기수들이 가진 권능.

그 힘 중 하나가 불꽃에 대한 면역과 불꽃을 다스리는 것.

그중에서도 전쟁이 가장 총애하는 으뜸가는 워 나이트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는 다른 이가 쏟아낸 불조차도 제것으로 다스린다.

“혼돈의 군주를 태워죽인 불이노라. 삼십일 내내 이 불길에 타죽어가던 네놈 군주의 비명소리가 아직도 본왕의 기억 속에서 감미롭게 울리고 있지.”

본능적으로 저것의 섬뜩함을 눈치챈 라크샤르가 바닷물을 집어삼키더니 레온을 향해 토해냈다.

수천 미터의 거대괴수가 쏘아대는 물줄기는 그 자체로 도시를 가른다. 하지만 그것은 레온이 일으킨 불길을 조금도 꺼뜨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마력조사다. 라크샤르가 안광에 마력을 집속시키던 그때──

-기루우우우우우우!!

바닷물을 움직이는 거구의 존재. 라크샤르의 주의조차 끌어내는 쩌렁쩌렁한 외침.

라크샤르조차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감이 그를 둘러싸며 집게발을 철컥거리고 있었다.

거대 끼끼룩족.

이것이 야피가 찾아낸 끼끼룩족 최후의 보루. 섬인 줄로만 알았던 것의 정체이자 고대 끼끼룩족의 수호자들.

[아직도 살아있는 개체가 있었나!]

그들은 라크샤르가 이 세계를 멸할 때, 남김없이 처죽인 끼끼룩족의 최종병기들. 거대 끼끼루족들이 라크샤르를 향해 덤벼들었다.

-KRAAAAAAAAA──!

괴수가 포효한다. 세 마리의 거대 끼끼룩족에 붙잡힌 상황에서도 임계에 달한 파멸의 흑빛이 쏘아진다.

초월기 <멸겁의 빛>

동시에 전장의 불꽃을 두른 하얀 신수가 시뻘건 불길에 휩싸이고,

신벌 <전장의 불꽃>

검은 덩어리가 붉은 유성이 서로를 향해 가속한다. 서로가 충돌하기까지는 0.2초도 걸리지 않았다.

──────!!!!

하늘과 바다. 그 사이의 공간을 두고 끔찍한 충돌이 길항한다.

구름이 갈라지고, 바닷물이 증발하는 초유의 현상. 레온이 외쳤다.

“라이온 하트에…! 영광 있으라!!”

낙하하는 천마. 화염의 창이 일으키는 화염이 검은 마력을 돌파한다.

신벌 <전장의 불꽃>

너무나 강대한 불꽃이기에 기수에게도, 기마에게도 일격일퇴만을 허용하는 최대일격.

그것이 끝내 검은 마력을 돌파하고 악마대공을 향해 신성한 빛을 번뜩인다.

[라이온하트…!]

단말마와도 같은 외침. 그 순간, 바닷물을 통째로 증발시킨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뭐, 뭐야, 저게…….”

“저게 사람의 힘이란 말인가…….”

수많은 이들이 할 말을 잃고 구름을 태우는 불기둥을 보았다. 아무도 저것이 사람의 힘이라 믿지 못했다.

다만 몇몇 만신전의 길드원들. 수호와 하리, 재혁… 그리고 장엄한 게오브릭이 보여준 신벌 <대지분쇄>를 기억하는 불새길드원들.

그들만큼은 저 불기둥이 사람의 손으로 일구어낸 기적임을 알았다.

인간의 몸으로 기적을 일으키는, 존중받아 마땅한 이적의 체현자들.

“성배기사.”

그 위대한 존재들의 정점이 저 천마의 기수이니.

불기둥이 쏟아내는 파멸의 전주곡 속에서 모두가 경배와 경외의 시선을 가지고 침묵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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