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Chapter 83

#83

엘븐 킹덤 (3)

“하아···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샤피론은 조원들과 함께 아카데미 한 편의 공터에서 한숨을 내쉬며 해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만만하게 말한 주제에 준비할 것들이 있다며 하루의 시간을 요청한 그는,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나타날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역시 그 남자··· 마음에 안 들어.’

자랑스러운 자신의 아버지가 이온 대륙에 갔다가 주워온 사내, 해리스는 여러모로 그녀의 성에 차지 않았다.

볼 때마다 나른함에 축 처진 그 맹한 얼굴도 마음에 안 들거니와···.

‘용병이면 그거잖아? 돈 몇 푼 받겠다고 남의 심부름이나 하다가 수틀리면 곧바로 도적으로 돌변하는 족속들.’

그녀의 지식은 이야기책이나 소문으로만 들은 단편적인 정보에 기반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녀에게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거기다 정령술을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 했으니,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았을 테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인 샤피론에게는 정령술의 수준이 곧 무력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엘프 사회에서 정령은 떼 놓을 수 없는 동반자였으니, 딱히 틀린 생각이 아니기도 했고.

‘그 열악한 이온 대륙에서 아등바등 살아남은 건 인정하지만, 그래봤자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야인일 뿐.’

그녀의 머릿속에서 세계수가 있는 엘븐 킹덤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척박한 오지나 다름없었다.

물론 타 대륙의 세력이 강성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대륙의 크기는 물론 그 군사력의 규모마저 상당히 차이가 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엘븐 킹덤이야말로 세계 제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음악과 예술, 건축, 문학까지···.

‘물론 조각이나 건축 같은 분야에선 드워프들이 쪼금, 아주 쪼금 특출난 편이긴 하지만··· 그건 방향성이 다른 거지 절대 우리가 부족한 게 아니야!’

그야말로 뼛속까지 자문화중심주의에 물든 사상.

따뜻한 온실 속에서 주변의 배려와 사랑만을 받으며, 보기 좋고 듣기 좋은 말만 접하며 살아온 그녀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샤피론은 해리스가 준비해 온다는 노래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문화의 변방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노래가 대단하면 뭐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아버님과 세계수께서는 그런 남자를···!’

그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다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선택받은 존재였다.

개국부터 함께해 온 명문가의 어머니와 하이 엘프인 아버지.

본인 또한 하이 엘프의 적성을 타고나, 어렸을 때부터 그 재능을 뽐내며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때문에 그녀는 자기가 하이 엘프가 될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은 틀림없이 세상의 중심이며,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주역이었으니까!

‘아버님의 팔찌는··· 뭐 그렇다 쳐! 그런 남자의 손에 들어간 건 아니꼽지만, 정당한 대가라고 했으니 어쩔 수 없지.’

그건 임무 과정에서 발생한 대가 지불인만큼 국가 차원에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정말 화가 나는 것은 다른 것 때문이었다.

‘···나도 그 정도로 세계수님의 관심을 받아본 적 없는데! ···흐이씨!’

세실리처럼 이미 하이 엘프의 자격을 갖춘 이도 아니고, 자신과 같이 적성을 가진 것뿐인데 세계수에게 직접 가지까지 하사받았다.

‘내가 모든 면에서 그 남자보다 나은데···.’

그것이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그녀의 질투심에 불을 지른 것이다.

그녀는 왼손 중지에 끼워진 반지를 연신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화를 다스렸다.

“아! 해리스 군이다. 늦었잖아! 기다렸다구!”

그때 한창 저기압인 샤피론과 소심한 여성 조원인 큐리 사이에서 혼자 몸을 뒤틀던 티메르가 반색하며 손을 흔들었다.

저편에서 평소처럼 나른한 표정의 해리스가 등에 뭔가를 메고 다가오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사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네요.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사실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않았어. 그냥 좀 심심했을 뿐이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둘을 보고 샤피론의 심사가 더욱 뒤틀렸다.

“저희에겐 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 아직 어떤 무대를 꾸밀지 정해지지도 않았으니까요. 일단 준비해 오신 것 먼저 볼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바람의 중급 정령을 불러 공터 주변의 소리를 차단했다.

이건 나름의 선의를 가진 행동이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같은 조원이 창피를 당하는 일은 껄끄러웠으니까.

그녀는 정말 해리스에게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이왕 준비해 왔다는 걸 보지도 않고 넘어가기도 그러니, 그저 형식상으로 대충 확인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맞춰주는 것도 어느 수준 이상이어야 의미가 있지. 그래도 제법 한다 싶으면, 어떻게든 화음만이라도 가르쳐서 무대에 세우면 될 테니···.’

음악에 진심인 샤피론은 어떻게 하면 초보자가 티 안 나게 묻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혼자 무대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와! 이건 뭐야? 처음 보는 악기인데, 뭔가 류트와 비슷하게 생겼···.”

“아, 이건 제 고향에서 쓰던 기타라는 건데···.”

저쪽에서 시연을 준비하던 해리스가 티메르와 함께 뭔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그녀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악기를 가지고 오긴 했는데, 이 노래를 제대로 즐기려면 이거론 부족해서요.”

그때서야 샤피론은 딴생각을 멈추고 팔짱을 낀 채 그를 응시했다.

어떻게 무대를 구성할지 확실히 정하기 위해, 일단 그의 수준을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악기 소리를 녹음한 마도구를 준비했습니다. 물론 이런 걸론 정령과의 교감에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지금은 일단 시연을 보이는 자리니까요.”

그녀는 내심 코웃음을 치며 냉철한 눈빛으로 해리스를 살폈다.

그는 한 손에는 구슬 형태의 마도구를 든 채, 류트와 비슷한 악기의 끈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어라? 저 악기는 뭐지? 예쁘게 생겼네?’

악기에도 제법 조예가 깊은 그녀의 정신이 순간적으로 흐트러졌지만, 이를 악물고 무표정을 고수했다.

‘아까 물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늦었겠지?’

어쩔 수 없이 나중에 슬쩍 기회를 봐서 물어보기로 하고, 지금은 일단 무게감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제목은 ‘나를 찾아 떠나는 모험’입니다. 제 고향의 유명한 음유시인인 비즈라는 분의 노래로···, 저희 아버지께서 매우 좋아하셨던 노래죠.”

거기까지 말한 해리스는 자신의 정령들을 소환하며, 손에 들린 마도구를 작동시키고 한쪽에 내려놓았다.

“그럼,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이잉~♪ 징~♪

마도구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굉장히 생소한 악기 소리에 순간적으로 샤피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런 소리를 내는 악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거기다 음악의 전개 방식이··· 특이한데?’

~♪

마도구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사이로 해리스가 멘 악기의 소리가 섞여들었다.

그의 손에 현이 튕겨질 때마다, 자연력이 퍼져나가며 주변과 공명했다.

그리고 그 파동은 그의 주변에 소환된 정령들과 서서히 조화를 이뤘다.

서서히 고조되어 가던 분위기 속에서···.

“저~ 흰 백사장 끝까지~♪”

경쾌한 음악과 함께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 힘찬 목소리에 담긴 감응력에 주변의 기운이 꿈틀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고.

신나는 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마성의 음색이 그들이 있는 공터를 휘감았다.

처음 듣는 양식의 음악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다른 조원들의 눈도 서서히 커져 갔다.

‘음? 이건···?’

그리고 그것은 샤피론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지금까지 해 왔던 음악과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전통과 격식을 따지는 보수적인 이들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파격적인 음악.

하지만···.

~♪

그의 강렬한 목소리에 동조되어 서서히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경쾌한 박자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고, 폭력적인 소리는 주변의 자연력과 감응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잠깐, 뭔가 이상한데? 감정이 이 정도까지 움직인다고? 설마···?’

정령과 마찬가지로, 엘프는 태생부터 자연력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들이 괜히 세계수를 섬기며, 정령을 동반자로 여기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저 해리스라는 남자에게서 시작된 기운의 파동은 일상적인 궤를 넘어섰다.

노랫소리에 담긴 감정은 자연력을 타고 퍼져나가, 그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엘프들을 그 감정에 강제로 동화시켜버린 것이다.

‘아··· 이건, 어떻게 노래만으로 자연력을 이 정도까지···?’

항상 기운이 없는 듯했던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의 해리스는 음악과 함께 전신으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노랫소리에 담긴 흡입력은 주변을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감정이 널뛰고,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을 그 음악 속으로 빨아들이는 듯했으며···.

그리고··· 그저, 신이 났다.

~♪

번쩍거리며 화려하게 발광하는 번개와 불의 정령, 휘몰아치며 주변에 소리를 퍼트리는 바람의 정령.

마찬가지로 그 감정에 휩싸인 정령들은 무대의 중심에서 기분 좋은 미소를 띤 해리스와 동조해, 주변에 그 존재감을 퍼뜨리고 있었다.

“오! 와!”

“······!!”

어느새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관객 두 명은 그 감정에 취해,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신나게 호응하는 중이었다.

‘···실력은 인정한다만, 그래도 노래 자체는 우리 엘븐 킹덤의 것이 더···!’

그녀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할 때.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던 그녀의 정령이 그 노랫소리에 담긴 기운에 동조해 조금씩 들썩거렸다.

방음막이 흐트러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중급 정령씩이나 되는 존재가 소환사도 아니고 다른 이의 노래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

~♪

하지만 본인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 그녀의 두 귀는 박자에 맞춰 연신 쫑긋거리고 있었다.

‘···듣고 보니 그리 나쁘지는 않네. 아무래도 방향성이 다르니까! 애초에 예술에서 우열을 따지는 건 멍청한 짓이지.’

저도 모르게 이전의 자신을 부정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사소한 문제일 뿐이었다.

***

‘와, 엘프 목소리 진짜 사기적이네.’

해리스는 마지막 소절을 끝마치며 내심 감탄했다.

왜 그들이 노래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음색은 말할 것도 없고 성대의 구조까지 인간과는 다른 듯 음역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으며, 그 목소리를 타고 흘러간 자신의 친화력이 주변의 자연력과 동조해 그 효과를 더욱 증폭시켰다.

‘사실 그건 「세계수의 아이」 덕분인 것 같긴 하지만.’

안 그래도 강하던 자연 친화력이 노래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욱 증폭되었다.

당연히 원래의 목적이었던 정령과의 교감 또한 매우 성공적이었다.

벌써부터 연결을 통해 반응이 오는 게, 당장이라도 성장할 듯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설마 이 정도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곳에 오기 전에도 연습 삼아 몇 번 불러봤는데, 본격적으로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구와의 시차 때문에 마도구에 노래를 녹음하고, 기타를 새로 구하며, 가사를 손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으니까.

“와! 해리스 대단해! 이렇게까지 노래에 몰입한 건 처음이야! 노래도 생소한데, 신나고 좋아!”

노래가 끝나고 그에게 다가온 티메르와 큐리가 눈을 반짝이며 연신 감탄사를 토했다.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이야.’

곡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아무래도 엘프들의 노래에 감미롭고 서정적인 면이 많다 보니, 비슷한 장르로는 그들을 만족시키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그간 엘븐 킹덤에서 보지 못한 신나는 노래로 선곡해 온 건데.’

샤피론의 태도에 울컥해서 노래를 선보이긴 했지만, 그는 이 노래를 무대에 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무렴 세 명이 처음 듣는 노래에 맞추는 것보다는, 그 하나가 다른 셋에 맞추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그저 색다른 노래로 충격을 주고, 자신이 이 정도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이걸로 하자, 이거! 제대로 준비한 무대에서 해리스가 이 노래를 부르면 엄청나게 주목받을 거야!”

끄덕끄덕!

“악기 소리는 바람의 정령과 자연력을 사용해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어! 거기 북 소리는 내가 낼 수 있을 것 같아!”

호들갑을 떠는 티메르와 그 옆에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큐리.

해리스의 감정에 휩쓸리면서 그 노래가 머릿속에 단단히 꽂혀버린 듯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번뜩이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카르마는 세계에 끼친 영향에 따라 주어진다.’

그럼 그 영향은 무엇인가?

‘무엇이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폭력적이든, 온건적이든.

무력을 동반하든, 정치력을 동원하든, 금력을 휘두르든···.

아니면 그것이 ‘문화’든 간에,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춤과 노래는 엘프들의 삶의 일부다. 그럼 거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을 통해 이 세계 전체에 문화를 퍼뜨릴 수 있다면?’

거기에 지금 이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세계수의 아이」를 통한 자연력의 동조는 엘프들에게 확실하게 먹히는 재능이었다.

제대로 된 무대에서 사용하기만 한다면, 강제로 유행을 선도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자신이 주역이 되어, 칼이 아닌 예술로 세계의 변혁을 이끈다.

제대로만 된다면 무엇보다 효율적인 카르마 수급처가 될 터였다.

‘이거··· 좋은데?’

그 시작은 이들이었다.

자신의 앞에서 계속해서 조잘거리는 티메르와 그에 동조하는 큐리.

조금 떨어진 곳에서 쭈뼛거리며 다가오는 샤피론까지.

해리스의 입가에 서서히 짙은 미소가 맺혔다.

“자, 그럼···. 무대를 어떻게 꾸밀지, 우리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그렇게 이어진 회의에서 축제 때 선보일 곡이 만장일치로 정해졌고, 무대 구성도 모두의 협조 속에서 매우 순조롭게 이어졌다.

이제 축제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이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