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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4

#84

드라샤의 축제 (1)

“어서 오세요, 하인리히 경!”

빙글빙글 미소 지으며 그를 반기는 리에스타 성녀의 모습에 하인리히는 쓴웃음을 지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던 광휘수호 성기사단에서의 연수가 끝나고, 하급에서 상급 성기사로 파격 승급한 그에게 새로운 업무가 주어졌다.

그간의 임무와는 상당히 그 성격이 달랐는데···.

‘설마 성녀의 개인 호위가 될 줄이야.’

이는 당연히 성녀를 비롯한 윗선의 의지가 강하게 개입한 결과였다.

지금까지 성녀는 성지 내 로셀리아 대신전에서만 머무느라 호위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불사왕이 부활한 이상 언제까지 지금처럼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물론 단순히 그런 이유만으로 하인리히 경을 제 개인 호위로 삼은 건 아니에요. 이제 경에게는 업무를 배우는 것보다는 개인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확실히 성녀가 대신전에만 머물러 있는 동안은 굳이 호위가 필요하지 않았으니, 수련 시간은 전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후에 경께서 해 주셔야 할 일이 있어요.”

“제가 해야 할 일이요?”

“아무리 타격을 입었다지만, 불사왕이 이대로 얌전히 숨어만 있을 리 없어요. 분명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겠죠.”

음모를 꾸미기는커녕 아우테리카에 존재하지도 않았으나, 하인리히는 그저 진지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은 우리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에 대항할 준비를 해야 해요. 그리고 그 방안 중 상당히 중요한 게 하나 있는데···.”

차분히 말을 잇던 성녀가 가볍게 심호흡하고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성검을 얻는 것.”

“성검··· 말입니까?”

“네, 불사왕을 확실히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성검의 도움이 꼭 필요해요.”

그녀가 반짝이는 눈으로 하인리히를 바라보며 재차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인리히 경은 성검을 얻기 위한 시련에 대비해 주셔야겠어요.”

***

휙— 퍽!

매처럼 날아간 화살이 나뭇가지들을 스치고 지나가, 날카롭게 과녁을 꿰뚫었다.

《개체가 반복된 훈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요정 사법」을 획득합니다.》

동시에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나무 위에 있던 해리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겨누던 활을 천천히 내렸다.

“훌륭하군요. 이제 사법에서 인간 냄새가 완전히 지워졌어요. 오랫동안 사용한 습관을 고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대단하네요.”

옆 나무의 가지에 앉아 그를 지켜보던 궁술 교관이 천천히 손뼉을 쳤다.

“교관님께서 잘 가르쳐 주신 덕분이지요. 감사합니다.”

그의 겸양에 교관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재차 격려했다.

따뜻하게 오가는 사제 간의 정 속에 그날의 교육이 모두 종료되었다.

하지만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해리스는 그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해리스! 연습하러 가자!”

“아, 티메르. 잠시 기숙사로 돌아가 씻고 싶은데요. 활도 가져다 둬야 하고···.”

“응? 아, 맞다. 해리스는 물의 정령이 없었지! 내가 도와줄게! 자, 시간 없으니 빨리 가자!”

“앗, 아아···.”

한창 열정에 불이 붙은 티메르에게 중간에 연행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그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연습 장소에는 이미 다른 여성 조원들이 도착해 기다리는 중이었다.

“모두 왔군요. 그럼 오늘의 연습을 시작해 볼까요?”

“···음음.”

드라샤 축제까지 이틀이 남은 시점.

해리스는 같은 조원들과 공연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엘프라는 종족이 생각 이상으로 ‘음악’이라는 것에 진심이라는 것과···.

‘진짜 겨우 사흘 만에 이게 가능하다고? 기존에 있던 악기에 맞게 조율까지 해서?’

그만큼 압도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던 만큼, 원곡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까진 기대하지 않았다.

노래야 해리스가 할 수 있다지만, 완전히 처음 듣는 악기로 연주된 곡을 이 촉박한 시간 내에 따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가능했단 말이지.’

이번 무대에서는 새로운 장르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 정도로 만족하려고 했었다.

조원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그저 그가 시연했던 것처럼 간단한 악기로 박자를 맞추는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했는데···.

“후우— 이 정도면 그럭저럭 들어줄 만하군요.”

“와! 이게 다 샤피론 양 덕분이야! 드라샤 아카데미 제일의 기대주, 이번 세대 최고의 디바. 그 명성은 익히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역시···대단.”

“훗, 별것도 아닌 걸로 칭찬하셔봐야 아무것도 안 나와요. 당연한 일이니까요. 우후후—”

서로 손발을 맞추는 합동 연주가 끝나자마자 쏟아지는 칭찬 세례에, 샤피론의 입꼬리가 꿈틀대며 뾰족한 귀가 신에 겨운 듯 연신 위로 쫑긋거렸다.

‘그런데 진짜 대단하긴 하네.’

조원들 모두가 대단했지만, 특히 샤피론의 활약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녀는 그간 백안시하던 해리스에게 먼저 숙이고 들어와 음악이 녹음된 마도구를 빌린 이후, 집착에 가깝게 그것을 파고들었다.

그 악기의 특성과 음계 하나하나를 뜯어가며 분석해, 그들이 연주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대안을 내기까지 불과 이틀.

그녀는 잠을 자기는 하는 건지 의심이 될 정도로 하루하루 초췌해져 갔지만, 오히려 그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그래도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한 것은 아쉽네요. 그, ‘지잉~’ 하는 날카로운 소리는 너무 까다로워서··· 악기의 실물이 있다면 한 번 직접 보고 싶을 정도예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가 대안으로 제시한 소리의 수준도 굉장히 높았다.

정령과 자연력에 마법의 도움까지 받아 가며 악기의 소리를 조율해, 유사한 듯 색다른 매력적인 소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원곡과는 상당히 달라졌지만, 그 색깔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뭔가 지구와 이세계 문명의 콜라보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드는데?’

이걸 볼 수 있는 지구인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당장 지구에 공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뭐, 지금은 좀 이른 것 같지만. 그래도 나중에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재밌긴 하겠네.’

그렇게 유사한 악기를 구하고 음까지 조율한 후의 첫 연습이 끝났다.

결과는 당연히 성공적이었다.

《개체가 반복된 훈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조화의 선율」을 획득합니다.》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그리고 새로 익힌 스킬의 효과는, 다음 연습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와··· 해리스, 갑자기 뭐야?”

짝짝짝—

“잠깐··· 방금 어떻게 한 거죠? 갑자기 목소리에 담긴 자연력이, 뭔가··· 정제된 느낌이었는데? 효과도 훨씬 강해지고···.”

조원들의 열렬한 반응에 만족한 해리스가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아, 노래를 하다 보니 깨달은 게 있어서 말이지요.”

“그, 그게 뭐죠? 어떻게 하면 그렇게···.”

황급하게 되묻던 샤피론이 잠시 멈칫했다.

함께 연습하며 그를 인정했는지 최근엔 그를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워졌지만, 이전까지 대하던 태도가 있으니 본인도 민망해진 것이다.

“저도 잘 설명은 못하겠네요. 그냥 느낌대로 하는 거라서. 하핫···.”

「조화의 선율」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얼버무렸다.

스킬은 어떻게 가르쳐 줄 수도 없었으니까.

“······.”

그의 대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녀의 얼굴이 한순간 시무룩해졌다가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약한 모습을 내비치는 걸 싫어하는 탓에 표정은 언제나처럼 거만한 채였지만, 그 눈빛은 전보다 확연히 기죽어 있었다.

‘가르쳐 주기 싫어한다고 생각한 건가?’

아니면 재능 차이라고 기만하는 것처럼 들렸을 수도 있겠다.

요 며칠 지켜본 바에 의하면 그녀는 자신에게 상당한 경쟁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어쩌면 열등감일 수도 있겠고.

“후, 다들 아까 어디서 틀렸는지는 숙지했죠? 좀 더 집중해서 가 보자고요. 당신도 가만히 있지 말고 빨리 준비하세요!”

하지만 자기애가 강한 그녀는 금방 회복했는지, 평소 이상의 기세로 곧바로 연습을 주도했다.

축제에서의 깜짝 공개를 위해 철저하게 방음막까지 쳐가며 이어진 그들의 연습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해리스의 「조화의 선율」은 단순히 노래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본래의 목적이었던 정령과의 교감에도 큰 시너지를 보였다.

최하급 정령이었던 불의 정령 ‘칼리’와 바람의 정령 ‘파스칼’은 하급으로 진화한 것은 물론···.

“와··· 저, 저거···.”

“쉿! 조용히 해 봐요!”

조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리스는 자신의 앞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속해서 주변에 파동을 일렁거리는 작은 정령이 그의 눈앞에 가만히 떠 있었다.

‘이건, 설마···.’

원소계가 아닌 현상계의, ‘소리의 정령’이었다.

엘프로서의 경험이 짧기도 했지만, 이 엘븐 킹덤에서도 원소계가 아닌 정령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딱히 많이 돌아다니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정령술 교육에서도 배웠지만, 자연계가 아닌 정령은 매우 희소한 존재였다.

자연 친화력과는 별개의 재능을 지녀야만 계약이 가능한 존재인데, 그것이 지금 해리스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간택하는 고양이처럼, 계약을 원한다는 듯이 지속적으로 그의 앞을 맴돌면서.

‘소리의 정령이라··· 의외의 소득인데?’

당연히 이런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던 해리스는 정령을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서로의 뜻이 통하자, 계약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오늘부터 너는 ‘데시벨’이야.”

해리스의 네 번째 정령은, 소리의 정령 ‘데시벨’이었다.

***

샤피론은 해리스와 같은 조로 활동하면서 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니, 사실 그동안은 이를 악물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었다.

이제는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지만.

‘···그 친화력과 자연력을 다루는 기술도 그렇고. 정령술을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면서 벌써 계약한 정령이 넷이라니. 그런데 그중 하나가 소리의 정령?’

노래 부를 때 주변에서 요동치는 자연력과 친화력을 보고 짐작하기는 했다만, 그의 성장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왜 세계수께서 관심을 보이시는 건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으으··· 어쩔 수 없지. 그 정도라면 내 라이벌로 인정해 주지 못할 것도 없으니···.’

그렇게 일방적인 라이벌 선언 이후, 그녀는 은연중에 해리스의 주변을 맴돌며 그를 유심히 관찰하는 중이었다.

적을 상대함에 있어서 정보의 중요성이란 두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웅성웅성—

그건 사흘간 이어지는 축제의 둘째 날, 한 광장에 마련된 무대 뒤편 대기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유독 그녀의 신경을 거스르는 게 하나 있었다.

“우왓! 진짜 중앙 광장 지척이잖아? 이 정도면 진짜 제대로 주목받을 수 있겠는데? 하이 엘프들께서 직접 보실지도 몰라!”

“······.”

멘탈이 강한 건지 이 상황에서도 호들갑을 떠는 티메르와 조용히 손톱만 물어뜯는 큐리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해리스를 관찰하던 샤피론의 시선이 큐리에게 향했다.

연습 때까지만 해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막상 실전이 다가오자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어쩔 수 없이 샤피론이 그녀와 대화라도 나누기 위해 나서려던 순간···.

평소처럼 나른한 표정으로 난간에 기댄 채 늘어져 있던 해리스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많이 긴장되나요?”

“······.”

큐리가 연신 심호흡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처음 만난 날로 돌아간 것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고 주변의 눈치만 살피는 모습에, 해리스는 가만히 머리만 긁적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음, 우리가 준비한 노래 어때요? 좋죠?”

그녀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지만, 해리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연습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그때도 떨렸나요? 실수할까 봐?”

이번엔 고개가 조용히 가로저어졌다.

“전 연습할 때, 그냥 마냥 신났던 것 같아요. 재미있고. 이 노래를 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도 되고.”

그녀를 앞에 두고 말을 잇던 해리스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신나잖아요, 이번에 준비한 노래. 음악에 빠져 즐겁게 놀다 보면, 어느새 다른 생각들은 전부 사라지지 않나요?”

그의 목소리에 담긴 묘한 울림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은 큐리의 마음에 조금씩 파문을 일으켰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일단 연습할 때의 감정만 떠올려 봐요. 그냥 그때처럼 신나게 놀다 내려오는 거예요.”

누굴 다독여 본 경험이 별로 없는 듯, 절대 세련된 격려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평범하게 말하고 있음에도 묘하게 노랫말처럼 들리는 그의 음성은, 저도 모르게 그곳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마치 연습 중 한창 노래에 흠뻑 빠졌을 때처럼 주변을 몰입시켜, 큐리가 그의 말대로 연습 때의 감정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그녀의 표정이 서서히 풀리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때를 떠올리는지 눈빛이 반짝거리며 볼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그의 목소리에 같이 빨려 들어갔던 샤피론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새삼 해리스를 바라보았다.

‘의외네.’

그리 말주변이 있는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 말에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긴장한 조원을 챙기는 모습을 보니 뭔가 달라 보이기도 하고.

“다음 무대 준비하세요~!”

물론 그런 딴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이제 곧 그들의 무대였으니까.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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