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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5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85화

25장 방벽(1)

마물들의 침입은 계속되었다.

벽의 수복을 방해하는 마물들의 목적상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각오하고 있음에도 인간 측의 피해는 누적되어 갔다.

상대는 바깥의 마물. 아무리 적은 마릿수라 해도 사상자를 피할 수 없다.

인간은 바로 옆에 있는 인간의 죽음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츰 문드러지기에.

무엇보다 이들은 프론디어가 오기 전부터 싸움을 계속해 왔다.

이미 피로는 최고조에 달했고 정신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이들이 아직 버티고 있었다.

그 이유는 프론디어 때문이었다.

“버텨라!! 눈앞에만 집중해라! ‘새’는 머릿속에서 치워라! 놈들은 개떼들만 있을 뿐이다!”

프론디어가 참전하면서 전황에 변화가 생겼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공중전이었다.

노예가 아닌 기사나 병사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날개 달린 것’들에 의한 피해가 막심했다. 놈들은 방벽 위를 넘어서 공격을 가할 수 있으므로.

일반 화살은 마물의 단단한 피부를 쉬이 뚫을 수 없고, 맞추는 것부터가 버겁다.

그런 놈들이 방벽 위에 주둔한 기사들과 병사들을 공격하면, 그야말로 위아래가 개판이 된다.

설령 방벽에 도달하기 전까지 전부 제압한다 하더라도, 항상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즉, 싸우는 모든 인원은 눈앞의 마물을 상대함과 동시에 언제 위에서 공격이 덮칠지 모르는 공포에 신경이 갉아먹히는 것이다.

퍽! 퍼벅!

그러나 프론디어는 홀로 귀찮은 날개들을 전부 짓이겨놓았다.

거의 모든 비행 마물을 홀로 처리하고, 설령 놓치는 게 있더라도 그 정도는 남은 인원이 충분히 제압 가능했다.

“프론디어! 좌측으로 이동해라! 되도록 놈들의 추락 지점에 마물들이 있도록 만들어라!”

“해보겠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샌더스는 아예 프론디어에게 따로 지시를 내렸다.

프론디어의 능력을 인증받은 것이기도 했고, 샌더스의 이 커다란 외침은 아래쪽 죄수와 병사들이 들으라는 것이기도 했다.

프론디어에게 지시를 내린다는 것은 즉, 그가 건재하다는 말이다.

지상에서 싸우는 병력에게는 어느새 확신이 생겼다. 적어도 프론디어가 참전하는 동안, 위에서 덮치는 공격은 없을 거라는 확신.

그리고 또 하나.

‘내가 테이번에 있는 동안, 기사는 그 누구도 죽지 않는다.’

프론디어의 이 발언은 생각 이상으로 기사들에게 큰 힘을 주었다.

이 전투에서 가장 많이 죽어 나가는 것은 죄수들이나, 이들 전부를 합친 것보다 기사 한 명의 목숨이 중하다.

죄수와 병사들을 부분적으로 지휘할 수 있고, 홀로 다수의 마물을 대적할 수 있으며, 죄수나 병사들보다 전장에서의 사기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기사의 자리에 구멍이 생기면 이는 곧 전황의 균형 자체가 흔들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내기에서 시작된 프론디어의 말이 아직 지켜지고 있는 중이었다.

프론디어가 테이번에 온 지 10일째. 기사들 중 죽은 사람은 아직까지 0명.

‘흠, 저 녀석이 기사들을 일깨워버렸으니까.’

이전, 프론디어 옆에서 쉬지 않고 떠들던 헥토르는 생각했다.

프론디어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기사들 또한 생각이 절망적으로 향하고 있었다. 기사들 중 누군가가 죽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프론디어가 말했다.

-이 중에서 누가 죽을 것 같냐? 죽고 싶어 환장한 놈 있나?

누군가는 죽을 것이다. 이 전장에서 반드시.

그럼 그게 누구인가.

그 질문에 맞닥뜨리면 싫어도 알게 되는 것이다.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될 수 있음을.

“죽여라!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베어라! 바깥의 마물은 기만에 능하다!”

그러나 오늘은,

“쓰러진 놈들의 머리를 죄다 부숴라! 함부로 등을 돌리지 마라!”

또한 아직까지도,

“걸을 수 있는 부상자는 이리로! 놈들의 시체는 빨리 치워라! 아직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라!”

기사들 중의 사망자는 없었다.

* * *

가주 리드위와 황녀 아텐이 참석한 기사단 회의.

“‘바깥’이니 어쩌니 해도 별 것 없구만!”

“원래는 성문 앞에서 막아내던 것이, 이제 오히려 우리가 밀어내려고 했다니까!”

“난 또 우리가 진격하는 줄 알았지 뭔가.”

“하하하!”

물론 회의에 앞서, 기사들은 신이 나서 이번 전투에 대해 한껏 열을 올렸다.

“프론디어가 대단했지. 그 귀찮은 것들을 죄다 해치워줬으니까!”

“나는 처음에 웬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왔나 했는데 말이야.”

“아니, 피도 안 마른 건 맞지. 그래서 더 잘 싸우는 것 아니겠나! 피가 왕왕 도니까 말이야!”

프론디어에 대한 칭찬 세례도 이어졌다.

프론디어가 온 뒤로 사람이 덜 죽었다.

그 단순한 사실 하나면 프론디어의 평가가 뒤집히기에 충분했다.

프론디어는 여전히 내기를 이기고 있었고, 사실 이제 와서 내기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흠, 그래. 오늘은 성공적인 방어라 할 수 있지. 자네 생각은 어떤가, 프론디어?”

샌더스가 기사들의 말을 잠자코 듣다가 프론디어에게 물었다.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던 프론디어에게 드디어 발언권이 생겼다.

이는 지난 열흘간의 프론디어의 공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죄수나 병사들의 사상자를 최소한으로 막고, 기사들은 아직 사망은커녕 중상을 입은 사람도 없었다.

힘든 싸움이긴 했으나,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혁혁한 공을 세운 프론디어는 사기가 한껏 오른 이들을 앞에 두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

분위기와 찬물과 산통을 다 깨는 프론디어의 한마디였다.

그저 눈치가 없다 하기엔, 프론디어의 표정은 너무 심각했다.

“샌더스 단장님의 명으로 좌측에서 방벽 전체를 살폈는데.”

프론디어는 중앙 탁자에 놓인 지도를 가리켰다.

“여기, 우측 구석은 이미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는 프론디어가 ‘분석’으로 조사한 것으로, 거의 확실했다.

방벽의 우측은 이제 마지막 블록만 남은 젠가처럼 위태로웠다.

“그 바쁜 전장 상황에서, 벽의 결손을 확인했다는 말인가? 그것도 눈으로?”

“그렇습니다.”

담담히 답하는 프론디어.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믿기 어려워, 샌더스는 아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황녀님, 어떻습니까? 방벽을 조사하셨었지요.”

아텐은 미간을 모으고 손을 입가에 가져갔다. 그녀 또한 어떤 의미로, 프론디어에게 놀라고 있었다.

“……지금 프론, 로아흐 경이 가리킨 부분이 방벽의 가장 취약점인 것은 사실입니다. 단지 로아흐 경이 말할 정도로 당장에 무너질 만큼인지 어떤지는…….”

아텐의 대답에 분위기가 한층 엄숙해졌다.

당장에 무너지는 것이 확실치는 않아도, 프론디어와 아텐이 같은 위치를 가리키고 있으니 그의 신빙성이 올라가는 것이다.

리드위가 말했다.

“그라믄 마물을 한쪽으로 유인할 수밖에 없겠구먼. 죄수들을 모아서 말여. 지금까지 그렇게 했응께.”

방벽의 약한 부분에 닿지 않도록 마물들을 유인한다. 궁수를 반대편에 배치하고, 성문을 열어 죄수들을 밖으로 보내면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터.

하지만 이번에도 프론디어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뭐시여?”

“제가 위태롭다고 한 부분은 다른 벽들의 취약점과 상태가 전혀 다릅니다.”

“다르다니, 얼마나 위태롭다는 것이여?”

“……그렇군요. 이를테면,”

그때 프론디어는 입 주위를 손 전체로 쓸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듯했다.

“지금 벽의 어느 부분을 쳐도, 우측 방벽이 무너질 겁니다.”

“……!”

그 말에 좌중이 싸늘해졌다. 몇몇은 그것이 의미하는 바에 놀라 눈을 번뜩 떴다.

그야말로 파도에 기둥 하나라도 닿으면 전체가 쏟아지는 모래성처럼, 지금의 방벽이 한계에 달했다는 뜻이었다.

그 시작점이 우측 방벽이라는 것.

“……너무 비관적인 것 아닌가? 자네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지 않나.”

샌더스가 말했다.

“급감한 사상자로 인해 제가 마음이 늘어진 탓입니다. 방벽의 확인을 게을리 한 것이죠.”

프론디어의 말에 모두가 지금까지의 열흘 간을 상기했다.

프론디어는 본인의 탓이라 했지만, 사실 그들 전체의 책임이었다. 늘어진 것도, 게을리 한 것도 모두 기사들이었다.

“……허나, 실제의 전투란 것이…….”

샌더스가 다시 말했다.

샌더스가 계속 반론을 내새우는 이유는, 사실을 떠나서 사기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프론디어의 말을 기사들 전체가 듣고 있다. 전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사기가 박살이 날 위험이 있었다. 설령 사실을 말하고 있다 해도, 지금만큼은 넘어가야 했다.

그 의중을 알기에 프론디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대책은 있습니다.”

“대책?”

“대책이 있다고?”

샌더스와 리드위가 동시에 물었다. 지금 프론디어의 말만 들어서는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았기에.

“예. 방벽이 무너질 위기라면 다시 세워야지요. 그게 임시라 해도.”

말한 뒤 프론디어는 아텐을 보았다.

“우선 황녀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얼음이군요.”

아텐이 답을 짐작해 말했다.

충분한 술식 전개를 할 시간이 있다면 일부의 벽을 얼음으로 덮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게다가 여기는 북부 중에서도 극도로 춥다. 얼음이 붙는 것은 무리가 없을 터.

……다만 문제는 마나였다.

“……길어야 30분, 정도일까요.”

아텐은 나름의 계산으로 답을 내놨다.

역시 기사들의 표정은 그리 밝아지지 못했다. 30분. 마물의 공세를 버티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예. 그래서 한 명이 더 필요합니다.”

“한 명 더요?”

“예. 황녀님처럼 0에서 시작해 마법을 펼칠 순 없어도, 만들어진 마법에 마나를 덧붙일 정도만 되면 충분하니까요.”

“……그런 사람이 있나요?”

프론디어는 쉬운 듯 말하지만, 애초에 남이 해놓은 마법에 마나를 더하는 것만 해도, 초급 마법사의 딱지는 떼었다고 봐야 한다.

“아직 없지만, 단시간 내에 그렇게 될 만한 녀석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아.”

아텐도 거기까지 말하고 짐작했다. 그것이 정답이라는 듯 프론디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벨. 그 녀석이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마 5일 정도면 익힐 수 있겠죠.”

허, 듣고 있던 리드위가 어이없음을 참을 수 없어 딴지를 걸었다.

“5일? 사이벨 걔가 무슨 불세출의 천재라도 되냐? 마나를 느끼고 다루는 것만도 평범한 녀석에게는 몇 달이 걸릴지 모를 일인데, 그걸 넘어서 마나를 주입하는 데에 5일이면 된다?”

물론 리드위와 같이 마법의 덕목을 아는, 그리고 아주 상식적인 사람의 관점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답변은 하나뿐이었다.

“사이벨에게 ‘불세출의 천재’라는 단어는 너무 빈약합니다.”

“…….”

리드위는 멍해져서는 나를 보고 눈을 깜박이다가, 아텐을 보았다.

아텐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아주 당연하다는 뜻이었다.

“──그게 가능하다고 치고, 남은 5일은?”

이번에 입을 연 것은 헥토르였다.

마물들의 침입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5일 사이에 마물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희망적인 것을 넘어 망상이었다.

물론 이에 대한 내 대답은 너무도 당연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어, 응?”

내 말에 헥토르는 굉장히 순수하게 되물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마물이 방벽에 닿기 전에, 전부 소거하겠습니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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