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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5

84. 거지남매 – 바도보나 성터

레나와 레오는 움막에 들어가 숨고, 카시아가 밖으로 나와 외쳤다.

“저기요. 이쪽으로 오시면 안 돼요. 아버지가 병에 걸려서 가까이 오시면 병이 옮을지도 몰라요.”

“아아. 들어서 알고 있어. 잠깐 이리로 와봐. 물어볼 것이 있어.”

타아문 마을 방향에서 올라온 사내는 늦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털가죽 옷을 입고 있었다. 허리에는 노끈과 가죽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려 그의 껄렁한 자세에 맞춰 흔들렸다.

카시아는 가타부타 걸음을 옮기는 그 중년의 사내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갔다.

혹시 들켰나? 조마조마하며.

움막에서 조금 떨어진 개울가까지 와서야 발을 멈춘 사내가 돌아서며 말했다.

“난 다 봤어.”

“뭐, 뭘요?”

그는 턱에 지저분하게 돋아난 털을 쓸면서 징그럽게 웃었다.

“난 사냥꾼이야. 지나가는데 못 보던 덫이 길목에 놓여있더라. 참 희한하지? 우리 마을에서 덫을 놓을만한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타아문 마을의 사냥꾼인 그는 여기서 산을 두 번은 더 넘어야 하는 곳에 산장을 꾸리고 사냥을 했다. 마을 근처의 산에는 사냥감이 많지 않아서 재미로 사냥한다면 모를까, 생계를 꾸려야 하는 사냥꾼들은 가능한 한 산 깊숙이 들어갔다.

레오도 그걸 알고 있어서 그의 덫이 사냥꾼에게 들킬 염려는 없다고 생각했다. 산에 덫 몇 개를 놓았다고 지나가는 사람이 그걸 발견할 리 없었다.

[ 업적 : 민간인 살해 – 민간인 ‘4’명을 살해했습니다. 미약하게 불행해집니다. ]

그런데 재수가 없었다.

산장을 향해 산을 넘어가던 사냥꾼이 덫을 발견해버렸다.

“이런 걸 누가 깔았나 궁금해서 지켜봤는데, 웬 녀석이 오더라니까? 처음 보는 놈이었는데, 너희 움막으로 가는 것까지 봤어.”

“그, 그게 사실 동생이 한 명 더 있었…”

“거짓말하지 마.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솔직히 말해봐. 너희 범법자지? 죄짓고 도망쳐온 거지?”

“아니에요. 진짜로 아버지가 병에 걸리셔서…”

“그래? 그럼 마을 사람들한테 알려도 되겠네. 관청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이 산에 숨어 산다고 말해도 괜찮겠지? 그러고 보니 요즘 왕국에 난리가 났던데…”

사냥꾼이 의미심장하게 말을 흐리자 카시아의 심장이 철렁 떨어져 내렸다.

들켰다.

이놈은 다 알고 찾아왔다.

“……뭘 바라는데.”

“어이고, 드디어 본색이 나오네. 뭐 딱히 바라는 건 없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러 온 거야.”

“….”

그의 능청에 카시아는 침음을 삼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놈이 뭘 바라는지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수없이 받아온, 그래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눈빛이었다.

‘레오가 들키면 안 돼. 절대로.’

귀족 살해. 무슨 수를 써도 살아남지 못할 중죄였다.

잡혀가면 레오는 죽는다.

카시아는 입술을 꾹 아물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작심했는데… 어쩔 수 없다. 사랑하는 그를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카시아는 사냥꾼에게 터벅터벅 다가가 물었다. 망설임이 가득한 그녀의 손은 원망스럽게도 사냥꾼의 앞섶을 능숙히 헤집었고, 나팔 모양의 문신이 그녀의 손에 닿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지?”

“글쎄? 일단 반말은 좀 고쳐줬으면 하는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으실 거죠?”

“그건 너 하기 나름이지.”

빌어먹을 자식.

사냥꾼의 거친 손바닥이 카시아의 뺨을 쓸었고, 개울물은 무심하게 졸졸 흐를 뿐, 이렇다 할 일은 없었다.

그래. 아무 일도 없었다.

카시아는 참담한 심정을 안고 움막으로 돌아왔다. 레오가 무슨 일이었냐고 묻자, 아주 착한 마을 사람이 병에 쓸 약초를 가르쳐주러 왔던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서글픔을 미소로 덮어 숨겼다.

그 착한 마을 사람은 산장에 갈 때, 마을로 돌아올 때마다 개울가를 찾았다.

* * *

십자교회가 모시는 제1 성인인 ‘아즈라 성인’이 마지막, 일곱 번째로 악을 물리쳤다고 전해지는 곳.

폐허가 된 바도보나 성터에서 레나가 우아한 몸짓을 보였다.

그녀는 한때 성의 일부였던 거대한 바윗돌 앞에서 곱게 인사하고는 물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아?”

“응. 잘했어. 금방 배우네.”

레오는 아카이아 제국의 예법을 곧잘 따라하는 레나가 기특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카시아는 근처에서 요리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평민을 대할 때 취하는 예법을 배워보자. 공주가 보일 예법은 이렇게… 하는 거야.”

“오옹… 이건 좀 간단하네. 그런데 왜 자꾸 나한테 공주 역할을 시키는 거야?”

“공주님이니까.”

“아이참! 오빠는 바보.”

볼멘소리를 내었으나 레나는 그의 말이 싫지는 않았는지 레오의 손짓을 따라 했다.

겨울이 끝났다.

타아문 마을 근처의 산에서 가을, 겨울을 보낸 레오는 다시 여행을 서둘렀고, 지금은 잠시 식사를 위해 정차하였다.

– 프이이익. 피이익.

그때, ‘마게레’ 두 마리가 투레질해 자신들도 배가 고픔을 알렸다.

카시아는 재빨리 수레에 실린 건초 한 묶음을 내려 마게레 앞에 놓아주었다.

레오는 마게레 두 필에 수레를 달아 이동수단으로 삼았다. 당나귀와 비슷한 이 사족보행 동물은 말과 비교하면 반절로 작고, 느렸으나 끈기가 좋았다. 보통 밭일을 할 때나 쓰이는 녀석들인데, 레오는 이 녀석들을 ‘말’로 삼았다.

말은 너무 비싸다.

[ 업적 : 첫 국외여행 – 국경 근처에서 이동속도가 조금 빨라집니다. ]

마게레는 수레를 끌기엔 너무 느렸지만, 레오는 ‘첫 국외여행’ 업적을 활용하려 했다.

아직은 벨리타 왕국 남부에 있어서 업적이 발동되지 않고 있지만, 콘라드 왕국으로 넘어가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그가 향할 방향은 정확히 남쪽이었다.

가는 방향이 변하지 않는다면, 콘라드 왕국과 오른 왕국 사이의 국경을 따라 내려갈 수 있었다.

그러면 업적이 끊임없이 발동되겠지.

바르트 경은 살아있었다.

{추적술}은 그가 남쪽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나, 레오는 도박이 성공했음을 느꼈다.

길버트 포르테도 처리했고, 이젠 바르트 경을 찾기만 하면 됐다.

‘이번’과 ‘다음’ 시나리오 모두를 챙겼다.

‘생각보다 추격이 느슨한데? 한두 번 정도는 쫓기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몸을 숨겨도 귀족을 살해한 자는 끝내 붙잡히기 마련이었다.

전에 토턴 타티안을 암살하고도 탈이 없었던 까닭은 순전히 베나르 타티안 후작이 뒤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뒷배가 없었다. 그래서 한 달이면 정체를 들켜 쫓기게 되리라 예상하고, 간단히 쓰다 버릴 수 있는 움집을 지었다.

물론, 레오는 추격병들을 뿌리치고 몸을 숨길 자신이 있었다.

시나리오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비쩍 말랐던 그의 몸에 근육이 붙었을뿐더러, {검술.3v : 바르트류(流)}를 가진 그를 잡으려면 기사가 필요했는데, 기사는 그렇게 흔한 전력이 아니었다.

일반 병사들로서는 대적하기 힘든 무력을 가진 레오가 산으로 들어가 버리면 추격이 어렵고, 포위망도 쉽게 뚫어낼 수 있었다.

레나와 카시아 때문에 발목이 잡히긴 하겠지만, 어지간해선 달아나는 데 성공했으리라.

그런데 타아문 마을은 좋은 마을이었다. 그들은 외부인의 말을 쉽게 믿어주었다.

그 마을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소꿉친구 시나리오의 데모스 마을만큼이나 평화로운 곳임이 틀림없었다. 덕분에 동생이 쫓기는 고생을 하지 않고 반년이나 숨어 지낼 수 있었다.

레오는 타아문 마을을 머릿속에 기억해두었다. 혹시 나중에 또 쫓기게 되면 찾아갈 요량으로.

“자, 이번엔 다른 걸 배워보자. 먼저 오른손을 가슴께에 올리고, 왼손을 아래로 늘어뜨리는데, 손바닥이 보이게 해야 해. 그거 뒤집으면 살려달라는 뜻이 되니까 조심하고.”

레나는 ‘기사를 대하는 공주의 예법’을 보이는 레오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면서 왼쪽 무릎만 살짝 굽히면서 인사해. 등 굽히지 말고 허리로만. 어깨는 오른쪽으로 아주 살짝 비틀면서. 어어? 레나야, 오른발을 뒤로 빼면 안 돼. 그건 남자 귀족들만 하는 행동이야. 영애나 공주가 하면 너무 노골적인 뜻이 된단 말이야. 뭐가 노골적이냐고? 음… 그건 몰라도 돼. 그냥 하면 안 돼. 알겠지? 그래. 그렇게. 눈을 잠깐 감는 것도 잊지 말고. 예법을 보이면서 눈을 계속 뜨고 있으면 뜻이 바뀌는 경우가 너무 많으니까, 그냥 무조건 한 번만 감아. 한 번이야. 두 번도 안 돼. 손목도 곧게 펴고, 손가락도 전부 다 딱 붙여서 떼지 마. 굽히지도 말고 자연스럽게. 손가락이랑 관련된 건 나중에 알려줄게. 사실 그게 제일 어려운 건데…”

오빠가 변했다.

레나는 오빠가 알려주는 동작을 한참 따라 하다가 뻐근해지는 허리를 톡톡 두드렸다.

“재미있기는 한데, 허리가 아파… 오빠, 그런데 이런 것들은 어디서 알았어? 지금껏 한 번도 알려준 적 없었잖아.”

“으으응? 이, 이거? 원래 알고 있던 건데, 내년이면 너도 성년이니까 이제 가르쳐줄 때가 된 것 같아서 알려주는 거야.”

“그래?”

레나는 “흐응~” 콧소리를 내고는 그러려니 했다.

오빠는 항상 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뭘 주워 먹으면 안 되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디서 자고, 어디를 피해야 하는지까지.

나는 오빠를 믿고,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최근 어딘가 행동거지가 달라지고, 카시아 언니를 만난다든가, 갑자기 여행을 떠난다든가 하는 일들이 벌어졌지만, 레나는 오빠를 의심하지 않았다.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끈끈하게 이어진 혈연이 그녀의 의심을 불식시켰다.

‘오빠는 역시 대단해!’

언제나 뭔가를 척척 해내는 오빠.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지만 그럴 일이 있을지나 모르겠다.

레나는 오늘도 오빠의 말을 꼬박꼬박 잘 따랐다.

“식사 준비 끝났어요. 어서 와서 들어요.”

카시아가 레나와 레오를 불렀다.

그녀의 요리 솜씨는 조악했으나 반년 가까이 남매에게 요리해 주면서 많이 늘었다. 구수한 냄새가 남매의 위장을 자극했다.

“언니, 잘 먹을게요. 오늘도 맛있겠다.”

“많이들 먹어요.”

카시아는 살이 많이 빠졌다.

산중 생활이 힘들었는지 그렇지 않아도 말랐던 그녀는 점점 초췌해졌다. 레오가 미안해하며 사냥을 해다가 고기반찬을 해주었으나 깨작깨작 입맛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그녀가 산을 벗어나니 활짝 밝아졌다. 천상 도시에서 살아야 할 여자인 모양이다.

“누나, 늘 고마워요.”

“고맙긴요. 번번이 고맙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맛있게 먹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레오의 진심이 담긴 감사에 카시아가 얼굴을 붉혔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레오는 카시아에게 맺혔던 원한을 털어버렸다. 그녀의 오랜 헌신에 해묵은 과거를 내려놓았다.

또, 카시아란 사람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정이 붙었다.

사실 그동안 레오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했다.

첫 거지남매 시나리오에서는 그녀를 잠깐 만나고 끝났다. 약방 앞에 쓰러진 남매를 도와준, 그리고 어딘가 이상한 여자라는 인상을 받았던 게 다였다.

두 번째 거지남매 시나리오에서는 깡패가 되어 돈을 버느라 바빠서 카시아와 대화를 나눌 일이 많지 않았다.

당시에는 특이하지만 좋은 여자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엔딩에서 레오가 카시아를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하기도 했었다.

세 번째로 만났을 때는 그녀가 미웠다. 시나리오 초반에만 잠깐 들려서 도움을 받는, 기능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말 작정으로 다가갔고, 나중에는 차갑게 밀어버렸다.

그리고 네 번째인 이번에는…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 일었다.

여전히 특이한 여자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나, 전과 같이 부정적이진 않았다.

여행하며 알게 된 카시아는 기본적으로 조금 우울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간혹 지나치게 현실적이거나, 잔혹한 말로 이어지던 대화에 마침표를 찍곤 했다.

그녀가 왜 그런지 아는 레오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다행히 그 성격은 조금씩 나아져 갔다.

또, 카시아는 의외로 꼼꼼했다.

전처럼 눈에 초점을 잃고 멍하니 있는 경우는 없어졌지만, 아무래도 그동안 보아온 인상 때문에 뭐든 대강대강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가게에서 묵게 해달라는 남매에게 집을 대충 설명해주고, 돈통을 치우지도 않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한데 카시아는 집중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섬세해지는 사람이었다.

구두공의 딸이어서 그런 걸까?

손재주도 좋아서 레오가 노끈을 매는 것을 보더니 뚝딱 따라 했다. 오히려 {사냥} 능력만 가진 채, 없는 손재주로 어렵사리 끈을 만들던 그보다 훨씬 나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 퀘스트 : 카시아의 삶 – 카시아를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 ]

‘어떻게 해야 카시아의 굴레를 풀어줄 수 있을까?’

레오는 이젠 그녀를 돕고 싶었다.

진심으로.

식사를 마치며, 레오가 벌떡 일어나 취사도구와 접시, 물통을 챙겨 들었다.

“누나,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이제 좀 쉬세요.”

“괜찮아요. 이건 제가 할 일이에요.”

“전 이제 사냥을 하지 않는걸요. 설거지 정도는 넘겨주세요. 모두 다 하려 하시면 제가 불편해요. 건초도 누나가 내려놓으셨던데…”

“맞아요. 언니! 저도 도울래요.”

“아녜요. 제가 할게요.”

카시아는 부득부득 사양했고, 레오도 물러서지 않아서 세 사람은 다 같이 설거지했다.

레나는 카시아의 식기를, 카시아는 레오의 식기를, 레오는 동생의 식기를 빼앗아 닦아주었다.

쾌활한 잡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바도보나 성의 무너진 잔해가 노을을 받아 길게 늘어졌다.

한때 아카이아 제국의 요충지이자 남부를 총괄하는 도시였다는 바도보나 성.

‘고대 신학사’에는 아즈라 성인이 악을 퇴치하고 바도보나 성을 파괴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그는 이 성은 결코 복원돼서도 안 되고, 여기에서 사람이 살아서도 안 된다는 말을 남겼다.

물론, 레오가 그런 걸 알 턱이 없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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