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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

10화 결행 (3)

10화 결행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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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꼬리팡팡: 아니 여기서 끊는다고?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박쥐인간: 아 미친 작가ㅅㄲ 전투 중에 끊는 게 어딨냐 ㅅㅂ 너 내가 다시는 글 쓰지 말라 했지 개ㅅㄲ야

[RP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

.

.

우리는 사력을 다해 고블린에게 대항했다.

고블린들은 강했지만 이쪽도 힘을 합치니 만만치 않았다. 팽팽한 힘의 대결이 시작됐다.

“찔러! 멈추지 마!”

조원들이 창을 뻗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격은 상대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훈련 시간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완력이 약했다.

그 와중에 덩치의 창이 고블린의 배를 꿰뚫었다. 레벨은 내가 높지만 창술에 한정한다면 덩치가 F조 제일이다. 녀석에게는 찌르기(Lv.1) 스킬도 있다.

“우우우우!”

기세를 탄 덩치가 고블린의 가슴을 걷어차며 창을 뽑았다. 다른 고블린이 덩치에게 도끼를 휘둘렀지만 테오가 막았다. 그 탓에 테오의 방패가 박살이 났다.

“방패! 방패를 앞으로 던져!”

뒤쪽에서 몇 개의 방패가 날아왔다. 여기저기서 피가 솟으며 비명이 들렸다. 아비규환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어지럽다. 눈이 침침하고 귀가 먹먹하다. 방진을 유지하라는 테오의 외침이 들린다. 필사적으로 화답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진동하는 피 냄새.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하악······! 하악······!”

거친 숨소리가 숲의 공기를 울렸다.

서 있는 고블린은 한 마리도 없었다. 놈들은 모두 시체가 되어 쓰러졌다.

“크흑······! 흑······!”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우리 쪽도 사망자는 많았다. 주위를 둘러보는 테오의 얼굴은 착잡했다. 소중한 것을 잃은 자의 표정이었다.

테오가 살아남은 조원을 불러 모았다. 그들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대부분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데미안. 이건······?”

“회복에 도움이 될 거야.”

나는 힐링 블룸을 으깨 테오의 상처에 발랐다. 나머지 부상자들에게도 그렇게 했다. 빠르게 지혈되는 상처를 보며 조원들이 휘둥그렇게 눈을 떴다.

하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다. 부상이 심한 이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11명이 죽었나.”

테오의 말대로 절반이 넘는 조원이 죽었다. 남은 인원은 나를 포함해 7명뿐이다.

테오는 억지로 눈물을 참는 듯했다. 족제비는 아까부터 코를 훌쩍이며 울고 있었고, 덩치의 눈도 새빨갰다.

“······죽은 녀석들을 모아. 묻어주지는 못하더라도 저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테오의 말에 조원들이 하나둘 일어섰다.

그들이 시체를 정리하는 동안 나는 주위를 돌아다니며 나만의 목적을 달성했다.

“태워야 하지 않을까? 만약 녀석들이 언데드라도 된다면······.”

몇몇 조원이 말했지만 테오는 고개를 저었다.

“불을 피우면 광산에서 알아챌 거야. 이 많은 시체를 태우려면 상당량의 장작도 필요할 테고. 우리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어.”

말은 저렇게 하지만 누구보다 그들의 장례를 치르고 싶은 것은 테오일 거다.

나는 테오와는 다른 의미로 그 결정이 옳다고 생각했다. 만약 죽은 조원들이 언데드가 되어 깨어난다면 언제 우리를 추격할지 모를 감독관이나 병사들을 막아서는 위협적인 방패가 될 테니까.

“흑······! 흐흑······!”

족제비가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보였다.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비는 테오의 옆모습을 나는 물끄러미 바라봤다.

우리는 쓸만한 창과 방패를 들고 다시 발을 움직였다.

.

.

.

레벨업한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테오와 덩치는 12레벨과 13레벨이 됐고, 족제비는 두 단계나 껑충 뛰어 10레벨이 됐다. 나머지 세 조원도 각각 한두 단계씩 성장해 7레벨이 됐다.

“테오.”

“······응?”

“얼굴 좀 펴. 네가 그렇게 죽을상을 하고 있으면 조원들에게 영향이 가.”

테오의 얼굴은 너무 어두웠다.

눈앞에서 많은 조원이 죽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이래서는 팀워크에 균열이 생긴다.

이것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리더는 감정을 숨길 줄 알아야 해. 그래야 팀이 흔들리지 않아.”

무언가를 생각하던 테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평소처럼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네 말이 맞아 데미안. 고맙다.”

이후 테오는 예전의 든든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물론 내 눈에 비친 테오는 슬픔을 숨기려 쾌활한 체하는 어린아이 같았지만.

“후우······. 후우······.”

달리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질 즈음 우리는 휴식을 취했다.

나는 덩치에게 투척술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우우우!”

덩치가 반색하며 투척 시범을 보였다. 퍼억! 녀석의 손을 떠난 손도끼가 나무에 박혔다.

나는 덩치의 시범을 떠올리며 손도끼를 던졌다. 하지만 실패했다.

덩치와 나는 번갈아 손도끼를 던졌다. 그 모습을 보던 조원들이 휴식을 마다하고 동참했다.

“조. 어깨를 좀 더 이렇게 해 봐.”

“이, 이렇게?”

테오가 족제비에게 나름의 훈수를 뒀지만, 내가 보기에는 테오의 자세도 그리 좋지 않았다.

결국 덩치가 나서 테오의 자세를 교정했고, 귓불이 시뻘게진 테오는 더는 족제비에게 훈수를 두지 않았다.

“이, 이렇게 하는 건가?”

“이거 맞아 덩치?”

7레벨 녀석들도 열심히 연습했다. 부족한 완력 탓에 엉망이기는 했지만.

한동안의 연습 끝에 나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투척술(Lv.1)을 획득합니다.]

투척술 적성이 생긴 후 나의 명중률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7레벨 삼인조가 부러운 얼굴로 말했다.

“우와······! 데미안 진짜 잘한다.”

“나도 저렇게 던지고 싶은데······.”

“그러고 보니 아까 고블린하고 싸울 때도 굉장했어.”

“맞아맞아. 데미안의 가죽끈이 없었으면 정말 위험했을지도.”

나는 혹시나 싶어 통찰의 눈으로 조원들을 살펴봤다.

투척술을 깨우친 이는 없었지만 테오의 특성에 변화가 생겼다.

◎ 특성: [책임감], [통솔자], [인내력], [정신력]

테오는 정신력 특성을 개화했다.

잠시 고민해 보니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리더는 감정을 숨길 줄 알아야 해. 그래야 팀이 흔들리지 않아.’

그 말을 들은 후 테오는 무언가 마음의 결심을 했고, 그것이 특성의 형태로 개화한 듯하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지만 잘 되었다. 테오의 기세는 곧 F조의 기세나 마찬가지니까.

“가자. 조금만 더 가면 보급로야.”

우리는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고블린 네 마리를 발견했다. 9레벨, 11레벨, 12레벨, 13레벨. 지금의 우리라면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다.

그래서 싸웠다. 나와 덩치가 손도끼 투척으로 일찌감치 두 놈을 잡고, 테오와 다른 조원들이 남은 두 마리를 죽였다.

“이, 이 약골 고블린 새끼들······!”

“이만 가자. 조.”

그런 식으로 우리는 다수의 고블린은 피하고, 소수의 고블린은 사냥하며 이동했다.

‘확실히 소수로 움직이는 게 기동력이 좋아.’

7레벨 삼인조는 몇 번의 전투 후 8레벨이 됐다. 그렇게 첫 전투 이후의 상황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문제는 보급로에 도착한 뒤 벌어졌다.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우리는 조심스레 보급로에 진입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데미안.”

맞은편 숲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 카인을 선두로 십여 명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인.”

“짐작은 하고 있었다, 데미안.”

“무엇을 말이지?”

“네가 오늘 탈출할 거라는걸.”

카인이 엷은 웃음을 지었다.

그의 허리에는 통문 병사의 것과 비슷한 검 한 자루가 걸려 있었다. 뭐야. 설마 병사를 죽이고 빼앗은 건 아니겠지?

“여기까지 오는 길에 제법 피해가 있었던 모양이군. 고블린이라도 만났나? 아니면 죽음에서 돌아온 망자들?”

카인은 언데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카인은 이전에도 탈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거다.

“우리가 이렇게 잡담이나 나눌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본론을 말하지. 우리 쪽으로 와라 데미안.”

“거절하겠어.”

카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녀석이 무어라 입을 열려는 순간 테오가 끼어들었다.

“어이. 듣자 듣자 하니 뭐냐 넌. 번호를 보아하니 C조인 것 같은데. 그냥 너희 갈 길이나 가라고.”

카인은 물끄러미 테오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117번. 기억해 두지.”

내게는 굉장히 섬뜩한 말이었다.

소설 속에서 카인이 비슷한 말을 내뱉은 상대는 대부분 죽었다.

나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카인에게 통찰을 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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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인 하센베르크 [14세], [Lv.18]

◎ 속성: [■■]

◎ 특성: [회귀/1■회차], [■■■], [발달된 감각], [통솔자], [승부욕], [■■■ ■■], [회복력], [검의 재능]

◎ 적성: [검술 Lv.3], [단검술 Lv.2], [창술 Lv.2], [궁술 Lv.1], [도끼술 Lv.1], [승마술 Lv.1], [하센베르크 격투술 Lv.2]

◎ 일반 스킬: [강격 Lv.2], [연타 Lv.1], [밀어내기 Lv.2]

◎ 전용 스킬: [■■ 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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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15가 아니라 18이라고?’

이틀 전까지만 해도 카인의 레벨은 15였다.

그렇데 어떻게.

‘몬스터 사냥을 한 거다. 나처럼 몰래 숲에 들어가서.’

카인을 처음 만났을 때의 내 레벨은 7이었다.

그러던 게 카인과 격투 중 9레벨이 됐다.

이후 언데드가 된 119번을 쓰러뜨리고, 털북숭이와 주먹코를 죽이고, 고블린들과 전투를 치르며 14레벨이 됐다. 그렇게 나는 이틀 동안 무려 7레벨을 올렸다.

하지만 레벨이 오를수록 다음 레벨업까지의 필요 경험치가 늘어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카인이 획득한 경험치는 나보다 적지 않을 것이다.

“또 그런 묘한 시선으로 날 보는 건가. 138번.”

호칭을 번호로 바꾼 걸 보니 제안을 거절당한 것에 꽁해있는 모양이다. 주인공답지 않게 소심한 녀석.

그러나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카인은 나의 통찰을 느낄 수 있어.’

지난번에도 카인은 내가 통찰을 시전하자마자 이렇게 말했었다.

‘뭘 하고 있는 거지? 넌.’

당시 카인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렸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물론 카인은 내가 정확히 무얼 하는지는 모를 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레벨이 더 오르고, 소서러의 힘을 각성하면 어떻게 될까.

“아무튼 우리는 너와 함께할 생각이 없어. 66번.”

똑같이 번호로 불러주자 카인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구겨졌다.

그 모습을 무시하며 나는 카인의 스테이터스를 살폈다.

‘통솔자, 검의 재능. 단검술(Lv.2), 창술(Lv.2), 궁술(Lv.1).’

이전에는 확인하지 못한 특성과 적성.

거기에 강격(Lv.2)과 연타(Lv.1) 스킬도 드러났다.

‘검술 적성은 2레벨이었는데 3레벨이 됐어. 강격 스킬도 한 단계 성장한 것 같고.’

그러나 저 중에서 가장 두려운 능력은 역시 ‘검의 재능’이다.

무한회귀 세계관에서 오러를 발현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소드 엑스퍼트’ 이상의 실력자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능력.

나는 카인의 곁에 선 몇몇 소년을 통찰로 훑어봤다.

‘카인의 수족들.’

나와 달리 카인은 탈출 전부터 쓸만한 녀석들의 성장에도 신경을 쓴 모양이다.

게다가 C조의 수는 얼핏 봐도 15명 이상.

여기서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전투라도 벌어진다면 우리의 몰살은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두지. 138번.”

나는 대답 없이 카인을 바라봤다.

“보급로를 이용할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다.”

그렇게 말한 카인과 C조가 숲의 어둠으로 사라졌다. 마치 그 말을 하기 위해 이곳에서 기다렸던 것처럼.

“뭐야 저 자식은. 데미안. 아는 녀석이냐?”

“······.”

“데미안?”

나는 테오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지. 왜 카인은 내게 저런 말을 남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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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Status: Ongoing
The protagonist, an infinite regressor, found himself possessed within a novel where the original protagonist had gone mad and turned dark. Now, with my unique abilities, I must write a new ending for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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