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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

빌어먹을 아이돌 9화

솔직히 최수연 팀장은 처음 한시온이 들어왔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어떤 놈이 발로 프로필 사진을 찍어 줬는지 모르겠는데(셀카였다), 사진보다 훨씬 잘생겼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왠지 모를 우울함이 있으며, 동시에 강박적인 느낌이 있다.

게다가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인상까지.

“연주나 자작곡은 딱히 준비를 안 해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좋아요. 본인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한시온의 짐작과 다르게 최수연은 저 대화를 하면서 기분이 상했던 게 아니다.

분명 한시온이 ‘죄송하다’고 하는데, 미리 안내를 안 해 준 라이언 엔터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당황했을 뿐이었다.

심지어 원래는 자유곡 먼저 듣고, 지정곡을 듣는데, 저도 모르게 한시온에게 뭐부터 부를지 선택권을 줬다.

수많은 연습생과 연예인 지망생을 봐 온 최수연이 이런 느낌을 받은 걸 보면, 보통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여기까지도 별게 아니었다.

진짜 별일은 노래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한시온이 <꽃말>을 부를 때, 최수연은 당황했다.

잘한다.

그것도 지나치게 잘한다.

물론 테이크씬도 노래를 잘한다.

테이크씬의 메인 보컬은 회사 내부에서 라이언 메보 역사상 가장 노래를 잘 부른다는 평가를 받았으니까.

근데, 급이 다르다.

말론 설명은 잘 못하겠는데, 선생님이란 칭호로 불리는 가요계 최정상 가수들한테서나 받는 느낌을 받았다.

위기의식이 경종을 울렸다.

이건 안 된다.

테이크씬과 한 무대에 세우면 안 된다.

시청자 투표를 얼마나 반영할지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분명 몰표를 받을 거다.

하지만…….

‘저걸 놓치라고?’

B팀에 넣어야지 추후에 연습생으로 꼬실 거 아닌가.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자유곡을 부르자 별게 아니게 되어 버렸다.

멜리즈마, .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보는 가수 이름에 처음 들어 보는 곡명이었다.

원래 신인개발팀은 음악적 소양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

그들은 가수를 뽑는 게 아니라, 상품을 뽑는 사람들이다.

뽑아 놓은 상품을 가수로 만드는 건 트레이닝팀에서 할 일이고.

1940년대의 블루스를 본인이 편곡했다길래 역시 인디충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데, 노래가 시작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미친놈이다.

아니 대체 어떤 미친놈이 아이돌 오디션에서 이런 노래를 부른단 말인가.

그리곤 대체 뭐가 맘에 안 들어서 볼이 부어서 나간단 말인가?

혹시 이거 몰래카메라인가?

왜, 그런 거 있잖아.

유명한 피아니스트를 아마추어인 것처럼 분장시켜서 몰카를 하는.

그래. 그거다.

저 친구는 뉴올리언스나 버클리 출신 프로 가수…….

‘아니, 스무 살이잖아!’

대표님은 B팀에 개성 강한 친구들을 몰아넣자고 했었다.

하지만 한시온이 보여 준 실력은 개성이 아니었다.

개성에서 쏘아 올린 핵이었다.

난감하다.

안 뽑을 순 없는데, 뽑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섭다.

결국 최수연은 결론을 내렸다.

이건 아무래도 최대호 대표가 탈락하는 게 맞는…….

“팀장님.”

“어, 아냐. 나도 모르게 생각한 거야.”

“네?”

“어……. 아니다. 왜?”

“방금 노래, 원곡 좀 틀어 봐도 됩니까?”

“어, 아. 그래 들어 보자. 편곡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니까.”

그렇게 그들은 유투브에서 멜리즈마의 를 찾아 들었는데…….

“이걸…… 편곡이라고 할 수가 있는 거냐?”

그냥, 꽤 듣기 좋은 통기타 블루스였다.

일렉 사운드가 아예 없었다.

이 정도면 그냥 가사만 가져다 쓰고 전혀 새로운 곡을 만든 거 아니냐고.

심지어 댓글이나 조회 수를 보면 별로 유명한 가수도 아닌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최수연이 결정을 내렸다.

“대표님한테 맡기자.”

“역시 그래야겠죠?”

“쟤는…… 무조건 뜰 거야. 어쩌면 테이크씬에 합류할 수도 있고.”

한시온을 B팀에 넣어서 시청률을 터트릴지, 없는 자리를 만들어서 테이크씬에 넣을지는 그녀가 결정할 건 아닌 것 같았다.

“오늘 촬영한 거 바로 나한테 토스하고……. 오늘 다들 고생했다.”

“저, 팀장님.”

“응?”

“아직 뒤에 참가자들 남았는데요.”

“아, 그치. 더 봐야지.”

“그리고 제가 갑자기 생각난 건데요.”

“뭔데?”

“저희 한시온 참가자 춤 안 봤는데요…….”

“아, 맞다…….”

“뚝딱이면 어떡하죠?”

“근데 그럼 그것 나름대로 괜찮지 않을까? 저 정도 실력인데 그런 약점은 있어야지.”

“어, 그런가요?”

결국 그들은 그렇게 합리화를 했다.

*  *  *

라이언 엔터를 빠져나오면서 핸드폰을 확인하니, BVB의 서승현에게 부재중 전화가 잔뜩 찍혀 있었다.

망설일 것도 없이 곧장 전화를 거니, 인사도 없이 숨넘어갈 것 같은 물음이 날아왔다.

-사클에 올린 곡들 한시온 씨가 작곡한 곡 맞죠?

“네. 맞는데요?”

-호, 혹시 이미 팔았어요?

“아뇨. 아직 안 팔았습니다.”

-하나도?

“하나도.”

-그, 이게 뭔가 실수를 했나 본데, 한시온 씨가 사클 계정에 내 메일 주소를 입력해 놨거든요?

“실수 아닙니다.”

-그럼요?

“일부러 한 거죠. 서 팀장님을 따로 보려고.”

-나를…… 밖에서 따로 보고 싶어서?

“……아뇨.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어이없는 양반이네.

“곡을 팔아 줄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아이돌판에 대해 빠삭한.”

-저는 BVB 소속입니다만.

“쇼 비즈니스에서 작곡가와 트레이너는 이직이 자유롭고, 프리랜서가 많죠? 왜 그런지 아세요?”

-글쎄요.

“직업적 역량이 회사의 제반 시설과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전 A&R팀의 곡 개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좋은 곡을 발굴해, 좋은 편곡자를 붙이고, 좋은 프로듀서에게 외주를 준다.

이러한 업무는 가수의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생각보다 규격화된 업무는 아니었다.

전적으로 A&R 프로듀서의 개인기에 의존한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송 캠프(Song Camp)나 세미나를 진행하지만, 여전히 개인 기량이 중요하다.

“그리고 A&R팀의 겸업 금지는 좀 넉넉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나요?”

A&R팀이 스타 작곡가와 친해지기 위해 다른 회사에 연결을 도와주는 경우는 꽤 허다하다.

호의를 베풀면 돌아오는 경우들이 있으니까.

“일단 한번 여섯 곡만 팔아 보시죠. 그중 한 곡은 NOP한테 어울릴 것 같으니 명분도 있잖아요?”

-페이는…….

“곡 판매비의 절반 드리죠.”

-……! 진심으로 하는 말이죠?

“그럼요.”

10%를 주면 협력한다고 생각할 거고, 20%를 주면 협조한다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50%를 주면 복권에 당첨됐다고 생각할 거다.

은행 가는 게 귀찮다고 당첨금을 찾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

돈에 자유롭다는 건 이런 부분에서 좋다.

다른 이들은 자유롭지 않으니까.

“계약서 오늘 쓰시죠. 몇 시 퇴근하세요?”

*  *  *

서승현과의 이야기는 잘 끝났다.

그중 이란 곡을 BVB 엔터에 NOP의 후속곡으로 팔기로 했다.

서승현은 라는 곡도 NOP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지만, 그건 더 좋은 선택지가 있다.

“셀피시는 한번 드롭 아웃에 팔아 보시죠. 타이틀곡으로.”

내가 한국에 대해서 많이 잊어버리긴 했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존재들도 있다.

현재 한국 대통령이 누군지도 알고,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누가 제일 잘하는지도 안다.

그리고 연예계에서 누가 제일 잘나가는지도 안다.

DROP OUT.

5인조 보이 그룹.

연차나 앨범 판매 기록이나 그런 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드롭 아웃을 모를 수는 없다.

아마 돈 욕심 넘치는 큰고모부도 드롭 아웃 노래 한두 개 정도는 알지 않을까?

1티어가 아니라 1등인 그룹이다.

군대 위문 공연을 가서 군인들을 떼창시킬 수 있는 유일한 보이 그룹이니까.

“드롭 아웃이요? 걔들은 남한테 타이틀곡 안 받을 텐데요. 1집 이후 타이틀곡은 무조건 자체 제작이라서.”

“그래도 한번 푸시해 보세요.”

“컴백 소식도 없어요. 몇 년 걸릴 수도 있어요.”

“곧 할 겁니다. 제가 알기론 그래요.”

시기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곧 한다.

올해인가 내년인가, 아무튼.

내가 셀피시를 드롭 아웃에 팔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얘네가 앵콜 콘서트에서 맨날 이 노래를 불렀거든.

멤버들이 최애곡으로 셀피시를 선택하는 인터뷰도 봤고, 나름대로 편곡해서 스페셜 무대를 꾸미는 것도 봤다.

셀피시는 내가 작곡한 곡들 중에서도 쓸모가 많은 곡이다.

GOTM으로 활동할 때는 발매하지 않았지만(전통적인 밴드 플레이어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곡이 아니다), 보통 난 커리어 첫 번째 빌보드 1위를 셀피시로 달성했다.

내 음색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 시기를 안 타는 곡이기도 했으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2019년에 발매해도 빌보드 1위를 할 수 있고, 2024년에 발매해도 빌보드 1위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물론 그냥 발매하면 안 되고 적절한 마케팅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만큼 노래가 가진 힘이 강하다는 소리다.

잘은 모르겠지만 드롭 아웃의 취향을 저격하는 곡 같으니 타이틀곡으로 팔리지 않을까?

물론 누군가는 내가 직접 부르는 게 낫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다음 생에 하면 되는 일이다.

이번 생에는 드롭 아웃이 셀피시를 가지고 어떻게 케이팝스럽게 편곡하고, 어떻게 보이 그룹용 가사를 붙이고, 어떻게 프로모션하는지를 지켜만 볼 거다.

어떤 성적을 내는지도 궁금하다.

게다가 딱히 아깝지도 않다.

나한테는 셀피시만큼 좋은 곡들이 꽤 많으니까.

“수록곡으로 받겠다면요?”

“거절합니다. 무조건 타이틀.”

“솔직히 어려울 것 같지만…….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별 계획 없으니 적당히 팔아 주시고, 금방 곡 몇 개 더 드릴게요.”

“근데 한시온 씨.”

“네.”

“왜 저를 선택하셨는지……? 이 정도 곡이면 직접 회사들과 컨택해서 팔아도 될 텐데.”

역시 돈의 힘은 강하다.

곡비의 절반을 준다니까 스스로가 선택받은 입장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서승현을 선택한 건, 자연스럽게 인맥을 얻기 위해서다.

회귀자에게 인맥이란 단어는 보통 사람의 그것과 다르다.

내가 지난 생에 그래미 어워드의 심사위원인 NARAS 회원들과 깊은 친분을 다져 놓았더라도, 회귀 한 방이면 제로로 돌아간다.

이전 생에 친분이 있었다고 또 친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아주 자연스럽게 절친이 됐던 동료 가수와 아주 자연스럽게 원수가 될 수도 있는 게 내 삶이다.

그러니 나한테 인맥이란, ‘행동 양식을 정확히 추측할 수 있는 이들’이다.

나의 행동에 따라 친해질 수도 있고, 멀어질 수도 있는 이들.

날 신뢰하게 만들 수도 있고, 날 불신하게 만들 수 있는 이들.

이런 것들을 쌓고 쌓다 보면 동양에서 날아온 스무 살짜리(미국에서는 열여덟) 애송이가 데뷔곡으로 빌보드 차트 1위를 할 수 있게 되는 거다.

하지만 인맥이라는 게 목표 의식을 가지고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빌보드 1위를 하는 법’ 같은 걸 알기 위해 LA를 돌아다닌다고 쓸 만한 인맥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산업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을 닥치는 대로 하다 보면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인맥이 쌓인다.

당장 LB 스튜디오의 이현석 대표도 그렇지 않은가.

만약 내가 다음 생에 인디 씬과의 연결 고리가 필요하면 LB 스튜디오로 갈 거다.

그리고 똑같은 타임을 잡고 똑같은 곡들을 녹음할 거다.

나한테 있어서는 이게 인맥이다.

그리고 현재, 내가 한국 K팝 산업에 제대로 안면을 튼 사람이라고는 서승현 팀장밖에 없다.

그것도 BVB 엔터라는 꽤 큰 회사에 재직 중인.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있어도 꽤 매력적인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없고.

“그냥요. 서승현 팀장님 인상이 좋았거든요.”

“취향에 맞았다는……?”

“아, 참.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 하시네요.”

그렇게, 서승현이 날 위해 일해 주기 시작했다.

원래는 서승현을 통해 BVB에서 데뷔를 하려고 했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이 방향성도 나쁘지 않다.

이제 커밍업 넥스트에서 날 뽑아야 하는데…….

모르겠다.

면접을 보던 최수연 팀장의 표정이 썩 긍정적이지는 않아 보였다.

어쩌면 내가 케이팝 스타일과 상당히 멀어서 직업적 거부감이 드는 걸지도.

더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연습이나 해야겠다.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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