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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1

빌어먹을 아이돌 91화

*  *  *

<나락 탐지기>.

이게 내가 오늘 출연할 예능의 제목이다.

워낙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니 봤던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선명하게 기억하는 예능은 아니다.

지금 출연하기 가장 적절한 예능이 무엇일지 모니터링을 하다가 연락을 보낸 거니까.

현재 내가 예능에 출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엠쇼 내부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최대호 대표가 얼마나 움직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말은 한 바퀴 돌았을 거다.

세달백일이 라이언의 뒤통수를 쳤고, 최대호 대표가 이를 갈고 있다고.

이런 상황에서 나나 세달백일을 출연시켜 줄 예능 프로그램은 없다.

하지만 나락 탐지기는 조금 특별하다.

유투브 예능이라서가 아니다.

유투브 콘텐츠라고 무조건 산업 기득권의 영향력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콘텐츠 출연진과 제작진이 산업 안에 있는 인사이더라면 기득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나락 탐지기>는 인사이더 예능이다.

제작진은 공중파와 함께 일을 하기도 하는 외주 스튜디오고, 3명의 MC 중 2명이 TV에서 인기를 얻은 스타니까.

즉, 최대호 대표의 영향력이 충분히 통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섭외가 될 줄 알고 있었던 이유는…….

“반가워요. 한시온 씨.”

“안녕하세요.”

“어우, 진짜 왔네요? 난 처음에 제작진한테 듣고 거짓말인 줄 알았잖아.”

이 프로그램의 포맷이 너무 엄청나서, 섭외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콘텐츠는 딱 하나다.

거짓말 탐지기.

어설프게 손을 올려서 맥박이나 체온 따위를 체크하는 게 아니다.

한국 경찰이 쓰는 것보다 더 고급 장비를 사용하며, FBI나 CIA가 쓰는 것과 동일하거나 더 좋은 장비를 쓴다고 했다.

그래서 촬영장에 들어가자마자 거대한 거짓말 탐지기가 내 시선을 강탈하기도 했다.

어, 근데 좀 익숙한 비주얼이다.

예전에 FBI에 불려 갔을 때 봤던 거 같은데.

완전히 똑같은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데?

그런 생각을 하며 MC들과 인사를 나눴다.

조태훈, 채명호.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공중파가 왕이던 5~6년 전의 주말 예능을 책임졌던 이들이다.

조태훈은 유투브로 완전히 본거지를 옮기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고.

잘 보이면 좋을 이들이다.

아, 나머지 한 명의 MC는 진행자라기보다는 기술자다.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는 사람인데, 범죄 프로파일링 전문가로 시사 프로그램이나 예능에 간간이 얼굴을 비춘 사람이었다.

찾아보니까 은퇴한 경찰이라더라.

신 형사라고 부르던데.

“세달백일의 한시온입니다.”

“어휴, 잘생겼네. 근데 왜 최대호 대표랑 어그러졌어요? 대호 형이 꼰대라서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닌데?”

카메라도 안 돌아가고 있는데, 사석에서 이러기냐.

하지만 조태훈은 진짜 내 대답을 들으려는 건 아닌 듯했다.

빙긋 웃더니 말을 잇는다.

“이런 질문들만 쏟아지는 거 알죠?”

“네.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잘 모르겠네. 진짜 왜 출연했어요?”

“제가 나락 탐지기의 엄청난 팬이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나와 보고 싶었습니다.”

“어, 음……. 그래요. 솔직히 우리는 너무 좋지. 이런 그림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옆에 서있던 채명호가 말을 덧붙인다.

“라이언 엔터나 테이크씬 이야기는 안 할 거예요. 커밍업 넥스트도 아마 가볍게만 치고 갈 듯?”

“네.”

“어라? 이유를 아는 눈치네요?”

“대충은요.”

프로그램의 포맷을 생각해 보면 라이언이나 테이크씬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최대호를 욕할 수밖에 없다.

최대호는 그런 상황을 달갑지 않게 여길 거다.

최대호가 원하는 건 내가 욕을 실컷 먹는 게 아니다.

무슨 짓을 하든 아무 욕도 안 먹는 거다.

그게 진짜 연예인으로서 최악의 상황이다.

무관심은 재기가 불가능한 늪이니까.

“신 형사님이 차가 좀 막혀서 20분 정도 딜레이될 것 같은데,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우리가 대기실이 딱히 없어서요. 어떻게, 탐지기 의자에라도 앉아 있을래요?”

“좋죠.”

농담으로 한 말이라는 걸 알지만, 정말로 거짓말 탐지기 의자에 가서 앉았다.

혹시 모르니까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해서.

그런 내 모습이 재밌었는지, 풀 샷을 잡는 카메라가 날 찍기 시작한다.

거짓말 탐지기에 앉아서 <나락 탐지기>의 포맷에 대해 떠올렸다.

<나락 탐지기>의 포맷은 정말 간단하다.

대중들이 궁금해하지만, 묻기 힘든 것들을 묻는다.

그리고 거짓말 탐지기를 돌린다.

거짓말이라면 진실이 나올 때까지 대답을 해야 한다.

질문 거부권은 딱 한 번만 쓸 수 있는데, 거부권을 어디에 쓰느냐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이 흥행한 이유는 질문의 수위가 정말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이었다.

출연 결심을 하고 프로그램을 모니터링을 했는데, 나조차 어이가 없었던 장면들이 몇 개 있다.

개인적으로는 왕년의 섹시 스타였던 여배우 ‘희수’가 출연했던 회차가 강렬했다.

인기가 절정일 때 재벌가 남편이랑 결혼을 했는데, 최근 치열한 법적 다툼 끝에 이혼을 했다.

첫 질문이 이거였다.

“돈을 보고 결혼했습니까?”

여배우는 아니라고 했지만, 거짓말 탐지기는 요동쳤다.

결국 맞다고 하니 다음 문제로 넘어갔지.

그 다음 질문도 대단했다.

“이혼이 확정되기 전에 육체 관계를 갖는 연인이 있었습니까?”

이번 질문에 대한 대답도 ‘그렇다’가 나올 때까지 반복됐다.

아니라고 하니 계속 거짓말 반응이 나와서.

그 다음 질문도 완벽했다.

“돈이 떨어져서 나왔습니까?”

이번 대답은 쿨하게 Yes.

그 뒤로도 수많은 질문들이 오갔지만, 역시 이 질문들이 가장 강렬했던 것 같다.

가학적일 정도로 집요한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이다.

대중들이 안 좋아할 수가 없다.

굳이 마녀사냥의 예시를 들지 않아도, 대중들은 잔인해질 수 있는 존재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다.

대체 왜 이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있냐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락 탐지기>에서 대중들에게 호감만 쌓을 수 있다면, 방송가로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자면, 유명한 야구 선수였던 옥강원이 있다.

옥강원은 국가 대표에서 활약한 이력을 바탕으로 은퇴 후 예능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는데…….

어느 날 마약, 불법 도박, 성 추문으로 3연타 콤보를 맞아서 나락을 가 버렸다.

그러나 <나락 탐지기> 덕분에 재기에 성공했다.

“마약을 했습니까?”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마약인지 모르고 마셨습니다. 술에 타 있었습니다.”

“불법 도박을 했습니까?”

“했습니다. 점당 5만 원의 고스톱이었습니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제 벌이에 비하면 큰 금액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날 380만 원 정도를 벌었고, 돈을 잃은 쪽이 절 신고했습니다.”

“성 추문을 인정합니까?”

“결단코 결백합니다.”

“돈이 떨어져서 나왔습니까?”

“억울해서 나왔습니다. 돈은 여전히 통장에 많습니다.”

단 한 번의 막힘도 없이 모든 질문에 진실만을 말했고, 눈빛도 강렬했다.

대중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옥강원이 어느 수준의 죄를 저질렀고, 어떤 부분이 억울한지를 알게 되었다.

덕분에 재기에 성공했고.

물론 일각에서는 거짓말 탐지기를 조작해서 세탁기를 돌린 게 아니냐는 말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나락 탐지기>가 지금까지 보여준 이력이 너무 화려했다.

불법 브로커로 군대를 빼려다가 나락을 간 아이돌이 어떻게든 세탁기를 돌려 보려고 했지만, 얄짤 없었던 적도 있으니까.

심지어 질문이 이거였다.

“정당하게 복무하는 또래의 군인들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미안합니다를 두 번 정도 말했지만, 거짓말로 나왔다.

결국 질문 거부권을 사용했지만, 이미 늦었다.

제작진은 아주 잔인하게도 질문 거부권을 쓰기 전의 모습까지 다 내보냈으니까.

즉, <나락 탐지기>는 나락을 탐지해서 나락으로 보내는 게 아니었다.

나락에 간 이들의 최후의 보루였다.

불러 주는 제작자가 없고, 대중들도 자신의 이름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을 때.

상황을 뒤집기 위한 일발역전의 필살기.

당장 눈앞의 조태훈 MC만 해도 불법 도박과 음주 운전으로 나락을 갔던 인간이니까.

그가 재기에 성공한 프로그램이 <나락 탐지기>다.

1회의 게스트였거든.

그러니 제작진은 내 연락을 받고 당황했었다.

애매한 비호감의 인물이 유쾌한 척을 하려고 출연해서 무저갱 나락에 빠진 적은 있다.

가만히 있었으면 1년 정도의 자숙 후에 복귀했을 사람이 성격 급하게 출연했다가 은퇴해 버린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커밍업 넥스트의 한시온은 <나락 탐지기>에 나올 이유가 없다.

이게 제작진의 전체적인 반응이었다.

물론 출연 계약서를 쓴 이후는 쌍수 들고 환영했다.

현 시점에 가장 핫한 인물이, 가장 안 나올 것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상상도 못했던 그림을 보여 줄 수 있게 됐으니까.

‘내 입장에서는 이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였지.’

최대호의 영향력이 먹히지 않으면서도 출연만으로 엄청난 화제성을 불러오는 프로그램.

편집으로 이미지를 망칠 걱정이 전혀 없는 프로그램.

아주 적절하다.

내가 나락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잠시 뒤, 신 형사라고 불리는 프로파일러가 도착했고, 내게 거짓말 탐지기를 착용시키기 시작했다.

착용이 아니라 부착이 더 적절한 표현 같다.

온몸에 뭔가를 덕지덕지 붙였으니까.

그렇게 거짓말 탐지기 세팅이 끝나고, 촬영이 시작된 채로 가벼운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본인 이름이 한시온인가요?”

“네. 맞습니다.”

“어디 소속이세요?”

“현재는 세달백일 소속입니다.”

“본인의 손가락이 여섯 개라고 거짓말을 해 보실래요?”

“제 손가락은 여섯 개입니다.”

“본인이 여성이라고 거짓말해 보시죠.”

“전 여자입니다.”

몇 번의 진실과 몇 번의 거짓을 말하게 한 이후, 프로파일러가 제작진에게 OK 사인을 보냈다.

이윽고 메인 MC인 조태훈이 프로그램의 포문을 열었다.

“오늘은 정말 상상도 못한 게스트가 직접 찾아왔습니다. 아마 섬네일을 보신 분들은 눈을 의심했겠죠? 최근 가장 핫한 프로그램! 시청률 10%를 돌파한! 커밍업 넥스트의 한시온 씨입니다!”

스태프들이 박수를 친다.

“안녕하세요. 커밍업 넥스트에 출연했고, 세달백일이란 팀에 소속된 한시온입니다.”

“출연했고라고 하시면, 지금 촬영이 끝난 건가요?”

“네. 마지막 회까지 전부 촬영이 끝났습니다.”

“좋아요, 좋아요. 이 프로그램에는 왜 나오셨죠??”

“평소에 엄청난 팬이라서 꼭 한번 출연해 보고 싶었습니다.”

“사전 미팅 때도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이 정도 팬심이면 광기 아닌가요? 나락에 빠질 수도 있는데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딱히 잘못했던 적이 없던 거 같아서.”

그렇게 대답하고는 숨을 골랐다.

인트로가 길지 않은 프로그램이고, 갑자기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이다.

아마 ‘광기돌ㄷㄷ’ 정도의 자막이 나올 거 같고, 다짜고짜 질문이 시작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였다.

“좋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가볍게 가 볼게요. 지금까지 여자 친구를 몇 명 사귀어 봤나요?”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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