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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1

#91

변수 (1)

대리석으로 깔끔하게 마감된 내벽과 그곳에 섬세하게 조각된 문양.

곳곳에 자리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장식물과 기도문이 새겨진 비석들까지.

하인리히가 빛의 길을 걸어 도착한 장소는 뭔가 엄숙한 의식이 치러지는 듯한 장소였다.

그리고 그 중앙에.

그것이 있었다.

‘저게 바로···.’

깔끔하고 세련된 외양과 달리 흙바닥에 아무렇게나 꽂힌 장검.

그를 이곳까지 오게 만든 목표인, ‘성검’이었다.

하인리히는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며 내부를 살폈다.

예상했던 것처럼 공간 전체를 몇 겹의 신성 결계가 꽁꽁 둘러싸고 있었다.

하나같이 내부의 무언가를 봉인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교단의 안배였다.

‘아무래도 저것 때문이겠지.’

하인리히의 시선이 다시 중심부로 향했다.

정확히는··· 성검이 박힌 바닥에 뭉쳐있는 주먹만 한 크기의 작은 어둠이었다.

얼핏 보면 검의 그림자처럼 보이는 그것은, 간헐적으로 꿈틀거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저게 심연인가···.”

전대 불사왕들은 단순히 전쟁으로 인한 물적, 인적 피해만을 입힌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륙을 죽음으로 뒤덮는 와중에도 심연과의 벽을 허무는 작업을 병행했고, 그러한 시도는 세계에 막대한 부담을 주었다.

지상과 심연 사이를 가로막는 벽에 자잘한 생채기가 생길 정도로.

그리고, 그로 인한 영향이 가장 컸던 상흔이 바로 하인리히의 앞에 있는 저것···.

2대 불사왕이 자신의 육체를 매개로 만들어낸 구멍이었다.

‘다른 상흔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수복되었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이 심연만큼은 그 연원 때문인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지금 상태 이하로는 더 이상 줄지 않았다.

그런데도 성검을 뽑아가도 되나 싶지만, 애초에 그것을 위해 이 장소와 대신전이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300년 전이라면 모를까, 저 정도 크기의 심연은 대신전 차원에서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

하인리히는 마지막 과정을 위해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성검이 꽂혀있는 중앙으로 향했다.

<성검을 뽑고 주인으로 인정받아라.>

성검의 주인이 되기 위한 최종 관문.

엄밀히 따지자면 이거야말로 진짜 마지막 시련이었다.

‘이전에 여기까지 도착했던 이들은 결국 인정받지 못했었지.’

그 힘든 시련을 이겨내고 성검까지 도달한 이들도 결국 이 단계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바로 가 볼까.’

물론 하인리히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천천히 오른손을 뻗어, 바닥에 박혀 있는 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치이익—

한 톨의 열기도 느껴지지 않았건만, 살벌한 소리와 함께 그의 손바닥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살이 타는 매캐한 냄새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 자극은 단순히 살을 지지는 수준이 아니었다.

좀 더 깊은 곳의··· 신경과 내장 전체를 쥐어짜는 듯한 어마어마한 고통.

‘뻑뻑해서 잘 안 뽑히네.’

하지만 하인리히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손잡이를 더 단단히 틀어쥘 뿐이었다.

파지직—!

그가 끝까지 검을 쥔 손을 놓지 않자.

이번엔 성검에서 스파크가 일며 막대한 에너지가 흘러들어 왔다.

‘이건···.’

마치 감전되듯이 거칠게 하인리히의 몸속에 파고든 기운은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날뛰었고, 그 여파로 강인한 육체는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고통은 배가되었고, 그가 가진 방대한 신성력은 이 상황에서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이것도 자격 증명의 일부라서인가? ···좀 더 서둘러야겠어.’

통증은 상관없지만, 완전히 탈진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일을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었다.

“흐읍—!”

치이익—!

그는 왼손까지 써서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온몸의 힘을 쥐어짜 위로 끌어올렸다.

끼기기긱—

전신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바닥에서 마찰음이 울려 퍼진다.

그렇게 검이 조금씩 움직이던 순간···.

성검으로부터 정신을 어지럽히는 막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직접 때려 박혔다.

멈칫한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 정보들을 살폈다.

‘이건, 전투 기록?’

무기를 휘두르는 방식부터 기운을 운용하는 요령, 특이한 마물을 상대하는 법까지.

이전 사용자들이 성검으로 행해졌던 전투의 경험들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뭔가 불사왕의 파편을 흡수할 때랑 비슷하네.’

다만 그때는 부정적인 감정이 역류해 작정하고 물어뜯으려 들었다면, 이번엔 그의 정신을 공격할 의도는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리라.

물론 이것도 억지로 오래 버티려 하다간 정신이 붕괴할 위험이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머릿속에 강제로 주입된다는 사실은 똑같았으니.

‘단순 정보만이 아니라 그 당시 사용자의 감정까지 같이 흘러 들어오니···. 이건 정신 공격이나 다름없겠는데? 아마 여기서 이전에 온 두 명 모두 떨어져 나갔겠지.’

단순한 고통이라면 굳건한 의지로 이겨낼 수 있었지만, 이런 정신 오염을 그냥 버티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물며 신성력으로 이겨낼 수조차 없는 상황이 아닌가.

끼긱!

파지직—!

그런 건 하인리히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손에선 계속해서 끔찍한 고통이 전해지고.

머릿속에선 생소한 지식이 활개를 치며.

몸으로 파고든 성검의 기운에 붕괴된 신체 곳곳에서 피가 흐른다.

하지만 「마인드 허브」로 과한 자극을 모두 걸러낼 수 있는 그는 대수롭지 않게 미소 지었다.

“이봐, 파트너. 이제 슬슬 그만 고집부리고 얌전히 나오라고.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까.”

서서히 올라오는 검을 보며 그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건 순간.

타이밍 좋게 성검의 날이 출렁거리는 시커먼 심연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화아악—

3백 년만의 자유라서일까.

은빛으로 빛나는 수려한 검신은 연신 환한 빛을 뿜어내며 그 위용을 뽐냈다.

그와 동시에···.

《개체가 조건을 달성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성전사 전투술」과 「종합 무기술」이 합쳐져 특수스킬「로지아 성투법」으로 진화합니다.》

그의 머릿속에 강제로 주입되던 전투 기록이 합쳐지며 하나의 체계로 완성되었다.

‘오? 이거 대단한데?’

초대 사용자가 성검에게 붙였던 애칭에서 따온 그 기술은 후대로 전해져 내려오며 수정과 보완을 거쳐 하나의 전투 체계로 발전했다.

당연히 역대 성검의 주인들은 하나같이 그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들이었던 만큼, 그 수준도 절대 범상치 않았다.

그렇게 성검을 뽑아 든 하인리히가 잠시 그것에 정신이 팔린 동안.

꿀럭~!

바닥에 있던 주먹만 한 심연이 심상치 않게 요동쳤다.

***

이온 대륙 남부 황무지에 숨겨진 비밀장소.

음산한 분위기의 거대한 지하 석실에서는 한 의식이 거행되는 중이었다.

콰아아아—!

중앙의 마법진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주변의 기운을 흡수하고.

피와 시체를 비롯해 산 제물들과 기괴한 외양의 주술 도구들이 하나둘 부스러져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키히··· 크카캬캇—! 이제, 이제 거의 끝났다! 내 오랜 기다림이 드디어—!”

마법진의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어둠을 보며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는 노인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를 바라보는 로브를 뒤집어쓴 덩치.

이곳에서 의식이 시작됨과 동시에 대륙 곳곳에서도 그들이 안배한 술법이 일제히 발동하기 시작했다.

이 세계의 판세를 뒤바꿀,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

이온 대륙 서부, 탈리아 왕국과 레스크 왕국 사이의 산지.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한스가 드물게 인자한 말투로 앞에 엎드린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어째선지 상대는 더욱 몸을 떨어댈 뿐이었지만.

앞으로 부하직원이 되어 함께하게 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려 했던 한스로선 억울할 따름이었다.

“저···저는 비,빅터 놀란이라고 합···니다. 예, 예···.”

그가 「심연의 눈」으로 지그시 바라봐 주자, 외진 산골짜기에서 홀로 마법을 연구하던 가엾은 흑마법사가 억지로 입을 열어 간신히 대답했다.

[그래, 빅터. 나는— ‘한니발 스트라우스’다. 긴말하지 않아도 지금 상황 정도는 잘 알겠지?]

“···예, 예···. 물론입니다.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명령하시는 대로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흑마법사 빅터가 죽어가는 얼굴로 고개를 조아렸다.

갑자기 자신의 인생을 눈앞의 무시무시한 존재에게 강탈당한 셈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보다 격이 낮은 마(魔)의 존재를 구속하는 「심연의 눈」의 강제력.

물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마물도 아닌 자아가 확립된 인간에게는 그 효과가 절대적이지 않았다.

‘그런 쪽으론 하인즈 2세의 「정제혈정」을 이용한 종속이 가장 확실하지.’

하지만 불완전한 구속이라도 시전한 이가 불사왕 정도 되면, 그 격의 차이로 인한 강제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거기다 그렇게 한번 목줄이 묶이게 되면 더 이상 도망도 치지 못한다.

대륙 어디에 있든 곧바로 불사왕 한스의 재방문을 받게 될 테니까.

[이해가 빨라서 좋군. 역시 제법 쓸 만해 보이는···, 흐음?]

흑마법사의 비밀 연구실을 찬찬히 둘러보며 말을 잇던 한스가 순간 멈칫했다.

방금, 뭔가 굉장히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

갑작스러운 정적에 엎드려 있던 빅터의 불안감이 더욱 거세졌지만, 그는 이미 한스의 우선순위 저편으로 밀려난 뒤였다.

[···뭐지? 이건.]

한스는 조용히 한쪽을 바라보았다.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 상당한 규모의 제물 의식이 거행되었다.

‘이렇게 대놓고 제물 의식을 벌인다고? 어떤 겁 없는 놈들이···. 한번 확인해 볼까?’

지금 진행 중인 구인활동보다 더 신경 쓰이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흑마법사 빅터에게 짐 싸서 이동할 준비를 갖추라 이른 뒤, 곧바로 이상이 감지된 곳으로 공간 이동했다.

‘여긴, 레스크 왕국의 서쪽 끝인가. ···과연.’

삽시간에 어둠에 휩싸인 한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의 상공이었다.

규모에 비해 적막한 마을.

이미 어떤 제물 의식에 통째로 바쳐진 듯, 내부엔 생명의 기운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운 좋게 마을 바깥으로 나온 이들이 뒤늦게 난리를 치는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한번 당사자들에게 직접 들어볼까.’

한스는 그대로 높은 상공으로 올라갔다.

몰아치는 바람에 로브를 펄럭이며, 그의 안광이 다시 어둠에 물들었다.

그렇게 지상을 굽어살피는 「심연의 눈」에···.

‘찾았다.’

부리나케 마을을 벗어나는 수상한 무리가 감지되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는 그들의 주변에 어둠이 피어올라 삽시간에 사방을 뒤덮었다.

[멈춰라.]

“히익···!”

“뭐···뭐···.”

등장만으로 주변에 공포를 흩뿌린 한스는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들을 가만히 살폈다.

중간에 낀 흑마법사와 놈들의 몸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흑마력.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이 몸이 너희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잠깐 시간 좀 내주었으면 좋겠구나.]

당연히 그들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이후, 아무도 드나들 수 없는 결계 속에서 이어진 대화는 상당히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그저 가만히 있는 놈들의 머리를 한스가 한 번씩 쓰다듬어주었을 뿐이었으니까.

‘진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놈들이었네.’

처음 「심연의 눈」을 통해 강제로 입을 열었을 때도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해, 강제로 머릿속을 뒤져봤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유의미한 성과는 얻을 수 없었다.

그들 틈에 끼어있던 흑마법사는 그저 스승의 뜻대로 따르는 햇병아리였고, 나머지도 상부의 명령대로 움직인 말단들뿐이었다.

‘이미 전부 준비가 끝마쳐진 상황에 스위치만 올렸을 뿐. 일을 마치고 꼬리가 밟히기 전에 도망가다 나에게 걸린 거고.’

이런 식의 발동이 가능했다는 것은, 상당한 세력이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했다는 뜻이었다.

다행히 놈들의 머리를 뒤진 덕에 이 일을 벌인 흉수가 누구인지는 알아낼 수 있었다.

‘역천의 서약···, 또 놈들인가. 한동안 잠잠한 것 같더니.’

하긴, 이전에 겪었던 놈들 정도의 수준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을 벌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지금부터 알아보면 되리라.

‘아직 흔적은 남아있어. 이 많은 생명력이 전부 어디로 향한 거지?’

한스는 그 흐름을 따라 하늘을 날아 이동했다.

그리고 그 종착지에서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건, 심연의 상흔?’

마침 성검의 시련에 들어간 하인리히를 통해 심연을 확인한 참이었다.

물론 피카올 대신전에 있는 심연과 달리, 지금 한스의 눈앞에 있는 상흔은 이미 아문 흔적에 불과했다.

따로 신경 쓰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데다, 그 자체론 별문제도 없어 지금까진 신경 쓰지도 않고 있었는데···.

마을에서부터 시작된 생명력의 흐름은 틀림없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번, 확인해 볼까.’

한스는 곧바로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 남은 흔적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흐름을 역추적했다.

그렇게 그가 본격적으로 나서자.

「심연의 눈」, 「사악한 지혜」, 「금단의 지식」등의 스킬들과 불사왕의 지식 덕분에 결론은 금세 도출되었다.

그는 남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이곳에서 벌어진 의식의 시작점이자, 중심지가 있었다.

‘제물로 바쳐진 곳이 한두 곳이 아니야.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어. 거기다 이건 의식의 일부일 뿐, 최종적으로 놈들이 원하는 것은···.’

그 순간.

극도로 활성화된 한스의 예민한 감각에.

남쪽에서 일어난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유동이 감지되었다.

[···심연을 열었군.]

그것은, 대륙 전체에 영향을 끼칠 만한 거대한 변수였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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