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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2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92화

26장 신성한 숲(4)

호수의 여인.

원본의 아서왕 전설에서도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신비로운 여인은, 지명과 각색된 이야기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여인, 요정, 숙녀 등등.

하지만 에티우스의 게이머들은 모두 그녀를 이렇게 불렀다.

‘호수의 마녀’.

[실례군요. 마녀라니. 저는 요정이랍니다? 니뮤에라는 이름도 있고요.]

그래, 니뮤에. 그런 이름이었지. 하도 마녀라고만 말하고 듣다 보니 이름을 잊었다.

니뮤에는 그렇게 말하며 살풋 웃었다. 그 깨끗한 외모나 미소는 분명 ‘마녀’라는 별명이 어울리지는 않았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마녀인가. 게이머들 중에서도 저 외모에 속은 사람들이 꽤 된다.

그래서 사실 본심은 착한 캐릭터일 거라 믿으며 여기저기 들쑤셔본 녀석들도 꽤 되고.

하지만 이 게임을 가장 오래 붙잡고 늘어진 내가 단언컨대,

니뮤에는 마녀가 맞다.

“네, 니뮤에 씨. 저는 호수에 볼일이 있어 왔습니다.”

[무슨 볼일이죠?]

“그 안에 있는 검을 찾으러 왔거든요.”

니뮤에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과연……. 정말로 뭘 알고 오긴 했나 보네요.]

니뮤에는 양팔을 벌렸다. 마치 나를 환영한다는 듯한 자세였다.

[찾을 수 있다면, 찾아보시지요.]

[니뮤에!]

멀린이 니뮤에를 다그치듯 불렀다.

니뮤에는 생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검은 호수 안에 있어요. 가져갈 수 있으시다면야 얼마든지.]

“그게 무슨 뜻이죠?”

[여기가 어디인지 잊고 계신가요? 여기는 당신들의 지역보다도 더 북쪽의, 극한의 땅이에요. 이 호수는 빙하보다도 차가워요. 그저 ‘호수’로서 존재하기에, 얼지 않을 뿐.]

나는 호수를 내려다보았다. 호수의 물은 맑고 투명했으나, 니뮤에의 말처럼 시린 한기를 느꼈다.

얼음보다 차가운 물. 흐르지도 않은 이 호수가 그렇게 낮은 온도를 띠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 호수는 ‘신비’라는 이름 아래 그 겉모습을 영원히 유지한다.

단순한 추위로는 이 호수를 얼릴 수 없다. 그저 계속해서 온도가 낮아질 뿐.

극단적으로 말해, 인류가 멸망해도 이곳은 영원히 이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어처구니없는 한기다.

내 모습을 지켜본 니뮤에가 후후, 하면서 웃었다.

그 웃음마저도 참 선량해 보여, 그게 오히려 기이했다.

[들어가시겠어요? 검을 찾아도 살아나올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걱정 마요. 준비를 하고 왔으니.”

나는 뒤로 돌아 카시안에게 다가갔다. 페넬로베의 천을 집어 손에 묶었다. 방금까지 맴돌던 한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천이 가진 효과였다.

[……흐응.]

니뮤에의 표정에서 미소가 조금 가셨다. 그래도 아직 여유가 있어 보였다.

[뭐, 아무쪼록.]

니뮤에는 다시 말했다. 여전히 날 막지 않았다.

나는 멀린을 잠깐 보았다. 그 또한 나를 보고 굳은 표정을 하고 있으나, 움직이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정말로 뛰어들려고요?”

셀레나가 물었다. 왜인지 걱정스러운 투였다.

호위니까 날 걱정하는 게 당연한가 싶다가도,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그래야지.”

“뭔가 의심스러워요. 이렇게 쉽게 보내준다는 게.”

“응, 나도 그래.”

“예?”

나는 웃었다. 잠깐 심부름이라도 가는 듯 손을 흔들었다.

“그럼 다녀올게.”

그렇게, 나는 호수에 뛰어들었다.

* * *

셀레나는 프론디어가 뛰어든 호수를 잠시 바라보았다.

호위역이랍시고 저곳에 같이 뛰어들었다간, 분명 5초도 안 되어 얼어죽는다.

지금 당장 손만 집어넣어도 동상에 걸릴 것 같은 한기를 이 거리에서 느낀다.

하아, 옆에서 니뮤에가 안타깝다는 듯이 한숨을 뱉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탐욕스러운 생명이 죽는군요.]

“……그게 무슨 뜻이죠?”

셀레나가 물었다.

프론디어가 어디서 뭘 하든지 그녀가 알 바는 아니나, 죽는 건 좀 다른 문제였다. 프론디어를 호위하는 게 그녀의 임무니까.

물론 죽는다고 만곶에서 그녀까지 죽인다거나 그러진 않겠지만, 엄한 문책이 있을 것은 분명하니까.

“프론디어 님은 한기에 영향을 받지 않아요. 검을 들고 오는 건 손쉬운 일일 거예요.”

프론디어가 추위를 느끼지 않는 건 테이번에서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아마 저 천 때문이겠지. 평소에 넥타이로 매고 다니던 게 그런 기능이 있을 줄이야.

그러나 니뮤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 때문이 아니에요. 고작 한기를 막는다고 검을 가져올 수는 없답니다.]

“……한기 때문이 아니다?”

니뮤에는 한쪽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그 미소는 자애로웠다.

[이 호수는 깊거든요. 일반 사람들은 바닥까지 닿지 못하죠.]

“……그렇다 해도 죽지는 않을 텐데요.”

[거기서 끝이라면 말이죠. 저 남자, 보기보다 강해 보이니 바닥까지 도달할 것 같기는 하거든요. 하지만 사실 검은 전승에 따라,]

즐거운 듯 얘기하던 니뮤에는 말하다 말고 갑자기 멀린을 보았다. 마치 그의 반응을 확인하는 듯. 그건 무척 이상한 행동이었지만 곧 니뮤에는 다시 셀레나를 보고 말했다.

[……꽂혀 있거든요. 바닥 깊숙히.]

“……!”

그렇다. 엑스칼리버는 본래 바위에 꽂혀 있는 검이다. 혹은 호수의 여인이 직접 건네주는 검.

그러나 그 둘 다 아니고, 호수 깊은 곳 밑바닥에 검이 꽂혀 있다고? 전승이 완전히 뒤섞였다.

[그 검은 뽑으려고 들면 마나를 빼앗기죠. 더 나아가서는 생명력을 앗아가고. 그 모두를 이겨낼 만큼 강한 힘을 가진 자만이 검을 뽑을 수 있어요. 본인의 주제를 모르고 검을 뽑으려 들면, 그저 생기를 모두 빨아들여진 채, 정신을 차렸을 땐 빠져나갈 수 없는 깊은 물 속.]

니뮤에의 설명에 셀레나는 침을 삼켰다.

그야말로 주인을 극도로 가리는 검. 격에 맞지 않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하지만 이 안은 물 속이잖아.’

설령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 한들 이 물 속에서 검을 뽑는다는 게 가능할까?

지상에서도 어려운 과제를 물 속에서 해내는 사람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까?

어째서 두 개의 다른 전승이 뒤섞였고, 검은 누구도 뽑지 못할 것 같은 과제를 요하는 거지?

-호수는 실재하니까.

프론디어가 했던 말이 자꾸만 맴돈다. 셀레나의 머리가 계속 회전했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시간은 분명하게 흘렀다.

사람이 물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얼마 되지 않는다. 니뮤에는 지루한 듯이 잠깐 하늘을 올려보다가 말했다.

[……그럼 이제 돌아가시죠. 당신이 기다리는 주인은 오지 않을,]

촤아악!

그때, 호수의 물길이 요란하게 치솟았다. 셀레나와 니뮤에, 멀린이 그 광경을 보았다.

프론디어였다. 그는 한 손에 망치 같은 것을 들고 치솟아오르더니,

철푸덕.

데구르르-

“…….”

지면에 처박고는 개같이 굴렀다.

호수의 수면을 뚫고 나온 것까지는 참 멋있었는데, 셀레나는 말을 아꼈다.

“헤엑, 죽는 줄 알았다.”

나온 대사는 더 멋이 없었다. 셀레나는 입을 꾹 다물고 그에게 다가갔다.

호수에서 솟아오른 순간에는 오른손에 망치 같은 걸 쥐고 있었던 것 같은데, 또 그새 사라져 있었다.

즉, 프론디어는 양손이 비어 있었다.

셀레나가 프론디어를 살피듯 물었다.

“……실패한 건가요?”

“응? 실패?”

“검을 들고 나오지 못하신 게…….”

“아, 맞아. 혹시나 해서 한 번 쥐어봤는데, 힘이 쫙 빠지더라고. 내가 손댈 게 아닌 물건이었어.”

시원스레 인정하는 프론디어.

그 모습에 셀레나는 안심했다. 프론디어가 죽지 않았다. 만곶에서도 혼나지 않겠다.

[흠, 그래요. 주제는 아는 사람이었군요.]

니뮤에가 철푸덕 누워 있는 프론디어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빈손을 보았다. 하기야, 검을 가지고 나오는 게 이상한 거지. 이렇게 욕심을 접고 살아돌아온 것만으로도 칭찬할 일인가.

[말했죠? 그 검은 당신이 가져갈 수 없다고.]

“응. 그랬죠.”

그렇게 말하고 프론디어는 한 손을 뻗었다. 누운 채로 하늘을 향해 손을 올렸다.

“그래도 상관없어.”

그리고.

반대손으로 프론디어는 매고 있던 목걸이를 부쉈다.

[뭘……?]

그 기행이 순간 이해가 안 갔으나.

목걸이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액체가 프론디어가 뻗은 손에 모여들어, 실처럼 가느다란 줄기가 되어 형체를 이루어갈 때쯤.

니뮤에는 그제야 눈을 크게 떴다. 미소가 사라졌다. 경악에 입을 벌렸다.

프론디어의 얼굴에 니뮤에가 잃어버린 만큼의 미소가 깃들었다.

“제가 말했잖아요.”

프론디어는 완성된 그것을 손에 쥐었다.

둥근 폼멜, 양손에 맞춰진 그립, 중앙이 오목하게 들어 있는 검신, 황금빛을 발하는 가드와 칼날.

[뭐, 아니, 어떻게……!]

그건 바위에 박혀 영웅이 뽑을 검이며, 호수의 여인이 직접 건네줄 검이다.

엑스칼리버.

“검을 ‘찾으러’ 왔다고.”

가지러 왔다고는, 단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다.

* * *

처음부터 엑스칼리버를 뽑을 생각은 없었다.

‘진짜’는 내 것이 아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 아스터 에반스가 언젠가 손에 쥘 검.

그의 주요한 무기가 될 검인데 내가 뺏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런 건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

나는 호수에 들어가 엑스칼리버를 발견한 뒤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검을 쥐었다.

……정말이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호수 바닥에 박혀 있는 그 검은 박혀 있다기보다 땅과 하나가 된 것 같았다.

게다가 쥐자마자 마나가 빠지는 것을 느끼고 관뒀다. 동시에 확신했다.

이 검은, 그 누구도 뽑을 수 없다. 아스터 에반스라 해도 마찬가지.

머릿속에 있던 가설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어차피 ‘목격’했으니 됐다. 나는 메노소르포를 사용하고 페넬로페의 천을 확인했다. 아까 드래곤하트를 먹었으니 전부 소진하기까지는 이 천이 마나를 대신할 것이다.

‘메노소르포의 활용법이 늘었어.’

호수 밑바닥에서 수면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던 건, 메노소르포 덕분이었다.

마법진의 범위 안에서는 직조한 무기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니까, 그 무기를 잡은 채로 이동하면 비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단순한 생각에서 나왔는데, 가능하기는 했다. 문제는 오직 묠니르만 가능했다.

다른 무기들은 내가 손에 쥔 채로 움직이게 해봐도 내 무게를 감당해 내지 못했다. 물 속에서도 그 모양이니, 지상에서는 절망적이라고 봐야지.

‘그람’ 정도는 되어야 몸이 좀 들썩거렸고, 아르테미스의 활과 화살은 둘 다 날 떠오르게 하긴 했으나 내 숨이 먼저 멎을 뻔했다.

‘거의 다 써가는군.’

손에 묶은 페넬로페의 천이 이제 팔꿈치 정도의 길이만큼 짧아졌다.

그사이 니뮤에는 혼란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그 검을 뽑아낼 리가 없어! 그건 불가능해,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 그 누구도. 니뮤에가 직접 그렇게 말했다.

[그, 그래! 그건 가짜야! 그렇죠!]

니뮤에가 외쳤다. 손가락으로 나를 똑바로 가리키면서.

“……큭.”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웃음을 흘렸다. 아주 새하얗게 웃었다.

발밑에서부터 머리끝까지 그녀의 말을 받아들였다. 니뮤에의 말에 영혼 전체가 동조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 이상 진실할 수 없을 웃음을 환하게 지었다.

“네, 가짜입니다.”

진실한 한마디를 읊었다.

이 대답이 그토록 자랑스러웠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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