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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2

#92

변수 (2)

고오오—!

남부 황무지에 숨겨진 역천의 서약의 아지트에서는 한창 의식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 ———!”

그 의식의 중심에서 마법진을 앞에 둔 채 연신 주문을 읊어대는 한 노인.

사방을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대법을 완성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그의 눈에는 광기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벽면과 천장을 비롯해 사방에 그려진 기이한 문양들이 연신 검은 빛을 뿌리며, 서서히 사방을 어둠으로 물들였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군. 다른 곳도 문제없는 모양이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덩치 큰 사내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식을 행할 노인의 주도로 진행된 준비 기간만 30년.

덩치가 있는 남부에 준비를 시작한 지는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사전 준비만 무려 30년이 걸린 대계였다.

‘아니, 계획은 그 전부터 세우고 있었다고 듣긴 했다만.’

그가 역천의 서약에 합류하기 전이라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오래 공을 들인 계획이었다.

지금쯤이면 그 오랜 세월,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륙 곳곳에 안배한 술법이 동시에 발동되었을 터.

그것은 대법의 중심지인 이곳에서 이뤄지는 의식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간의 고생이 보답받는 순간이군.’

최대한 은밀하게 일을 진행했다고는 하지만, 마을 규모의 제물 의식을 여럿 준비하는 과정이 쉬울 리가 없었다.

지나가던 강자나 교단에게 발각당하는 것은 물론, 수상함을 느낀 주민의 신고로 계획이 어그러진 경우도 비일비재.

그때마다 조직은 꼬리를 잘라가며 일개 흑마법사의 소행으로 사건을 축소했다.

그 무수한 실패 속에서도 어떻게든 그들의 본래 목적만큼은 숨겨낸 것이다.

‘대륙 중앙에서 의식을 치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그곳은 교단의 영향력이 너무 강하니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선정된 곳이 중부와 남부 사이의 황무지인 이곳이었다.

특별한 자원이 없어 버려진 이 땅은 일을 벌이기에 가장 최적인 땅이었으니까.

고오오—

그렇게 의식이 시작된 지 얼마나 되었을까.

마법진의 바닥에서 요동치던 어둠 속에서 검은빛이 하늘로 솟구쳤다.

천장을 무시하고 그대로 하늘로 높이 뻗어나간 검은 기둥.

멀리서도 관측되는 그것은 마치 하늘을 검은 선으로 둘로 나눈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크흡, 쿨럭—!”

의식을 주관하던 노인이 검은 피를 토했다.

얼굴의 칠공에서는 계속해서 죽은 피가 흘러내리고, 사지는 사정없이 떨려온다.

그는 죽어가는 자기 몸도 신경 쓰지 않고, 마지막 생명력까지 쥐어짜 의식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 그가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온전히 대법을 완성하지 못하다니···!’

그는 평생을 살아오며 자신보다 마법 재능이 뛰어난 이를 본 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세기의 천재라고 떠받들어졌고, 커서는 젊은 나이에 맹주 자리까지 거론되었던 몸이었는데···.

그런 자신이 30년간 죽어라 매달렸음에도 완벽하게 완성할 수 없었다.

차원의 밑바닥과 연결되는 ‘심연’의 문을.

‘천 년 전의 그자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구나···.’

전 대륙을 뒤져 심연과의 경계가 약해진 곳들을 찾아, 근방의 마을들을 통째로 제물로 바쳐 에너지를 공급했다.

거기다 대륙 최고의 대마법사라 자부하는 자신이 직접 의식을 주관했는데도 이 모양이라니.

‘괜찮다···. 처음부터 예상했어. 전부 계산대로다.’

애초에 그의 목적은 심연에서 ‘그것’을 온전히 꺼내 제2의 불사왕이 되는 게 아니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노인은 자신의 목에 걸린 로켓 목걸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영혼과 존재 자체를 제물로 바쳤다.

“커헉—!”

극의를 넘어서 초월에 근접한 대마법사의 ‘업’과 ‘격’이 의식의 양분이 되어 스러져 갔다.

그러고도 온전히 문이 열리지 않아, 억지로 비틀어 구멍을 내는 것이 전부였지만.

당초의 목적은 이룰 수 있었다.

“킥··· 크히햐햣—!”

그는 자신의 영혼이 흩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마음속을 지배하는 것은 오로지 분노와 광기 뿐.

사고가 흐릿해지고, 그를 지탱하던 소중한 것들마저 하나둘 사라졌다.

마침내, 심연 깊은 곳에 박혀있던 ‘그것’이 기둥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푸스스스—

불완전한 입구에 심연의 바깥으로 나오던 무언가가 대부분 갈려 나가며,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파편 하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파편은 검은 기둥에서 튀어나와···.

푸욱—!

곧바로 노인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땡그랑!

그 충격으로 목에 걸려있던 로켓 목걸이의 줄이 끊어져 바닥을 나뒹굴었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는··· 그저 빈껍데기에 불과했으니.

노인의 심장에 기생한 그것, ‘광기의 씨앗’은 불완전한 소환의 여파로 곧바로 동면에 빠져들었다.

심연에서 빠져나옴과 동시에 90퍼센트 이상을 손실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부스러진 대부분의 광기는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은 검은 기둥을 타고 올라가, 전 대륙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두 번째 심연이 열리고.

‘광기’가 대륙에 싹을 틔웠다.

***

‘역천의 서약 놈들이 심연을 열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미친놈들이었을 줄이야.’

놈들이 음지에서 암약하는 세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설마 심연까지 열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놈들에 대한 평가를 좀 더 상향 조정해야 할 것 같았다.

이런 일을 벌이기 위해선 단순한 범죄 조직으로는 어림도 없고, 고위 권력자와 모종의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거고.’

꼭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일을 이렇게까지 벌인 이상, 그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 정도 규모의 의식이라니. 대륙의 기운이 요동치는군. ···한번 직접 가 봐야겠는데?]

이제 본격적인 ‘안방극장’ 작전을 시작하려는 참인데, 이건 그가 상정했던 상황을 아득히 벗어나는 변수였다.

놈들과 어떻게든 결판을 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한스가 가만히 집중하며 기운의 중심을 추적해 이동하려던 순간.

꿈틀—

그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반응했다.

-가만두지 않겠다! 이 대륙의 모두를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음? 이건?’

-세상에 죽음을! 복수를! 이 대륙을 죽음으로 물들여라!

갑작스럽게 한스의 내부에서 어떠한 의지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제는 그의 심장이 된 ‘불사왕의 심장’에서 전해지는 사념의 폭주.

그것은 순식간에 몸집을 부풀리며 한스의 정신을 침범하려 들었다.

-뭘 하는 거냐! 어서 나와 하나가 되어 세상을 죽음으로 뒤덮어야 할···.

갑자기 쏟아지는 사념에 한스는 타오르는 안광을 찌푸렸다.

상황은 곧바로 파악할 수 있었지만, 딱히 바라던 상황이 아니었다.

‘전대 불사왕의 사념이군. 심연이 열린 여파로 다시 튀어나온 건가?’

그가 그동안 상대해 왔던 ‘불사왕의 심장’ 자체의 의지가 아닌, 그곳에 묻어있던 전대 불사왕의 사념이었다.

어째선지 심연이 닫힌 동안은 조용히 잠들어 있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깨어난 듯했다.

‘2대 불사왕인가? 설마 1대는 아니겠지? ···아니,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군.’

자신과 하나가 되자며 떠들어 대는 것을 보니, 그쪽이 가장 신빙성이 있었다.

‘불사왕의 심장도 심연에서 비롯되었으니,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아 좀 과하게 활성화된 것 같은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짜증이 밀려왔다.

저 사념 때문에 「마인드 허브」의 정보량이 급증해, 다른 여유를 부릴 틈이 없어졌다.

안 그래도 불사왕의 심장 때문에 항상 여유분이 빠듯한데, 전대의 사념은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후우— 과거의 망령 따위가 감히 이 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가.]

-당장 나와 같이··· 뭐?

[패배자 주제에 말이 많군. 이쪽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네놈은 잠자코 사라져라. 하도 짖어대니 시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구나.]

-···하···.

한스의 일갈에 연신 심장에서 전해지던 사념이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 하핫하하하핫—! 너! 너! ‘죽음’의 의지에서 벗어났구나! 온전히 자의식을 유지하고 있어! 하긴, 그러니 아직까지 우리와 하나가 되지 않은 거겠지! 하핫하하하!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는 사념이 다시 그의 머리를 울렸다.

-나는···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죽음’에 잡혀 있는데! 아아—! 죽음이여, 죽음이여! 부디 우리에게 온전한 죽음을 허락하소서! 죽음이여—! ······아아, 대륙을 죽음으로 물들여라! 아핫핫하!

‘제대로 미친 것 같은데.’

하긴 정신이 멀쩡했으면 애초에 불사왕의 심장을 받아들이지도 않았겠지.

그 후엔 심연의 죽음에 물든 채로 수백 년이나 보냈을 테니, 저렇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진짜 영혼이 사로잡힌 건지, 단순히 사념이 깃든 것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건 딱히 중요한 문제는 아닐 터.

지금 중요한 것은, 안 그래도 바쁜 상황인데 저놈 때문에 뭘 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심연이 닫히고 나면 다시 잠들 테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기도 뭐하니.’

이미 ‘불사왕의 심장’은 자신의 것이었다.

그간은 중고품이었더라도 딱히 티가 나지 않아서 신경 쓰지 않았지만, 하필 전 주인의 이름이 새겨진 걸 발견했으니 긁어서라도 지워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스킬화 된 「불사의 심장」을 통해 자신의 심장을 관조한 한스는 곧 이물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실체가 없는 어떤 개념과 같은 사념이 심장에 엉겨 붙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발견하긴 했지만 저걸 어떻게 제거해야 할지가 문제였다.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에너지체로 존재하는 것도 아냐. 그냥 심장에 담긴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처럼, 저 사념도 그 감정의 일부로··· 응? 감정?’

순간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그간 애용해 왔던 「마인드 허브」는 이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못했다.

지금은 좀 더 직접적으로 감정을 건들 방법이 필요했고··· 그에게는 그에 적합한 스킬이 있었다.

‘「페르소나」.’

한때 본체의 감정을 아바타에 담는 데에 사용되었으며, 시간이 지나 특정 감정을 증폭하고 제어할 수도 있게 된 스킬.

그것이 그가 찾은 해답이었다.

‘불사왕의 심장은 이미 한스와 온전히 하나가 되었다. 스킬화 된 「불사의 심장」이 그것을 증명하지.’

그럼 그 안에 담긴 감정 또한 한스의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처음부터 하나가 아니었던 사념을 긁어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터.

자신감이 생긴 한스가 사념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그만 떠들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라. 영원히 소멸시켜 줄 테니.]

-소멸···? 소멸! 영원한 죽음!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 죽음!!

한창 혼자 난리치던 사념이 한스의 말에 다시 반응을 보였다.

생각 이상으로 격렬한 호응이었다.

-아하핫하—! 정말 나에게 영원한 죽음을 준다면, 너에게 선물을 주마! 네가 가졌어야 했으나 갖지 못한 것!

순간 호기심이 동했지만, 미치광이와 더 대화해서 무엇하겠는가.

한스는 곧바로 「불사의 심장」을 통해 자신의 심장 내부에 집중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죽음을 비롯한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

원래의 ‘불사왕의 심장’에 집약된 감정으로, 그것들은 너무 무겁고 끈끈하게 달라붙어 있어서 차마 건드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애초에 내 목표는 그게 아니기도 했으니.’

그가 노린 것은 그 안에서 불순물처럼 섞여 있는 사념이었다.

섞인 기간도 짧고, 애초에 이질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그것을 떼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한스가 「페르소나」를 이용해 그 사념을 조금씩 분해하던 순간이었다.

-아아··· 흩어진다. 소멸되고 있어! 영원한 죽음이 다가온다!

연신 죽음을 외치던 사념이 환희에 찬 소리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선물! 선물을 주마! 네가 이 대륙을 죽음으로 물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놈이 말하는 선물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사념의 일부분이 분리되며, 단순히 정보를 담은 부분과 자아를 가진 부분으로 나뉘었으니까.

사념이 품고 있던 정보가 선물이었던 모양이다.

‘저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지.’

그리고 한스는 거침없이 자아를 지닌 사념을 분리해, 그대로 흩어버렸다.

-아··· 죽음이여···, 그 찬란한···.

말을 끝까지 잊지 못하고 사라진 전대 불사왕의 사념.

그리고 한스는 드디어 평온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후, 이제 좀 속이 시원하네. 그보다 시간을 너무 지체했군.’

사념을 상대하느라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다.

‘준다는 선물은 뭐지? 빨라봐야 300년 전 정보라면 딱히 도움이 될 게 없을 것 같은데.’

가장 확률이 높은 건 마법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 같은 건데···.

그 부분은 불사왕의 심장이 제공하는 「사악한 지혜」와 「금단의 지식」이 있는 데다, 이계의 섭리까지 아우르는 「마도의 길」까지 더해져 딱히 부족하지 않았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선물을 확인한 순간, 그곳에 담긴 뜻밖의 정보에 그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 확실히 선물이라고 할 만한데?’

그도 그럴게, 그 사념이 말했던 ‘가졌어야 했으나 갖지 못한 것’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었으니.

‘상당히 괜찮은 변수로군.’

그건, ‘불사왕의 유산’에 관한 내용이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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