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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2

⊹ 92화 ⊹

‘길은?’

스켈레톤 너머에 있는 문은 두 개였는데, 추적 선은 양쪽으로 다 이어져 있었다.

어느 문을 열어도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부웅―!

엄청난 속도로 낫이 날아왔다. 도아는 낫을 피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저렇게 거대한 낫을 이 공간에서 휘두르려면 힘들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물리법칙이 안 통한다 이거네?’

반투명한 낫은 공간을 그냥 통과했다. 한마디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싸울 수 있다는 말이렷다.

도깨비불이 도아에게 달려들었다. 도아는 도깨비불을 베어내려고 잡고 있던 것을 휘둘렀다.

‘아차, 삼단 봉이지!’

캉!

도아의 봉이 튕겨 나왔다.

앗, 하는 사이 도깨비불이 도아의 배를 들이받았다.

“컥―!”

몸이 붕 떠서 벽에 부딪혀 나뒹굴었다. 스켈레톤이 랜턴을 들어 올리자 주변의 모든 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도아는 바닥을 박찼다.

빨려 들어가는 힘에 그녀가 땅을 찬 힘까지 더해져서 가속도가 붙었다.

날아오는 도아를 향해 스켈레톤이 낫을 휘두른다. 로베른의 푸른 불꽃이 스켈레톤의 팔을 완전히 증발시켜 버렸다.

‘우왓―!’

아슬아슬하게 낫이 그녀를 스쳤다. 스켈레톤과 도아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정화 모드.’

그녀의 눈에 금색 테두리가 둘려지고 스켈레톤이 한순간 멈칫했다.

도아의 검이 그대로 스켈레톤의 머리를 일자로 쪼갰다.

바닥에 떨어진 그녀는 그대로 뒤로 휙 몸을 물렸다.

“으…….”

그녀는 도깨비불에게 얻어맞은 배를 손으로 눌렀다.

“도아 양, 괜찮습니까?”

“응, 괜찮아요.”

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켈레톤이 반으로 쭉 쪼개지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덜컹

그때 레이스 건너편에 있는 문이 동시에 열렸다. 양쪽 문으로 두 사람이 각각 걸어 나왔다.

“아, 아버지! 어머니!”

아르맥이 소리쳤다.

영주 부부 모두 기괴할 정도로 활짝 웃고 있었다.

“오오, 귀한 손님이로군.”

“미르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라락 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안으로 드시지요.”

“모두 진귀한 손님이네요.”

“저예요, 아르맥이에요!”

아르맥이 소리쳤다. 그러나 영주부부의 동작은 한결같았다.

“오오, 귀한 손님이로군.”

“미르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라락 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안으로 드시지요.”

“모두 진귀한 손님이네요.”

아르맥은 얼빠진 얼굴을 했다.

“아버지……. 어머니…….”

“오오, 귀한 손님이로군.”

영주 부부는 인형처럼 같은 말과 행동만을 반복했다.

“초대받았으니 들어가야겠지.”

도아가 중얼거렸다. 바르샤가 말했다.

“난 이 꼬맹이와 여기에 남지.”

“…… 알았어.”

도아가 바르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아가 앞으로 걸어 나가자 영주 부부가 삐걱대는 걸음걸이로 옆으로 비켜서며 안으로 들어가라는 시늉을 해 보였다.

“오오, 귀한 손님이로군.”

“미르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알현실 높은 곳에 놓인 영주의 의자에 아르맥이 앉아 있었다.

같은 얼굴인데, 표정이 다르니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어서 오시게. 귀한 손님들이 오셨는데, 대접이 부족했군. 안 그런가?”

“멍, 멍멍!”

영주가 짖기 시작하자, 아르맥이 히죽 웃었다.

“기르는 개들이 버릇이 없어서 미안하네. 아무래도 싹싹하게 손님 접대를 하지는 못하거든.”

아르맥이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하나씩 걸어서 내려왔다.

“그런데 손님도 손버릇이 안 좋은 거 같아서 말이야.”

그가 도아 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아르맥이 손을 내밀었다.

“훔쳐 간 걸 내놓으시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아.”

도아가 손을 들었다.

한순간 알현실 전체의 바닥이 빙글 회전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아르맥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딱 한순간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쿠낙과 로베른이 영주 부부를 낚아채서 알현실 밖으로 내던졌다. 알현실 밖에 있던 바르샤가 두 사람을 붙잡고 손을 휘젓자 문이 덜컥 잠겼다.

쾅!

잠시 후 바닥을 뚫고 아르맥이 허공으로 올라왔다. 그의 양팔에는 갈치가 각각 두 마리씩 감겨 있었다.

그가 으르렁거리며 물었다.

“바닥의 함정은 어떻게 알았지?”

“당연히 아르맥이 알려줬지.”

도아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애는 여기서 태어나서 차기 영주로 자랐어. 고작 한두 달 자신감 있게 행동한다고 해서 네가 진짜가 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 성의 모든 걸 꿰뚫고 있는 건 진짜 아르맥이다. 16년 치의 경험을 한두 달로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그렇군. 이런 귀찮고 시시한 짓거리를 한 게 문제였어. 전부 죽이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말이야. 괜한 소리를 듣지 말았어야 했는데.”

허공에 뜬 아르맥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도아를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공간이 일렁이더니 저 안쪽부터 순식간에 어둠이 밀려들어 왔다.

사방이 순도 높은 어둠으로 꽉 찼다.

파지직

도아의 머리띠가 불꽃을 튕겼다. 쿠낙과 로베른은 반사적으로 자신들의 손가락을 보았다.

요정의 반지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 이거 참 놀랍군. 요정의 호부가 아직도 남아 있다니.”

어둠 속에서 아르맥은 갈치 덕분에 희게 빛나고 있었다. 그가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럼 다시 시작할까? 어서 오게, 아주르 나자크. 내 성에 잘 왔네.”

“위대한 아라락 앞에 경배하라!”

“위대한 아라락에게 무릎 꿇어라!”

갈치들이 소리쳤다.

도아가 물었다.

“그중에 카르치도 있어?”

아라락이 갈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녀석들이 다 카르치지.”

“전부 갈치였군. 비린내 날 거 같아.”

도아가 중얼거렸다. 아라락이 그녀에게 말했다.

“아주르 나자크여, 괜한 힘 빼지 말고 지나가는 게 어떤가?”

“뭐?”

“그대가 영혼함을 없앤다고 해도, 이미 이 미르카 사람들의 생명이 나와 연결되어 있지. 그대는 날 죽일 수 없어. 가엾은 필멸자여. 그대의 힘과 능력은 한계가 있지만 난 그렇지 않다네.”

도아가 손안에서 삼단 봉을 빙글 돌렸다. 모습이 삼단 봉에서 한손 검으로 바뀌었다. 쿠낙은 그녀가 그렇게 할 때마다 꼭 건달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도아가 비딱하게 서며 말했다.

“여기까지 와서 도망치겠다고?”

“아니지. 관대하게 그대를 살려주겠다고 하는 거네. 나도 세계수와 척지고 싶지는 않거든.”

“저기……. 그…… 자기가 엄청나게 대단한 인물이라 세계수랑 막 대등할 거 같고 그래? 그런 소리 자기 입으로 지껄이면 부끄럽지 않아?”

도아가 공감성 수치를 느끼며 말하자 아라락이 미소 지었다.

“봐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애초에 봐줄 생각 없었어.”

도아의 말에 아라락이 도아 뒤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저 버러지 같은 마법사를 믿고 까부는 건 아니겠지?”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바르샤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도아는 저도 모르게 ‘언제 왔어?’라고 말할 뻔한 걸 참았다.

바르샤가 옷소매로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머리가 멍청해서 나머지 공부하느라 더러운 마수가 된 놈이 주절주절 시끄럽군. 얼마나 살았지? 백 년? 이백 년? 그러면서 이 정도의 마법 실력밖에 못 갖췄다니 그 멍청한 머리통에는 뇌가 없나? 아, 그러네. 뇌가 없겠지.”

바르샤의 말에 아라락은 눈을 가늘게 떴다.

“진리를 연구하는 자로서 탐욕을 부리지 않는 자는 없지. 지금 그 말을 후회하게 될 거다.”

아라락이 웃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그의 발밑에 있는 마법진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카르치들이 소리쳤다.

“위대한 아라락이여!”

“불멸의 마법사여!”

아라락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미르카에 심은 내 마법이 발동했지. 자, 도시 하나 분의 생명력으로 내가 세상을 초토화시키는 걸 지켜 봐―”

그가 말을 끝마치려는 순간 도아가 불쑥 가까워졌다.

‘눈동자 테두리가 금색?’

“―라.”

마나를 두른 주먹을 도아가 전력으로 휘둘렀다.

뻐억―!

보통 인간이라면 그 상황에서 목이 휘릭 돌아가거나 두개골이 함몰되어 죽었을 일격이었다.

그러나 아라락은 뒤로 한 걸음 휘청했을 뿐이었다. 주먹을 뻗은 상태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도아가 그에게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크윽―!”

그가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시선이 빙빙 돌았다.

“야, 너 코피 난다.”

도아가 히죽 웃으며 말하자 아라락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불타올랐다.

“가가가가가감히이이이!!!”

얼굴 가죽이 녹아내리듯 사라지고 해골과 이어진 척추 뼈가 드러났다.

이마에 핵이 박혀 있는 게 보였다.

“저게 본 모습인가.”

공간이 일렁이더니 검은 빛의 모든 게 싹 그에게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다시 평범한 성 내부가 나타났다. 로베른이 소리쳤다.

“영혼함은?”

“아까 내 손으로 직접 단죄를 내렸다.”

바르샤가 말했다. 그가 날뛰는 아라락을 바라보았다.

“저게 쓰는 마법은 전부 여기 인간들의 생명력인 셈이지.”

쿠낙과 로베른이 아라락을 향해 연계 공격을 날렸지만, 카르치들이 막아냈다.

카르치의 가드도 제법 단단했다. 게다가 성을 부수지 않고 싸우려고 하다 보니 로베른과 쿠낙의 공격에도 제한이 있었다.

도아가 혀를 찼다.

“쿠낙, 로베른, 갈치를 맡아줘. 바르샤, 마법을 차단해!”

불꽃과 전격이 튀었다.

검은색 송곳들이 떠올라 사방으로 튀어 나갔고, 저주의 말들이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날아다녔다.

유리창이 깨지고 벽이 녹아내리고, 샹들리에가 떨어졌다.

도아는 마법을 피하며 아라락을 공격할 틈 사이를 노렸다.

아라락은 작은 데다가 주변에 사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방어막을 두르고 있었다.

도아는 마나관을 도는 마나의 속도를 올렸다. 압력으로 마나관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코어가 출력을 높인다.

쿠낙과 로베른이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다. 바르샤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사타(정지).”

한순간, 아주 잠깐, 멈칫하는 순간이 왔다.

텅―!

도아가 땅을 박찼다. 공격들이 아슬아슬하게 도아가 지나간 곳을 뚫고 올라왔다.

다다다닥!

뾰족한 말뚝들이 치솟고, 화염이 허공에서 뿜어져 나왔다. 저주의 말들이 도아를 때리고 지나갔다.

독나방들이 한순간 독분을 뿌린다.

“으아아아!”

가루 사이를 빠져나오며 도아가 검을 휘둘렀다.

방어막을 지나는 빛 마나가 굴절되어 휘는 게 보였다. 그래도 마나는 사정없이 방어막을 잘라냈다.

‘방어막이 아니라…… 방어층?’

밀푀유처럼, 아니 꼭 젤리처럼 아라락과 방어막 사이에 밀도가 꽉 차 있었다.

도아가 그 젤리를 베어냈다. 방어막을 베어내며 그녀의 팔이 한순간 느려지자 아라락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서걱

검을 든 그녀의 팔이 잘려 나갔다. 하지만 도아는 얇아진 방어층으로 반대쪽 손을 쑤셔 넣었다.

그녀의 주먹이 아라락 이마에 있는 핵을 때렸다.

쩍―!

핵이 산산조각 났다.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도아의 몸이 튕겨 나오는 걸 쿠낙이 붙잡았다.

“도아 양!”

도아는 바닥에 떨어져 재가 된 아라락을 바라보고 바르샤를 보았다.

“죽었어?”

“소멸했어.”

바르샤의 말에 도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으갸갹!”

마지막 소리는 그녀의 팔을 들고 온 로베른이 사정없이 단면을 가져다 대서 나온 소리였다.

포션을 붓고 나서야 팔이 제대로 붙었다. 도아가 앓는 소리를 냈다.

“진짜 아프다…….”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위화감 없이 잘 움직인다.

하지만 마나관 자체가 붙으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당분간은 통증에 시달릴 터였다.

로베른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팔을 방어 안 했지?”

“아니, 팔 방어하다가 혹시 마나가 부족할까 봐……?”

마나로 팔을 보호했다면 잘리지는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반대 팔로 마나를 전부 보냈기에 생긴 빈틈이었다.

로베른이 그녀의 뺨을 잡아당겼다.

“판단이 느려. 검으로 잘라낼 때 공격과 수비를 할 마나량을 계산했어야지. B급의 마나는 적지 않은데 왜 자꾸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그의 눈에는 이제 분노와 짜증이 섞여 드러났다. 도아는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이제 그 사과도 그만 듣고 싶군.”

“그만하시죠. 지금 도아 양은 환자입니다.”

“환자이길 자처한 환자겠지.”

냉정한 말에 도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도아는 팔을 바라보고 쿠낙에게도 사과했다.

“미안해요, 쿠낙.”

“아닙니다……. 하지만 몸을 소중히 여겨 주십시오.”

“응, 마음이 급해졌나 봐요. 마법진을 통해서 사람들의 생명을 빨아들인다고 하니까.”

지금 죽이지 못하면 몇 명이 더 죽을지 모른다. 분을, 아니 초를 다투는 싸움이었다.

불확실성을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바르샤가 말했다.

“아주르 나자크가 애쓴 보람은 있네.”

도아가 그를 바라보자 바르샤가 바닥의 마법진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한 명도 안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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