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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3

92. 거지남매 – 호위기사

‘베르크 추기경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뭔가 불길해.’

레오는 상념을 마침과 동시에 자신이 탁자를 뚫어버릴 기세로 두드리고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시큰거리는 검지 손톱을 움츠리곤 중대한 정보를 건네준 여기사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네. 큰 도움을 받았군.”

“도움이 되었다니 영광입니다.”

제니아 재커리는 기쁘게 웃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레오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한 가지 더 부탁할 것이 있네.”

“무엇이든 하명하십시오.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자네가 내 여동생을 호위해주길 바라네. 괜찮겠는가?”

레오는 눈앞의 여기사를 훑어보았다.

괜찮은 기사다. 예법도 훌륭하고, 말도 잘하고, 고작 이십 대 후반임에도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갖췄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그녀가 여성이라는 것이었다.

“가능하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었으면 하는데…”

제니아 재커리는 왕자님의 망설임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오늘 중으로 기사단을 그만두겠습니다.”

“이해해주어 고맙네. 내가 복위한 뒤에 큰 보상을 내리겠네. 약속하지.”

“감사합니다.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공주님을 지키겠습니다.”

“아니야. 목숨을 바쳐선 안 돼.”

“…네?”

제니아는 왕자의 엉뚱한 답변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왕자님께서는 신하가 목숨을 잃지 않기를 바라시는 걸까?’ 하며 조금 감격하는데 왕자님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절대로 목숨을 바쳐선 안 되네. 자네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내 여동생 곁에 있어야 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일세. 만약 어떤 위기가 닥치거든 그것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레나를 데리고 달아나게. 무슨 뜻인지 알겠나?”

“…공주님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말씀이시죠? 알겠습니다.”

이해했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데 왕자님의 엉뚱한 지시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면, 돌아오지 말게.”

“???”

“도망쳐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숨어있어야 하네. 누군가에게 연락할 생각도 하지 말고, 내가 찾아올 때까지 철저하게 몸을 숨기게.”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도망친 다음에 연락하지 않으면…”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레나의 신변에만 신경 써주게. 뭣하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도 좋아. 그냥 떠나게. 공주고 뭐고 잊어버리고, 아예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평범한 아낙네가 평범한 딸을 키우듯이 숨어서 살아주게. 그래 줄 수 있겠나?”

제니아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왕자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무슨 일이 생기거든 본인이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상황이 그렇게 안 좋은가?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물론, 지금 당장 에릭 왕자에게 들켜서 선공을 맞는다면 처지가 다소 곤란해지긴 하겠지만, 그게 신분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달아나야 하는 것으로 생각되진 않았다.

현재까지 레오 왕자님께 충성을 맹세한 기사만 백 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엄청난 전력이다. 심지어 그 숫자는 아직도 소개에 소개를 거쳐 빠르게 불어나고 있었다.

이대로만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이 왕국의 실질적인 힘 대부분이 왕자님께 넘어가는 셈이었다.

이런 상황을 모르실 리가 없는데, 왕자님께서는 마치 공주님이 평범하게만 살아갈 수 있으면 만족한다는 듯한 명령을 내리셨다.

제니아는 그 이면에 깔린 낮은 기준치에 놀라 무의식중에 제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명령이시라면 그리하겠습니다.”

“좋아. 고맙네. 따라오게.”

왕자님을 따라간 제니아는 더 골때리는 상황을 마주했다.

왕자님께서 공주님을 소개해주셨는데, 레나 드 예리엘 공주님은… 말문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우셨다.

갓 소녀티를 벗어낸 숙녀.

턱선을 따라 우아하게 내린 목선에 눈이 부셨다. 긴 속눈썹에 갇힌 황금빛 눈동자가 참을 수 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제니아는 잠깐 넋을 잃었다.

‘이런 분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그녀는 왕자님께서 요청하신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어째서 이런 엉뚱한 명령을 내리셨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용병 생활을 해봤던 제니아는 이 세상이 아름다운 여성에게 얼마나 가혹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제법 반반한 얼굴 때문에 곤욕을 치르곤 했으니까.

어린 나이에 왕궁에서 쫓겨난 왕자님께서는 이분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분투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자 내게 공주님을 맡기려 하심이 틀림없었다.

만약 거사가 실패한다면 이분의 미래는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정말 높았으니까. 설령 달아나는 데 성공한다 해도.

어버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공주님의 꽃잎 같은 손이 내밀어졌다.

“앞으로 절 호위해주신다고요? 전 레나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드 예리엘. 이름을 끝까지 말해야지.”

“아이참. 나도 알아, 오빠.”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제니아는 무릎을 꿇고, 내밀어진 손에 이마를 붙였다. 보드랍고 따뜻한 손등이 그녀의 이마를 달구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제가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저는 제니아 재커리라 합니다. 제니아라 불러주십시오.”

“앗! 귀족이신가요?”

“귀족은 아니옵고…”

“잠깐, 레나. 기사님께 드릴 말씀이 있으니까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하면 안 될까?”

“뭔데?”

“잠깐이면 돼.”

왕자님께서는 “나는 들으면 안 되는 얘기야?”라며 뾰로통해진 공주님을 달래고 밖으로 나가자고 눈짓하셨다.

제니아가 따라 나가자 왕자님께서 다시 한번 강조하셨다.

“내 말을 잊지 말게. 절대로 레나의 곁을 떠나선 안 되네. 무슨 일이 생겼다 싶거든 무조건 달아나게. 달아나서 행복하게 살아주게. 만약 내가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찾아가겠네.”

그러면서 금화 열 닢을 꺼내어 손에 쥐여주셨다.

제니아는 왕자님께서 공주님의 앞날을 얼마나 걱정하시는지 알 수 있었다. 이분이 내게 바라시는 건 단순한 호위가 아니라 어머니에 가까운 역할이었다.

“알겠습니다. 명하신 바를 따르겠습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제니아는 뚝심 있게 답했고, 레오는 잘 부탁한다는 듯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잠깐이라더니 왜 이리 늦어어.”

방에서 심통이 난 공주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 * *

며칠 뒤, 기사단을 그만둔 제니아는 매일같이 공주님 곁에 붙어있었다.

오랫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던 훈련에서 벗어나 한가로워지… 진 않았다.

그녀는 공주님의 호위기사이면서도 선생님 역할까지 맡아야 했고, 시녀이면서도 동시에 말동무가 되어줘야 했다.

놀랍게도 왕자님께서는 이 모든 역할을 도맡아 하고 계셨다. 심지어 빨래까지도…

사실 빨래는 카시아가 맡아서 하던 일이었는데, 그녀가 떠난 이후로 레오가 하고 있었다.

‘하기야 공주님의 속곳을 기사들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제니아는 ‘완전히 딸을 키우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손빨래를 마치고 공주의 방으로 들어갔다. 공주님은 책에 얼굴을 박고 주무시고 계셨는데, 책장(冊張)에 눌어붙은 뺨이 빵처럼 동그랗게 부풀었다.

무엄하게도 ‘저걸 콕 찔러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렵게 떨쳐내고 공주님의 등을 두드렸다.

“공주님, 피곤하세요?”

“음냐아… 흠냐흠냐… 핫!”

레나 공주님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시더니 허둥지둥하셨다. 침을 흘렸을까 걱정했는지 입가를 문지르는데, 토끼 눈을 뜬 그 모습이 귀여워서 제니아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피곤하시면 잠깐 침대에서 낮잠을 주무시겠어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잠깐 졸았던 것뿐이에요.”

그런 것치고는 아주 잘 주무시던데…?

“여기서 막혔거든요. 이걸 못 읽겠어요. 글씨가 괴상해서 사전을 찾아볼 수도 없고…”

“제가 읽어보고 설명해드려도 될까요?”

제니아는 공주가 읽던 책을 받아들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콘라드 왕국의 역사… 잠이 들만도 했다.

좋게 말하면 고풍스럽고, 솔직히 말하면 갈겨쓰듯 괴상한 문체로 쓰인 이 책은 제니아도 읽어본 것이었다.

“글씨를 알아보기 힘드시죠? 이건 ‘분열’을 뜻하는 단어랍니다. 아카이아 제국에서 북부 왕국이 떨어져 나간 이후 남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요. 원래 오른 왕국과 우리 콘라드 왕국은 하나였답니다. 정말 오래된 이야기지만요.”

“아하… 그런데 이 책은 왜 글자를 이렇게 적은 거예요? 내용은 재미있는데, 알아보기도 힘들고 눈이 아파요.”

“이래야 평민들이 읽기 힘들거든요.”

레나의 눈이 빠르게 깜박였다.

“일부러 이렇게 적었다는 건가요? 평민들이 읽지 못하게 하려고?”

“네, 신학 서적이나 몇몇 기술과 관련된 서적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런 문체를 써요.”

“어째서요?”

“평민들은 이런 것들을 배워봐야 도움 될 일이 거의 없거든요. 공부할 형편도 되지 못할뿐더러 공부하는 데 시간을 들이면 그만큼 생산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게 돼요. 온 백성이 그런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낭비죠.”

“아하… 그래서 처음부터 글자를 읽기 힘들게 적어둔 거군요.”

“네. 시간 낭비를 막는 차원인 거죠. 평민들은 교회에서 가르쳐주는 것만 알아도 충분하답니다.”

“교회에서 평민들을 가르쳐줘요?”

“……네. 사제님들이 매주 교회를 찾은 신도들에게 이런 역사책을 읽어주신답니다. 아무리 교육이 필요 없다고는 해도 왕국에 대한 충성심은 필요하니까요.”

“그렇구나. 고마워요. 많이 배웠어요.”

“아닙니다. 이것 좀 드시면서 하시겠어요?”

제니아의 품에서 달콤한 쿠키가 나오자 레나는 기쁘게 웃었다.

“와아! 맛있겠다. 고마워요. 직접 만드신 건가요?”

“아니요. 전 요리에는 소질이 없어요. 이건 빵집에서 사 온 거랍니다. 오늘 구워진 거예요.”

“아, 빵집에서 이런 것도 만드나 보네요.”

“빵집에 가보신 적이 없으세요?”

“네. 밖에서 냄새를 맡아본 적은 있는데, 안에 들어가 본 적은 없네요.”

제니아는 씁쓸하게 탄식했다.

공주님이 왕궁에서 쫓겨나신 뒤 어찌 살아오셨을지는 대강 추측이 가능했으나, 이렇게 당혹스러운 경우가 잦았다.

공주님은 기본적인 경험이 결여되어 계셨다. 왕궁이라는 새장에 갇혀 살아가는 공주들과는 또 다른 의미로 세상 물정을 알지 못했다.

안쓰러움을 느끼며 제니아가 물었다.

“공주님, 공주님은 밖에 나가보고 싶지 않으세요?”

“나가고 싶긴 한데, 오빠가 안 된다고 했어요.”

왕자님의 말을 잘 듣는 공주님… 제니아는 자신의 어릴 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서녀로 차별받으면서도 차별받는 줄도 모르고, 나는 뭐가 좋다고 헤실헤실 웃고 다녔을까.

만약 내게 검이 없었더라면…

심란해져서 제니아는 왼쪽 손목을 앞뒤로 꺾었다.

그녀는 공주님이 다시 책에 집중하는 걸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왕자님을 찾아갔다.

왕자님께서는 책상에 쌓인 ‘베르크 추기경’과 관련된 서류들을 하나하나 들춰보고 계셨다.

“무슨 일인가?”

“왕자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녀는 혼이 날 각오를 하고 말했다.

“공주님께서는 너무 오랫동안 방에 갇혀계셨습니다. 바깥나들이를 다녀와도 괜찮겠습니까?”

서류를 뒤적이던 왕자님의 눈썹이 꿈틀,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 모습에 당장에라도 “안 돼!”, 퇴짜를 놓으시리라 예상했는데, 왕자님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레나가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하던가?”

“아닙니다.”

“그럼 왜 그런 생각을 했지?”

“공주님께서는 빵집에서 쿠키를 구워 판다는 걸 모르십니다. 공인된 금화가 144개의 공인된 은화와 교환된다는 것도 모르시고, 교회에서 평민들이 간단한 교육을 받는다는 것도 모르십니다. 심지어 책에서 우물 그림을 보시고 이게 뭐냐고 물어보기도 하셨습니다.”

“…”

제니아는 왕자의 침묵에 용기를 얻어 말을 이었다.

“방에 틀어박혀서 백날 책을 읽는 것보다 하루라도 바깥을 돌아다니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공주님처럼 배경 지식이 없으신 경우라면 더욱 그렇고요.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공주님께선 운동을 싫어하시는데…”

의외로 왕자님께서는 “공주가 그런 것들을 알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하지 않고 심각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미세하게나마 고개를 끄덕이시는 것을 보면 납득하고 계심이 분명했다.

“딱 이틀만이라도 바깥나들이를 다녀오고 싶습니다. 빵집에도 들어가 보고, 손수 우물에서 두레박을 건져보기도 하시고, 물건을 직접 사보기도 하시면 정말 많은 것을 배우실 겁니다. 공주님께 좋은 추억이 될 테고요. 거사가 성공한 뒤, 왕궁에 들어가면 공주님께선 그런 일을 해볼 기회가 없으십니다.”

말을 끝마친 제니아는 답변을 기다린다는 자세를 취했고, 레오의 마음은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다 맞는 말이다.

동생은 여태껏 바깥 구경을 제대로 못 해봤다.

그녀는 벨리타 왕국에서 여기까지 여행하는 동안 마차에서 스쳐 가는 풍경을 보았을 뿐,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후드를 눌러써야 했고, 마을에서는 숙소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다. 레나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예뻤기 때문이지만, 호기심이 왕성할 소녀에겐 가혹한 일이었다.

아마도 지난 거지남매 시나리오가 레나에게 가장 자유로웠던 시기였을 것이다.

당시에는 라우노 패밀리의 문신과 얄팍한 검술 실력을 믿고 ‘왕자의 행렬’을 구경시켜 주기 위해 레나를 데리고 나가기도 했었다.

무지에서 나온 만용이었다.

이번에는 백이 넘는 기사를 거느리고도 레나에게 바깥 구경을 시켜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동생이 방에서 심심해하는 것을 보고도 옆에서 놀아주면 됐다고 생각했다.

반복된 실패에 한껏 움츠러들어 겁쟁이가 된 거다.

푹, 깊은 한숨을 내쉰 레오가 말했다.

“내가 왜 레나를 밖에 안 내보내는지는 알고 있겠지?”

“네. 물론입니다.”

“좋아. 바깥나들이를 허락하지. 그런데 설마 혼자서 레나를 호위할 생각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기사를 두 명 더 데려가겠습니다. 저랑 친한 사람으로요. 기사단을 그만둔 기념으로 놀러 다닌다고 하면 아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알겠네. 사흘을 주겠네. 당연히 밤에는 돌아와야 하고, 수도를 벗어나선 안 되네. 돈이 필요하다면 말하고.”

“알겠습니다. 돈은 괜찮습니다.”

제니아는 이 기쁜 소식을 공주님께 전하러 돌아갔다. 레오는 턱을 쓸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내가 호위기사를 잘 뽑은 것 같군…”

멀리서 동생의 기쁜 목소리(“꺄아! 진짜요? 정말이죠?”)와 도도도도도,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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