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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3

#93

변수 (3)

[호오— 이건 뜻밖의 소득이로군.]

유산이라고 해서 어떤 재물이나 마도구 같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었다.

초대 불사왕은 대륙의 절반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고, 2대는 제국 하나를 멸망시켰다.

그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위업이었다.

‘당연히 그를 따르는 부하들이 있었겠지.’

애초에 단 혼자만의 힘으로 대륙을 도모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명령대로 따르는 단순한 언데드가 아닌, 고등한 사고를 지니고 그를 보조하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했을 터.

‘불사왕의 뜻에 따라 대륙 정복의 선두에 선, 불사의 군대.’

한때 대륙의 절반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던 그들이 바로, 불사왕이 후대에 남긴 유산이었다.

그들은 그 특성상 전쟁이 지속될수록 세력이 강성해질 수밖에 없었다.

끝없이 밀려드는 시체의 군세와 용맹하게 맞서 싸우던 병사들도 전사하고 나면 그들의 일부가 되었으니.

당연히 주신교단을 비롯한 대륙의 지도부는 결사대를 조직해 머리를 직접 노리는 것을 선택했고, 결국 무수한 희생 끝에 작전은 성공할 수 있었다.

그것은 불사왕이 발호한 두 경우 모두 마찬가지.

‘그만큼 대륙의 저력이 대단하다고 봐야겠지. 2대는 선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안위에 상당히 신경 썼는데도 당했으니까.’

그래서 대륙이 입은 피해의 규모 자체는 2대가 더 적었지만, 불사왕을 지키는 간부들을 뚫느라 희생된 강자들의 수는 그쪽이 훨씬 많았다.

‘어쨌든 결국 불사왕 휘하의 군세는 붕 뜨게 된 거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의 행방이었다.

대부분은 분노한 대륙인들에게 토벌되었지만, 부대를 이끄는 자의 재량으로 몸을 피한 수도 제법 많았다.

무작정 오지로 숨어들기도 하고, 아예 던전을 만들어 틀어박히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심연과의 경계에 자신을 봉인하는 것.’

지상도 아니고 심연도 아닌 그 경계선상의 어딘가.

관측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무의미하게 표류하는 차원의 틈새였다.

당시 세상 곳곳에 난 무수한 생채기로 차원의 벽이 약해진 데다, 언데드이기에 가능했던 그 방법은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불확실한 방법이었다.

대륙인들에게선 피할 수 있었지만,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으니까.

그들은 다음 대의 불사왕이 탄생해 그들을 꺼내줄 때까지 영원히 그렇게 잠들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침 누가 심연을 열어버렸네?’

그것도 단순히 벽을 약화시킨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구멍을 뚫어버렸다.

[아아— 느껴지는구나. 경계에 잠든 그들이. 지상에도··· 제법 남아있구나.]

전대 불사왕의 사념이 남긴 것은 단순한 정보만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일종의 계약서 원본을 넘겨준 것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심장에 잡아먹혀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면 자연스럽게 깨달았을 텐데, 그것을 원천 차단하면서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됐지. 어차피 미리 알았어도 심연이 열리기 전까진 어떻게 할 수도 없었을 테니.’

심연이 열린 건 좋지 않은 일이지만, 이왕 열린 이상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보다, 시간을 상당히 지체해서 아직 놈들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군.]

대륙에 이 정도로 영향을 준 대법인데, 자신만 알아차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 사실은 일을 벌인 놈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아마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곧바로 자리를 피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가 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한스가 직접 그 현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집중하며 재차 기운의 흐름을 추적했다.

의식이 끝난 듯, 아까처럼 격렬한 유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문제였다.

후우웅—

한순간에 밀집하며 한스의 의지에 따라 배열되는 어마어마한 흑마력.

그렇게 구축된 신비는 짙은 어둠이 되어 그의 몸을 휘감았다.

[아직 뭐라도 남아있었으면 좋겠구나.]

불사왕 한스가 대륙 남부로 향했다.

***

성검이 봉인되어 있던 피카올 대신전의 지하.

치익—

피지직—!

‘그런데 이건 아직도 이러네. 성검을 뽑았으면 끝나야 하는 거 아닌가?’

어째선지 하인리히의 손아귀를 태우는 고통과 전신을 내달리는 스파크는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중이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손을 지져대는 성검을 굳게 쥐며 요동치는 심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깥의 상황을 알 수 없는 다른 이였다면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을 테지만, 그는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번에 열린 심연의 영향을 받는 것 같은데.’

마침 자신에 의해 성검이 빠지면서 봉인이 약화된 탓도 있을 것이다.

성녀가 말했던 ‘대신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은 심연이 열린 지금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때일 테니까.

그럼 가장 간단한 해결 방법은, 다시 성검을 저 심연에 꽂아 넣는 것이겠지.

치이익···

그때, 계속해서 손바닥에서 울려 퍼지던 소리가 서서히 멎기 시작했다.

몸 안을 사납게 돌아다니며 이곳저곳 부숴대던 성검의 기운도 어느새 잠잠해진 채였다.

《개체가 조건을 달성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특수스킬「축복 : 성검」을 획득합니다.》

슬쩍 손잡이를 쥐었던 양손을 펴보니, 낙인처럼 손바닥에 주신교단 문양의 성흔이 새겨져 있었다.

‘몸에 들어왔던 기운도 그대로 안정적으로 정착했고. 그냥 시험이 아니라 성검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나 본데?’

하인리히는 계속해서 심연을 경계하며 「축복 : 성검」을 살펴보았다.

‘성검의 기운으로 공격력과 육체를 강화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자유로운 형태 변환에다가 손바닥의 성흔엔 아공간 기능까지?’

무기로써의 품질과 신성력 증폭 기능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그야말로 어떤 마도구도 비빌 수 없는, 구할 수 있는 최고 품질의 무기라고 할 수 있으리라.

이런 물건은 어디 가서 구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겨우 저런 작은 심연 때문에 성검을 포기하고 나갈 리가 없지 않은가!

‘어림도 없지. 내 손에 들어온 건 이미 내 꺼라고.’

애초에 그는 성녀의 명령으로 성검을 회수하기 위해 온 입장이었다.

처음부터 이걸 포기하는 선택지는 고려하지도 않았다.

거기다 대신전의 결계도 있으니 저 정도 심연으로는 특별한 영향을 끼칠 수 없을···.

꿀럭꿀럭~!

그 순간, 갑자기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하는 심연.

주변을 둘러싼 결계가 연신 빛을 뿜어내고 있음에도 그 크기는 전에 비해 조금 늘어난 상태였다.

그리고 마침내···.

푸확—!

심연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파지지직—!

동시에 주변을 둘러싼 결계에서 시작된 순백의 번개가 그것을 공격했다.

그에 이어 동시다발적으로 발동하기 시작하는 수많은 신성 결계들.

‘역시 주신교단이 그리 허술할 리 없지. 다 대비가 되어있었구나. 그런데 저건···.’

튀어 오르는 하얀 백광 속에서 심연 밖으로 불쑥 튀어나온 팔 한 짝이, 이어지는 공격에 연신 꿈틀거리고 있었다.

[끄흐으— 이건 뭐냐?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심연의 구멍에서 쇠를 긁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응?’

뭔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끄··· 더러운 교단 놈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푸확!

심연의 구멍을 찢듯이 벌리며 반대편 손이 튀어나왔다.

공격이 더욱 거세졌지만, 놈은 팔을 덜덜 떨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흐으··· 내가 다시 돌아온 이상···.]

이윽고 천천히 상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또한 하인리히에게 굉장히 익숙한 외양이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와 치고받고 싸우던 사이였으니까.

‘세 번째 시련에 나왔던 아크리치?’

사실 누더기 같은 로브와 뼈밖에 없는 모습이라지만, 그래도 느낌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거기다 지금의 그에게는 뜻밖의 사태로 얻은 새로운 정보도 있었다.

하인리히가 관측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한스의 분석 결과가 곧바로 튀어나왔다.

‘드웰 맥케인, 불사왕의 친위대로 있던 놈이군.’

놈은 전대 불사왕이 결사대에 대비하기 위해 주변에 포진시켰던 친위대 중 하나였다.

서열은 대충 50위권으로, 대인 전투보다 부대 지휘에 재능이 있어 스스로 싸우기보다는 다수의 언데드를 부려 군대를 견제하던 놈이었다.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서··· 응?]

그때, 구멍 밖으로 기어 나오던 아크리치 드웰과 하인리히의 눈이 마주쳤다.

“······.”

[······.]

잠시의 정적 후.

그와 눈이 마주친 드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하인리히를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주신교단의 문양과 기도문으로 빼곡한 실내와 경건한 기운을 물씬 풍기는 공간.

쉴 새 없이 그의 몸을 두들기는 신성 결계의 압박과···.

바로 앞에서 성검을 쥔 채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는 용사까지.

저 용사의 상징과도 같은 검을 그가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저것에 썰려 나간 동료들이 몇인데 그걸 잊겠는가.

결국 그가 따르던 불사왕마저 저 검에 쓰러져,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봉인하면서까지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후일을 기약하기 위해서.

그런데.

오랜 시간 기다려온 기회를 잡고 경계에서 빠져나가려던 찰나, 당대의 용사로 보이는 이와 마주한 것이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그로서는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드웰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하인리히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경계를 표류하다가 심연이 열린 영향으로 빨려 올라온 건가? 놈이 시련에 나왔던 것은, 성검이 가까운 위상에 떠돌던 놈의 정보를 읽어낸 거고?’

거기다 놈의 신세도 기구하기 짝이 없었다.

자연적으로 경계를 빠져나온 것은 좋지만, 하필 나온 데가 성검이 봉인되어있던 대신전의 한복판이다.

어떻게 운 좋게 이 장소를 벗어나더라도 대신전 밖으로는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소멸되었을 터.

대신전이란 곳은 애초에 그런 장소였다.

[끄흐··· 젠장! 이게 왜 안 들어가지는···.]

그때, 하인리히의 눈치를 보던 드웰이 잽싸게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려다 낭패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차라리 다시 봉인되기를 선택했건만, 그마저도 실패해 버린 것이다.

아래에서부터 강제로 끌어올려지는 힘 때문에 이미 그가 나왔던 통로는 일방통행이 되어버린 상황.

이젠 진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아쉽지만, 여기선 처리해야겠지.’

한스의 부하가 될 수도 있는 놈이었기에 이렇게 처리하기는 아까웠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

자기 맘대로 놈을 살려 보낸다고 해도 어차피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처리될 테니, 차라리 자신의 손으로 끝장을 내는 것이 나았다.

‘음? 저건?’

그렇게 하인리히가 놈을 처리하기 위해 성검을 움켜쥐던 찰나, 아크리치의 로브 사이로 익숙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이미 한 번 봤던 것.

자신이 한 번 부순 적이 있던 아크리치의 근원이었다.

‘하긴, 근원을 소환해 챙기고서 경계에 숨어들었겠지. 그게 아니면 숨는 의미가 없으니까. ···잠깐만, 저게 있다면···.’

저것을 봤더니 때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하인리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놈에게 다가가며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증량’의 축복으로 노도와 같은 신성력이 성검에 몰려들고, ‘광검’과 ‘성검’의 축복이 어우러져 검신에 찬란한 황금빛이 어렸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드웰에게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저주받을 주신의 노예···! 내가 이렇게 쉽게 끝날 것 같으냐!]

당연히 그저 당하고만 있을 리 없는 놈의 몸에서 짙은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지만, 상황은 시련 때와 많이 달랐다.

파지직—!

대신전의 중심부라 언데드를 소환하지도 못하고, 사방에서 신성 결계의 기운이 몰려들어 그를 쉴 새 없이 물어뜯는다.

막 봉인에서 풀려나와 몸이 온전치 못한 데다, 성검을 손에 넣은 하인리히는 이미 상대해 본 그의 흑마법을 무처럼 썰어버리니···.

[···커헉! 젠···장—!]

결국 놈은 별다른 반항도 하지 못하고 신성한 불길에 타올라 한 줌의 잿더미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근원 하나만 달랑 남기고서.

“어디 보자···.”

하인리히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바닥에 널브러져 뭉게뭉게 연기를 피워 올리는 근원을 집어 들었다.

이대로만 놔둬도 부활은커녕 이 공간의 힘에 자연스럽게 소멸해 버릴 테지만.

우우웅···

그건 하인리히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그는 새로 얻은 지식을 떠올리며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로지아 성투법」에 포함된 신성력 운용 기술을 응용해 「아우테리카 성법」을 사용한 후—.

‘···됐다. 역시 선배님들은 대단하군.’

그대로 아크리치의 근원을 ‘봉인’할 수 있었다.

당장 죽일 수 없는 존재를 상대하기 위한 「로지아 성투법」의 노하우를 사용한 덕이었다.

하인리히는 단단하게 결정화되어 한 방울의 흑마력도 흘리지 않는 근원을 살펴보다가, 그대로 손바닥의 ‘성흔’에 집어넣었다.

‘그리 부피가 크진 않지만, 이 아공간엔 성검만 넣을 수 있는 게 아니지. 한스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는데.’

오고 가는 선물 속에 정이 싹트는 법.

하인리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자신이라는 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기분상의 문제였으니까.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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