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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4

빌어먹을 아이돌 94화

*  *  *

최재성의 무대 뒤로 세달백일의 오프닝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세달백일이 스페셜 게스트를 선 무대들은 대부분은 즉흥적으로 섭외된 것들이었다.

이현석 대표가 인디 씬의 인맥을 발휘해서 공연을 찾아주면, 연락을 해서 게스트가 되는 식으로.

하지만 백만원의 단독 콘서트는 좀 달랐다.

이 무대는 한시온이 인디 씬 나들이를 계획했을 때부터 섭외가 진행된 것이다.

그러니 무대를 준비할 시간이 있었고, 공연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다.

게다가 좁은 공연장이 아니라서, 마음껏 춤도 출 수 있었고.

소규모 공연장에서는 보여 줄 수 없었던 커밍업 넥스트의 군무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야, 쩔어!”

“왜 이렇게 잘해?”

사실 대중들 중에는 아이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가진 이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러한 거부감이 아무 근거도 없는 건 아니었다.

초창기 세대의 아이돌들은 음악적 성취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음악보다는 외모나 끼가 훨씬 중요했고, 노래를 잘하는 멤버는 한두 명이면 족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바뀌었다.

아이돌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이돌도 가수 본연의 능력이 중요해졌다.

엔터테인먼트들의 트레이닝 방향성이 바뀌었고, 아이돌들의 실력도 날이 갈수록 향상되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선입견을 가진 대중들에게 이러한 변화가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문화 자체를 거부해 버렸는데, 변화했다는 걸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선입견을 벗어던질 수밖에 없었다.

세달백일의 무대를 통해서.

“와, 요즘 애들 잘한다.”

“그니까.”

심지어 밴드 백만원의 멤버들조차 마찬가지였고.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이번 공연에서만 있었던 일도 아니었다.

세달백일이 느끼지 못했을 뿐, 그들이 무대에 올랐을 때 뾰족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이들조차도 공연이 끝나면 세달백일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한시온 때문만이 아니었다.

각자의 사건을 겪은 세달백일 모두가 그러했다.

오늘은 최재성이 자신의 한계를 벗어던지는 날이었고.

“감사합니다!”

“세달백일이었습니다!”

“오늘 공연 즐겁게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공연을 끝낸 세달백일 크루가 무대 아래로 내려가려는 순간.

밴드 백만원의 멤버들이 예정보다 빠르게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세달백일 멤버들과 하나씩 하이파이브를 했다.

멋진 오프닝 공연을 보여 준 공연진에 대한 존중이었다.

“혹시 우리 노래 중에 좋아하는 거 있어요? 아까 그거 말고?”

“어, 포춘 쿠키! 포춘 쿠키 좋아합니다.”

“오케이!”

백만원이 다짜고짜 <포춘 쿠키>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눈치 빠른 구태환이 노래를 시작했다.

그리곤 최재성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렇게 공연장이 떼창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오프닝 쇼는 공연장의 낯선 분위기를 달구고, 오늘 공연의 주인공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런 의미에서 세달백일 크루의 오프닝은 완벽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음악 속에서 세달백일의 팬덤은 큰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이 감동한 이유는 세달백일이 백만원의 인정을 받아서나, 세달백일의 실물을 영접해서가 아니었다.

그런 이유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세달백일이 정말로 한 팀 같다는 것.

팬들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백업 롤을 맡았던 최재성이 오늘은 주인공이 되려고 했다는 걸.

사실 그럴 법도 했다.

세달백일 안에서 최재성은 눈에 띄는 멤버가 아니지만, 개인 스탯만 보면 다른 그룹에서는 에이스가 됐을 멤버였다.

노래, 춤, 외모, 끼.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고작 18살일 뿐인데.

세달백일은 타 그룹과의 경쟁이 콘텐츠인 커밍업 넥스트에서 데뷔했기에 그룹 팬이 대세로 자리 잡은 상태였다.

외부의 적이 있으면 내부는 결속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 팬이 없는 건 아니었다.

최재성의 개인 팬들 중에는 다른 멤버들을 싫어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이라이트 파트를 준 적이 없고, 팀 밸런스란 명목 하에 희생만 강요한다고.

이런 최재성이 주인공이 되려고 할 때, 다른 멤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겠지만, 탐탁치 않아 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무대가 끝나고…….

아니 무대가 끝나기 전부터 느껴졌다.

세달백일 멤버들이 최재성의 활약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는 걸.

-ㅠㅠㅠㅠㅠ여기 미쳤어. 재성이 진짜 개잘했어 ㅠㅠㅠㅠ

-(사진) 이거 보여? 무대 끝나자마자 형들이 몰려와서 우쭈쭈 해 주는 거 봐.

-백만원도 우리 애들이 마음에 들었나 봄ㅠㅠ

그러니 운 좋게 현장을 찾은 팬들은 감동의 게시글을 SNS에 공유할 수밖에 없었다.

-아, 나 백만원 공연 가려다가 말았는데!!!!

-공연 끝나면 한시온이 운전하는 벤 타고 이동한다던데. 택시 타고 미행하면 되지 않나? 어디로 가는지 좀 올려 주세요!

-그게 사생짓인데.

-엥? 어차피 다음 공연 가는 거 따라가는 건데 왜?

-다음 공연을 가는지 사적인 일정을 가는지 님이 어케 알아요?

-착한 척 애지네;;

-근데 왜 사진에 한시온은 없음?

-한시온은 맨날 솔로하고 싶은 티 냈잖아. 한시온 빼고 활동하는 듯ㅎㅎ

-이러라고 올린 글이 아닌 거 같은데.

물론 SNS에 달린 댓글은 언제나처럼 어지러웠지만.

*  *  *

장장 3시간이 걸린 촬영 끝에 <나락 탐지기>의 녹화가 끝이 났다.

물론 3시간이면 예능 프로그램 한편의 녹화 치고는 굉장히 짧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 동안 질문만 받고 있었더니, 정신적으로 피곤하다.

편하게 답변할 수 있는 성질의 질문도 아니었고.

그래도 신인 아이돌이 여기서 피곤하다고 늘어져 있으면 안되겠지.

“고생하셨습니다!”

촬영장을 돌아다니며 함께 촬영했던 MC, 제작진들에게 인사를 돌렸다.

“아, 시온 씨. 혹시 오프닝에 넣고 싶은 신곡 있으면 한번 보내 봐요.”

“정말요? 그래도 되나요?”

“무조건 넣어 준다는 말은 못하겠는데, 검토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몇 곡 취합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을 때쯤, MC였던 조태훈이 날 촬영장 밖으로 데려갔다.

“담배?”

“비흡연자입니다.”

담배를 꺼내 든 조태훈이 내 등을 툭툭 토닥였다.

“고생했어. 아,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물론입니다. 선배님.”

“네 덕분에 오늘 촬영은 좀 빨리 끝났네.”

이게 빨리 끝난 거라고?

질문을 50개는 받은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은 질문을 더 많이 하나요?”

“그건 아닌데, 보통은 너처럼 빠르게 답변을 안 하니까. 질문 자체는 오늘이 제일 많았던 것 같은데.”

칼답을 안했으면 정신적으로 덜 피로했을 수도 있다는 거네.

약간의 억울함을 느끼고 있을 때쯤, 연기를 내뿜은 조태훈이 입을 열었다.

“근데 너 아까 했던 대답, 방송 나가도 괜찮아?”

“애초에 그런 프로그램이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넌 좀 케이스가 다르긴 하지. 죄 짓고 출연한 것도 아니고.”

대답할 만한 성질의 말이 아니라 가만히 서 있자, 조태훈이 말을 이었다.

“사실 우리 프로그램이 섭외가 너무 어려워서 고민 중에 있었거든. 프로그램의 성격을 좀 바꿔야 하나.”

“소프트한 느낌으로 말씀이죠?”

“그치. 질문의 수위를 짓궂은 정도로 낮추고, 적당한 게스트들을 섭외하는 쪽으로.”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프로그램 화제성이 높을 것 같진 않습니다.”

“뭐야, 애청자로서의 조언이야?”

웃고만 있으니 조태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런 고민을 했다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원하면 아까 그 대답 정도는 편집할 수도 있지.”

“아닙니다. 제가 한 답변인 걸요. 감당해 보겠습니다.”

“그래?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텐데…….”

조태훈이 주변을 슥 돌아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너, 이거 라이언 엔터 압력 때문에 출연한 거지? 화제성을 만들려고?”

“맞습니다.”

“흠. 우리야 섭외가 막막했으니까 대호 형 말을 쌩 깐 건데……. 다른 프로그램은 쉽지 않을걸.”

“나락 탐지기가 히트를 치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한두 방으로는 안 될 거야. 몇 개가 연달아 터지는 게 아니면.”

“쉽지 않네요.”

“굽히고 들어갈 생각은 없구나?”

흠…….

조태훈이 사용하는 단어나 말투가 좀 애매하다.

한번 떠볼까?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져서 충동적으로 선택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대호 형이 나쁜 형은 아니야. 좀 꼰대긴 하지만 먼저 굽히고 들어가면 말이 통할걸?”

“……정말 그럴까요?”

“그래. 혹시 다리 필요하면 말해. 그 정도는 도와줄 수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한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조태훈은 그 뒤로도 이런저런 덕담을 꺼냈고, 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난 이미 조태훈의 의중을 파악했다.

그는 최대호의 편이다.

아마 최대호에게 날 한번 떠보라는 부탁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난 일부러 애매한 답변들을 던졌다.

고민해 볼 수 있다.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약간 후회되긴 한다.

조태훈이 이런 답변들을 최대호에게 전달해 준다면, 시간을 벌 수도 있을 거다.

어떤 식의 전쟁이든 상대가 방심해 주는 건 늘 좋은 일이다.

“그래. 다음에 와인 한잔하자.”

조태훈과 전화번호를 교환하고는 촬영장을 벗어났다.

택시에 올라타 핸드폰을 꺼내니, 나 없이도 세달백일이 꽤 잘한 듯하다.

SNS에 공연 목격담이 평소보다 배는 올라와 있었으니까.

물론 인기 밴드의 콘서트에 출연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반응이 상당히 좋다.

최재성이 히트를 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SNS를 훑어보고 있는데 BVB 엔터의 서승현 팀장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꽤 오랜만인 것 같다.

그동안은 메일로만 곡 판매와 관련된 연락을 받아 왔으니까.

“네, 팀장님.”

-시온 씨. 음원 차트 보셨죠?

“봤죠.”

바로 어제, 드롭 아웃이 기습적으로 싱글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그래, 내 곡이다.

.

결과적으로 뮤직비디오는 공개 24시간 안에 1,000만 뷰를 기록했고, 단숨에 음원 차트 1위로 뛰어올랐다.

2017년 올해 나온 아이돌 뮤직비디오 중 가장 가파르게 조회 수가 상승한 거라고 하는데…….

흠. 잘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기로 LMC나 프라임 타임은 24시간 1억을 찍었던 것 같은데.

나는 뭐, 말할 것도 없고.

확실히 이럴 때는 시대적인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케이팝의 위상이 톱 콘텐츠로 자리 잡은 때는 아니니까.

“잘돼서 다행입니다.”

-잘된 정도가 아니죠. 곡 반응이 미쳤습니다.

당연한 반응이다.

는 시대를 타지 않는 곡이고, 어떤 식으로 발매하든 빌보드 Hot 100 1위에 들었던 곡이다.

내가 잘 부른 덕분도 있겠지만, 노래의 힘이 강하다.

드롭 아웃은 그 힘을 잘 살렸고.

-그래서 더블엠 쪽에서 전속 계약이나 10곡 단위 계약을 맺고 싶어 합니다.

“벌써요?”

-벌써는 아니죠. 이미 몇 번 의사를 밝혔었는데, 이제는 몸이 달아오른 거고.

서승현 팀장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내가 당연히 거부할 줄 알았나 보다.

지금까지는 늘 그래 왔으니까.

“홀딩 좀 해 주시죠.”

-홀딩이요?

“네, 고민 좀 해 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드롭 아웃의 작곡가라는 걸 밝히지 않았던 건, 티피컬한 아이돌 생활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티피컬할 필요가 없어졌고, 세달백일과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가 볼 생각이다.

더블엠이든 드롭 아웃이든 필요하다면 써먹어야지.

-어떤 느낌으로 홀딩할까요? 긍정적? 깊은 고민?

“49 대 51 정도로 부정적인 척을 좀 해 주시죠.”

-알겠습니다.

서승현 팀장과 전화를 끊고는 다시 음원 사이트를 확인했다.

여전히 최상단에는 드롭 아웃의 가 떡하니 박혀 있었다.

머릿속이 조금 맑아지는 기분이다.

그동안 난 2억 장을 팔기 위해 음악 산업계의 무수히 많은 비즈니스 게임을 경험했었다.

그 모든 게임에서 내가 승리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분명 패배했던 적이 있고, 이기느니만 못한 성공을 거둔 적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깨달은 게 있다면, 그 어떤 게임으로도 음악계의 절대 명제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좋은 음악에는 큰 힘이 있다는 절대 명제를.

그러니 누가 뭐래도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음악이었다.

*  *  *

시간은 차곡차곡 흘렀고, 마침내 커밍업 넥스트 10화가 방송되었다.

세달백일과 라이언 엔터의 비즈니스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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