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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6

95. 거지남매 – 회의

벽난로가 타들어가는 로비.

바닥에 카펫이 깔리고 생활에 필요한 가구들이 여러 점 들어찼으나, 황량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곳에 열댓 명의 기사들이 몰려들었다.

제2 기사단장, 제3 기사단장, 제1 기사단 부단장, 근위기사대장 등 뒷골목의 누추한 건물에 몸을 들이기에는 면면이 화려한 인물들이었다.

모두 콘라드 왕국이 자랑하는 기사들이자, 레오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들이다.

[ 업적 : 주종 관계 – ‘216’, 충성심이 흔들리지 않는 한, 충성을 맹세한 자들은 레오를 믿고 따릅니다. ]

레오가 추기경을 만나고 돌아온 지도 3주일이 흘렀다. 곧 왕이 서거할 것이라는 정보를 얻은 그는 급히 기사들을 끌어모았다.

이제는 확실하게 충성을 바치리란 보장이 없는 이들만 남았기에, 섣불리 소개를 받을 수 없어서 레오가 꾀를 내었다.

소개로 찾아온 기사를 먼저 바르트와 만나게 해서 대화를 나누게 하다가 충성을 바치리란 확신이 들면 레오가 모습을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소개한 사람이 “내 얼굴을 봐서라도 바르트 경을 신고하지 말아 주게. 약속해주겠나?”라며 달래어 돌려보냈다.

돌려보낸 이들 중에 레오를 봤더라면 충성을 맹세했을 이들이 제법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바르트의 친우인 앨빈처럼 레오가 살아 돌아왔음을 알면서도 충성을 맹세하지 않은 이들이 여럿 있어서 지금도 충분히 위험한 상태였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길버트 포르테를 암살하고 추격을 피하느라 버린 시간이 새삼 아쉬웠으나, 이미 지난 일이었다.

“왕자님을 뵙습니다!”

“왕자님을 뵙습니다!”

레오는 로비에 놓인 넓은 탁자 상석에 앉아 소집한 기사들을 둘러보았다.

이들은 레오에게 충성을 맹세한 216명의 기사 중에서도 대표가 되는 자들이었다.

이제는 숫자가 너무 많아져서 기사들을 한꺼번에 부르거나 개별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당찮을 지경이었으므로, 레오는 기사단의 편제(編制)를 활용했다.

기사들은 보통 두 명, 드물게 세 명으로 팀을 이루었는데, 그런 팀 열 개가 모인 것을 기사대(隊)라 하였고, 그 기사대들이 모여 기사단(團)을 이루었다.

한 기사단에 몇 개의 기사대가 들어가느냐 하는 것은 왕국마다 달랐다.

각 왕국이 보유한 기사의 수가 달랐기 때문이었는데, 벨리타 왕국은 보유한 기사가 450명이나 되어서 한 개의 기사단에 7~8개의 기사대가 들어갔다. 반면 콘라드 왕국은 5개의 기사대로 하나의 기사단을 꾸렸다.

레오는 그 편제에 맞춰 비공식적으로 두 개의 기사단을 재편성했다. 임시로 각 기사대의 대장을 지정해주고, 기사단장까지 선정했다.

자신과 팀을 이루고 있는 후임, 또는 선임을 데려오지 못한 기사는 그와 같은 처지인 기사와 묶어주거나 세 명을 묶어 한 팀을 이루어주었다.

예외적으로 제니아 재커리와 바르트는 어느 기사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제니아는 오직 레나만을 위한 호위기사였기 때문이었고, 바르트는 본인의 강력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래도록 함께한 네 명의 동료들, 전(前) 근위기사들과 함께하기를 바랐다.

레오는 그의 마음을 십분 인정해 그들을 한 팀으로 묶어주고, 기사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왕자에게 예를 올린 임시 기사단장과 기사대장들이 하나하나 탁자에 둘러앉았다.

그들은 막간을 이용해 서로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제니아, 오랜만에 보는군. 기사단을 때려치우고 나가더니 잘 지내는가?”

“네. 부단장님. 아주 잘 지내고 있답니다. 이것 받으세요.”

“고맙네. 살다 살다 제니아한테 차를 얻어먹기는 처음… 어어엇. 사람 치겠네.”

“하하하하하.”

제니아가 실수인 척 찻주전자와 찻잔이 들린 쟁반을 크게 돌리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그녀가 공주님을 호위하기 위해 기사단을 그만뒀음을 모르는 사람은 여기에 없었다. 또, 보안상의 문제로 시녀도 하인도 쓸 수가 없기에 은신처의 잡일을 제니아가 도맡고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물론,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어서 제니아는 당당했고, 기사들도 그녀를 존중했다.

“제니아. 늘 고맙소.”

“아닙니다. 왕자님.”

레오도 제니아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건네며 회의를 열었다.

“자, 이게 마지막 회의가 될 것이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내일모레 에릭 드 예리엘 왕자를 내쫓고, 왕실의 기강을 바로잡겠소.”

그의 조용한 선언에 기사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몇 명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가 머쓱하게 손을 치웠다.

신하를 부리는 데 제법 익숙해진 레오였지만 이럴 때는 별수 없이 능력의 한계를 보였다.

훌륭한 지도자라면 이런 순간에 근사한 언변으로 신하들의 의욕을 고취한다거나 묵직한 위엄으로 존경을 자아냈을 것이었다.

허나 레오에겐 그런 역량이 없었기에 차선책을 택했다.

형식을 집어치우고 ‘나는 쓸데없는 감상을 좋아하지 않으며, 오직 효율을 추구한다.’라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다.

레오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일을 벌이기에 앞서 한 가지 중대한 건의가 들어왔기에 이렇게 모두를 불러모았소. 바르트 경.”

“네.”

“번거롭겠지만 기존의 계획을 설명해 주시겠소?”

바르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테르탄 공작을 죽여야 함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라퍼트 테르탄 공작을 죽여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분은 없을 겁니다. 그는 레오 왕자님을 쫓겨나게 한 일등공신이니까요. 그리고 놈을 먼저 처단해 귀족들의 구심점을 흐트러뜨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공작을 ‘먼저’ 죽이고 에릭 왕자를 몰아내는 것이 기존의 계획이었습니다.”

“하지…”

“그런데 문제는 순서입니다. 왜 공작을 에릭 왕자를 몰아내기 전에 죽여야만 하느냐? 아마 이것 때문에 하젠 경이 건의를 했으리라 생각하는데…”

바르트는 제2 기사단장인 ‘하젠 경’이 끼어드는 것을 막고 주장을 이어갔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명분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레오 왕자님께서는 명분을 쥐고 계십니다. 힘에 밀려 불합리하게 내쫓겼으니 힘으로 그 자리를 되찾겠다는 명분을요.”

다소 격양된 바르트의 목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제니아는 조용히 돌아다니며 쿠키와 같은 간단한 요깃거리를 기사들 앞에 내놓았다.

모두가 왕자의 눈치를 살피며 손을 대지 못했다.

“한데 에릭 왕자를 몰아낸 뒤에는 그 명분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때 가서 힘으로 공작을 내치려 하거든 세상은 레오 왕자님을 두고 폭군이라 욕할 것이고, 자칫하면 귀족들이 들고일어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공작을 먼저 처리한다면 귀족들에게는 좋은 경고가 되고, 백성들은 순리에 맞다 생각할 것입니다.”

사실 바르트의 주장에는 개인적인 감정이 없잖아 있었다.

라퍼트 테르탄 공작에 대한 그의 원한은 레오가 살아있었음에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많은 동료가 공작 놈의 추격에 유명을 달리했기에…

그래서 바르트는 매번 테르탄 공작을 먼저 죽여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공작을 죽인 뒤에 에릭 왕자를 몰아낸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었다.

“끝났나? 그럼 이제 하젠 경. 건의했던 것을 말해주시오.”

바르트의 건너편, 레오의 왼편에 앉은 하젠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구레나룻에서 턱까지, 중후한 수염을 기른 그는 콘라드 왕국 제2 기사단장이자 최근에 레오에게 충성을 맹세한 사람이었다.

평소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을 밝히지 않았기에 모두가 그를 소개하기를 망설여 늦어진 것이었는데, 막상 레오를 만난 하젠은 왜 이렇게 늦게 소개해주었느냐며 섭섭해했다.

“제 건의를 알리기에 앞서 저도 바르트 경의 의견에 동의함을 밝히겠습니다.”

그의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어조가 거칠고 정열적인 바르트의 목소리와 극명하게 대비되며 로비를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할 일이 없어진 제니아 재커리는 벽난로 근처에 서서 쩝쩝, 거사에 참여하는 이들이 부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귀를 기울였다.

“테르탄 공작은 음흉한 사람입니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그자가 제 외손자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여 동감을 표했다. 아마 콘라드 왕국의 모든 이들이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한때 라퍼트 테르탄 공작은 아량이 넓고 온화한 귀족으로 손꼽히는 사람이었다.

왕국에 흉년이 찾아오거든 귀족들과 왕을 설득해 세금을 낮추기도 했고, 언제나 예의 바른 모습으로 뭇사람들에게 존경받았다.

그런데, 그랬던 테르탄 공작이 돌연 야심을 드러냈다. 왕이 병으로 쓰러지자 정권을 휘어잡고, 평소 너그럽게 용인해주던 정적들에게 칼을 겨누었다.

모두가 돌변한 공작에게 놀라 숨을 죽였다.

한 길 사람 속은 누구도 모른다더니… 사람들은 라퍼트 공작이야말로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테르탄 공작은 에릭 드 예리엘 왕자와 손잡고 군대를 일으켜 왕궁을 포위하면서 왕국민들을 경악에 빠뜨렸다.

사실상 콘라드 왕국을 틀어쥔 라퍼트 테르탄 공작. 놀랍게도 그는 저택을 찾은 손님들에게 여전히 예의바른 모습을 보였고, 귀족들은 더욱 두려움에 떨며 몸을 사렸다.

“그런 자를 살려뒀다가는 분명 후환이 있을 겁니다. 어쩌면 손자를 죽였다는 것을 빌미로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죠. 하지만.”

하젠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공작을 먼저 죽여야 한다는 기존의 계획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를 죽이면 에릭 왕자는 틀림없이 경계를 크게 강화할 겁니다. 루티나 수비병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귀족의 기사들과 사병들이 수도로 호출되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군대가 동원될지도 모릅니다.”

어느 왕국이나 수도 주변은 왕가의 영토였다.

하젠이 우려하는 바가 여기에 있었다.

공작을 처리하는 것은 좋지만, 그를 처치했다고 에릭 왕자의 손발이 다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예리엘 왕가의 후계자이자 쓰러진 왕을 대신해 왕실을 장악한 에릭 드 예리엘 왕자는 한마디 말로 수천의 병사를 루티나 주변에서 일으킬 수 있었다.

그리되면 귀족들은 기꺼이 장군이 되기를 자원하며 완연한 군 체계를 세울 것이었다.

물론, 레오 측도 만만치는 않았다.

이백에 달하는 기사들, 전쟁에서나 등장할 법한 강력한 전력이었다.

허나 이건 극단적으로 균형이 치우친 전력이기도 했다. 기사라는 단일 병종으로 다양한 병종이 혼합된 군대와 맞상대하는 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었다.

군대라는 조직은 규모가 커질수록, 복잡하게 얽힐수록 강력해졌다. 자칫하면 기사들은 쏟아지는 화살비와 장창 대형에 막혀 허우적거리게 될지도 몰랐다.

그리고 마법사.

그놈들 때문에 기사들이 똘똘 뭉쳐 일점돌파를 시도하기도 어려웠다.

온 대륙을 통틀어봐야 이삼백 명밖에 되지 않는 마법사는 마탑에 소속되어 용병마냥 돈을 받고 파견을 나왔다. 자신의 연구비를 충당하기 위해 규모가 있는 도시에 고용되어 상주했는데, 루티나에는 적어도 서너 명의 마법사가 있을 터였다.

마법사의 광역 마법이 두려워 우리는 집단을 이루지 못하는데, 병사들은 진형을 갖춘다면… 어떻게 싸워도 패배를 면치 못하리라.

하젠은 힐끔 바르트의 눈치를 보며 결론을 말했다.

“타초경사(打草驚蛇)의 우를 범해선 안 됩니다. 만약 에릭 왕자가 왕궁을 버리고 달아나 군대에 합류한다면 절대로 잡지 못합니다. 그리된다면 설령 저희가 이 루티나를 점거한다 하더라도 결국 왕국 전역에서 몰려든 적들을 당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바르트가 움찔하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려 할 때, 레오가 끼어들었다.

“그러면 어찌하는 것이 좋겠는가? 하젠 경, 대안이 있는가?”

“네. 먼저 왕자를 몰아낸 뒤에 테르탄 공작을 죽이는 방안이 있겠습니다만… 이건 바르트 경이 앞서 말했듯이 명분 없는 보복으로 비춰질 것이라 왕자님의 명성에도 누가 되고, 귀족들의 반발이 클 것입니다. 사실 그들 상당수도 공범자가 아니겠습니까? 복위하신 뒤 공작을 치시거든 그들은 자신들도 숙청당할 것이 두려워 왕자님께 반기를 들겠지요.”

“그렇다면?”

“…조금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력을 둘로 나누어 에릭 왕자와 공작을 동시에 쳐야 합니다. 공작을 먼저 치되, 즉시 왕궁으로 달려가 에릭 왕자를 처치한다던가… 왕자가 달아나지 못하고, 공작을 빨리 처리할 수만 있다면야 어떤 방식이든 좋습니다만, 처음부터 둘을 한 번에 몰아치는 것이 가장 나으리라 생각됩니다.”

“흐음…”

하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는 듯 몸을 뒤로 젖히자 기사들의 시선이 왕자에게 쏠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든 작전의 결정권은 레오에게 있었다.

레오는 잠시 이마를 짚고 고민에 빠졌다.

‘공작을 처리하긴 해야 하는데…’

사실 테르탄 공작을 꼭 죽일 필요는 없었다. 그냥 이백 명의 기사들로 왕궁을 습격해 에릭 왕자를 때려잡으면 끝이다.

민서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레나만 어떻게든 공주로 만들면 성공인데, 굳이 위험을 무릅써가며 공작까지 처리하는 건 분명 민서의 바람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레오는 초조하게 미간을 긁었다.

안타깝지만 레오에게도 입장이란 것이 있었다. 이건 그의 ‘미래’가 달린 문제였다.

민서야 클리어만 보고 쏙 빠져나가면 그만이지만… 나는?

그는 자신의 ‘엔딩 이후의 삶’까지 고려해야 했기에 단순히 공주 엔딩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내전이 터져서 난장판이 된 엔딩은 피하고 싶다.

그의 마음이 굳어질 무렵, 바르트가 레오의 상념을 깨뜨렸다.

그는 자신감을 내비치며 말했다.

“왕자님! 좋은 방안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테르탄 공작을 맡겠습니다. 기사를 많이 배분해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제 목숨과 맞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공작을 처리하겠습니다.”

바르트의 듬직한 말에 레오는 속으로 견적을 내렸다.

‘그래. 바르트도 있고, 내겐 {추적술}이 있으니 전력을 반으로 나누더라도 불상사가 터질 것 같지는 않아. 내가 왕궁으로 가면 에릭 왕자를 놓치는 일이 없겠지.’

“좋소. 에릭 왕자와 테르탄 공작, 그 둘을 한꺼번에 치도록 하지요.”

왕자가 결단을 내리자 탁자에 둘러앉은 기사들이 다시 전략을 짜느라 분주해졌다.

제니아 재커리도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왕자님, 왕궁에는 약 60명의 근위기사와 천여 명의 근위병이 상주하고 있습…”

“왕자님, 테르탄 공작가에는 대략 50여명의 기사가 있고, 검을 다룰 수 있는 식솔이 어림잡아서…”

“그렇다면 인원 배분을…”

하젠은 자신의 건의가 받아들여진 것이 기쁜지 왕성한 의욕을 보였고, 바르트도 불만이 없는지 짙게 웃음 지었다.

‘반드시 놈의 목을 잘라 동료들의 영전에 바치리라!’

섬뜩한 미소로 살의를 뚝뚝 흘리는 바르트, 하젠은 제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를 힐끔 훔쳐보았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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