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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6

96화 수행기사 제레아(2) 삽화有

불의의 기습. 거의 동시에 호송단이 반응했다.

“빛이시여…!”

한 기사가 외치며 꺼내는 검이 기습해온 선제후를 향한 그때였다.

“어림없지.”

제레아를 습격한 선제후 법왕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기사가 빛나는 그물에 사로잡히더니 바닥을 뒹굴었다.

속박마법 빛의 그물. 이에 스텔라가 불길을 일으켰다.

성법 <불의 장벽>

급습해오는 적의 마법사들을 차단하기 위해 세운 불의 장벽. 그러나 저 너머에서 읊조리는 소리가 파공성을 일으키고──

<상위 원소분해>

왕국기사 스텔라가 일으킨 불의 성법은 찰나의 빛이었던 것처럼 흩어지고 말았다.

“무슨…!”

성법이 해제됐다? 당황하는 스텔라. 허나, 법왕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성배기사나 신관장이라면 모를까 자네들이 사용하는 성법은 ‘법칙을 개변’하는 수준은 아니지. 우린 자네들의 성법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네.”

“신의 기적을 함부로 탐구하다니…! 신성모독이다!”

스텔라가 분개했으나 법왕은 가당치도 않다는 비웃을 뿐이다.

“그래서 너희 광신도들이 어리석다는 것이다. 신앙이니, 신성이니 옛것에 매달려 진보하지 않는 작자들. 너희 같은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으니 인류의 발전이 더디는 것이다.”

“네놈… 신성 독립주의자였나!”

스텔라는 눈앞의 이단에 분개했다.

신의 기적을 부정하고, 가르침과 강령을 거부하며 인간 스스로만의 발전을 중요시하는 신성 독립주의자들.

선택받은 왕국이 아닌 제국에 특히 그런 자들이 많다고는 하였으나 설마 선제후가 그런 망발을 지껄일 줄이야!

“설마… 저 끔찍한 짐승들도 네놈들이 만든 것이냐!”

성물 호송단을 급습하고 추적하던 사특한 키메라들. 처음에는 짐승신의 주구이거나 오크들의 기괴한 주술로 저리됐는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너무 기능적이었다.

“꽤 쓸만하지 않나? 생명학파와 죽음학파의 합작품이라네.”

저 끔찍한 신성모독적인 괴물이 자신들의 수작이라 고백하는 법왕. 스텔라가 진노로 일그러졌다.

“여신의 이름으로 결코 용서치──!”

그때였다. 스텔라의 등 뒤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쇄도했다.

“스텔라 경!”

콰악! 하고 스텔라의 어깨를 관통하고 튀어나오는 작살. 살점을 저미는 그것은 쉽게 빠지지 않으며 작살을 던진 자의 손에 스텔라가 끌려갔다.

“이 짐승들이…!”

동료기사가 작살과 연결된 줄을 잘라내고 구조했으나 울컥 쏟아지는 피를 지혈하기엔 사태가 촉박했다.

오크 사냥꾼들. 그리고 짐승신의 권속들… 전방에는 제국군과 한명한명이 대마법사인 제국 선제후들이 호송단을 포위한 것이다.

마치 그들이 한편인 것처럼.

“으… 대체 이게 무슨?!”

하리는 언제든지 성법을 전개할 준비를 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전장의 상황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그나마 구대성은 설마하던 추측이 들어맞았다는 것에 경악했고.

“처음부터… 제국과 오크들이 한편이었던 겁니다! 제국이 이 모든 일을 사주한 거예요!”

그 말에 기사들과 기수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인지해야 했다.

오크와 야만족들이 제국과 손을 잡았다. 아니, 제국이 그 배후였다.

그렇다면 왜?

왜 그들은 인류의 적인 녹색짐승들과 손을 잡았는가. 그 이유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으니.

“성물을… 이 버러지 쓰레기들이 신들께서 왕국에 하사한 성물을 노린단 말인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지. 그 성물은 우리가 신을 해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야.”

성물이 야만족들의 땅에서 발견된 이래, 제국은 라이온하트의 성물 탐색단의 규모를 제한했다.

성물을 탐색하고 왕국으로 호송하는 중대한 일에 성배기사 한 명과 고작 500명 규모의 탐색단.

명분상 제국의 국경을 넘어야 하는 일이었으므로 라이온하트는 어쩔 수 없이 탐색단의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제국… 적어도 선제후가 세 명이나 개입된 음모였다.

성물을 찾게 내버려둔 뒤, 야만족과 오크들을 이용해 그 뒤를 치고, 성배기사가 빠진 호송단을 선제후들과 제국군이 쳐 성물을 빼앗는다.

제국의 심산에는 그런 계산이 깔렸었던 것이다.

“어째서냐! 너희들이 방종하다 할지라도 세계는 신들의 은총과 은혜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같은 동족을 공격할 정도로 중한 일이냐!”

“동족? 동족이라고 했나!”

그 말에 발끈한 것은 제국 선제후이자 제국 임페리얼 가드 사단장 볼프하르트였다.

“오만방자한 놈들! 너희들이 60년 전 벌인 만행을 잊었단 말이냐!”

작금의 제국과 왕국이 소원한 이유. 그것은 60년 전 제국 변방에서 일어난 참극에 있었다.

흑마법사들에 의한 악마대공 소환사건. 제국의 변방에서 일어난 이 참사에 왕국은 즉각 나이트 워를 발동했다.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건, 심지어 신의 퀘스트를 수행 중이더라도 소집령이 내려진 지방은 반드시 응해야 하는 대규모 소집령.

수많은 기사들이 이에 응했고, 당시 랭퀄에서 오크들을 쥐어패고 있던 레온도 참전했다.

제국의 선제후들은 외국군의 구원을 꺼림직 해하면서도 그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들이 이단 사냥의 스폐셜리스트임과 동시에 악마에 대해 발작적인 광신도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왕이었던 아르헨 마제스티 라이온하트가 서거하면서까지 기사들은 악마대공을 소멸시키는 데 성공하지만, 문제는 그 뒤였다.

“나는 당시에 근위군단의 기사였지. 그곳에서 너희들의 만행을 똑똑히 보았다.”

볼프하르트는 아직까지도 그때의 참극이 떠올랐다.

악마대공을 소환한 흑마법사들… 그 배후가 선제후 중 한 명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나이트 워로 소집된 성배 기사단은 곧장 말머리를 돌렸다.

선제후는 살기 위해 제 지역의 제국 군단 두 개를 앞세워 그들을 저지하려 했으나 결과는 무참했다.

한 명만 해도 끔찍한 성배기사들이 일곱이나 모인 기사단이었다.

제국군 2개 군단이 단 하루 만에 돌파당했고 선제후는 현 사자심왕 레온에게 머리채를 붙잡힌 채 질질 끌려 산채로 화형당했다.

“폐하의 행동은 지극히 정당하신 것이다! 어찌 악마 추종자를 살려둘 수 있단 말이냐!”

“너희들은 제국의 법과 체면을 무시했지. 너희들의 정의를 위해 기꺼이 동맹을 짓밟았다.”

물론 이러한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라이온하트의 기사들은 한 명 한 명이 이단심문관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은 온 대륙을 방랑하며 정의를 세우고 올바른 신앙을 전파한다.

그 과정에서 부패한 외국 관리, 사교도, 시민을 벌하는 것도 심심찮게 일어난 일이다.

다만 그것이 선제후라는 제국 권력의 정점에게까지 칼이 겨눠질 것이라곤 예상 못 한 것일 테지.

라이온하트의 무자비한 이단 사냥에 제국 선제후들은 큰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차하면 선제후고 황제고 다 죽여버리는 이 정신 나간 광신도들에 대적할 수 있는 힘을 원했고.

“우리는 성물을 해석하고 신의 힘을 분석할 것이야.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진보다.”

그를 위해선 야만족과도, 오크와도 손잡는다. 제국의 선제후들이 손을 뻗었다. 제국군와 오크 추적자들, 짐승신의 권속들에 키메라들까지.

전력 차는 너무나 명백했다. 선제후들 또한 그 차이를 알기에 자신만만했고.

“그나저나 우리가 왜 이렇게 친절히 속사정을 설명해준 지 알겠나?”

법왕이 씨익 입꼬리를 비틀었다.

“신들의 개들과 달리 오롯이 인간의 힘인 마법은 캐스팅에 시간이 좀 걸리거든.”

다음 순간, 법왕과 볼프하르트의 뒤로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대마법사가 막대한 마력을 뿜었다.

제국 천상 관측학파의 대학장 스타트우트의 지팡이에서 뿜어진 빛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지역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제국 최고의 대마법사들 중 하나.

그중에서도 천체의 움직임과 기후의 이변을 감지하는 자.

하늘과 천둥의 신성 울티마 교단을 배척하며 인간의 힘만으로 기후라는 현상을 조작하려는 그만이 사용할 수 있는 대마법이 세상의 섭리를 거스르기 시작한다.

<주문강화>, <이중발동>, <위계상승>, <삼중최강화>, <효과범위 확대화>

최상급 마법의 연속발동. 그조차도 진짜 마법을 위한 전조단계일 뿐, 이것만으로 어지간한 대파괴 마법에 필적했으나 스타트우트는 이 모든 마법을 짜올려 하나로 연산해냈다.

“내 손안에 하늘의 이치가 담겨있도다.”

대마법 <기상조작>

-콰아아…!

먼저 구름이 요동친다.

마른하늘이 먹구름으로 변모하며 폭발하듯 팽창하더니 마력에 의해 증폭─하늘과 땅을 울리는 거대한 뇌운으로 변모한다.

“빌어먹을… 모두 돌격하라!”

그것을 목격한 기사들이 경악하며 제국군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왕은 그들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다.

<위계상승>, <효과범위 확대화>, <주문 한계초과>──

대마법 <리하르트의 그물>

호송단을 덮치는 거대한 빛의 그물. 이에 그들의 돌격이 저지되며 발이 묶였다. 다음 순간, 구대성은 하늘의 뇌운이 요동치는 모습을 목격했고──

거대마법 <라만타의 벼락>

그들의 머리 위로 벼락이 내리쳤다.

* * * *

사대원소학파 중에서 위력적으로 가장 강력한 마법을 손꼽자면 제국의 마법사 모두가 천상학파를 지목할 것이다.

캐스팅 시간과 발동까지는 시간이 걸려도 인간이 인지할 수도 없는 속도, 막아낼 수 없는 뇌기의 파괴력.

“오오오….”

“역시 대마법사시다…!”

뇌운에 쏟아진 빛이,

지상을 파괴하고, 세상을 밝힌다.

이토록 강대한 힘을 앞에 두고 있지만, 누구나 매료될 수밖에 없다.

신의 힘을 빌린 것이 아닌 오직 인간의 힘만으로 이룩한 인간찬가의 순간.

신성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한 힘이었다.

보아라, 이것이 인간의 힘이다.

한계를 지정받은 대자연의 힘을 인간의 손으로 비틀고 조작하여 이적을 일으키는 것이다.

신을 대체할 인간만의 힘. 그들이 오만해지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허나──

“…….”

스타트우트는 예상한 것보다 마법의 위력이 약하다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본래라면 떨어진 벼락은 지상을 파괴하고 자욱한 먼지를 일으켰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먼지보다는 ‘안개’에 가까웠다.

“호오…….”

곧 모습을 드러내는 왕국의 기사들. 선제후들은 벼락을 막은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후우, 크, 큰일 날 뻔했다.”

왕국 기사들의 머리 위로 펼쳐진 묵직한 바닷물. 그것이 들이닥친 벼락을 막아냈다.

“신관장급… 아니, 그 정도는 아닌가.”

확실한 건 왕국기사를 웃도는 수준의 성법 사용자라는 것이다.

하리는 곧장 검날로 불의 와류를 일으켰다. 신성한 불꽃이 마치 파도처럼 선제후들을 급습한다.

무려 두 신의 축복을 받은 신녀의 성법은 제국군을 덮칠 것처럼 거친 기세로 휘둘러졌다.

동시에 법왕이 전개하는 마법의 세례.

<삼중발동>, <주문강화>, <분해분산>, <지정목표화>────<고위 원소파괴(HYPER ELEMENTAL BREAK)>

쏟아지는 불의 와류가 법왕의 손에 의해 분해된다. 하지만 그가 분해할 수 있었던 건 ‘두 속성’ 중 하나뿐이었다.

‘불꽃’의 ‘와류’ 중 와류가 해산되면서 불길이 흩어지며 덮치듯 쏟아진다.

“호오… 이중성법이었나.”

비록 와류의 성법은 사라졌어도 신성한 불꽃은 그 자체로 강력한 성법. 대마법사든 뭐든 소각해버리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다.

“섭리를 거스르는 힘. 네놈들만 쓰는 게 아니다.”

다음 순간, 법왕의 서클렛이 빛을 발했다.

순수개념 <장벽>

“어?”

하리는 장벽에 닿자 그대로 흩어지는 불꽃에 당황했다. 성력으로 짜올린 개념의 힘이 이토록 쉽게 흩어지다니?

그동안 성법은 가히 무적의 힘으로 알고 있던 하리로선 당황할 수밖에.

“떨어져라.”

선제후들은 하리가 당황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스타트우트가 여전히 상공에서 메아리치는 뇌운을 조작했고, 연달아 벼락이 떨어졌다.

“으읍…!”

하리는 재빨리 자신이 믿는 것을 구체화했다. 그 어떤 전류도 막아내는 두터운 물의 장벽. 그녀의 믿음이 그대로 성법으로 형성된다.

-콰르릉!

-콰쾅!

막강한 위력의 뇌격이 허공에 펼쳐진 물의 장벽을 두드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소리.

‘으으…! 성력이…!’

하리는 자신의 장벽이 점차 흩어지고 있음을 감지했다. 신의 힘을 대리하는 성배기사와 달리 하리는 어디까지나 신의 힘을 빌릴 뿐인 존재.

온전하지 않은 성법이 연달아 내리치는 벼락에 의해 점점 증발하고, 흩어지고, 쏟아진다.

그리고 마침내 물의 장벽에 구멍이 뚫리며 그곳을 향해 벼락이 떨어지려는 순간──

대마도 <최강 원소 무효화(SUPER ELEMENTAL CANCEL)>

그 순간, 떨어지려던 벼락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뭣…?!”

처음으로 선제후들의 표정에 금이 간다. 압도적 우위를 점쳤던 계산이 어그러지며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누구냐…!”

그들의 시선이 마력의 파동이 중심된 곳을 향한다. 협곡 위, 거대한 흑수리. 분명 짐승신의 권속일 터인 그것이 기이한 기운을 흘리는 여인을 태우고 있었다.

“위험한 것 같아서 찾아왔더니… 참 예상을 벗어나질 않네요.”

신에게 종속된 권속의 연결을 끊어내고 제게 절대복종하게 만든 자.

대마법사라 불리는 선제후의 일격을 거품처럼 사라지게 만든 자.

무엇보다 면사포를 썼음에도 그 너머에 비쳐지는 치명적인 색기에 모두가 넋을 놓고 바라봤다.

“안녕하신지? 신사 여러분.”

스페로 왕국의 마술사 여왕.

베아트리체 알리기에리 스페로.

금세기 최강의 대마술사가 제국군을 향해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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