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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8

97. 거지남매 – 테르탄 공작

바르트는 검을 들고 뛰쳐나갔다.

이제는 거칠 것이 없었다. 테르탄 공작가의 사람들은 모두 깨어났고, 우리는 공작가에 입성했으니 남은 것은 싸움뿐이었다.

미디언 테르탄은 바르트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내 아들을 죽인 개자식!

“이놈! 제 발로 찾아왔구나!”

“앗! 변경백님!”

그는 방패를 들이밀며 돌진했다. 뒤에서 기사들이 깜짝 놀라 만류했으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 카앙!

바르트의 검과 미디언의 붉은 방패가 충돌했다. 깨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엄청난 검압에 방패가 우웅- 떨렸으나, 미디언은 기세를 잃지 않았다.

“죽어라!”

검과 방패가 충돌한 사이, 그는 자신의 두툼한 검을 내질렀다.

방어에만 성공한다면 방패는 양손검에 비해 거의 언제나 균일한 성능을 자랑했다. 안정적으로 막고, 한 박자의 시간을 벌어 찌른다. 상대가 공격을 피하려 하거든, 방패째로 밀고 들어가며 선공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음?”

그는 찌르던 검을 중간에 멈추었다. 분노했을지언정 이성까지 잃어버리진 않았다.

놈의 자세가 독특하다.

방금 한 손으로 검을 휘두른 것도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왼손의 움직임은 더 특이했다.

휘둘러진 오른손과 달리 가슴께를 지키듯 세워진 왼손… 수상하다.

미디언 테르탄은 호위기사 대장이었던 타디안 로페로조차 눈치채지 못한 것을 알아보았다. 그건 검사로서의 실력 문제가 아니라, 단지 의심 많은 귀족의 습관 덕분이었다.

미디언은 섣불리 검을 찌르지 않고 단검을 다루듯이 살짝 휘저었다.

왼손을 베어버릴 정도로만.

“쯧.”

바르트는 혀를 찼다. 속전속결로 끝내버릴 생각이었는데 눈치가 빠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놈의 검을 피했고, 미디언을 뒤쫓아온 두 명의 기사까지 추가로 마주했다.

“변경백님을 지켜라!”

“국정을 어지럽힌 테르탄 가문을 쓸어버려라!”

공작가의 기사들이 우르르 달려오자, 하젠이 이끄는 제2 기사단의 기사들도 그에 맞서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병장기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바르트가 날뛰기 시작했다.

오른손으로 검을 휘둘러 쨍강! 맞부딪치고, 곡예를 부리듯 허공에 검을 놓은 뒤, 빙글 뒤돌아서서 왼손으로 검을 붙잡아 뒤를 노리던 놈을 내리그었다.

그와 동시에 오른발로 뒤돌려차기를 날리고 왼손에 들린 검을 당겨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좌우 균형의 끝.

그립(grip)을 바꿔 쥐며 균형에 집중한 검술을 완성해온 바르트는 어느 날, 자신이 그동안 추구해온 균형이란 게 부질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완벽한 균형. 완벽한 베기.

이것들은 혼자서 검을 휘두른다면 모를까, 두 사람이 검을 맞부딪치면 필연적으로 깨질 수밖에 없었다.

그 깨달음과 함께 바르트는 자신이 처음부터 상대를 고려하지 않은 완벽함을 추구해왔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쉽지 않은 인정이었다.

평생을 수련해온 길이었다. 이미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검술을 완성한 상태였다.

하지만 주군과 함께 명예를 잃어버린,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처지어서 그랬을까? 그는 홀가분하게 미련을 떨쳐버렸다. 그리고 곰곰이 자신의 검술을 되돌아보던 바르트는 작년 여름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으면 검술이란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기사라면 누구나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막거나, 피하거나, 틈을 노릴 줄 알았지만, 바르트의 깨달음은 단지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 상대가 없으면 나도 없다. 나의 검술은 타인의 검술과 엮여 완성되는 것이다.

그 깨달음과 함께, 바르트는 자신의 검술만을 갈고 닦는 경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한 손으로 검을 휘두르며, 검을 번갈아 쥐면서 상대와 어울리는 검술을 재정립했다.

이걸 낮은 경지의 눈으로 평가한다면, 한 치의 틈도 없이 선공권을 이어가려는 욕심 가득한 검술로 비칠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아주 잘못된 평가는 아닌 것이… 새롭게 정립된 검술은 압도적인 수준의 신체 능력을 요구했다. 왼쪽, 오른쪽을 물 흐르듯이 번갈아 가며 몰아쳐야 했으니까. 그래야만 상대의 검술이라는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타인을 고려했음에도 여전히 이기적인 검술이었다. 그가 소드마스터가 되지 못하고, 그 직전의 경지에 머무른 까닭은 이것 때문이었을까?

“커억!”

두 기사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자 미디언 테르탄이 경악했다. 하지만 주눅 들지는 않았다.

“네 이놈!”

내 아들을 죽인 놈이다. 무럭무럭 견실하게 자라난, 사랑하는 내 아이를 무참히 살해한 놈이다.

절대로 용서치 않으리라!

그는 테르탄 가문의 상징인 역삼각형 꼴의 붉은 방패를 앞세우며 단단하게 전진했다.

한 성인 남성을 완전히 가릴 만큼 커다란 방패가 다가오자 바르트는 자세를 바로 하며 아주 뻔한 경로로 검을 찔렀다.

– 캉!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방패에 막혔다.

“합!”

미디언의 찌르기도 빗나갔다.

– 캉!

바르트의 찌르기가 막혔다.

“하압!”

미디언의 베기가 빗나갔다.

– 캉!

바르트는 미디언이 방패를 든 쪽으로 살짝살짝 옆걸음질 쳤다. 밀려 들어오는 방패의 경로를 피하며 반복해서, 방패 위로 내밀어진 머리만을 집중적으로 찔렀다.

방패는 분명 효율적인 무기였다. 공격 경로를 대강 눈치채는 것만으로도 손쉬운 방어가 가능하고, 숙련도에 따라 공격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방패의 무게 때문에 속공이 어렵고, 한손검은 양손검과 부딪치거든 언제나 밀리기 마련이어서 먼저 막고, 틈을 노리는 방법이 기본이었다.

– 캉!

그러니 방패를 든 상대의 공략법은 상대가 방패 뒤로 숨게 만드는 것이었다.

스스로 시야를 가리게끔.

바르트는 다시 찌르는 동작을 취했다. 놈의 방패가 슬쩍 올라가는 순간 펄쩍 뛰어올랐다.

빙그르르 몸을 돌려 드러눕듯이 등으로 방패를 누르곤, 역수로 쥔 검으로 방패 너머를 찍었다.

놈의 쇄골을 노리고.

미디언은 방패가 묵직하게 눌리는 순간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그걸 느끼기가 무섭게 온몸으로 방패를 밀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으아아압!”

검이 아슬아슬하게 귓불을 베고 지나갔다. 그의 대처는 매우 훌륭한 것이었다.

하지만 방패 위에서 공중제비를 돈 바르트가 땅에 착지하기가 무섭게 앞으로 뛰었다.

등 뒤를 빼앗긴 놈이 서둘러 방패를 돌려세우는 찰나에,

– 쾅!

인정사정없이 검을 휘둘러 방패 ‘옆’을 후려쳤다. 변경백의 몸이 휘청거리는 사이에 놈의 팔꿈치를 올려찼다.

– 우드득.

“끄윽!”

방패의 무게를 견디던 팔꿈치가 반대로 접혀 덜렁거렸다.

미디언 테르탄은 아직도 정신줄을 붙들고 있는지 서둘러 한손검을 세웠으나, 이제는 끝이었다.

바르트는 놈의 세워진 검을 후려쳤다. 브로드소드가 날아가며 놈의 이마를 찢는 꼴을 보면서 악마처럼 미소지었다.

“변경백님! 변경백님이 위험하시다!”

한 기사가 미디언의 위기를 알고 외쳤지만, 너무 늦었다.

바르트는 미디언 테르탄의 목을 꿰뚫어버렸다. 오른쪽 아래에서, 목뼈를 뚫고 들어가는 경로로. 동일인물이 한 짓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고, 공교롭다면 공교롭겠지만, 그의 아들도 이렇게 죽었다.

“하하하하하하핫!”

바르트가 크게 웃었다. 이걸로 공작가의 후손은 완전히 끊어졌다. 누군가가 양자로 들어와 공작가를 이어가겠지만, ‘테르탄’의 피는 여기까지다.

물론, 이걸로 만족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라퍼트 테르탄 공작!

그놈이 남았다.

바르트는 고개를 꺾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원은 빠르게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자태를 뽐내는 아름드리나무에는 피가, 풍성한 수풀과 꽃을 피웠을 잡목에는 살이 튀었다. 땅에는 사병들의 시체가 깔리고, 그 위에서 기사들이 서로의 숨통을 노렸다.

허공에 떠오른 구체들은 그 참상을 훤히 밝히고 있었다.

‘전황은… 우리가 살짝 밀리는군.’

공작가의 기사들도 제법이었으나 테르탄 가 방계 친척들의 실력이 상당했다.

그들은 적게는 혼자서, 많게는 세 명이 한 기사를 상대했고, 숫자로 우세를 점했다.

하지만 그들의 선전은 곧 막을 내렸다.

바르트가 뛰어들어 제법 실력 있어 보이는 놈을 쓱싹 처리하면서,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뒷문으로 돌아갔던 서른 명의 기사들이 저택을 가로질러 달려오면서 전황이 뒤집혔다.

챙강거리는 병장기 소리가 점차 뜸해지자 바르트가 조급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

“가자! 공작놈을 잡으러!”

“앗! 바르트 경! 잠깐…!”

그는 상황이 수습되기도 전에 저택으로 뛰어들었다. 뒤에서 하젠이 불러세웠으나 멈추지 않았다.

피칠갑한 기사가 달려오자 시녀들은 비명을 질렀고, 몇몇 귀부인은 독기를 품고 다가와 무어라 욕설을 퍼부었다.

물론, 바르트의 귀에는 들리지도 않았다. 몇 명은 밀쳐버리고, 몇 명은 베었다.

귀족 영애를 해해서는 안 된다는 공공연한 불문율은 테르탄이라는 성이 달렸다면, 그에게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공작. 공작. 공작.

바르트와 네 명의 동료들은 드넓은 저택을 뛰어다녔다. 방문을 걷어차 안을 들여다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3층 끝의 서재에서… 놈을 발견했다.

– 달그락.

편안한 등받이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붉은 가운을 입은 라퍼트 테르탄 공작이 크리스탈 잔에 든 얼음물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추운 겨울임에도 속에서 불길이 치민다는 듯이 벌컥벌컥 들이켰다.

바르트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격렬한 환희를 동시에 느꼈다.

“라퍼트 테르탄!”

늙고 주름진 눈이 바르트를 향했다.

“불청객이 왔구나. 그래. 내 손주와 아들을 죽이니 마음이 편하더냐?”

“네놈은 네놈의 죄를 인정하는가! 하잘것없는 권력욕에 눈이 돌아가 적법한 후계자인 레오 드 예리엘 왕자님을 쫓아낸 죄를!”

바르트가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하지만 공작은 눈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적법? 왕께서는 후계자를 지목하신 적이 없으시다. 에릭 왕자님이야말로 왕위에 어울리는 분이..시지.”

그는 다시 얼음물을 게걸스럽게 삼켰다. 얼음을 씹지도, 입에 물어 녹이지도 않고 그대로 목구멍 너머로 내려보냈다.

입가의 주름을 따라 물이 흘렀다.

“이 늙은이가! 네놈이 네 외손자를 왕위에 올리려 한 것이 아니냐! 진정 가증스러운 놈이로구나.”

“외손자? 큭, 큭큭큭…”

라퍼트 테르탄 공작이 거칠게 웃었다. 종국에는 캑캑거리며 늙고 메마른 숨을 토했다.

“그래. 그분은 내 외손자가 되시지. 하지만 내 외손자가 아니기도…”

“바르트 경! 바르트 경!”

그때, 멀리서 하젠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쿵쾅쿵쾅 계단을 오르며 소리쳤다.

“공작을 죽이면 안 되오! 나중에 처형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살려둬야…”

아, 그것 때문에 굳이 공작을 잡으러 가겠다고 자원했었나? 우리가 공작을 죽이는 걸 막으려고?

‘그럴 순 없지.’

바르트가 공작에게 검을 겨누었다.

이놈을 죽이기 위해 살아왔다.

왕자님께서도 공작을 죽여도 좋다고 허락하셨고, 만약 공작을 죽인 것 때문에 귀족들과 문제가 생기거든… 내가 책임지겠다.

책임지고 왕자님을 지키리라.

“친구들, 내가 죽여도 될까?”

그는 동료들의 허락을 구하고, 공작에게 다가갔다.

공작은 한때 왕국의 내로라하는 기사였고, 아직도 정정하였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되려 의자에 몸을 깊이 파묻으며 눈을 감아버렸다.

“지옥에나 가라. 가서 네 죄를 깨닫고, 고통받아라!”

– 푹!

바르트의 검이 노인의 가슴을 꿰뚫었다.

늙은이라 그런가? 바르트가 검을 뽑았음에도 그의 가슴에서는 피가 적게 흘러나왔다.

“바르트 경! 아… 이런…”

서재로 달려온 하젠은 고개가 떨어진 공작을 보곤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해봤자 통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직접 따라와서 막으려 했는데… 그의 복수심을 과소평가했다. 싸움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달려가 버리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구려. 그의 시신이라도 수습해서…”

하지만 그는 한숨이 목구멍을 마저 통과하기도 전에 기겁해서 소리쳤다.

“아니! 잠깐! 무슨 짓이오!”

바르트가 공작의 옅은 갈색 머리를 우악스럽게 쥐어 들었다.

그는 무례하게도 노인의 주름진 목을 꺼내 보이고, 검을 가져다 대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잠깐! 이 작자가 정말 미쳤나!”

하젠이 달려들어 말리려 했지만, 네 명의 기사가 그를 막았다.

“그는 귀족이오! 어떻게 귀족의 목을… 아니, 그보다도 기사된 자로서 어찌 죽은 자를 그렇게 욕보이려 하시오! 바르트 경! 당장 멈추지 못하겠소!”

“…난 기사가 아니오.”

왕자님을 잃어버린 순간 기사의 명예를 잃어버렸다.

테르탄 공작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공작가와 관련된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여버린 나는… 기사라 불릴 자격이 없었다.

비록 왕자님께서 살아 돌아오시면서 영광된 미래를 꿈꾸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건 안 될 짓이었다. 그러기에는 손에 묻은 무고한 피가 너무 짙었다.

그래서 레오 왕자님께서 기사단을 비공식적으로 편성하실 때, 소속되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난, 그리고 우리는 자격이 없으니까.

바르트의 무딘 검이 공작의 목을 거칠게 잘라나갔다. 검날에 밀린 살이 이리저리 거친 단면을 이루었다.

이 머리를 삶아 먼저 떠난 동료들의 영전에 바치리라…

다섯 기사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바르트 경! 당장 그만두…!!”

소리치던 하젠의 목소리가 덜컥 멈췄다. 바르트의 동료들도 깜짝 놀라 소리쳤다.

“바르트! 조심…!”

“?”

바르트가 왜 그러냐는 눈으로 고개를 들려 할 때,

공작의 팔이 움직였다.

“욱!”

흡사 갓 태어난 송아지의 머리 같은, 아니 그 무엇과도 닮지 않은 괴상한 살덩어리가 바르트의 복부를 꿰뚫었다. 뒤틀린, 좀 전까지만 해도 멀쩡한 손이었던 것에 이상한 것이 달려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바르트는 황급히 공작의 머리채를 놓고 뒤로 물러섰다. 배에서 피가 줄줄 흘렀으나,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 죽여라.

소름끼치는 감각이 되살아났다.

하리에 가이단. 그 영애의 목에 달린 보석을 보았을 때와 같은 섬찟함이 바르트를 감싸 안았다.

그 검붉은 보석은 부서지지 않았다. 불길함을 느껴 어떻게든 깨부수려 했지만, 무슨 짓을 해도 깨지질 않았다. 동료들에게 보여주며 물었으나 그들은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답변을 돌려주었다.

섬뜩함을 느낀 것은 바르트, 그밖에 없었다.

결국, 바르트는 보석을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떠올리지 않았다. 그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이었다.

머리가 반쯤 잘려 거꾸로 매달린 공작. 그가, 아니, 그것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린 목으로 검붉은 안개를 넘실넘실 흘러내리며…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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