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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5

Chapter: 215

   현재 소울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평민 학생에게 아카데미 내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보통 그 대답은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주신 교회의 성녀인 페이비다.

   

   미천한 신분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신의 간택을 받아 주신 교회의 성녀가 된 그녀는 평민들에게 있어 희망의 상징이었다.

   

   왕조차 쉬이 대할 수 없는 지위를 얻었음에도 항상 겸손함을 유지하는 점이라던가.

   

   성녀라는 호칭에 걸맞는 압도적인 능력이라던가.

   

   저 멀리에 있어도 눈에 띄는 아름다움이라거나.

   

   그녀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보통 평민들이 페이비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녀의 고결함 때문이었다.

   

   현 대륙에서 평민이라는 존재의 지위는 그리 높지 못하다.

   

   태어나면서부터 귀족을 받들어야 할 의무를 지닌 이들이란 인식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몇몇 재능 있는 이들이 명성을 떨쳐 성공의 상징이 되었다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일 뿐.

   

   대부분의 평민은 어찌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지보단 어찌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이들이다.

   

   페이비는 그런 불우한 이들의 구원자였다.

   

   그녀는 막 성녀가 되었을 무렵부터 죽음이 도사리는 곳을 돌아다녔다.

   

   기근이 닥쳐 굶고 있는 이들에게.

   

   전쟁에 휘말려 피를 흘리는 이들에게.

   

   뒷골목에서 태어나 마음가는대로 움직이다 언젠가 사라져 버릴 이들에게.

   

   재앙이 닥쳐 무덤조차 만들지 못하는 이들에게.

   

   평민들은 과거의 성녀가 어떤 존재였는지 잘 알지 못한다.

   

   허나 지금의 성녀가 어떤 존재인지는 안다.

   

   저들에게 페이비라는 존재는 희망의 상징이고, 이 세상에 신이 있다는 증빙이다.

   

   그를 곁에서 보았던 평민 중에선 그녀를 신과 동일시하는 사람이 있을 지경이니. 그녀라는 존재가 지닌 파급력을 알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이런 페이비와 경쟁을 하고 있는 루카 교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고아원에서 자라난 불우한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밑바닥부터 시작해 그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아 소울 아카데미에 입학하는데 성공한 사람.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 여러 현장에서 활약을 벌이는 것으로 아카데미 평민 졸업생 간의 실력 차가 있을지언정 실력이 모자란 이는 없다는 설에 힘을 더해준 이.

   

   최연소 나이에 소울 아카데미 교수가 되는 데 성공해서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한 교육자.

   

   계급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오롯이 사람의 실력을 평가하는 인격자.

   

   아카데미에 재학한 이들 중에서 루카 교수에 대해 나쁘게 평하는 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평민 학생들은 더더욱 그렇다. 자신의 신분에 자격지심을 지닌 그들에게 있어 루카라는 존재는 선망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일 지어니.

   

   희망을 찾는 이들이 페이비를 바라본다면 열망을 지닌 이들은 루카 교수를 바라본다.

   

   페이비는 모든 사람들을 공평하게 사랑하기에 정도 이상을 베풀지 않지만 루카 교수는 다르다. 그는 자신이 아끼는 자라면 기꺼이 편애하며 제자를 성공의 길로 인도한다.

   

   재능을 지닌 이들. 돌 속에 갇혀 세공될 날 만을 기다리는 이들. 개화한다면 대륙에 이름을 떨칠 이들.

   

   루카 교수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보석으로 세공하여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만들어준다.

   

   정확한 방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그 보석들이 현 대륙 여기저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분명한 사실.

   

   그래서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들이라면 루카 교수가 손을 내밀어 주기를, 자신이라는 보석을 완성시켜주기를 기대하고는 한다.

   

   저들의 열광이 이처럼 대단했기에 2학기가 시작되는 날. 루카 교수가 교실을 방문했을 때 많은 이들이 눈을 붉혔다.

   

   누가 루카 교수의 은택을 받고서 빛나는 보석이 될지 궁금했기에. 혹시나 자신이 될지 모른다고 기대했기에.

   

   허나 루카 교수의 움직임을 바라보던 수많은 사람들은 그 기대에 대한 보답을 얻지 못했다.

   

   루카 교수의 발길이 멈춘 것은 무심한 듯 턱을 괴고 있는 여자아이의 앞이었으니까.

   

   “알른 영애. 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어찌 보면 이는 예상된 결말이었다.

   

   이번 년도 입학생 중에서 가장 빛나는 재능을 선보인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면 모두들 한 사람의 이름을 답할 게 분명하잖은가.

   

   루시 알른.

   

   과거 알른 가문의 치욕이라 불렸던 여자.

   

   허나 지금은 알른 가문의 피에 실패가 없음을 증빙하고 있는 괴물.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로 계속해서 자신의 영웅담을 써내려 가고 있는 루시 알른은 겨우 반 년 만에 모든 사람의 미움을 받는 악인에서 왕국 전체가 주목하고 있는 신성으로 변했다.

   

   그녀가 지닌 재능이. 빛이. 루시 알른이라는 사람의 가치를 만들어 냈다.

   

   재능 있는 자를 더할 나위없이 사랑하는 루카다. 그런 그가 빛나는 재능의 결집체인 루시 알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리가.

   

   누가 루카 교수의 관심을 받을지를 가지고서 내기를 하던 이들이라면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를 본 귀족 학생들은 역시나 하는 심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말았지만 평민 학생들은 달랐다.

   

   그것은 질투였다.

   

   한 번의 기회를 놓치면 그대로 사라져야 하는 자신들과 달리 수많은 기회 속에서 하나를 붙잡으면 그만일 뿐인 귀족을 향한 질투.

   

   도저히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찬란히 빛나는 재능을 향한 질투.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선망하고 동경하고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두 존재, 페이비와 루카의 관심을 독점하는 자를 향한 질투.

   

   아카데미에서 평민들은 대부분 서로 친밀하게 지낸다. 그러지 않으면 귀족들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없기에.

   

   고학년과 저학년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형성된 평민 커뮤니티에서 최근 가장 활발하게 이야기 된 사안이 무어냐면 바로 성녀에 관한 것이었다.

   

   요즘 성녀님께서 루시 알른을 너무 편애하시는 것 같지 않아?

   

   누군가의 한 마디가 불러온 여파는 결코 가볍지 아니했다.

   

   아카데미의 평민들도 알고 있다.

   

   고귀하고 고결한 성녀님이라 할지라도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모두를 공평히 사랑하기를 강요하는 게 무척이나 잔인한 일이라는 것을.

   

   진정 페이비를 위한다면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던 행복을 바람이 옳다는 걸.

   

   허나 이를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성녀님께서 루시 알른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이를 타박하셨다.

   

   그럴 수 있다.

   

   성녀님께서 루시 알른과 함께 식사를 하셨다.

   

   그럴 수 있다.

   

   함께 훈련을 하셨다.

   

   그럴 수 있.

   

   거리에 놀러가셨다.

   

   그럴 수.

   

   함께 던전을 공략하셨다.

   

   그럴.

   

   함께 축제를 즐기셨음은 물론이요 그 파티에 존재하는 여러 유력자들 앞에서 루시 알른을 옹호하셨다.

   

   그.

   

   친구라 공언하셨다.

   

   그런.

   

   그런 루시 알른이다.

   

   성녀님이 소중히 여기는 게 분명한 사람이다.

   

   평민들의 눈에 고깝게 보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런 사람에게 루카의 손길이 갔으니 어찌 사람들의 눈이 고울 수 있을까.

   

   “내가 왜 당신 같은 잔챙이 교수의 말을 들어야 하지? 싫은데?”

   

   루카의 제안에 대한 화답도 가관이었다.

   

   잔챙이 교수라니. 누군가에겐 일생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을 잔챙이라 비하하며 그가 한 제안을 거절하다니!

   

   “영애님. 한 번 재고해 주시겠습니까? 중요한 이야기라서 말입니다.”

   

   평민들의 날 선 시선이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다.

   

   그것은 질투였고, 미움이었고, 적의였고, 원망이었다.

   

   날 때부터 모든 걸 가졌으면서 우리의 자그마한 것들까지도 가져가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울분이었다.

   

   *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아카데미의 젊은 교수 루카가 주는 시련을 모두 클리어 하십시오!]

   [보상 : ???]

   [실패시 : GAME OVER]

   

   허접 주시이이이인! 이 개새꺄아아아!

   

   방금 전에 좀 투덜댔다는 이유로 바로 보복을 한다고?!

   

   이게 맞아?!

   

   내가 아무 일도 아닌데 널 억까했냐?! 아니잖아! 깔 만 하니까 깐 거잖아!

   

   네가 좋은 쪽으로 체감이 되게 평판을 올려줬더라면 아무 말도 안 했을 거 아냐!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네.

   

   왜 네가 나한테 이상한 짓거리를 하면 그냥 감당해야 하고 내가 너한테 투정을 부리면 벌을 받아야 하는 거야?

   

   네가 신이라서?

   

   인간에 비해 절대적인 존재라서 뻗대는 거냐?!

   

   두고 봐. 언젠가 당신이 나를 사도로 삼은 것도, 나에게 장난을 치는 것도 언젠가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알른 영애?”

   

   입술을 곱씹다 루카의 목소리가 들려서 제정신을 차렸다.

   

   “마음을 바꾸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루카 당신은 모르겠네. 방금 전까지는 내가 갑이었지만 이제는 을이라는 사실을. 무얼 시련으로 내리더라도 그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연한 이야기지만 알려줄 생각도 없다.

   

   이 미치광이가 이걸 알게 된다면 어떤 짓을 시킬지 감도 안 잡히니까.

   

   혹시 알아? 이 세상의 루카가 허접 주신마냥 페도 변태라서 메이드 복을 입고 시종을 들라는 시련을 줄지도 모르잖아.

   

   허접 주신마냥 매도하면서도 시키는 건 다 해주는 메스가키 메이드 너무 조아! 같은 소리를 지껄이면서 말야.

   

   알아. 지금 내가 미친 소리를 하고 있단 걸.

   

   근데 이런 헛소리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너무 개 같아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알겠어요. 루카 교수.’

   “어린 여자애한테 질척하게 매달리다니. 떨거지인줄 알았는데 페도 교수였구나? 목적은 성희롱? 꺄아~ 변태다~”

   

   “…결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알른 영애. 저는.”

   

   언제나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는 루카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걸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샜다.

   

   이래서 메스가키 짓을 하는…

   

   아냐. 진정해.

   

   아무리 정신이 나갔다지만 거기에 매몰되어선 안 돼.

   

   이게 다 허접 주신의 계략이라고! 그 놈이 바라는 대로 해줄 거야?!

   

   아니잖아!

   

   ‘농담입니다. 따라갈게요.’

   “나도 알아. 그냥 놀려봤는데 당황하는 꼴이라니. 이딴 게 어른? 한심하네. 뭐. 좋아. 페도 교수가 이렇게까지 매달리니 따라가 주도록 할게.”

   

   “영애. 저는 페도 교수가 아니라 루카입니다만.”

   

   나도 알아. 알지만 그렇게 못 불러. 꼬우면 네가 메스가키 스킬을 없애 보던가.

   

   하아아. 좋게 생각하자. 좋게.

   

   지금 루카는 내 재능을 무척이나 높게 사고 있어. 날 붙잡기 위해 매달리는 걸 보면 분명해.

   

   그러니까 잘만 하면 루카가 주는 시련을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 몰라.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말이야.

   

   게임에선 좋은 퀘스트를 주길 기도해야했지만 여긴 현실이잖아?

   

   강해지는 거야. 강해져서 허접 주신이 전전긍긍하고 쪼잔 악신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강자가 될 거라고.

   

   그리고 신계에 쳐들어가서 허접 주신 이 변태 새끼의 얼굴을 확인할 테다.

   

   온갖 변태짓을 일삼는 녀석의 얼굴이 어떨지는 안 봐도 뻔하잖아?

   

   그 놈의 얼굴을 마주한 상태에서 매도해 줄 거야. 그 징그럽고 역겨운 자식의 얼굴이 벌게지는 걸 보고 말 거라고.

   

   반드시!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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