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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4

시체와의 연결을 끊고 예린이의 품에서 눈을 뜨는 순간, 커다란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하얗게 타오르던 장작도 사그라들고, 머리 위에서 빛나던 헤일로도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 크기만으로도 상당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예린이 품에 안겨 올려다보니, 마치 하늘에 닿을 것처럼 커다란 느낌이었다.

움직이지도 않고, 텅 빈 눈의 시체는 마치 나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쓰러지지도 않고 부자연스럽게 나를 한참 내려다보던 시체는 어딘가로 끌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공간의 균열로 끌려들어 가버린 ‘붉은 괴인’처럼 검은 시체도 <불변하는 검은 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상황과 분위기는 달랐지만,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시체가 전부 빨려 들어가고 <불변하는 검은 공>마저 미니 사신 정원의 원래 위치로 돌아가자, 비로소 끝이 난 기분이었다.

이상하게 저 시체를 보면 긴장이 된단 말이야.

너무 커서 그런가?

아니면 격이 높은 존재의 시체라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어느새 발이 돋아난 붕대 덩어리들이 주변에 잔뜩 모여있었다.

앞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내가 있는 방향만을 감지하고 뛰어다녀서 그런지, 서로서로 부딪쳐서 구르고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예린이의 품에서 뛰쳐나와서 바닥에 서자, 붕대 덩어리들이 내 발치로 우르르 몰려들어서 콩콩 헤딩하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엄마!’

그러면서 즐거운 의지를 가득 담아서 ‘엄마!’라고 의지를 뿜고 있었다.

세희 연구소가 습격당했지만 제대로 물리쳐서 그런지, 미니 사신들은 잔뜩 들떠서 마구 뛰어다니고 있었다.

검은 사신들은 붕대 덩어리가 되어서 뛰어다니는 황금 사신들을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자신들도 그 대열에 합류해 버렸다.

자기 몸을 붕대 덩어리 모양으로 바꿔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이리저리 뛰고 부딪치는 미니 사신들로 난장판이었던 정원에 검은 덩어리들이 추가되면서 더욱 혼잡스럽게 변해버렸다.

히히.

나는 그런 미니 사신들의 커다란 붕대 덩어리를 밀어서 쓰러트리면서 작게 웃었다.

쓰러진 미니 사신들이 다리를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니, 이제서야 진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

서울 구석에 위치한 비공인 사설 연구소.

사실 연구소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그저 집을 개조한 수준의 간이 시설에서 TV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울 전역을 강타했던 좀비 사태가 서서히 소강상태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현재 기록된 피해자만 해도 엄청난 숫자를 기록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행방을 알 수 없는 실종자 숫자가 많아,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전역을 휩쓴 ‘뇌를 파먹힌 좀비’들의 습격은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제대로 수습이 끝나지 않고 있었다.

“으으, ‘황금 사신이’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낡은 실험실 가운을 입은 여자는 몸서리치는 표정으로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만약 황금 사신을 납치하지 않았다면, 분명 저 사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겠지.

사실 한때 거의 100%로 죽음을 확신하기도 했다.

인간의 냄새를 추적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모종의 추적 방법이 있는 건지.

뇌를 파먹힌 좀비들은 아무리 꼭꼭 숨어있어도 순식간에 인간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그것은 일찌감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자신의 연구실에 처박힌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제대로 된 연구소에 비하면 손색이 있지만, 간이 시설이라도 충분히 격리된 시설이었는데도 좀비들이 몰려든 것이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빛도 새어 나가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데, 찾아와 버린 것이다.

좀비들이 강철 문의 경첩을 부수고 들어오는 순간, 여자는 순간의 기지로 황금 사신용 격리실에 몸을 욱여넣었다.

엄청 좁기는 하지만, 오브젝트 격리용으로 만든 재질이니만큼 상당히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것을 기대했었다.

적어도 구조가 올 때까지, 혹은 굶어 죽을 때까지 버텨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최저가 격리시설을 구매한 게 문제였을까.

물리적인 오브젝트의 공격은 대부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말과 다르게, 좀비가 내려치는 순간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마 앞으로 한 방만 더 공격해 와도, 이 격리실은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버리겠지.

‘이제 끝났어!’

그리고 격리실 위로 날아오는 좀비의 손톱.

여자는 끔찍한 죽음을 예상하며 눈을 질끈 감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격리실이 부서지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상해서 눈을 슬쩍 뜨자,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황금 사신의 모습이 보였다.

사나운 표정을 한 채,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좀비들을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아….”

그때서야 여자가 무심코 넘겨버린 황금 사신의 정보에 생각이 닿았다.

<황금 사신의 공격적인 능력은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황금 사신에게 공격당한 것으로 예상되는 물건/오브젝트/인간에게는 황금 사신 모양 구멍이 뚫려있었다.>

서점에서 구입한 ‘오브젝트 일람’에는 주로 ‘돈 되는 정보’만 쓰여있어서 황금 사신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지만, 지금 사태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정보였다.

황금 사신 모양의 구멍이 뚫리면서 무력화되는 좀비들.

여자는 그 당당하고도 멋진 모습의 ‘황금 사신이’에게 홀려버렸다.

그렇게 TV를 보면서 황금 사신에게 생각이 닿자, 고개를 돌려서 황금 사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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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굉장히 즐거운 표정의 황금 사신이 격리실 밖으로 나와서 건빵을 마구 갉아먹고 있었다.

제대로 된 직업이 없어서 가난한 여자가 칼로리 채우는 용도로 사둔 엄청난 양의 건빵이었다.

저렴한 것을 제외하면 장점이 없는, 엄청 딱딱하고 맛없는 인간 사료였다.

그리고 여자가 황금 사신을 쳐다보는 것을 느끼자, 황금 사신은 배시시 웃으면서 건빵을 내려놓고 무언가를 손아귀에 쥐고 내밀었다.

‘맛있는 거!’

마치 이거 엄청 맛있으니까, 빨리 먹어보라는 것처럼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자기 주먹에 쏙 들어오는 별사탕을 야구공 쥐듯이 잡고, 여자를 향해 내밀고 있었다.

‘아, 귀여워.’

여자는 황금 사신에게 감화된 것처럼 싱글벙글 웃으면서 황금 사신이 준 별사탕을 입에 넣었다.

평소보다 몇 배는 맛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별사탕을 먹으면서, 여자도 별사탕을 하나 집어서 황금 사신의 입속에 집어넣었다.

별사탕으로 볼이 불룩 튀어나온 황금 사신은 자신의 볼을 문지르면서 웃었다.

히히.

황금 사신과 그 애착 인간의 즐거운 하루였다.

***

미니 사신들 사이에서 대인기를 끌었던 붕대 덩어리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었다.

뭔가를 냠냠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인데, 입이 막혀버리는 복장을 지금까지 입고 있다니!

‘붕대!’

‘미라!’

어디선가 미라에 대해 알고 있었던 미니 사신이 있었는지, 미니 사신들이 붕대를 감고 뛰어다니며 미라 놀이를 하고 있었다.

미니 사신을 마구 깨물면서 미라 놀이를 즐기는 황금 사신.

미니 사신들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붕대를 감고 돌아다니다가 모자를 떨어트려 버린 푸른 사신.

붕대로 몸을 감싸고 팔다리만 튀어나와 거미처럼 돌아다니는 붉은 사신.

미니 사신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몸에 붕대를 감은 채, 마구 뛰어다니거나, 좀비처럼 서로 물어뜯기도 하면서 재밌게 놀고 있었다.

그리고 세희 연구소 사람들은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 핼러윈 느낌이 나기도 하네.

그나저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소리를 이해하지도 못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미라 이야기를 들은 거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해서 소문의 근원을 찾아보니, 그곳에는 한 황금 사신이 있었다.

애착 인간과 영화를 즐겨 보는 황금 사신이었는데, 영화를 봐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애착 인간이 쓸데없는 짓을 해버린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황금 사신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기!

상당히 귀찮은 짓인데도, 황금 사신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한다니.

‘애착 인간 대단해!’

물론 애착 인간의 노력을 느낀 황금 사신은 엄청 즐겁고 행복했는지, 나에게 끊임없이 자랑을 늘어놓고 있었다.

백치미가 장점인 황금 사신이가 똑똑해져 버려!

나는 왠지 나보다 똑똑한 미니 사신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살짝 무서워졌다.

미니 사신보다 약한데, 머리까지 안 좋으면?

괜히 괘씸해져서 애착 인간이 얼마나 멋진지 설명하고 있는 황금 사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려 버렸다.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갸우뚱하는 황금 사신.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진 머리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황금 사신을 내버려 두고, 나는 세희 연구소 안뜰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뚜방뚜방.

서울이 좀비 사태로 난장판이 됐는데도, 세희 연구소는 평소랑 똑같이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던 중, 내 영감을 자극하는 장면을 발견했다.

맛있는 쿠키 하나를 가지고 나눠 먹는 사이 좋은 인간과 미니 사신의 모습이었다.

‘이거 마지막 쿠키!’

마지막 남은 미니 쿠키를 애착 인간을 향해 내미는 황금 사신.

“하하, 난 충분히 먹었어.”

웃으면서 양보하는 애착 인간.

물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황금 사신은 그 말이 자신을 위한 거짓말인 것을 알고 히히 웃으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과자를 냠냠 먹고 있었다.

재미있는 장난이 생각났어.

히히.

***

뚜방뚜방.

나는 세희 연구소 주차장을 걸어 다니며, 굉장히 중요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의 오브젝트 생에서 이것보다 중요한 고민은 없겠지.

언제 그리고 누구에게.

재미있는 장난이 생각났으니, 언제 그리고 누구에게 장난을 칠 것인가!

너무 중요해서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이었다.

그렇게 고뇌하는 나의 시야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형형색색의 색 아귀가 커다란 수레를 끌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나를 보고는 더듬이를 쫑긋 세우는 것을 보니, 목표는 나로 보였다.

‘?’

나는 ‘도대체 뭐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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