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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7

미니 사신 정원 깊숙한 곳, 마시멜로 평원.

나는 푸른 아이돌 사신을 비웃었던 하얀 아귀를 잡아서 정성스럽게 깎고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상처럼 유려한 [소용돌이 하얀 아귀 구이]로 만들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아, 실수했다.’

하얀 아귀가 마시멜로라 그런 건지.

아니면 유령 사신에게 압수한 ‘효도’가 너무 날카로워서 그런 건지.

혹은 내 칼솜씨가 형편없는 건지, 하얀 아귀 소용돌이 모양으로 조각하는 것은 계속 실패하는 중이었다.

뀨힝힝.

몸통 중간이 ‘톡’하고 잘린 하얀 아귀는 억울한 울음소리를 냈다.

뀨히히.

그리고 내가 실패하기 무섭게, 몰래 나를 구경하고 있던 하얀 아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웃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는 웃은 하얀 아귀에게 달려들어서, 내 주변에 잔뜩 꽂힌 꼬챙이에다 꿰어버렸다.

저런 하얀 아귀들 때문에 내 주변에는 꼬챙이가 된 채, 천천히 불타오르는 하얀 아귀 꼬치가 한가득이었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아귀 꼬치의 언덕처럼 보일 정도로 잔뜩 있었다.

‘하얀 아귀들은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자꾸 ‘뀨히히’거린단 말이지….’

태생이 그런 건지, 하얀 아귀는 자주 그랬다.

아마 미니 사신들도 하얀 아귀 뜯어먹기에 거리낌이 없는 것을 보면, 미니 사신들도 자주 비웃음을 당했던 거겠지.

재생된 하얀 아귀를 손으로 꽉 쥐고, ‘효도’를 다시 들어 올렸다.

사각사각.

마시멜로를 천천히 깎아내는 소리가 들리자, 재생된 하얀 아귀는 포기한 것처럼 축 늘어져서 천천히 조각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천히 조각하고 있자, 뒤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뀨히. 뀨히.

내가 고개를 돌리면, 입을 막고 자기가 낸 소리가 아닌 척하는 간악한 아귀들의 소리였다.

서걱.

뀨히히 거리는 하얀 아귀들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그런 걸까, 얇게 조각해야 하는 소용돌이 부분을 또 잘라먹어 버렸다.

뀨히히히.

그러자 하얀 아귀의 울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듣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꼬챙이 사이사이로 구경하던 하얀 아귀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얀 아귀를 어떻게든 해야겠어.’

나는 짤막한 꼬리를 흔들면서 도망가는 하얀 아귀들을 보며, 의지를 다졌다.

하얀 아귀들, 그 저주받은 존재들이 ‘뀨히히’라고 웃지 못하게 만들고 말리라.

분노로 장작이 격렬히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하늘 위에서 천천히 미궁의 헤일로를 꺼내 들었다.

하얗게 타오르는 헤일로의 광채가 나의 얼굴을 비추었다.

엄청 아플게 뻔해서 잠시 망설였지만, 나는 마음을 다잡고 헤일로를 머리에 뒤집어써 버렸다.

그리고 나는 머릿속에서 가장 적합한 형태를 골라서 천천히 상상하기 시작했다.

‘하얀 아귀를 포획하고, 영원히 불태울 오브젝트.’

‘하얀 아귀 본체에 지지 않을 크기와 강력함.’

헤일로에서 찬란한 빛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하얀빛으로 만들어진 실처럼 보였지만, 점점 굵어지며 형태를 갖추어 갔다.

환상 구현화의 힘이 거대한 존재의 윤곽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은 속이 텅 빈, 하얀 아귀 단죄 오브젝트의 틀이었다.

틀이 완성되자, 나는 미니 사신 정원에 있는 검은 사신들을 불러들였다.

‘엄마다!’

‘무슨 일이야?’

‘도움이 필요해?’

나는 나에게 자꾸 달라붙는 검은 사신들을 천천히 떼어내면서 의지를 뿜었다.

‘골렘에 타라, 검은 사신.’

한 달에 한 번 같이 놀아주면서, 간식을 먹는 조건으로 검은 사신들을 고용할 수 있었다.

검은 사신들이 틀 속으로 꾸물꾸물 기어들어 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완성이야!’

드디어 하얀 아귀를 불태울 오브젝트가 완성되었다.

거대하고, 위압적이며, 장작의 불길로 뜨겁게 타오르고, 검은 사신의 힘으로 강력해진 오브젝트.

나는 그 오브젝트에게 ‘하얀 아귀 소각로 골렘’이라 이름 붙였다.

‘일어나라.’

내 의지가 퍼져나가자, 골렘은 그 거대한 몸을 천천히 일으키더니 묵직한 발걸음 소리를 울리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얀 아귀들을 모두 태워버려라!’

나의 명령과 함께, 골렘이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쿠웅.

그리고 하얀 아귀들이 모여있는 곳을 향해 떨어져 내리며, 사방으로 불길을 쏟아냈다.

뀨힝힝.

하얀 아귀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지만, 골렘의 불길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골렘은 몸에 불이 붙어서 움직이기 힘들어진 하얀 아귀들을 수거해서 자기 몸통 속에 집어넣었다.

나는 그 멋진 골렘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뀨힝힝”

소각로 골렘의 가장 멋진 점은 주변에 다가가기만 해도 감미로운 ‘뀨힝힝’ 소리가 들린다는 점이었다.

히히.

하얀 아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골렘의 활약상을 구경하고 있었더니, 내 주변으로 하얀 아귀를 탄 황금 사신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설마 하얀 아귀를 괴롭히지 말라고 하려는 걸까?

‘엄마!’

‘엄마, 도와줘!’

하지만 황금 사신들이 보내온 의지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굉장히 슬프고, 체념이 담긴 의지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러지?

***

서울 도심의 한 대학 병원.

인지 능력 상실 사건 피해자들을 수용한 그 병원에, 한 소녀가 있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언니.”

그 병원 병실에서 단발머리 소녀가 슬픈 목소리를 흘리고 있었지만, 소녀의 언니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을 뿐.

그 옆에는 병원까지 뚜방뚜방 걸어서 온 황금 망토 사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

황금 망토 사신은 소녀의 근처에 앉아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단발 소녀를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인간 불쌍해.’

‘이미 늦었어….’

‘엄마는 언제 와?’

하얀 아귀를 탄 기사 황금 사신들도 슬픈 표정으로 인지 능력 상실 피해자들을 바라보며, 포롱포롱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인간 어떡해….’

그리고 하얀 아귀들은 그런 황금 사신들에게 붙잡힌 채, 천천히 뜯어먹히는 중이었다.

황금 사신들이 너무 슬퍼해서 그런지, 병원에는 우울하고 칙칙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러던 중, 어두운 분위기의 병원에 약간의 변화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조금은 들뜬 것 같지만, 슬픈 분위기 때문인지 소곤소곤 퍼져나가는 변화.

“회색 사신이야.”

“정말?”

슬픔이 가득한 병원에 회색 사신이 나타난 것이다.

뚜방뚜방.

회색 사신이 하얀 아귀를 탄 황금 사신들을 이끌고 병원 복도를 천천히 걸어 나가자, 병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회색 사신은 그런 관심이 조금 귀찮은지,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피해자들이 모인 병실로 들어섰다.

‘엄마다!’

‘엄마 도와줘!’

‘인간 불쌍해!’

회색 사신이 병실에 나타나자, 훌쩍훌쩍 울던 황금 사신들이 우르르 달려 나갔다.

회색 사신은 달라붙는 황금 사신을 일일이 떼어내면서, 천천히 병실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피해자를 눈에 담은 회색 사신은 미니 사신 정원을 소환해서 인지 능력 상실 피해자를 모두 집어삼켜 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났던 것처럼, 휙 하고 사라져 버렸다.

회색 사신이 나타나는 것도, 그리고 피해자와 함께 사라지는 것마저도 갑작스러웠다.

그야말로 자연재해 같은 사고였다.

당연히 피해자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굉장히 당황해서 전화를 걸고 소리치고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금 사신들은 불안해하지 않고, 굉장히 안심한 것처럼 따뜻한 표정으로 헤헤 웃었다.

그리고 당황한 사람들을 향해 뚜방뚜방 다가가서는 환하게 웃으며 의지를 보냈다.

‘걱정하지 마!’

‘엄마가 해결해 줄 거야!’

***

오랜 시간 쓰이지 않아, 먼지가 가득 쌓인 사무실은 적막에 잠겨 있었다.

한때 활기찼을 이곳은 이제 잊힌 추억의 무대로 전락한 것처럼 보였다.

창백한 먼지가 가구들을 감싸고, 그 위로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내려앉아 있었다.

츠르륵.

그때, 창가의 낡은 블라인드가 오랜 침묵을 깨고 천천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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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오래된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것처럼, 사무실은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점점 열리기 시작하는 틈새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은 계단처럼 층을 이루며 실내를 밝혔다.

그 빛줄기는 먼지 입자들을 춤추게 하며, 잠자던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와 동시에 구두 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사무실임에도 불구하고, 먼지 쌓인 책상 위로 가느다란 손가락 자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오랜 기억을 더듬는 듯한 모습이었다.

햇살은 점점 더 강해지며 사무실 구석구석을 비추었고, 그 따스함은 오래된 나무 가구들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딸깍 소리와 함께, TV에 불이 들어왔다.

[최근 회색 사신에 의해 갑자기 사라졌던 사람들이 전원 귀환했습니다.]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실종된 사람들은 모두 ‘집단 인지 능력 사건’의 피해자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앞선 속보에서는 피해자들이 완전히 정상 상태로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알려졌습니다만, 오브젝트 협의회에서 실시한 정밀 검사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의료진의 정밀 검사 결과, 피해자들은 더 이상 인간으로 보기 힘든 상태였습니다.]

[생물학적 구성을 가지지 않고, 그 자리를 ‘롤케이크’가 대체….]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그 시끄러운 TV 소리는 마치 사무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딸깍.

시간이 조금 흐르자, 갑자기 켜졌던 것처럼 TV는 다시 꺼져버렸다.

탁. 탁.

그리고 지팡이로 바닥을 두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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