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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6

Chapter: 356

   소울 아카데미에서 2학기를 보내면서 가장 큰 부족함을 느낀 것은 제대로 된 전투 경험의 부족이었다.

   

   여태까지 겪은 전투가 몇 번인데 경험이 부족할 수 있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말야.

   

   난 단 한 번도 나랑 대등한 상대를 만난 적이 없어.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는 주변에 나보다 훨씬 강한 놈들 뿐이었다.

   

   지금의 나도 이길 수 없는 괴물 같은 기사들은 나와 대련을 하면서도 나를 이기기 위해 모든 수를 쓰기보다는 나를 가르치는 데에 중점을 뒀지.

   

   그들의 가르침은 내 전투논리를 다지는 데에 큰 도움을 주긴 했지만 실전 속에서 수싸움을 하는 능력을 키워주진 못했어.

   

   아카데미에 들어오고 나서는 이전과 정 반대로 내 주변에 나보다 약한 녀석들뿐이었다.

   

   그나마 프레이가 무기를 맞댄다는 느낌을 선사해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

   

   가끔 가다 나크라드나 아드리 같은 이벤트가 생기긴 했는데 말야. 반대로 걔네들은 내 수준에 비해 너무 강했어.

   

   도저히 정공법으로는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버티지 못하면 그대로 뒤지는 데 거기에 수싸움이 어떻게 존재할 수가 있냐?

   

   그 때의 나는 살아남기에 급급했고 게임 속 지식을 활용해 억지로 승리를 거두었을 뿐 유의미한 전투경험을 쌓지는 못했다.

   

   다른 싸움들도 이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었다.

   

   내게 있어 전투라는 항상 것은 강자가 나를 가르치기 위해 검을 맞대어 주는 것이거나. 나보다 약한 이를 짓밟는 것이거나. 도저히 여유를 부릴 수 없어 온갖 수단을 활용해 기적처럼 이기는 것이었으니.

   

   나는 상대의 빈틈을 노려 비수를 찌른 경험은 차고 넘쳐도 정작 비수에 찔린 경험은 없다시피했다.

   

   ‘예전에 가라드를 흉내 내는 해골을 상대했을 때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생각했다면 2왕비님께 질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죠.’

   

   아카데미 구관 아래에 있는 해골을 상대하며 그 녀석에게 파훼를 당했을 때도 난 스스로의 경험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치만 나는 다른 일이 더 시급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문제를 외면했다.

   

   사실 외면하려고 외면한 건 아냐.

   

   악신을 상대하고 교회의 심문관에게 쫓기고 그 후에 던전 제작을 하고. 쉴 새 없이 일이 생기다 보니 뒤로 미뤄두다가 잊어버렸을 뿐.

   

   덕분에 2왕비한테 아주 박살이 나버렸지.

   

   지금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네.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는데 한 번에 승부가 뒤집어 질 줄은.

   

   <네게 몇 달의 시간만 더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다.>

   ‘뭐 그건 그렇죠.’

   

   다시금 내 부족함을 깨달은 나는 경험의 부족을 해결하려면 어찌해야 할지 고민했다.

   

   단순히 숙련도가 부족했다거나 스텟이 허술했다거나 레벨이 낮았다거나 하는 문제라면 게임 지식을 활용해서 해결책을 내어볼 텐데 이 전투 경험이란

   문제는 게임 지식으로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는 실전을 통해 차츰차츰 쌓아나갈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러지 말고 그냥 방법을 가르쳐주시면 안 돼요? 용사 파티의 비법 같은 게 있을 거 아니에요.’

   <이걸 신경 써라 저걸 신경 써라 이야기해줄 순 있다만 눈 깜빡할 사이에 스쳐가는 전투 속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은 너다. 네가 경험을 쌓아 실력을 개화하지 못한다면 모든 조언이 무의미 해.>

   

   할배와 여러 이야기를 나눈 끝에 내린 결론은 결국 많은 싸움을 거쳐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보다 대등한 상대 혹은 나보다 약간 강한 상대를 마주하며 상대와의 수싸움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런 판단에 도달한 나는 이번 방학 때 테르샤 제국의 투기장을 찾기로 결심했다.

   

   수많은 강자들이 찾아와 필사적으로 투쟁하는 그 곳은 실전의 경험을 쌓기에 최적의 장소였으니까.

   

   테르샤 제국.

   

   사막을 짊어지고 있는 이 척박한 나라는 수많은 전쟁 속에서 자라난 곳이었다.

   

   농사를 지을 토지는커녕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조차 많지 않았던 제국은 주변국에서 곡물과 가축을 약탈하는 것으로 근근히 역사를 이어나갔고 수도 없는 전쟁 끝에 비옥한 토지를 손에 거머쥔 후로도 주변국을 침략하는 것을 멈추지 아니했다. 전쟁이야말로 자신들의 사명이라는 것처럼.

   

   이러한 기나긴 전쟁의 역사 탓에 테르샤 제국은 개인이 지닌 무력이 그 사람의 권세나 명예와 직결될 정도로 다른 그 어떤 나라보다도 강한 무인을 숭상했다.

   

   이 광적인 강자숭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제국의 투기장이었다.

   

   보통 투기장이라는 건 평민이나 노예들을 무대에 세우고 귀족들은 웃고 떠들고 즐기는 장소잖아?

   

   그치만 제국의 투기장은 아냐.

   

   여기에 사는 귀족들은 어디서 평민 따위가 투기장에 참여해서 강함을 뽐내려 드느냐면서 한 소리를 하는 게 일상적인 장소거든.

   

   기회를 빼앗긴 평민들은 귀족들이 서로의 강함을 뽐내는 걸 보며 자기도 언젠가 저 명예로운 자리에 서겠노라 다짐을 하고 말야.

   

   이런 정신 나간 나라이니만큼 투기장의 참여자들은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니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승리를 거두려 하지.

   

   내가 테르샤 제국의 투기장을 수련의 장소로 택한 이유가 바로 이거다.

   

   실전 경험을 쌓는 데에 이만큼 좋은 장소가 있을 리 없잖아.

   

   …그리고 여기에서 몇 번 이상 승리를 거두면 보상이 꽤 짭짤하게 들어오기도 하고.

   

   지금의 내게 굳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썩은물로써의 본능이 최대 효율을 추구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

   

   ‘안 돼애애애! 이번만큼은 허락할 수 없다! 테르샤 제국의 투기장이라니! 그 정신나간 놈들이 도사리는 곳에 너를 보낼 순 없다!’

   

   다만 투기장으로 향하는 것을 허락받는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제국의 광인들 사이에 나를 던져넣을 수 없다며 결사반대를 표명한 것이다.

   

   처음에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투정을 부리면 알아서 보내줄 것이라 여겼던 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베네딕은

   

   ‘파파 미워♡’

   ‘이 냄새 나는 방에 다신 안 올 거야♡ 수정구로 연락도 안 할 거야♡’

   ‘파파가 바라는 대로 평~생 파파랑 한 마디도 안 해줄게♡’

   

   라는 비난의 연속을 받아내면서도 꿋꿋이 입장을 지켰다.

   

   워낙 그의 태도가 강경한 탓에 효율을 포기하고 다른 수단을 골라야하는 지에 대해 고민하던 나였지만 내 혼의 새겨진 썩은물의 본성은 타협을 몰랐다.

   

   최고 효율이 떡하니 있는데 그걸 포기하고 차선책을 고르라니!

   

   난 그런 일 절대 못 해!

   

   몰래 빠져나가는 한이 있어도 난 반드시 투기장에 참여하고 말 거야!

   

   그렇게 결심한 후 온갖 방식으로 베네딕을 설득하려 노력하던 나는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여행자의 외투를 벗긴 건 차가운 폭풍이 아닌 태양이잖아.

   

   베네딕이 기겁을 하는 이유는 내가 차가움만을 보였기 때문.

   

   바꾸어서 따뜻함을 보인다면 분명 베네딕이 녹아내릴 게 분명해.

   

   ‘아쉽네♡ 나는 파파랑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파파가 가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뭐♡ 난 착한 딸이니까 파파 말을 들을 게♡’

   ‘…여행? 나랑?’

   ‘아아~♡ 너무 아쉽다~♡ 파파한테 내가 이기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파파가 싫다니까 어쩔 수 없지♡ 난 방에 틀어박혀서 파파에 대한 원망이나 할래~♡’

   ‘잠. 잠시 기다려보렴. 루시.’

   

   나의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딸바보인 베네딕은 자신의 딸과 함께하는 여행이란 단어에 홀려 투기장에 가는 걸 수락하고 말았다.

   

   “…루시. 도대체 뉴먼 가문과는 언제 연을 튼 거니?”

   

   뉴먼 가문이 지닌 순간이동진을 이용해 테르샤 제국에 도착한 후.

   

   베네딕은 뒤 편에서 공손히 인사하는 뉴먼 가문의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내 쪽으로 고갤 돌렸다.

   

   ‘비밀입니다.’

   “비~밀. 바보 아버님은 몰라도 되는 딸의 사생활이랍니다.”

   

   불치병에 걸린 아들의 목숨을 구한 대가로 뉴먼 가문의 은인이 되었다고 설명을 하는 건 너무 귀찮은 걸.

   

   잔소리도 잔뜩 들을 것 같고. 그러니까 그냥 비밀로 할래.

   

   나를 추궁할 수 없음을 깨달은 베네딕이 고갤 돌리는 걸 본 나는 그가 입을 열기 전에 미리 선수를 쳤다.

   

   ‘혹시나…’

   “혹시나 바보 아버님이 칼한테 정보를 캐내려 하면 나 바보 아버님을 절대 용서 안 할 거야.”

   

   “…루시이이이.”

   

   ‘칼도…’

   “허접견. 너도 마찬가지야. 입을 나불거리는 순간 짤라 버릴 테니까 그런 줄 알아.”

   

   “목숨을 다해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비밀을 공고하게 만든 나는 기죽은 베네딕과 입술을 꾹 다문 칼, 호위로 따라 붙은 대머리 기사 그리고 에린을 데리고 투기장 쪽으로 향했다.

   

   거리를 걸으면서 느낀 건데. 여기 사람들 왜 자꾸 베네딕을 슬쩍슬쩍 바라보면서 수군대는 거야?

   

   내 쪽을 쳐다보는 거면 매력 수치가 또 난리를 치는 구나 생각하고 말았겠지만 사람들 시선은 베네딕 쪽에 고정되어 있는 걸.

   

   “가주님의 명성 때문이죠.”

   

   내 의문을 눈치 챈 걸까. 대머리 기사가 자부심으로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강자를 숭배하는 테르샤 제국의 사람들이 대륙 최강자를 논의할 때 항상 등장하는 가주님을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하긴 베네딕의 그 초월적인 강함을 생각해보면 제국에서 인기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네.

   

   비유하자면 유명한 연예인이 갑자기 눈앞에 등장한 거랑 비슷한 상황인 거려나?

   

   “세상에. 그 알른 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니.”

   “…가까이 가서 말 걸어 봐도 되나?”

   “저 굳은살 박힌 주먹에 한 번 맞아보고 싶다.”

   “아서라. 그러다 골로 간다.”

   “여기엔 왜 오신 거지? 설마 투기장에 참가하러 오신 건가?”

   “…이번 투기장도 참가하긴 글렀군.”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혹시 아는가! 기적이 일어나 주먹을 맞댈 수 있게 될지!”

   

   베네딕을 중심으로 한 소란은 거리를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더욱 더 거대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데 익숙한 나조차도 따끔거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탈주해서 여기에 올 걸 그랬어. 난 전투경험을 쌓으러 온 거지 구경거리가 되러 온 게 아니라고.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커다란 인파가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거겠지.

   

   가문의 무력을 데리고 거리로 나온 그는 인파를 해산시킨 후 해맑은 미소와 함께 베네딕에게 다가왔다.

   

   “세상에! 알른 백! 영지에만 있던 당신께서 진짜 이 곳에 올 줄이야!”

   “바드로넬 백. 실례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미리 연락을 받았음에도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은 제 잘못이지요!”

   “허나.”

   “됐습니다! 그보다 옆에 계신 아름다운 영애의 소개를 해주십시오!”

   “이 쪽은 제 딸 루시 알른입니다.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연하지요! 켄트 가문의 영애에 이어 또 다시 왕국의 명성을 드높일 신성이 태어났노라 이야기가 자자한데 어찌 그 이름을 모를까요!”

   

   중간에 이야기를 끊은 바드로넬은 내 쪽으로 휙 고갤 돌리더니 방긋 웃으며 인삿말을 전했다.

   

   “반갑습니다! 알른 영애! 바드로넬 아딜라! 이 영지의 주인 되는 사람입니다!”

   

   ‘안녕하세요. 루시 알른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강아지 같은 허접 백작. 루시 알른이라고 합니다. 꼬리를 말아버린 비굴한 태도가 참 잘 귀여우시네요.”

   

   메스가키 스킬로 번역된 인사말이 끝난 순간 바드로넬의 눈에 살의가 깃든다.

   

   하아.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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