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동생’인 허그 사신과 놀기 위해, 미니 사신들이 잔뜩 모여 있는 마시멜로 평원.
나는 허그 사신을 손바닥 위에 올려다 두고 천천히 관찰했다.
‘이번 녀석은 나랑 닮은 건가?’
뭐 닮았다면 닮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체형부터 스타일까지 달라진 부분이 많아서 그런 느낌은 많이 들지 않았다.
사실 초록 사신도 조금 그런 느낌이긴 했지.
‘생각보다 강해 보이네.’
허그 사신은 무해해 보이는 표정에다가 ‘허그!’ 거리고만 있었지만, 그 몸의 중심에서 강렬한 존재감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허그 사신을 손바닥 위에 올려다 두고 의지를 보냈다.
‘너는 뭘 할 줄 아니?’
허그 사신은 제1 검급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으니까, 내 자동사냥 라이프에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그!’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허그 사신은 그저 ‘허그!’라는 의지를 전할 뿐이었다.
‘그래……. 허그를 할 수 있구나.’
나는 허그 사신의 대답을 듣고, 허그 사신을 다시 프리 허그 존으로 돌려보냈다.
‘뭐, 허그 사신의 능력은 나중에라도 확인할 수 있겠지.’
허그 사신이 다시 미니 사신들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차례차례 껴안아 주는 것을 바라보며, 허그 사신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정리했다.
‘허그!’
‘허그!’
나는 허그 사신과 미니 사신들이 내뿜는 ‘허그!’를 뒤로하고, 마시멜로 평원의 한적한 공터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적당한 공터에 자리를 잡고, 이번에 새로 얻은 헤일로를 손에 쥐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헤일로.
‘이번 헤일로는 어떤 능력일까?’
나도 속을 만큼 강력했던 정신 오염?
태평양을 전부 뒤덮어버렸던 거미줄?
마치 문어 몇백 마리가 있는 느낌이었던 촉수들?
아니면 어지러울 정도로 많았던 눈알들?
현실을 이리저리 뒤틀었던 공간 침식?
나는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눈을 질끈 감고 헤일로를 머리 위에 뒤집어썼다.
‘어?’
그리고 헤일로를 쓸 때마다 느껴졌던 익숙한 고통을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고통이 찾아오지 않았다.
설마 헤일로의 색이 중요했던 걸까?
흠, 그렇다면 아픈 헤일로는 전부 미니 사신에게 씌우는 쪽으로 해야겠네.
히히.
헤일로를 머리 위에 쓰는 순간, 나는 헤일로의 능력을 대략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헤일로에 이름을 붙이자면 ‘융합의 헤일로.’쯤이 아닐까?
나는 헤일로를 실험해 보기 위해서, 주변을 뚜방뚜방 돌아다니던 황금 사신 둘을 붙잡았다.
‘엄마?’
무슨 일이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황금 사신들.
나는 그 아이들을 향해서 헤일로 능력을 사용했다.
‘???’
그러자 황금 사신들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뭉쳐지더니, 황금색 구체로 변해버렸다.
‘등장!’
그리고 몇 초 정도 뒤에, 구체를 부수며 황금 사신 하나가 튀어나와서 의지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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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융합 황금 사신을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뭐가 바뀐 건지 살펴보았다.
‘히히, 간지러.’
황금 사신은 내가 만지는 게 간지러운지, 몸을 움츠리며 웃었다.
우선 키가 조금 늘어났네.
키 두 배가 아니라, 부피 두 배가 된 셈인가.
그리고 몸에서 나오는 황금빛이 엄청나게 강해졌어.
이건 두 배 이상이야.
충분히 살펴본 나는 융합 황금 사신을 미니 사신 정원에 풀어놓았다.
‘앗! 커다래!’
황금 사신들은 융합 황금 사신이 신기한지, 눈동자를 반짝이며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키가 다들 비슷비슷한 황금 사신 사이에서 혼자 불쑥 튀어나와 있는 걸 보니 조금 웃음이 나왔다.
‘???’
그렇게 모여든 황금 사신들은 다짜고짜 격투를 시작했다.
갑자기?
좀 커다란 아이가 나타났다고 격투라니, 생각보다 난폭한 것 같은 느낌.
하지만 황금 사신들의 표정을 보면 너무나 해맑아서, 그런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으앙!’
상당히 강하네.
단순히 전투력은 단순히 두 배라고 볼 수 없는 건가?
융합 황금 사신은 황금 사신 여럿과 싸워도 여유롭게 이길 수 있을 만큼 강했다.
‘히히!’
융합 황금 사신은 바닥에 대자로 널브러진 황금 사신들 사이에서 양손을 번쩍 들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융합 황금 사신의 영광은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융합 헤일로가 부여한 효과가 사라지자, 다시 황금 사신 둘로 분열되어 버렸다.
‘앙대!’
‘앙대!!’
그리고 다시 일어서서 마주 보고, 서로를 꼭 껴안았지만, 다시 융합되는 일은 없었다.
‘앙대!!!’
***
“사람이 엄청 많아.”
잿빛 소녀가 어깨 위에 노란 사신을 올려둔 채 중얼거렸다.
소녀의 눈앞에는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가 가득 차올라 있었다.
하늘에는 거대한 풍선이 떠 있었고, 그 아래로 <회색 사신 테마파크 오픈!>이라는 글씨가 적힌 천이 바람에 나부꼈다.
잿빛 소녀는 쭈글쭈글한 노란 사신을 한번 바라보고는, 그 열기의 도가니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매표소 앞은 이른 아침부터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해 보였다.
물론 쿠키 하나를 노란 사신과 나눠 먹고 있는 잿빛 소녀의 얼굴에도 기대감이 가득했다.
“저기 봐, 저 풍선 진짜 커!”
한 꼬마가 어른 남성의 어깨 위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노란 사신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잿빛 소녀를 올려다보았지만, 잿빛 소녀는 작게 웃으며 노란 사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우리 엄마랑 아빠랑 오빠도 점점 나아지고 있어.”
잿빛 소녀의 가족은 여전히 사이가 좋지 못했지만, 점점 좋아지고는 있었다.
목숨이 위험한 커다란 사건을 겪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잿빛 소녀 근처에 잔뜩 돌아다니는 황금 사신 때문에 그런 건지.
이유가 어쨌든 간에 좋아지고 있었다.
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테마파크에 같이 올 정도가 될지도 몰랐다.
그렇게 매표소의 줄이 전부 줄어들어서 잿빛 소녀의 차례가 왔다.
“어서 오세요, 회색 사신 테마파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날씨가 상당히 더울 텐데, 매표소 직원은 방긋방긋 웃으며 잿빛 소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잿빛 소녀도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마주 인사하고, 매표소 직원을 바라보았다.
‘!’
잿빛 소녀가 바라본 매표소에는 굉장히 특이한 점이 있었다.
매표소 내부를 가득 채운 황금 사신이 그것이었다.
‘안녕!’
‘노란 동생이다!’
황금 사신이 어찌나 많은지, 매표소에 투명한 창문에 해맑은 표정으로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을 정도였다.
잿빛 소녀는 그런 황금 사신들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 준 뒤,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테마파크 자유 이용권 하나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매표소 직원은 컴퓨터를 잠시 조작하더니, 잿빛 소녀를 바라보며 한 안내판을 내밀었다.
“회색 사신 테마파크에는 두 종류의 자유 이용권이 있는데, 어떤 것이 좋으신가요?”
안내판에는 두 종류의 이용권을 설명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애착 사신에게 묶어주는 허리띠 형식의 자유 이용권.
두 번째는 허리띠를 한 황금 사신을 제공하는 형식의 자유 이용권.
‘어라? 이런 식이면?’
잿빛 소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미니 사신 친구도 없으면서, 황금 사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나요?”
“그런 사람은 없답니다.”
그러자 매표소 직원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었다.
“그렇구나…….”
잿빛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자유 이용권을 받았다.
선택한 자유 이용권은 허리띠 형식의 이용권.
잿빛 소녀가 노란 사신에게 예쁜 벨트처럼 생긴 자유 이용권을 묶어주자, 노란 사신은 행복한 것처럼 후히히 웃었다.
자유 이용권을 사고 테마파크 내부로 들어서자, 커다란 회색 사신 동상이 잿빛 소녀를 반겨주었다.
‘엄마 동상!’
‘엄마!’
동상을 발견한 미니 사신은 하나같이 반가운 표정으로 웃으며 동상의 자세를 따라 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동상 밑은 미니 사신 포토 존이 되어버렸다.
수많은 미니 사신이 회색 사신 동상의 자세를 따라 하고, 애착 인간들은 그것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며 사진으로 남겼다.
잿빛 소녀가 미니 사신이 잔뜩 올라선 단상 위에 노란 사신을 올려둔 뒤 빤히 바라보자, 노란 사신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세를 잡고 쭈글쭈글한 미소를 지었다.
노란 사신은 입꼬리에 쥐가 날 것 같았지만, 애착 인간을 위해서 있는 힘껏 미소를 지었다.
“귀여워!”
잿빛 소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즐거운 표정으로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다시 노란 사신을 자기 어깨 위에 올린 잿빛 소녀는 테마파크 지도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갈까?”
후후, 하고 웃는 잿빛 소녀가 정말 행복해 보여서, 노란 사신도 작게 따라 웃었다.
***
회색 사신 테마파크 보안실.
회색 사신 테마파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감시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된 곳이었다.
테마파크 내부에는 오브젝트를 활용한 시설이 상당히 많았기에, 보안실의 시설은 상당히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식당가를 비추는 평범한 카메라부터 시작해서.
오브젝트 관람실을 감지하는 첨단 센서들까지.
제임스 연구소에서 제공해 준 최첨단 장비들이 가득했다.
그때, 오브젝트 관람실을 비추는 카메라에 이상한 장면이 비치기 시작했다.
관람실 내부에는 투명한 젤리 같은 몸을 가진 3m 크기의 오브젝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치 오브젝트를 격리하는 벽을 갉아 먹는 것처럼.
그 위험천만한 모습은 관람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각도였는지, 그 오브젝트 앞에 모여 있는 관람객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오브젝트를 배치한 테마파크라서, 그 밖에도 크고 작은 이상들이 카메라에는 잔뜩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보안실의 분위기는 태평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 있는 직원들은 세희 연구소 보안팀이었으니까.
“사신아, 까까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