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정원의 깊숙한 곳, 롤러코스터가 원심분리기같이 빠른 속도로 레일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램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 고민이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흠….
하얀 아귀에게서 얻은 ‘추적 능력’은 예전에 램프의 주인을 찾는 데 성공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마치 누군가가 방해라도 하는 듯, 추적이 불가능해진 상태였다.
‘도무지 방법이 보이질 않네.’
미니 사신들에게 지구상의 모든 가스램프를 부수라고 명령하면 뭔가 반응이 오려나?
게다가 램프의 남자는 외신의 격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내 감각에는 외신 급을 넘는 전투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나름대로 신뢰할 만한 내 감각이 전해주는 모순되는 정보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정원을 거닐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근처에서 나를 부르는 의지가 뿜어져 나왔다.
‘엄마!’
‘신호등이야!’
시선을 내려보니, 각자 다른 색의 미니 사신들이 3층 탑을 쌓은 채 나를 부르고 있었다.
제일 밑에는 세상 행복해 보이는, 히히 웃는 검은 사신.
중간에는 검은 사신에게 억지로 끌려 나온 것 같은 푸른 사신.
가장 위에는 이런 놀이에 의외로 빠지지 않는 노란 사신.
그렇게 나를 올려다보며 두근두근한 표정을 짓는 녀석들을 향해, 내 솔직한 감상을 돌려주었다.
‘신호등이 아니잖아!’
그렇게 의지를 보내며, 손가락으로 미니 사신 3층 탑을 햄버거처럼 꾹 눌렀다.
‘으앙!’
그러자 신호등인 척하는, 신호등이 아닌 미니 사신들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신호등을 할 거면 붉은색은 꼭 넣었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돌아보자,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붉은 사신들이 없네….’
언제나 마시멜로 평원을 뛰어다니며 하얀 아귀를 사냥하던 붉은 사신들이 보이지 않았다.
붉은 아이들이 뛰어놀던 자리에는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하얀 아귀들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이 더 있었다.
‘이런 놀이에는 황금 사신은 절대로 빠지지 않을 텐데….’
하지만 붉은 사신과 마찬가지로 마시멜로 평원에 황금 사신은 흔적조차 없었다.
‘???’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검은 사신이 의회 장악을 위해 전부 담가버렸나?
삐이-!
나는 흑막으로 의심되는 검은 사신의 양 볼을 쭉쭉 늘리며, 황금 사신의 위치를 감각으로 찾아나갔다.
그 순간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필수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황금 사신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황금 사신과 붉은 사신들이 감각에 잡히지 않았다.
검은 사신들이 했다기에는 너무나 큰 스케일의 사건이었다.
‘나에게 아무 말도 없이, 단체로 외신의 영역으로 들어간 건가?’
나는 의문을 품은 채, 세희 연구소를 경비 중인 황금 사신에게로 순간 이동했다.
그리고 물었다.
‘황금 사신들, 어디로 갔는지 알아?’
그러자 황금 사신은 정말 깜짝 놀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비밀이야!’
나는 감히 도망가는 녀석을 댖지 빔으로 댖지로 만들어버렸다.
‘앙대!’
나는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황금 사신을 내려다보며 심문을 시작했다.
붉은 사신들과 황금 사신들이 어디로 갔는지.
위험한 상황에 빠져있는지.
그리고 왜 비밀인지.
하지만 보통 금세 실토하던 것과 달리, 이번 황금 사신은 예상외로 입이 무거웠다.
나는 그게 조금 짜증 나서, 댖지 황금 사신을 입 속에 넣어버렸다.
‘으앙!’
***
송파구 외곽에 위치한 제임스 타워.
그 최상층 집무실에서 제임스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모니터 화면에는 회색 사신 특수 대책팀이 조금 전 보내온 보고서가 띄워져 있었다.
제임스는 보고서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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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동시에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기나긴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자, 그 결론은 간결하지만 명확하게 쓰여있었다.
<최종 결론>
– 상기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노란 탐정이 지목한 빙의형 오브젝트는 이미 파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 연기 냄새가 사라진 것과 회색 사신의 이동은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로 판단됩니다.
– 본 보고서의 결론은 현재까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도출되었으며, 추가적인 증거가 발견될 경우 결론이 변경될 수 있음을 밝힙니다.
“흠.”
제임스는 그들이 보내온 보고서를 전부 읽고는, 작게 침음성을 흘렸다.
보고서를 모두 읽고 나니, 제임스도 노란 탐정이 지목한 오브젝트가 사라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노란 탐정의 갑작스러운 등장, 텍사스의 오브젝트, 그리고 회색 사신의 움직임.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제임스는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울의 야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제임스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직 중요한 무언가가 해결된 것 같지 않아….’
그러나 이제 슬슬 철수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지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에, 제임스 연구소는 해야 할 일이 많았으니까.
제임스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이 보고서를 근거로 텍사스에 파견된 특수 임무 팀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내린 후, 제임스는 피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황금 사신이 없으니, 두 배로 피곤한 것 같은 기분이야.”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금 사신은 없었을 텐데, 없었던 시절이 까마득한 과거로 느껴졌다.
제임스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다음 보고서를 열었다.
모니터에 떠오른 제목이 그의 주의를 끌었다.
<미니 사신 우호 여론 증가 프로젝트 중간 보고서>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상하군. 아직 보고서가 나올 시기가 아닌데….”
그의 손가락이 마우스를 움직여 스크롤을 내리기 시작했다.
첫 문장부터 그의 주의를 사로잡았다.
<현재 황금 사신 보급률 50% 돌파를 기점으로, 미국 본토 내에서 ‘미니 사신을 가지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보고서에는 수많은 신문 기사와 미보도 사건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하나씩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황금 사신의 애착 인간이기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황금 사신의 정신 오염 때문인지.
황금 사신 관련 사건 사고는 온건한 편이었다.
미니 사신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본다는 신문 기사부터.
형사가 미니 사신이 없는 사람 좋은 청년이 수상하다는 이유로 밀착 감시 끝에 살인 사건을 막아냈다는 이야기.
그리고 애착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 면접에서 떨어진 사례까지.
이 모든 상황이 우려스럽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상기시켰다.
‘인류의 미래는 미니 사신들에게 달려 있어. 이런 과도기적 혼란은… 어쩔 수 없는 거야.’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 도달하자, 그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보급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이런 갈등이 봉합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황금 사신이 사라졌기에 보급률 증가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이에 따라 미니 사신 비보유자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큰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제임스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온갖 시나리오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천천히 눈을 뜨고 책상 위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디 간 거니….”
그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작은 케이크 접시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인간이 쓰기에는 너무 작은, 마치 장난감 같은 크기의 접시였다.
그 접시 위에는 황금 사신이 경호용으로 놓고 간, 미니 하얀 아귀가 대신 누워있었다.
***
후배 2호는 진화액에 잠긴 도시를 조심스레 걸어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녀의 가슴은 불안감으로 쿵쿵 뛰었다.
검은 사신이 옥판을 봤다는 곳으로 향하면 향할수록, 주변을 메운 거울들이 커지고 많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울들은 하나같이 부서졌다가, 억지로 꿰맞춘 것처럼 보였다.
거울 조각들 사이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와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불안해…!”
후배 2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끊임없이 주변을 살폈다.
마치 거울 속에서 언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듯이.
그 모습을 보고, 황금 뿔 사신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처럼 후배 2호의 뺨을 토닥거렸다.
하지만 후배 2호의 불안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길고 긴 거울의 통로를 지나 마침내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거대한 거울들로 이루어진 분지였다.
분지의 중앙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거울이 우뚝 서 있었고, 그 뒤로 성녀가 있던 건물과 비슷한 분위기의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저기야!’
검은 사신이 손가락으로 분지 너머 커다란 신전을 가리켰다.
쿵. 쿵. 쿵.
그 순간, 갑자기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거울 속에 어떤 형체가 비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했지만, 점점 또렷해졌다.
그 모습은 너무나 끔찍해 후배 2호는 숨을 들이켰다.
거대한 낫을 든 괴물이었다.
그 몸은 검은 망토로 뒤덮여 있었고, 머리 대신 길쭉한 꼬챙이가 달려 있었다.
그 꼬챙이 끝에서는 끊임없이 진화액이 솟아올라 끔찍한 형상의 머리를 이루고 있었다.
아직 거울 밖으로 완전히 나오지도 않았는데 압도적인 존재감을 풍기는 이 오브젝트에, 후배 2호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쿵. 쿵.
끔찍한 오브젝트가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특급…? 아니, 그것보다 강해 보여….”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쩌저적.
이제 거울 속의 오브젝트는 낫 모양의 거대한 날을 거울 밖으로 꺼내, 천천히 그 몸을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거울은 저 강력한 오브젝트가 빠져나오는 것만으로도, 천천히 갈라지며 부스러졌다.
그 순간, 황금 뿔 사신이 작은 손을 들어 오브젝트를 가리키며 의지를 뿜어내었다.
‘적이야!’
그러자, 보라 사신의 그림자 속에서 수많은 황금 사신과 붉은 사신의 머리통이 떠올랐다.
미니 사신들은 바닷속에서 해변을 향해 걷는 것처럼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그림자 밖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는 황금 사신 제1 검과 붉은 태양 사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황금 사신 제1 검과 눈이 마주친 거울 속 오브젝트는 천천히.
쿵. 쿵.
천천히 거울 속으로 다시 사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