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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5

순간이동 특유의 감각이 가시자, 나를 감싸고 있는 것은 짙은 연기뿐이었다.

심상치 않은 규모와 강도를 가진 ‘엄마아아아!’를 따라 이곳에 도착했지만, 주변은 온통 불투명한 안개 같은 연기로 가득했다.

마치 외신의 영역처럼 감각을 속이고, 이리저리 뒤트는 연기.

뭔가를 태우는 듯한, 희미한 냄새가 연기 속에는 가득했다.

빠른 속도로 시선을 옮기며 주변을 살폈다.

연기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광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마치 전쟁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폭격을 당한 것 같은 폐허가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은 폭격의 충격에 물러졌는지, 내가 순간 이동하며 공중에서 떨어진 충격으로 우두둑 소리를 내며 깨어졌다.

연기가 사이로 무너져 내린 건물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현대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었다.

철근은 보이지 않았고, 커다란 바위를 층층이 쌓아 만든 건물들.

완전히 부서지고 무너져 내려서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한 양식의 건물이었다.

바닥에는 부서진 유리와 거울 조각들, 그리고 먼지와 재뿐이었다.

이곳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그때, 연기 가득한 폐허 속에서 희미한 장작의 불꽃이 느껴졌다.

인간이 내뿜는 미약한 장작의 빛.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노란 탐정…?’

탐정과 그의 후배들, 그리고 황금 뿔 사신의 모습이 연기 사이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난 노란 탐정이 조금 의문스러웠지만, 근처에 있는 황금 뿔 사신을 보자 이 상황이 이해되었다.

황금 뿔 사신이 나를 불렀구나.

최초의 가출 사신은 계속 탐정 일행과 어울려 다녔으니, 탐정 일행이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황금 뿔 사신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엄마!’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의 인사를 받아줄 틈이 없었다.

그야 황금 뿔 사신의 너머에는 신경 쓰이는 오브젝트가 둘이나 있었으니까.

‘예린이…?’

첫 번째는 흑색과 백색이 이리저리 뒤섞인 미니 예린이의 복장을 한 오브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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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예린이라고 착각할 만한 생김새였지만, 명백히 인간이 아니었다.

한쪽 눈이 유리처럼 깨져 있었고, 원래 예린이 지녔던 황금색 장작 대신 하얗게 타오르는 맛없는 장작을 지니고 있었다.

원래 예린이가 황금 예린이라면, 이 가짜 예린이는 하얀 예린이라고 부르면 되겠지.

그리고 그 가짜 예린 너머에는 두 번째 오브젝트가 보였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브젝트, 램프의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그를 마주한 순간, 전신에 긴장감이 흘렀다.

가까이에서 대면한 램프의 남자는 내 예상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겉보기에 외신 급은 아니었지만, 내 직감은 방심해서는 안 될 강적이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나를 피해 도망 다니길래, 약한 줄 알았는데….

힝.

***

후배 2호의 눈동자에 긴장감이 어렸다.

그녀의 시선은 연기 속에서 펼쳐지는 격렬한 전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애착 사신인 황금 뿔 사신은 이미 회색 사신과 함께 전장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있었다.

대신 후배 2호의 주위로 말랑 폭신한 하얀 아귀들이 몰려들어 자리를 잡았다.

마치 황금 뿔 사신을 대신해 그녀를 지키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전투의 시작은 주변 환경이 뒤바뀌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포탄과 총알로 쑥대밭이 된 지면이 순식간에 하얀 마시멜로로 변모했고, 매캐한 연기로 가득했던 공기는 달콤한 핫초코 향으로 채워졌다.

이 달콤한 대지에서 무수한 미니 사신들이 솟아 나와 램프의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최초의 공격은 해외 SNS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검성 혹은 소드 마스터라고 불리는 황금 사신이었다.

휘두른 검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색 검격이 공간을 가르며, 램프의 남자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강력한 일격은 램프의 남자에게 닿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일반인도 느껴질 만한 거대한 힘이 그 참격에서 느껴졌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니?

참격이 날아가면서 남긴 공간의 균열이 없었다면, 참격 자체가 헛것이라고 느껴졌을 것이다.

‘!’

그래서 그런지 회색 사신만큼이나 무표정한 소드 마스터 황금 사신의 얼굴에 순간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바로 그때, 회색 사신이 움직였다.

회색 사신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헤일로를 뒤집어쓰며 황금 뿔 사신과 소드 마스터 황금 사신, 그리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황금 망토 사신을 하나로 합쳐버렸다.

그렇게 탄생한 황금알에서 튀어나온 황금 사신은 압도적인 기운으로 전장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늘 위로 황금색 오로라가 일렁이고, 그 황금빛 물결에서 끝없는 황금색 불꽃이 흘러내렸다.

등 뒤에서 펄럭이는 망토는 하늘을 향해 나풀거리며, 마치 하늘에서 일렁이는 오로라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황금 사신이 쥔 검에서 하늘을 반으로 잘라버릴 것 같은 검격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압도적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오브젝트라도 다진 고기가 되어버리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공격.

폐허를 가득 채웠던 연기는 황금의 검격에 모두 흩어져 버렸고, 주변은 이미 마시멜로로 가득 차버렸다.

후배 2호는 압도적인 광경에 넋을 잃었다.

설마 황금 뿔 사신이가 이대로 이겨버리는 것 아냐?

후배 2호가 무심코 그렇게 생각해 버릴 정도로 대단하고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공간째로 완전히 부스러진 폭심지에서 연기가 천천히 피어오르더니 램프의 남자가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램프의 남자는 입을 열어, 후배 2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염파를 외쳤다.

[ ■ ■ ■ ■ ■ ■ ■ ■ ■ ■ ■. ]

그 순간, 회색 사신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든 미니 사신을 뒤로 물렸다.

합쳐졌던 황금 사신 3종도 분리되어, 회색 사신의 뒤쪽으로 물러섰다.

한바탕 싸우고 후배 2호에게 돌아온 황금 뿔 사신은 굉장히 지친 모습이었다.

후배 2호는 축 늘어진 황금 뿔 사신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회색 사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근처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후배 2호가 고개를 돌리자, 죽은 것처럼 잠들어 있던 노란 탐정이 천천히 눈을 뜨고 있었다.

***

[너는 나를 상처입힐 수 없다.]

램프의 남자가 그렇게 말하고 다가오기 시작하자, 무언가가 나를 옥죄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이용해서 램프의 남자를 바라봤지만, 아무리 봐도 그의 파괴 조건은 보이지 않았다.

뭔가가 파괴 조건 확인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으음….’

나는 어떻게 하면 조건을 볼 수 있을지, 어렴풋이 직감하고 있었다.

아마 ‘죽음을 보는 헤일로’를 쓰거나, 검은 거인의 육신을 입으면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죽음을 보는 헤일로’는 쓰는 법을 모르고, 검은 거인의 시체는 이상하게 뒤집어쓰기가 싫었다.

일곱 달을 모두 모은 뒤로는, 이상하게 검은 거인을 부르는 순간 모든 것이 박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나는 공간의 헤일로를 뒤집어쓰고 끊임없이 공간을 절단했지만, 전부 램프의 남자에게 닿지 않았다.

내가 램프의 남자를 상처입히지 못하는 것이 ‘이 세계의 규칙’인 것처럼.

마치 외신의 세상에서 외신과 싸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주변은 이미 미니 사신 정원으로 가득 채웠는데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다니?

공간 지배로 전후좌우를 모두 뒤집어 버리거나 공간째로 램프의 남자를 밀어내기도 했지만, 그 어느 것도 효과가 없었다.

[너의 힘으로는 나를 죽일 수 없다.]

램프의 남자는 걸어오는 것을 멈추고,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날 적대하지 마라.]

[이런 식이라면, 난 널 쉽게 죽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램프의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내가 있는 공간이 부스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공간의 헤일로로 공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한쪽 손이 부스러진 나는, 예상치 못한 반격에 깜짝 놀라서 램프의 남자에게 거리를 벌렸다.

[그런가, 계약의 일마저 잊어버린 건가….]

딱. 딱. 딱.

램프의 남자가 손가락을 튕길 때마다, 공간과 함께 내 팔다리가 잘려 나갔다.

장작으로 순식간에 재생하기는 했지만, 일방적으로 한쪽의 공격만 통하는 불합리한 상황이었다.

‘진짜로 검은 거인을 꺼내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시작하자, 램프의 남자는 손가락 튕기기를 멈추더니 염파를 보냈다.

[다시 한번 말하지. 나를 공격하지 마라.]

[너는 끝까지 살아서, 인간이 직접 만드는 종말을 봐야 하니까.]

그리고 램프의 남자가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튕기자, 내가 있는 공간이 통째로 부스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공간의 헤일로로 공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전신이 파괴된 나는, 그렇게 미니 사신 발할라에서 눈을 떴다.

‘강하네.’

역시 검은 거인을 불러내야 하는 걸까?

그렇게 발할라에 누워서 멍하니 생각하던 중, 갑자기 예전에 꿨던 꿈이 떠올랐다.

푸른 소녀와 계약의 마도서가 계약하는 꿈.

의미심장한 꿈이었고 나름대로 의미를 생각해 보았던 꿈이었지만, 어느새 기억의 저편에 밀어뒀던 꿈이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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