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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7

Chapter: 457

   지난 번 연금술사를 상대할 때 조이는 자신의 마법으로 그 곳에 자리한 악신의 권능을 해석해보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헤매다 만들어낸 이적은 조이의 입장에서도 놀라운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 다시 해보라 그러면 스스로도 할 수 있을까 의문스러운 게 현상일 정도로.

   

   허나 그 때 조이가 도달했던 광경은 분명한 진실이었고 우연일지라도 한계 너머에 도달해보았단 사실은 조이의 시야를 한층 더 넓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기에 조이는 눈앞의 영애가 지닌 기운이 무언가 이상하단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저건 단순히 기운이 특이하다는 수준에서 단정내릴 수 있는 게 아냐.

   

   “파트란 영애?”

   “…아. 죄송합니다. 영애분들의 이름을 떠올리다 보니 잠시 실례를 끼쳤네요.”

   

   조이는 웃음을 지으면서 1학년 영애들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로 호명된 1학년들은 파트란 가문의 영애가 자신들을 기억해줬단 사실에 들떠 새된 목소리를 냈다.

   

   이전부터 사교계에서 큰 명성을 떨쳤고 아카데미에 들어온 후에도 이름이 줄어들긴커녕 여러 성적으로 자신을 증빙한 조이는 여러 영애들에게 있어 동경이라 부를만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들뜬 분위기에서 이어지던 조이의 목소리는 켄트 영애의 활기참을 지나 기이한 기운을 지닌 영애에게로 도달했다.

   

   “클레브 자작 가문의 차녀시죠? 이전에 클레브 영지에 방문했을 때 뵈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자그마한 영지의 사람을 기억해 주시니 실로 영광스럽습니다.”

   “자그마하다뇨. 겸손이 너무 과하시네요. 멋진 장미가 피어나는 클레브 자작가문이 작다면 다른 가문은 어떻게 되나요.”

   

   조이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주변의 영애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말고도 클레브 자작가문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요?”

   “저도 기억합니다. 정원이 너무도 멋진 곳이었어요.”

   “장미향이 서린 차는 또 어떻고요.”

   “…자연과 함께한다는 분위기가 참으로 좋았죠.”

   

   말 한 마디를 꺼냈을 뿐이거늘 다과회를 나누는 곳에 있던 영애들은 조이가 꺼낸 말에 동조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였다.

   

   그 중에는 정말로 클레브 가문을 기억하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대충 주변의 분위기에 발맞추기 위해 되는 대로 헛소리를 지껄이는 이들도 있었다.

   

   허나 거기에 있는 자들 중 누구도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지적하진 않았다.

   

   그들이 입을 여는 까닭은 어디까지나 파트란 영애에게 맞추어주기 위함.

   

   파트란 영애가 굳이 지적하지도 않는데 다른 이를 건드리는 것은 다과회의 분위기를 망침과 동시에 다른 적을 만들어내는 일이니.

   

   럼리 가문의 영애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섬에 따라 세력 내 다툼도 없어진 지금 굳이 갈등을 만들어내려는 자는 없었다.

   

   “아하하.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애분들.”

   

   클레브 자작 가의 영애 또한 그 분위기에 맞추어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흘려가려던 중 갑작스레 조이가 살짝 낮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면 클레브 자작께선 평안하신가요? 병환 때문에 힘들어하신다고 들었었는데.”

   

   클레브 자작의 병환.

   

   이 주제가 언급되자 영애들끼리 서로 눈치를 봤다.

   

   자작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모르기에 눈동자를 굴렸고.

   

   자작에 대해 아는 자들은 자신이 아는 것과 조이가 한 말이 다르기에 눈동자를 굴렸다.

   

   활달한 사내인 클레브 자작은 병환과는 한없이 거리가 먼 인종이었으니까.

   

   파트란 영애께서 무언가를 착각하신 걸까?

   

   아님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영애께서 먼저 들으신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일부러 다른 사람들을 평가해보기 위해 거짓을 입에 담으신 걸까?

   

   조이의 의도를 읽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영애들은 그 끝에 입을 다물고 조이에게 동조하는 것을 택했다.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툭 튀어 나가는 방식은 귀족 가문 영애들의 방식이 아니었다.

   

   “…예에. 많이 쾌차하셨습니다.”

   

   클레브 자작 영애는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정말인가요?”

   

   그 대답에 되물음을 던지는 조이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낮고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다과회장의 분위기를 얼려버린다.

   

   “정말. 쾌차하신 게 맞나요?”

   

   파트란 가문의 공녀가 지닌 푸른 색의 눈동자가. 얼음을 연상케 하는 차가운 눈이. 세상을 내려다볼 권리가 있는 자의 시선이. 클레브 자작 영애를 짓누른다.

   

   그 압박감이 얼마나 강했던지. 자작 영애의 인근에 있던 사람들마저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낄 지경이었다.

   

   왜 저러시는 거지?

   

   무엇이 마음에 안 드시는 거지?

   

   클레브 자작 가문에서 무언가 실수를 한 건가?

   

   다과회장의 영애들은 조이의 차가움 앞에 당혹을 느꼈다.

   

   사교계에서 오래 함께 해온 그들은 파트란의 영애가 어떤 성격을 지녔는지에 대해 대충 알고 있었다.

   

   그녀는 차가워 보이는 외모를 지녔지만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비로운 사람이다.

   

   최소한의 선만 지킨다면 그녀가 분노를 표하는 일은 없다.

   

   그런 파트란 영애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작 영애를 압박한다는 건 필시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

   

   눈치를 지닌 다과회장의 영애들은 발소리를 죽인 채 자작영애의 주변에서 멀어져갔다.

   

   조금씩. 조금씩.

   

   얼마 지나지 않아 조이의 앞에 남은 것은 단 둘이었다.

   

   조이가 타박하고 있는 클레브 자작 가문의 영애와 왜 남아 있는지 모를 켄트 가문의 영애 말이다.

   

   시퍼렇게 질린 클레브 자작 영애의 얼굴과 순진무구한 켄트 영애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조이는 방금 전의 심각한 얼굴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순식간에 표정을 풀었다.

   

   “잠시 장난을 쳐 본 것뿐이었습니다. 너무 겁먹지 마세요.”

   “…장난이요?”

   “예. 흔히 신고식이라고 하지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니 재미있어 보여서 한 번 해보았다는 조이의 이야기에 자작 영애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하나 둘 어색한 웃음을 흘린다.

   

   장난치고는 너무 살벌하지 않았냐는 생각을 다들 머리 한 켠에 품었지만 그렇다 하여 그를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은 없었다.

   

   조이에겐 장난이 아닌 것조차 장난으로 만들 힘이 있었으니까.

   

   “과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클레브 영애.”

   “아. 아닙니다! 오히려 파트란 영애께서 친근히 대해주셔서 기쁜 걸요!”

   “아뇨. 제 장난에 잘 어울려주시기도 했으니 부디 보답을 해야겠어요. 따라와 주시겠어요?”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는.”

   “영애. 자꾸만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랍니다.”

   

   조이가 살짝 웃으며 말을 전하자 클레브 영애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향하는 부러움의 시선 속에서 고갤 돌린 조이는 여전히 그 옆을 지키는 켄트 영애를 바라봤다.

   

   “켄트 영애.”

   “네!”

   “당신은 왜 물러서지 않으셨나요?”

   “…왜 물러서야 해요?”

   

   진지하게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고갤 갸웃거리는 걸 본 조이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언니 분과 참 많이 닮으셨네요.”

   

   루시와 함께 있을 때부터 생각한 거지만 정말 한없이 순수하신 분이라니까. 다과회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

   

   “그…런가요?”

   “네. 여러모로.”

   “검술말고는 언니를 닮고 싶진 않은데요…”

   

   시무룩해진 켄트 영애의 모습에 웃음소리를 흘린 조이는 다른 영애들에게 시선을 슬쩍 주고는 클레브 영애를 데리고서 다과회장을 빠져 나왔다.

   

   “저. 파트란 영애.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당신께서 분명 좋아하실 장소로요.”

   

   조이는 클레브 영애와 함께 복도를 걸으며 방금 전에 살폈던 것을 떠올렸다.

   

   클레브 영지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어색한 웃음만 짓고 있던 건 그럴 수 있다.

   

   괜히 진짜니 가짜니 하는 이야기를 해봐야 눈에 띌 뿐이니.

   

   그렇지만 클레브 자작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순간 보여줬던 표정은 분명 이상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내 입에서 듣고도 놀람이나 걱정 같은 것 하나도 없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던 건 내가 아는 클레브의 차녀가 할 행동이 아냐.

   

   이 사람의 정확한 정체는 몰라. 그렇지만 악신과 어떤 식으로건 관계가 있는 건 분명해.

   

   일단 루시나 페이비에게 이 자를 데리고 가서.

   

   조이가 생각을 이어나가던 중 클레브 자작 영애가 갑자기 몸을 뒤로 틀었다.

   

   품 안에 들어가 있는 손에 잡혀 있는 것은 불온한 기운이 잔뜩 담긴 구슬이었다.

   

   저주나 흑마법이 담긴 구슬인가.

   

   경계심을 끌어올리고 있던 조이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마법을 발현시켰다.

   

   그녀의 마력이 빛을 낸 순간 클레브 영애를 흉내내는 가짜의 팔이 얼어붙는다.

   

   지정한 위치를 통째로 얼려버리는 수계열의 마법.

   

   거기에 당한 가짜는 수정구 채로 얼어버린 팔을 보고 당혹 어린 표정을 지었다.

   

   “어설프시네요.”

   

   알른 기사단에서 훈련을 받았던 조이에게 눈앞의 가짜가 보여 준 움직임은 그저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그 곳의 기사분들이었다면 제 마법이 발현 되는 순간을 뚫고 들어왔겠지.

   

   그걸 예상하고 다른 마법도 몇 가지를 준비해놨는데 설마 첫 번째에 무력화 되어버릴 줄은. 확실히 그 곳이 마경이긴 했나봐.

   

   “자. 가짜 분. 진짜 클레브 영애께서 어디 있는지 답해주셔야겠어요.”

   “…싫다면?”

   “그럼 억지로 입을 열게 해드려야죠.”

   

   살벌한 웃음을 지어 보인 조이였지만 이 말은 어디까지나 허세에 불과했다.

   

   파트란의 공녀이자 아낌받는 딸인 그녀가 고문에 대해 무얼 알겠는가.

   

   그렇지만 조이의 속을 모르는 입장에서 이 협박은 무척이나 유효했다.

   

   파트란에 관해 도는 살벌한 소문과 조이가 지닌 악역영애스러움이 합쳐져 허세를 진실로 바꾼 것이다.

   

   “쯧.”

   

   가볍게 혀를 찬 가짜는 한 치 망설임없이 자신의 언 팔을 부셔버리고는 남은 팔로 수정구를 붙잡아 그 곳의 마법을 발현시켰다.

   

   “앗!”

   

   순간 굳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이가 그 마법에 대응하려 했지만 그보다 마법이 효과를 내는 것이 더 빨랐다.

   

   수정구 안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공허의 권능이 되어 가짜를 데리고 간 후. 그 곳에 남은 것은 조이가 다급히 만들어낸 엉망진창인 마법진 뿐이었다.

   

   “아아아앗!”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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