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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8

풍족한 집안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뻥 뚫린 길을 달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와.

불우한 과거에도 포기하지 않고 가파른 절벽을 아득바득 기어올라 끝끝내 높은 곳에 선 사람의 이야기.

두 이야기 중 어느 것이 더 사람의 심금을 울릴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후자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모든 걸 갖고 태어나 성공 가도를 달린 사람의 이야기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온갖 역경을 딛고 마침내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당연한 것이 아니니까.

어떤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보고 동질감을 느끼며 희망을 얻고, 또 어떤 사람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을 얻을지도 모른다.

[카나 너무 불쌍해…]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댓글]

-??

-???

-갑자기?

-방송 안 본 애들 많네

그리고 지금 여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가 하나 추가되었다.

저니에 의해 밝혀진 ‘카나리아 그라시스’라는 NPC의 과거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열까지는 아니더라도 연민의 감정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증오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란 말이 있지만, 때로는 무관심보다 관심이 독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다.

카나의 부모 또한 그런 부류였다.

에런의 설명에 따르면 그들은 딸을 사랑의 결실이 아닌 쓸만한 도구로 생각했다.

만약 그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지 않았다면 지금쯤 카나는 어디 돈 많고 변태적인 취향을 가진 이의 노리개가 됐거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부모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카나는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나이에 아무런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함께 빈민가를 떠돌았다.

어떤 생활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평범한 삶과 거리가 멀었으리란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찌저찌 사나 싶었더니 이번엔 마물 무리가 도시를 덮쳤다.

비록 타이밍 좋게 지원을 온 가리드에게 운 좋게 구해지긴 했지만, 그 모든 일이 고작 여섯 살의 어린 소녀가 겪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

세상에 불우한 과거를 가진 사람은 많고, 알려지지 않은 채 잊히는 사람도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그런 사람을 실제로 보면 아무렇지 않게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에런이 저니에게 카나의 과거를 들려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카나를 잘 부탁한다는, 에런 나름의 암묵적인 허락이자 부탁.

다만, 실리아 세계의 원주민인 그가 미처 알 수 없었던 것이 있었으니….

-ㅠㅠㅠㅠㅠㅠㅠ

-분명 오늘은 맑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비가…?

-겁나 뻔한 스토린데 이게 뭐가 슬프다고ㅋㅋㅋㅋ ..어라 나 어째서 눈물이?

저니의 뒤엔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보이지 않는 눈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무려 수십만이 넘는 눈이.

그 결과, 에런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졸지에 그는 수십만의 눈을 촉촉하게 만든 연쇄 눈물 테러범이 되어버렸다.

맨 처음, 플레이어들은 카나를 극악무도한 레이드 보스라고 생각했다.

밸런스 같은 건 개나 줘 버린, 시스템적 결함투성이인 잘못 만든 보스.

그것이 카나의 첫 이미지였다.

그러나 그 이미지는 시간이 흐르고 카나에 대한 정보가 밝혀질 때마다 계속 바뀌었다.

극악무도한 레이드 보스에서 귀여운 소녀로, 귀여운 소녀에서 아버지의 묘를 지키는 사연 있는 소녀로.

그리고 이제는 아픈 과거를 가진 불쌍한 소녀로.

[보스룸에 있던 꽃밭 말인데]

난 카나가 꽃을 좋아해서 가꾸는 건 줄 알았거든

근데 알고 보니까 죽은 아빠(가리드)가 꽃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가꾸고 있던 거래…

정작 아빠는 카나가 꽃을 좋아했으면 해서 꽃을 심게 된 거고

진짜 너무 슬프뮤ㅠㅠㅠ

[댓글]

-말투 진짜 개 때리고 싶네;

┗ㅇㅈ이긴 한데 진짜 불쌍한 것도 맞긴 함..

┗그것도 ㅇㅈ..

[카나 같은 여친이 있으면 좋겠다]

나 하나만 바라보고

내가 죽어도 나를 잊지 못하고 계속 나만 생각하는 여친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인기 끌었던 NPC들 놓고 신붓감 순위 매기면 카나가 닥 1등일 듯 ㅇㅇ

(순애 최고.jpg)

[댓글]

-쓰읍… 원래 ntr파인데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

┗ntr충 죽어

-그러니까 카나 같은 어린아이가 취향이라는 거죠?

┗어?

┗아니 잠깐만

┗외모가 아니라 성격이 취향이라고;

┗(카나 사형이야 콘)

┗변명은 판사님 앞에서 하시고 일단 가시죠

-난 내 여친이 내가 죽은 후에도 계속 나만 생각한다고 하면 슬플 것 같은데

┗나도

-일단 여친을 사귈 수 있을지부터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닐까?

[카나를 마구마구 아껴주고 싶다]

맛있는 거 마음껏 먹여주고

갖고 싶은 거 다 사주고

놀이동산에 데려가서 같이 놀아주고

무서운 꿈꿨다고 칭얼거리면 자장가 불러주면서 다시 재워주고

바퀴벌레를 보고 무서워하면 남자답게 잡은 다음에 토닥여서 위로해 주고

아픈 기억 다 잊을 수 있게 마구마구 아껴주고 싶다

[댓글]

-출동할까요 서장님?

┗흠… 조금 애매한데…

-바퀴벌레 잡아주는 거면 아껴주는 게 맞지 ㅇㅇ

┗과연 카나가 고작 바퀴벌레 따위를 무서워할까?

┗집째로 갈라버릴 거 같은데;

┗??? : 꺄악! 벌레야!(집을 부수며)

┗바퀴벌레 한 번 나올 때마다 1억ㄷㄷ

┗애초에 벌레가 나오는 집을 산 작성자의 잘못이다

-끝으로 갈수록 지가 하고 싶은 걸 말하는 느낌인데

┗처음부터 그랬는데?

-이게 왜 애호가 아니라 진짜 아껴주는 거지?

-(카나 쓰담쓰담 콘)

물론 모든 사람이 연민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데모닌스가 만든 NPC인데]

역대급이다 뭐다 호들갑 오지네

하튼 페도 새끼들 로리캐 하나 나왔다고 발정 나서 달려들기는ㅉㅉ

애초에 인기몰이하려고 대놓고 몰아준 게 훤히 보이는데 그건 보이지도 않지?

진짜 역겨우니까 과몰입 좀 적당히 해라;

[댓글]

-‘찐’

-몰입 안 할 거면 대체 RPG 왜 함?

-네~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현명한 작성자님 말이 다 맞아요~

-그렇게 따지면 할 수 있는 게임이 있긴 하냐?ㅋㅋㅋ 다 게임사에서 만든 억즙 제조기인데?

┗심지어 영화나 만화도 사람이 만든 거임ㅋㅋ

┗이분 다큐만 보시는 분이랍니다. 글 내려주세요ㅡㅡ

-쿨병 말기입니다. 가족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주세요

┗의사 선생님 제발요. 우리 남편 죽을 수 있는 거죠…?

┗순간 뭔가 했네 ㅋㅋㅋ

하지만 아무리 건장한 남자라고 해도 세차게 몰아치는 물살은 거스르지 못한다.

비록 현실과 달리 인터넷 세상 속 물살은 실체가 있는 게 아니지만, 그 힘은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그렇게 물살에 휩쓸린 이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한동안은 멈출 것 같지 않은 세차게 흐르는 물살만이 남았다.

* * *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이 돈으로 카나에게 맛있는 거 사주세요’….”

부스럭.

손에 든 쪽지를 읽던 저니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빛이 어렸다.

“뭔데 이거?”

어젯밤, 저니는 에런이 내준 숙소에서 로그아웃한 후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호위 의뢰 때문에 며칠 내내 캡슐에서 자다가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서 꿀 같은 잠을 잔 저니는 그야말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호위 의뢰를 한 걸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기분 좋게 자고 일어나 게임에 접속한 그녀는 숙소의 문을 열었고, 이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문 앞에 쌓인 수많은 물건.

‘내가 택배를 이렇게 많이 시켰었나?’

순간 이곳이 실리아 세계임을 잊고 그런 생각까지 든 저니였다.

방금 읽은 쪽지처럼 짧고 긴 글과 함께 놓인 물건도 있었고, 아무것도 없이 물건만 덩그러니 놓여 있기도 했다.

그중 저니를 가장 황당하게 만든 것은 바닥 한 편에 얌전히 놓인 몇 닢의 제국 주화였다.

글의 내용은 각양각색으로 달랐지만 전하고자 하는 뜻은 별반 차이 없었다.

방송 잘 보고 있고, 이 돈(혹은 물건)이 작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누구한테?

“누구한테는 누구한테야. 당연히 카나한테지.”

쪽지를 몇 개 더 읽어본 저니는 이 모든 것들이 어제의 방송이 일으킨 반향임을 눈치챘다.

그러니까, 이것들은 모두 카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근데, 저번엔 왜 아무 일도 없었지?’

곰곰이 생각하던 저니가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그때는 카나가 지키던 무덤의 주인이 밝혀진 거지, 카나의 과거가 제대로 밝혀진 게 아니다.

게다가 카나가 살던 곳은 워낙 외진 곳이기도 하고, 결계까지 있어서 접근이 용이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저니가 있는 곳은 자유 용병 도시 리베리의 안.

단순히 머물고 있는 플레이어 수만 따져도 수백은 훨씬 넘을 것이다.

저니는 문 앞에 수북하게 쌓인 물건들을 뒤적거렸다.

“이건 돈. 이것도 돈…. 이건 뭐지?”

-쿠키 같은데?

-ㅇㅇ 저거 되게 비싼 쿠키임. 인기도 많아서 아침에 줄 서는 거 아니면 사지도 못함

-와 저거 맨날 오픈런 실패해서 못 샀는데;

-그 정도임?

-비싸긴 한데 그만큼 맛있긴 하더라

“흠… 이게 그렇게 맛있어?”

작은 종이봉투를 열고 쿠키를 꺼낸 저니.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입을 크게 벌렸다.

-그걸 왜 방장이 먹음??

-???????

-실망입니다. 구독 해제하겠습니다

-뺏어 먹을 게 없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자란 애 거를 뺏어 먹다니…

-우우 쓰레기

“아이, 장난이잖아!”

펄펄 끓는 물처럼 요동치던 채팅창은 그녀가 급하게 봉투에 쿠키를 다시 넣은 후에야 잠잠해졌다.

“그나저나, 이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이걸 대체 언제 다 정리한담….”

-오히려 적은 거 아닌가??

-시청자 수 생각하면 적은 게 맞긴 하지

-채널 갈린 거 아니었으면 저것보다 훨씬 많이 쌓였을 듯

-그러면 다른 채널에도 저렇게 있는 거 아님? 채널 갈린 거 모르고 놓은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오…

저니가 물건들의 처리를 고민하고 있을 때, 뚜벅뚜벅 다가오는 묵직한 발소리가 들렸다.

“잘 잤나? …이것들은 다 뭐지?”

“아, 그게….”

저니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다 말고 당황한 표정을 짓는 에런.

아까 문 앞에 쌓인 물건들을 보고 저니가 지은 표정과 똑 닮은 표정이었다.

다행히, 어제와 달리 그녀가 에런에게 이 일의 전말을 설명하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 동료들한테 아이 하나를 돌보게 됐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더니 이렇게 선물을 보내줬네요.”

사실대로 말할 순 없으니 조금의 각색은 있었지만.

“…설마, 카나에 대해 말한 건 아니겠지?”

“그, 그건 아니에요.”

‘말’은 안 했으니 거짓말은 아니야.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내심 찔렸던 저니는 에런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Chapter 48

Chapter 48

풍족한 집안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뻥 뚫린 길을 달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와. 불우한 과거에도 포기하지 않고 가파른 절벽을 아득바득 기어올라 끝끝내 높은 곳에 선 사람의 이야기. 두 이야기 중 어느 것이 더 사람의 심금을 울릴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후자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모든 걸 갖고 태어나 성공 가도를 달린 사람의 이야기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온갖 역경을 딛고 마침내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당연한 것이 아니니까. 어떤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보고 동질감을 느끼며 희망을 얻고, 또 어떤 사람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을 얻을지도 모른다. [카나 너무 불쌍해...]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댓글] -?? -??? -갑자기? -방송 안 본 애들 많네 그리고 지금 여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가 하나 추가되었다. 저니에 의해 밝혀진 ‘카나리아 그라시스’라는 NPC의 과거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열까지는 아니더라도 연민의 감정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증오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란 말이 있지만, 때로는 무관심보다 관심이 독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다. 카나의 부모 또한 그런 부류였다. 에런의 설명에 따르면 그들은 딸을 사랑의 결실이 아닌 쓸만한 도구로 생각했다. 만약 그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지 않았다면 지금쯤 카나는 어디 돈 많고 변태적인 취향을 가진 이의 노리개가 됐거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부모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카나는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나이에 아무런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함께 빈민가를 떠돌았다. 어떤 생활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평범한 삶과 거리가 멀었으리란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찌저찌 사나 싶었더니 이번엔 마물 무리가 도시를 덮쳤다. 비록 타이밍 좋게 지원을 온 가리드에게 운 좋게 구해지긴 했지만, 그 모든 일이 고작 여섯 살의 어린 소녀가 겪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 세상에 불우한 과거를 가진 사람은 많고, 알려지지 않은 채 잊히는 사람도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그런 사람을 실제로 보면 아무렇지 않게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에런이 저니에게 카나의 과거를 들려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카나를 잘 부탁한다는, 에런 나름의 암묵적인 허락이자 부탁. 다만, 실리아 세계의 원주민인 그가 미처 알 수 없었던 것이 있었으니…. -ㅠㅠㅠㅠㅠㅠㅠ -분명 오늘은 맑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비가...? -겁나 뻔한 스토린데 이게 뭐가 슬프다고ㅋㅋㅋㅋ ..어라 나 어째서 눈물이? 저니의 뒤엔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보이지 않는 눈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무려 수십만이 넘는 눈이. 그 결과, 에런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졸지에 그는 수십만의 눈을 촉촉하게 만든 연쇄 눈물 테러범이 되어버렸다. 맨 처음, 플레이어들은 카나를 극악무도한 레이드 보스라고 생각했다. 밸런스 같은 건 개나 줘 버린, 시스템적 결함투성이인 잘못 만든 보스. 그것이 카나의 첫 이미지였다. 그러나 그 이미지는 시간이 흐르고 카나에 대한 정보가 밝혀질 때마다 계속 바뀌었다. 극악무도한 레이드 보스에서 귀여운 소녀로, 귀여운 소녀에서 아버지의 묘를 지키는 사연 있는 소녀로. 그리고 이제는 아픈 과거를 가진 불쌍한 소녀로. [보스룸에 있던 꽃밭 말인데] 난 카나가 꽃을 좋아해서 가꾸는 건 줄 알았거든 근데 알고 보니까 죽은 아빠(가리드)가 꽃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가꾸고 있던 거래... 정작 아빠는 카나가 꽃을 좋아했으면 해서 꽃을 심게 된 거고 진짜 너무 슬프뮤ㅠㅠㅠ [댓글] -말투 진짜 개 때리고 싶네; ┗ㅇㅈ이긴 한데 진짜 불쌍한 것도 맞긴 함.. ┗그것도 ㅇㅈ.. [카나 같은 여친이 있으면 좋겠다] 나 하나만 바라보고 내가 죽어도 나를 잊지 못하고 계속 나만 생각하는 여친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인기 끌었던 NPC들 놓고 신붓감 순위 매기면 카나가 닥 1등일 듯 ㅇㅇ (순애 최고.jpg) [댓글] -쓰읍... 원래 ntr파인데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 ┗ntr충 죽어 -그러니까 카나 같은 어린아이가 취향이라는 거죠? ┗어? ┗아니 잠깐만 ┗외모가 아니라 성격이 취향이라고; ┗(카나 사형이야 콘) ┗변명은 판사님 앞에서 하시고 일단 가시죠 -난 내 여친이 내가 죽은 후에도 계속 나만 생각한다고 하면 슬플 것 같은데 ┗나도 -일단 여친을 사귈 수 있을지부터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닐까? [카나를 마구마구 아껴주고 싶다] 맛있는 거 마음껏 먹여주고 갖고 싶은 거 다 사주고 놀이동산에 데려가서 같이 놀아주고 무서운 꿈꿨다고 칭얼거리면 자장가 불러주면서 다시 재워주고 바퀴벌레를 보고 무서워하면 남자답게 잡은 다음에 토닥여서 위로해 주고 아픈 기억 다 잊을 수 있게 마구마구 아껴주고 싶다 [댓글] -출동할까요 서장님? ┗흠... 조금 애매한데... -바퀴벌레 잡아주는 거면 아껴주는 게 맞지 ㅇㅇ ┗과연 카나가 고작 바퀴벌레 따위를 무서워할까? ┗집째로 갈라버릴 거 같은데; ┗??? : 꺄악! 벌레야!(집을 부수며) ┗바퀴벌레 한 번 나올 때마다 1억ㄷㄷ ┗애초에 벌레가 나오는 집을 산 작성자의 잘못이다 -끝으로 갈수록 지가 하고 싶은 걸 말하는 느낌인데 ┗처음부터 그랬는데? -이게 왜 애호가 아니라 진짜 아껴주는 거지? -(카나 쓰담쓰담 콘) 물론 모든 사람이 연민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데모닌스가 만든 NPC인데] 역대급이다 뭐다 호들갑 오지네 하튼 페도 새끼들 로리캐 하나 나왔다고 발정 나서 달려들기는ㅉㅉ 애초에 인기몰이하려고 대놓고 몰아준 게 훤히 보이는데 그건 보이지도 않지? 진짜 역겨우니까 과몰입 좀 적당히 해라; [댓글] -'찐' -몰입 안 할 거면 대체 RPG 왜 함? -네~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현명한 작성자님 말이 다 맞아요~ -그렇게 따지면 할 수 있는 게임이 있긴 하냐?ㅋㅋㅋ 다 게임사에서 만든 억즙 제조기인데? ┗심지어 영화나 만화도 사람이 만든 거임ㅋㅋ ┗이분 다큐만 보시는 분이랍니다. 글 내려주세요ㅡㅡ -쿨병 말기입니다. 가족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주세요 ┗의사 선생님 제발요. 우리 남편 죽을 수 있는 거죠...? ┗순간 뭔가 했네 ㅋㅋㅋ 하지만 아무리 건장한 남자라고 해도 세차게 몰아치는 물살은 거스르지 못한다. 비록 현실과 달리 인터넷 세상 속 물살은 실체가 있는 게 아니지만, 그 힘은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그렇게 물살에 휩쓸린 이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한동안은 멈출 것 같지 않은 세차게 흐르는 물살만이 남았다. * * *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이 돈으로 카나에게 맛있는 거 사주세요’….” 부스럭. 손에 든 쪽지를 읽던 저니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빛이 어렸다. “뭔데 이거?” 어젯밤, 저니는 에런이 내준 숙소에서 로그아웃한 후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호위 의뢰 때문에 며칠 내내 캡슐에서 자다가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서 꿀 같은 잠을 잔 저니는 그야말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호위 의뢰를 한 걸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기분 좋게 자고 일어나 게임에 접속한 그녀는 숙소의 문을 열었고, 이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문 앞에 쌓인 수많은 물건. ‘내가 택배를 이렇게 많이 시켰었나?’ 순간 이곳이 실리아 세계임을 잊고 그런 생각까지 든 저니였다. 방금 읽은 쪽지처럼 짧고 긴 글과 함께 놓인 물건도 있었고, 아무것도 없이 물건만 덩그러니 놓여 있기도 했다. 그중 저니를 가장 황당하게 만든 것은 바닥 한 편에 얌전히 놓인 몇 닢의 제국 주화였다. 글의 내용은 각양각색으로 달랐지만 전하고자 하는 뜻은 별반 차이 없었다. 방송 잘 보고 있고, 이 돈(혹은 물건)이 작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누구한테? “누구한테는 누구한테야. 당연히 카나한테지.” 쪽지를 몇 개 더 읽어본 저니는 이 모든 것들이 어제의 방송이 일으킨 반향임을 눈치챘다. 그러니까, 이것들은 모두 카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근데, 저번엔 왜 아무 일도 없었지?’ 곰곰이 생각하던 저니가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그때는 카나가 지키던 무덤의 주인이 밝혀진 거지, 카나의 과거가 제대로 밝혀진 게 아니다. 게다가 카나가 살던 곳은 워낙 외진 곳이기도 하고, 결계까지 있어서 접근이 용이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저니가 있는 곳은 자유 용병 도시 리베리의 안. 단순히 머물고 있는 플레이어 수만 따져도 수백은 훨씬 넘을 것이다. 저니는 문 앞에 수북하게 쌓인 물건들을 뒤적거렸다. “이건 돈. 이것도 돈…. 이건 뭐지?” -쿠키 같은데? -ㅇㅇ 저거 되게 비싼 쿠키임. 인기도 많아서 아침에 줄 서는 거 아니면 사지도 못함 -와 저거 맨날 오픈런 실패해서 못 샀는데; -그 정도임? -비싸긴 한데 그만큼 맛있긴 하더라 “흠… 이게 그렇게 맛있어?” 작은 종이봉투를 열고 쿠키를 꺼낸 저니.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입을 크게 벌렸다. -그걸 왜 방장이 먹음?? -??????? -실망입니다. 구독 해제하겠습니다 -뺏어 먹을 게 없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자란 애 거를 뺏어 먹다니... -우우 쓰레기 “아이, 장난이잖아!” 펄펄 끓는 물처럼 요동치던 채팅창은 그녀가 급하게 봉투에 쿠키를 다시 넣은 후에야 잠잠해졌다. “그나저나, 이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이걸 대체 언제 다 정리한담….” -오히려 적은 거 아닌가?? -시청자 수 생각하면 적은 게 맞긴 하지 -채널 갈린 거 아니었으면 저것보다 훨씬 많이 쌓였을 듯 -그러면 다른 채널에도 저렇게 있는 거 아님? 채널 갈린 거 모르고 놓은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오... 저니가 물건들의 처리를 고민하고 있을 때, 뚜벅뚜벅 다가오는 묵직한 발소리가 들렸다. “잘 잤나? …이것들은 다 뭐지?” “아, 그게….” 저니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다 말고 당황한 표정을 짓는 에런. 아까 문 앞에 쌓인 물건들을 보고 저니가 지은 표정과 똑 닮은 표정이었다. 다행히, 어제와 달리 그녀가 에런에게 이 일의 전말을 설명하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 동료들한테 아이 하나를 돌보게 됐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더니 이렇게 선물을 보내줬네요.” 사실대로 말할 순 없으니 조금의 각색은 있었지만. “…설마, 카나에 대해 말한 건 아니겠지?” “그, 그건 아니에요.” ‘말’은 안 했으니 거짓말은 아니야.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내심 찔렸던 저니는 에런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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