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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11

Chapter: 611

   오랜만에 아르테아 백작가를 찾은 나는 정문을 지키는 병사들의 모습에 멈칫하고 말았다. 그들이 여자라는 것자체는 이상할 것 없었다.

   

   마력이나 신성력 같은 힘이 있는 판타지 세상에서 남자와 여자가 지닌 신체적 격차는 얼마든 좁힐 수 있는 문제였으니까.

   

   내가 머뭇거리게 된 건 그들이 입고 있는 복장 때문이었다.

   

   ‘…할아버지. 저건.’

   <네가 입고 있던 갑옷과 판박이구나.>

   <이렇게 보니까 진짜 야하네. 너 잘도 저런 걸 입고 다닌다?>

   

   여기사들은 너무나도 당당한 표정으로 내가 입던 것과 똑같은 모양새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평소에 저걸 입고 다닐 때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좀 그렇네.

   

   저게 어떻게 갑옷이야? 어디를 찔러도 피를 쏟다가 그대로 죽을 것 같잖아.

   

   차라리 특이한 수영복이라 그러는 편이 믿음이 가겠다.

   

   피부를 훤히 드러내놓은 여기사들을 가만 노려보고 있으려니 갑작스레 저택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한 여자가 머리를 휘날리면서 달려왔다.

   

   “알른 영애!”

   

   미끄러지듯 내 앞으로 다가 온 그녀는 즉시 무릎을 꿇고 내 손을 붙잡았다.

   

   “지난 번의 활약은 참으로 경이로운 것이었습니다! 숲의 한 가운데에서 피어오르는 빛이 어찌나 황홀하던지!”

   

   얼빠여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향으로 부담스러운 아르테아 백작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변태 하나를 떨어트렸더니 또 새로운 변태야.

   

   “그 즉시 대장장이를 독촉해 영애께서 입으셨던 갑옷을 재현하게 시켰지요! 당신의 미와 고결함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일부나마 재현하고 싶었거든요!”

   

   쉽게 말하자면 이 여기사들은 귀족의 횡포에 반 강제로 어울리게 된 피해자들인가. 돈이 많고 권력을 쥔데다가 실행력까지 넘치는 갑이라는 건 정말 무섭네.

   

   <바란다면 너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방금 전에도 하고 왔지 않나. 기사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나오더만.>

   ‘그건 정당한 처벌이었어요.’

   

   주인이 곤란해하고 있는데 그걸 유희거리 삼아서 즐기던 놈들한테는 당연히 벌이 주어져야지.

   

   그게 어지간한 것이라면 훈련 쯤으로 생각할 멍청이들이라면 더더욱 가혹해야 할 테고.

   

   “아! 알른영애! 혹여나 오해하실까 싶어 말씀드리자면 이 둘이 갑옷을 입은 건 제 강제 때문이 아닙니다!”

   “…뭐?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그러니까 이 아줌마들이 자진해서 옷을 벗는 치녀들이란 거야?”

   “아뇨! 그럴리가요! 이 둘은 숲의 기적을 마주하고 영애께 감화된 기사들이란 겁니다!”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말에 느릿하게 고갤 들었더니 날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 봐. 엄청 예쁘지?!

   “이렇게 작고 귀여우신데 또한 고결하시기까지 하다니.”

   “예술 교단의 장신구를 차곡차곡 모아둔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럽네요.”

   – 그것들도 엄청 멋졌지!

   – 너네들 뭐야?

   – 왜 여기 있어?!

   – 얘네 따라왔어!

   – 재밌는 사람들이잖아!

   

   여기사들 사이에서 요정들이 떠드는 것을 보던 난 이 둘이 진심으로 자기가 바라서 이 갑옷을 입었고 심지어는 그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단 걸 깨달았다.

   

   아니. 그. 내가 이런 파렴치한 갑옷을 입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이게 특별해서인데?

   

   그 모양새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오히려 질색하고 있는 중이란 말야. 근데 너희가 자부심을 품고 있으면 죄책감이!

   

   “이들 뿐만이 아닙니다. 영애. 숲에서 피어오른 빛은 많은 이들의 영감이 되어주었죠.”

   

   아르테아 백작은 그리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날 저택 안으로 데려갔다.

   

   난 여기서 길게 시간을 끌 생각이 없어! 배만 빌릴 수 있으면 족하단 말야!

   

   나름대로 투정을 부려보았던 나였지만 두 여기사의 순진한 눈빛이 내 발을 붙잡았다.

   

   얼빠여우나 아르테아 백작 같은 변태들은 아무래도 좋아!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내 마음대로 해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아!

   

   그렇지만 이렇게 순진한 사람들은 예외!

   

   나 때문에 이런, 이런 노출이 가득한 갑옷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이 날 보면서 웃으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반쯤 끌려가다시피한 나를 맞이해 준 건 앞선 둘과 비슷한 갑옷을 입은 몇 명의 여기사와 그보다 더 많은 남.

   

   우에에엑.

   

   “허어. 예술 교단의 그림마저 실물을 따라오지 못하는가.”

   “오늘만큼이나 아르테아 가문에 투신하길 잘했다 생각한 적이 있었던가!”

   “저기요. 아저씨들. 좀 뒤로 물러서봐요. 부담스러워하시잖아요.”

   “그. 그런가?”

   

   여기사들은 이해해. 통상적인 감성으로 이해할 순 없지만 이런 갑옷을 마음에 들어하는 인간들이 있을 수 있지.

   

   근데 남자는 아니잖아! 너네가 왜 그러고 있는데!

   

   왜 쓰잘데기 없이 우락부락한 근육을 그대로 내비치고 있냐고!

   

   난 남자새끼의 배꼽 같은 거 보고 싶지 않아!

   

   “저 알른영애. 폐가 아니라면 망토 아래에 감춰진 갑옷을 볼 수 있을까요?”

   

   아르테아 백작의 요구를 듣자마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던 나였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입술을 달싹였다.

   

   “하! 내가 왜? 노출증 걸린 변태새끼들이랑 어울려 줄 생각 없거든?”

   

   그래도 아냐. 어쩌다 보니 여기 끌려오게 됐지만 이런 변태들에게 어울려주고 싶진 않다고.

   

   내 주변은 이미 변태가 과부화야! 추가되고 싶다면 기존의 변태라고 쓰러트리고 와!

   

   “아닙니다! 영애! 저희는 사사로운 욕망에 따라 이 갑옷을 입은 게 아닙니다!”

   “맞습니다! 저희는 당신을 동경해서!”

   

   동경? 날? 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미간을 찌푸고 있자니 저들의 옆에서 하나 둘 요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전원이 요정의 선택을 받은 인간이란 거야?

   

   “벌레들. 날개마냥 입도 가벼운가봐?”

   – 그치만 그 때 루시 엄청 멋졌는걸!

   – 맞아! 그걸 이야기 안 하면 어떡해!

   – 입이 간질간질!

   – 걱정 마! 좋은 사람들한테만 말했어!

   – 맞아! 맞아! 여왕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는 걸!

   

   내가 숲에서 했던 일들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건 거슬리지만 그게 요정들의 인정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그나마 낫다.

   

   어쨌거나 요정들의 호의를 사기 위한 조건은 까다로우니까 말야.

   

   거기에다 속이 검어 진 요정여왕이 말을 해도 된다 이야기했다면 무슨 생각이 있겠지.

   

   …있겠지?

   

   “알른 영애.”

   

   다시금 날 부르는 아르테아 백작의 목소리를 따라 고갤 돌린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영애의 신성이 지닌 고결함을 보고 모인 이들입니다. 정말입니다. 당신이 나누어주신 신성의 수정구를 보고 모인 자들이니까요.”

   

   동경 어린 눈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이들의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린 나는 얼굴을 쓸어내리고서 망토를 벗었다. 그러자 저택을 가득 채울 환호성이 들려왔다.

   

   <생각보다 유약한 구석이 있었네.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짓밟으면서 웃는 애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야.>

   <이러니 저러니해도 착한 아이니까.>

   

   저기요! 할배들! 안에서 흐뭇한 대화 나누지 말고 이 사람들을 설득할 방법 좀 알려주시죠!?

   

   저를 동경하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저 갑옷은 아니잖아요!

   

   <지들이 좋다는 데 뭐 어쩌겠느냐. 내버려 둬라.>

   <보기는 안 좋다만 실질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일정 수준에 이르면 갑옷은 위협용밖에 안 돼.>

   <그치. 우리 때는 속옷만 달랑 걸치고 달려드는 놈도 있었잖나.>

   <그 놈 때문에 기사도라는 게 만들어졌다 봐도 무방하지. 응.>

   

   아니 진짜 이래도 되는 거야!? 영웅이라는 사람들이 이 꼴을 이대로 내버려 둬도 되는 거냐고!

   

   쟤네들이 마음에 든다니까 나도 강하게 나서진 못하겠지만.

   

   아! 몰라! 멋대로 살라 그래! 그래봐야 내가 손해보냐! 쟤네가 손해 보지!

   

   *

   

   아르테아 백작 가문에서 끔찍한 광경을 본 후. 매달리는 아르테아 백작을 떨어트리기 위해 그들을 위한 기도를 바친 나는 가문에서 준비한 배를 타고서 섬에 도착했다.

   

   저택을 지켜야 할 이들이 배 위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은 솔직히 꼴불견이었지만 저 정도로 바보 같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되래 웃음이 샜다.

   

   으음. 요정의 숲에서 빠져나오고 계속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었는데 오늘은 상쾌하네.

   

   저 바보들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뭐 그래도 도움은 됐으니까. 돌아가는 길에 한 번 더 놀아주도록 할까.

   

   “늦었네. 고용주님.”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미리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선착장에는 칼과 카리아가 대기하고 있었다.

   

   “저기 있는 노출증 환자들이 달라붙어서 말야. 너무 귀여운 것도 힘들다니까. 아. 아줌마는 도저히 이해 못할 말이려나?”

   “방금 그 말은 못 들은 걸로 할게. 아무튼 고용주님이 말해준 곳은 다 확인했어. 전부 다 진입할 수 없는 지역이었지. 아마 고용주님이 아니라면 발을 디딜 생각도 못 하지 않을까.”

   

   휴우. 그건 다행이네. 혹시나 교황이라거나 다른 이레귤러가 먼저 들어갔다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말야.

   

   <괜한 걱정 아니냐? 그런 던전을 너 말고 다른 누가 공략할 수 있단 말이냐.><던전?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보면 안다. 감탄밖에 안 나올 걸.>

   <네가 아끼는 녀석이라고 주책부리긴. 우리가 공략한 던전이 몇 개인데 감탄할 거리가 남아있나.>

   <그러니까 보면 안다고 말한 거다. 보지 않으면 결코 믿을 수 없을 테니까. 내 확신하고 말할 수 있다. 너는 분명 루시가 우리 리더였다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하게 될 테니.>

   <하! 그래? 좋다. 그럼 어디 그를 가지고서 내기를 해볼까?>

   

   할아버지들이 내면에서 재잘재잘거리는 걸 애써 무시한 나는 다른 부탁의 대답을 듣기 위해 카리아에게 눈짓을 했다.

   

   “미안한데 아직 용사님에 대한 정보는 모으고 있는 중이야. 일단은 이 기사님이랑 던전부터 돌고 오도록 해. 위치라면 다 알려줬으니까!”

   “그렇습니다! 아가씨! 이 칼! 아가씨를 위해 모든 지역을 외우고 왔습니다!”

   

   가슴을 피는 그의 모습은 르네와 얼빠여우의 대결을 보며 환호하던 모습과 겹쳐 영 믿음직스럽지 못했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자잘한 실수정도는 넘어가도 괜찮을 거야.

   

   “그럼 빨리 안내해. 허접견. 꼬리만 흔들다간 쫓겨난다?”

   “알겠습니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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