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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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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란 무엇일까?

       

       이때까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무언가가 신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모양은 인간의 형상인데 몸은 우주로 이루어져 있는 기묘한 존재.

       

       보고 있는 것만으로 나를 짓누르며 압도하는 존재가 신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오, 눈을 떴네. 꽤 오래 기다렸다구.”

       

       

       그러면서 말투는 쓸데없이 친숙하구만! 마치 친한 친구에게 하는 것 같잖아!

       

       

       “하고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지금의 너에게는 의미 없을테니. 필요한 것만 말하지.”

       

       

       얼굴이 존재하지 않는 신은 싱긋 웃음을 지었다.

       

       아니, 눈도 입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신이 웃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거지? 뭐지? 도대체?

       

       

       “내가 세계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곳에 전생해주지 않겠어?”

       

       

       전생…? 신 전생이니 뭐니 하는 장르인건가?

       

       그거 유행 다 지난거 아니었나? 시대에 뒤처진 전개인데요?!

       

       

       “물론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신은 손을 움직여 사각형을 그렸고, 그 사각형이 기괴한 빛을 내더니 다른 풍경을 비추었다.

       

       

       “자네의 본래 육체는 이미 죽어서 말이지.”

       

       

       뭐?

       

       

       “급성심정지. 심근경색으로 인한 급성심정지. 자고 있던 도중이었기에 손도 쓸 수 없이 죽어버린거야.”

       

       

       내가, 죽었어…?

       

       아직 제대로 이룬 것도 하나 없이, 사회에 갓 발을 디뎠을 뿐인데…?

       

       

       “그래서 어쩔래? 내 제안. 받아들이겠어?”

       

       

       내가 이미 죽어버렸다면….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잖아. 젠장….

       

       

       “응. 잘 선택했어. 그런 너에게 최고의 몸을 준비했어. 분명 마음에 들거야.”

       

       

       그런데 이 신은 어째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걸까? 왜 나였던걸까? 무언가 목적이 있는걸까?

       

       

       “목적? 그런거 없어. 난 그저 네가 즐겁고 행복하게 살길 바랄 뿐이니.”

       

       

       그렇게 말하고서, 신은 잠시 곰곰히 생각하더니 덧붙여 말했다.

       

       

       “하지만 그냥 아무것도 없이 너를 보내기만 한다면 너도 의욕이 나진 않을테니…. 좋아! 한가지 조건을 걸어줄게.”

       

       

       조건?

       

       

       “만약 네가 저 세계에서 무언가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것을 이룬다면, 네 소원을 하나 이루어줄게.”

       

       

       소원을?

       

       

       “네가 바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단 하나만 들어주지. 만약 네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면 이루어줄게.”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 준다고…?

       

       

       “단, 판정은 깐깐하게 할거야. 네 스스로가 진심으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더는 이것보다 좋을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해야 이루어줄거니까.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한 신은 조용히 박수를 쳤고, 내 발 아래의 땅이 갑자기 꺼졌다.

       

       

       “자, 그러면 좋은 여행 되기를!”

       

       

       깊은 구렁텅이에 굴러 떨어지듯, 나의 영혼은 어디론가 흘러가기 시작했고, 주변에 비춰지는 한없이 깊은 어둠 속에서 나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 – – – – – – – – – – – – – – – – – – –

       

       

       [이 세상을 만든 창조신. 이름 모를 신이 무엇을 위해 이 세계를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밝혀진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최초의 창조물이자 최초의 지성체라 알려진 왕국의 수호룡 또한 그 의도를 알지 못하였기에. 사실상 이 세계에서 창조신의 의도를 아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쩌면, 창조신은 자신의 창조물들이 마음 가는대로 살아가는 세계를 바란 것이 아니었을까.

       

       역사학자 에드워드 로흐슈]

       

       

       – – – – – – – – – – – – – – – – – – – –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한 문구를 본 적이 있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 태어나려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분명…. 데미안이었던가? 문구는 그 뒤로도 더 있었지만, 지금 중요한건 아니니 넘어가고.

       

       나는 그 문구를 어떠한 은유도 없이, 그대로 겪고 있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한없이 단단한 세계에 손을 대고 힘껏 밀어내고 있었으니.

       

       아직 태어나지 못한 나는 태어나기 위해 이 세계를 부숴야 하는 것이리라.

       

       음…. 나는 난생인걸까? 새? 도마뱀? 팔다리가 있는 것을 봐선 뱀은 아닌 것 같고.

       

       그 신은 최고의 몸을 준비했다고 말했는데…. 인간이 아니다 못해 짐승인건가!

       

       알에서 태어나는 생물 중에서 최고의 몸이라 할 수 있는건…. 전설 속의 생물인 드래곤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뭐, 판타지 같은건 허황된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신을 대면한 시점에서 이미 현실이고 비현실이고 모든게 무의미하니까.

       

       최고의 몸이고 나발이고, 태어난 후에 확인하면 될 일이니.

       

       나는 있는 힘껏 나를 감싸고 있는 벽을 들이밀었다.

       

       이리저리 발버둥도 치고, 좁아터진 공간에서 몸을 뒤틀기도 하는 등의 발악을 한 끝에, 나를 감싼 알은 아주 조금의 갈라짐이 생겨난다.

       

       아주 희미한 금.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선을 통해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온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내가 힘껏 밀어내는 것에 따라 가느다란 선이 점점 뻗어나가, 갈라지고 굵어진다.

       

       그렇게 나를 감싼 세계가 부숴지고, 무너진다.

       

       눈부신 빛과 함께, 차가운 바람과 함께, 나는 알 속의 세계를 깨부수고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다.

       

       

       Hello. World!

       

       새로운 세계에 인사를.

       

       

       그와 함께, 멈추어 있던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 – – – – – –

       

       

       나는 은색의 비늘을 가진 드래곤으로 태어났다.

       

       아직은 어린 것인지 머리가 상당히 크고, 등에 달린 날개는 상당히 작긴 했지만. 아무튼 드래곤은 드래곤이지.

       

       나는 근처에 고여있는 물에 얼굴을 비춰본다. 은색의 비늘이 온 몸을 뒤덮고 있는 어린 드래곤의 모습은…. 뿔이 달려 있는 도마뱀이라는 느낌이었다.

       

       거 뭐냐. 왠지 귀엽게 생긴 도마뱀? 그런 느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쥐가 있는 애니메이션 회사의 작품으로 나올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이렇게 어려도 몸을 움직이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나는 크게 몸을 일으켜 내가 태어난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무 것도 없는 자그마한 동굴. 구석에 물이 고여있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는 동굴.

       

       나를 낳은 부모의 흔적조차 없고, 벌레나 새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기묘한 공간.

       

       그래. 내가 마주한 세계는 어딘가 기묘한 공간이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미완성?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결과물?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묻는다면 이것저것 말할 수 있겠지만, 일단 나무가 작다.

       

       가장 큰 나무가 내 허리에도 닿지 않는 높이일 정도. 마치 모든 나무가 심은지 얼마 되지 않는 묘목처럼 보이고 있었다.

       

       거기에 벌레소리가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벌레는 커녕 새소리 같은 것도 없었다.

       

       애초에 생명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세계로 괜찮은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시야의 오른쪽 아래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

       

       작은 편지봉투의 모양. 뭐야 이거. 마치 메신저와 같은….

       

       나는 조심스럽게 그 편지봉투를 비늘이 덮인 손가락으로 건드리니, 갑자기 편지봉투가 펼쳐진다.

       

       

       ┌───────────────────────────

       │무사히 전생한 모양이네!

       │그 세계는 만들어진지 오래 되지 않아서 말이지.

       │아직 제대로 된 생물도 없을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너에게 전생 특전으로 몇가지 능력을 줄테니까.

       │

       │첫번째 능력으로는 창조의 능력을 줄게.

       │네가 만들고자 하는걸 뭐든 만들 수 있을거야!

       │그 세계 자체가 너의 장난감인 셈이지.

       │일단 능력을 어떻게 쓰는지 머릿속에 새겨줄게.

       │네가 만든 생명으로 이 세계를 채워보도록 해!

       │

       │그런데 생명을 만들려면 많이 알아야겠지.

       │그러니 두번째 특전은 다른 세계의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능력으로 줄게.

       │인터넷이었던가? 굉장한게 있어서 말이야.

       │물론 그 세계 출신인 너라면 잘 알고 있겠지.

       │분명 너에게 도움이 되어줄거라 생각해.

       │

       │마지막 특전으로는 시간을 다루는 능력을 줄게.

       │아무리 네 수명이 무한하다고 하더라도,

       │하루 하루를 겪으며 살아간다면 아무리 너라도

       │지쳐버릴 것 같으니까.

       │시간을 멈추거나, 가속하거나, 되돌리는건 조금

       │위험하니 제약을 걸어두고 사용하도록 해줄게.

       │그 세계에서 너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될 수 있을거야.

       │

       │참고로 이건 신을 위한 메신저로 만든거야.

       │이름하여 갓톡GodTalk!

       │아직은 나와 너 말고는 쓰는 이가 없지만.

       │언젠가 이 세계에 신들이 생겨난다면 쓸지도?

       │

       │궁금한게 있다면 이 메신저를 통해 물어봐.

       │가능한 친절히 답해줄게.

       └───────────────────────────

       

       뭐여 이게.

       

       그 순간, 머릿속에 막대한 무언가가 기어들어오기 시작한다.

       

       첫번째 특전. 신이 가진 힘. 창조하는 힘. 생명을 만드는 힘. 그 모든 힘의 사용방법 같은 것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 뒤를 이어 두번째 특전에 관련된 지식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고, 나는 그 능력을 망설임 없이 사용했다.

       

       능력을 사용하자 눈 앞에 사각형의 창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척이나 친숙한 웹 브라우저의 모습을 가진 창.

       

       이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검색엔진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이런게…. 전생 특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대놓고 먼치킨입니다.

    아니 뭐, 먼치킨이긴 하지만 이리저리 시달리는 탓에 마음고생 정도는 하겠지만요.

    아주 간략한 설정만 해두고 쓰는거라 나중에 이것저것 많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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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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