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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커버접기

       일본의 한 사이트에서는 괴담과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

         

       「한국의 어느 사이트에는 가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나체 사진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정말 이상한 건 그 사이트 유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

       심지어 어디에 쓴다며 그 사진들을 모으는 사람도 존재。」

         

       모든 사람이 경악할만한 괴담이었다.

         

       ─에? 그런 사이트 있을 리 없잖아… 나체 사진이라니… 그것도 할머니…

         

       ─그 사이트 관리자는 없는 거야?

         

       ─그런 사진을 모은다고?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www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나체 사진이 올라온다고?

       그걸 또 모으는 사람이 있다고?

       그것보다 더 무서운 사실은….

         

       ─무급으로 그런 사진을 지우는 관리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ㄴ에? 무급으로? 그게 더 무서워…

         

       어느 사이트에서는 무급으로 이상한 사진을 보고 지우길 반복하는 관리자가 있다.

       이런 끔찍한 일이 현실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실제로 존재했다.

       그냥 내 이야기다.

         

       군필, 대졸, 무직, 나이 26살.

         

       하는 일은?

         

       ‘마이너 갤러리 17개의 관리자.’

         

       내가 그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을 지우는 놈이야.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갤러리의 똥을 치우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온 몸에서 똥 냄새 풀풀 나면서 멋진 척을 해봐야 뭘 하겠어.

       오늘도 평소처럼 똥 글을 지우면서 일상을 보냈다.

         

       ‘처음엔 이 정도까지 할 생각이 없었는데.’

         

       별 생각 없이 주딱 자리를 위임 받았다.

       무급으로 똥을 치우는 일을 누가 좋아할까.

       잠깐 하다가 나도 다른 놈에게 던져버릴 생각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갤러리를 관리하다보니 정이 들어버렸거든.

       그렇게 갤러리에 전념하다보니, 어느새 갤러리 17개를 관리하는 슈퍼 주딱이 되었다.

         

       주딱이란 어떤 위치인가.

       갤러리를 무급으로 관리하지만 명예도 없는 자리.

       그냥 책임만 존재하지만, 그나마 하나는 확실했다.

         

       ‘재미.’

         

       아무 생각 안 하고 재밌게 떠들 공간을 원한다는 내 원초적인 욕망이.

       갤러리의 관리자로 활동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이제는 슬슬 끝이 보인다.

         

       ‘취직하고 나면 완장을 내려 놔야지.’

         

       슬슬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의 비중을 높일 때가 왔다.

       일명 현실 게이트를 탄다고도 말한다. 짧게 말하면 현게.

       현실에서 일을 하면 온라인에서의 시간이 줄어드니까. 당연한 일이다.

       근데 취직도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이 악물고 구인 활동에 전념하지만.

       나?

       물려받은 건물 몇 채로 삶이 풍족한 ‘백수’

       취직 활동도 취미 느낌으로 하다 보니, 벌써 수십 번의 서류 탈락을 겪었다.

         

       이 정도면 난 사회와 속궁합이 맞지 않는 거 아닐까.

       일단 여기저기 찔러보기나 하자.

       오늘도 평소처럼 완벽하게 작성된 이력서를 보내고….

       다시 갤러리에 접속했다.

       처음부터 클릭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글을 발견했다.

         

       ─싱글벙글 러시아 페미니스트 근황.jpg

         

       제목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러시아 페미니스트는 뭐고 근황은 뭐란 말인가. 왜 싱글벙글인데.

       나를 제일 처음 맞이하는 글을 누르자, 어김없이 평소처럼 전술핵에 피폭당했다.

       눈을 빼내서 수돗물에 헹구고 싶은 기분이 살짝 들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하.”

         

       근데 새벽이라 그런지 조금 많이 올라오네.

       씹새들.

         

       새벽이라는 시간이 되면 저주가 걸리는 걸까?

       새벽만 되면 사람들의 본성이 깨어난다.

       온갖 분탕. 섹무새들. 기만충들. 기타 등등.

       그나마 야한 걸 올려주는 녀석들은 고마울 지경.

       다른 짤들은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 내상을 입힌다.

       내 마음에 상처를 입힌 분충은 용서하지 않아요.

         

       딸깍 딸깍.

         

       클릭 몇 번으로 IP밴을 먹여주고 게시글을 삭제했다.

         

       “휴.”

         

       이제는 익숙해진 혐짤들을 처리하고 다른 갤러리로 넘어갔다.

       그리고 속으로 불평을 내뱉었다.

       게임 갤러리인데 왜 게임 얘기를 하는 놈이 없지?

         

       동탄 신도시 아줌마와 일본 오사카 아줌마 룩에 관한 글은 살려두었다.

       정치, 종교, 사회, 남녀갈등조장, 혐오, 고어짤 등등.

       빠르고 정확한 클릭으로 도려내었다.

       이건 삭제. 이것도 삭제. 넌 72시간 밴.

         

       “아.”

         

       ●

         

       이번엔 리버스 전술핵에 피폭당했다.

       뒤로가기를 누를 새도 없이 공격하는 건 반칙 아닌가?

       평소에 수도 없이 봐서, 타격은 없지만 강력한 건 여전하다.

       이건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다.

       아마 죽는 당일 날까지 떠오를 걸?

         

       전술핵에 피폭 당하는 것도 수백 번이 넘었는데.

       익숙해지면 어디 디스토피아에서 뜰채로 건져오는 건지. 새로운 게 나타난다.

         

       시발 이건 버전이 몇 개야.

       전술핵 ver.13까지 센 이후로는 포기했다.

       온 세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름을 외울 순 없잖아.

         

       ‘그래도 오늘은 잠잠한 편이네…’

         

       심연에 너무 오래 발을 담구고 있었는지.

       전술핵에 수십 번 피폭당하고도 덤덤한 반응만 나왔다.

       이게 좋은 건 아닌데.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특기도 아니고.

         

       아무튼 오늘도 갤러리를 지키면서 간간히 모바일 게임을 돌렸다.

       관리하는 갤러리에서 잡음도 나오지 않고… 주딱 고로시도 없다. 나쁘지 않아.

       그렇게 갤을 관리하다보니, 눈에 띄는 글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제목) 주딱은 뭐하는 새긴데

       마이너 갤러리를 17개나 운영 하냐? ㅋㅋ

       AI임? 어떻게 사람이 17곳에서 주딱을 하냐고 ㅋㅋ

         

       ㄴAI맞지 ㅋㅋ 이게 사람일리가

       ㄴㄹㅇㅋㅋ 심지어 24시간 보이던데

       ㄴ무급으로 갤러리 17개를 관리한다고?

       ㄴ절대 사람일 리 없는www

       ㄴ에? 무서운wwwww

         

       ㄴ방금도 전술핵 달리니까 칼같이 지우더라 ㄹㅇ 언제 달려도 칼삭당함

       ㄴ씨발련아 그만 좀 달려

       ㄴㄱㄷ

       ㄴ아니 멈추라고!!!!!!

         

       이런 글을 보면 화가 날 법도 한데.

       인터넷에서 인정받으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슬쩍 호선을 그린다.

       현실에서는 대졸무직백수인 나지만 온라인에서는 누구?

         

       “갤러리 17개 완장.”

         

       거울을 보며 자랑스럽게 얘기하고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잘 시간이라는 걸 알려주듯 서서히 해가 떠오르며, 세상이 밝아졌다.

         

       해가 떠오른다는 건? 다른 사람들이 일어난다는 것.

       그에 맞춰 낮에 활동하는 부 관리자 파딱들도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얘네가 활동하는 시간까지 갤러리를 운영하다가 자러가는 게 일상이었다.

       사실 그냥 엠생 야행성 인간이라서 낮에 자는 거지만, 이유라도 멋지게 붙여야지.

         

       ‘갤러리를 책임지는 완장.’

         

       아무튼 멋짐. 확정.

       그리 생각하면서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꼼꼼하게 암막 커텐을 치고 베개에 머리를 붙였다.

       슬슬 졸음이 몰려왔다.

         

       ‘난 생활패턴이 망가진 게 아니라, 남들보다 빠르게 사는 거지.’

         

       평소 수면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니까….

       남들보다 12시간 빠르게 생활하고 있다.

       내 몸은 한국에 있지만 정신은 아르헨티나 기준이니 맞는 말이지.

       아닌가? 아님 말고.

         

       “하아암….”

         

       졸리네. 늘어지게 하품 하면서 까먹었던 걸 떠올렸다.

       이건 꼭 챙겨 먹어야지.

       머릿맡에 놔둔 영양제를 물과 함께 삼키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물론 바로 잠들지 않는다.

       바로 잠들면 0군이라고 할 수 없지.

       핸드폰으로 아직 못 읽은 개념글들을 정독했다.

         

       관리하는 갤러리 말고 다른 곳도 가는 게 재밌거든.

       졸음을 참아가며 번역으로 올라오는 만화 글을 쭉 둘러보았다.

       추천과 댓글이 가장 많은 글에 들어가니 유니콘들을 각혈하게 만드는 만화가 보인다.

         

       ─정조관념이 없어서 좋아 3화 [281]

         

       “캬. 이게 만화지.”

         

       심기체 삼위일체로 탈락. 하지만 재밌음.

       댓글에 ‘이런 건 처녀가 아니야…!’ 각혈하는 유니콘 콘을 달고서, 다른 갤러리로 넘어갔다.

         

       다음 목적지는 현대 게임 갤러리.

       자기들이 플레이한 게임의 결과를 올리거나, 요즘 게임 뭐 올라오나. 그런 글들이 주류였다.

       이번 신작. 쓰레기. 할 게임? 없음.

       이제는 더 둘러볼 갤러리도 없다.

         

       갤러리 순회를 마친 다음 핸드폰을 끄려는데.

         

       [이세계 갤러리 관리자로 임명되었습니다.]

         

       어플의 알람이 떠올랐다.

         

       ‘이세계 갤러리?’

         

       이세계 갤러리는 뭐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관련인가?

       아니면 다른 갤러리에서 대피소로 운영 중인 곳인가?

       갤러리의 이름만으로는 갤러리의 실체를 알 수 없다.

         

       여긴 도대체 뭐하는 곳일까. 궁금증이 생겼다.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면 대충 관리해주면 되겠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주딱 자리를 버리고 런 하면 된다.

         

       [갤러리 관리자 임명을 승인하시겠습니까?]

       [예]

         

       가볍게 터치하자,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어.”

         

       하얗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간이 나를 집어삼킨다.

       오싹. 닭살이 돋으면서 공포감이 밀려왔다.

       하얀 공간에 누워있는 나의 존재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눈앞에 글귀가 떠올랐다.

         

       《이세계 갤러리 관리자로 임명되었습니다.》

         

       “아.”

         

       이거 클리셴데.

       순간 현기증이 찾아와 눈을 감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힘겹게 다시 떴을 땐, 달라진 건 없어 보였다.

         

       뭐지. 평범한 집이다.

       내가 살던 집과 비슷한 구조. 다만 하나 차이가 있다면 컴퓨터가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를 대신해서 눈앞에 컴퓨터 화면처럼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의식을 집중하면 이세계 갤러리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이세계 갤러리를 원칙대로 운영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세계 갤러리…?

       침대에 누워서 내가 알던 갤러리를 떠올렸다.

         

         

       ─머냐? 주딱 생김

       ─야스각 떴냐?

       ─뉴 주딱 온 거 기쁘면 개추 ㅋㅋㅋ

       ─아 시발 좆같은 전술핵부터 치워봐!!

       ─나였으면 싹 다 밀어버렸다 ㅋㅋ

       ─우우… 마왕쨩은 기상한 거시야…

       ─엘프 여왕 알몸 노출 조교 산책.jpg

       ─ㄴ짤녀 귀여울 시 자러감

       ─솔직히 용사 정도면 너무 늙지 않았냐?

       ─엘프 여왕한테서 닭장 냄새 남?

       ─마왕 << 이새끼 씹 거품인듯 ㅋㅋ

       ─엘첩 새끼들 정화한다 ㅇㅇ

         

       여기가 이세계 갤러리…?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

         

         

       일단은 심호흡부터 하고.

       다시 갤에 접속했다.

       기본적으로 권한은 주딱. 관리자다

       아이디는 ‘주딱’으로 설정되어있다.

       아이디 앞에 달린 주황 딱지가 유독 눈에 띄었다.

         

       ‘진짜 관리만 하나?’

         

       운영을 잘못하면 리스크가 있다거나, 고소를 당한다거나. 코로 설렁탕을 먹거나 하는 건 없나?

       갤러리 이것저것을 눌러보다가 톱니모양의 버튼을 발견했다.

         

       딸깍.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하자, 새로운 창이 열린다.

         

       『갤러리 관리자 모드』

       ─관리 레벨 : 1

       ─포인트 : 0

         

       『갤러리 주딱 상점』

       【무기】

       【방어구】

       【액세서리】

       【소모품】

       【음식】

       【기타】

         

         

       이것 외에 다른 인터페이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점 탭을 눌러보자 안에 여러 가지 물건이 떠오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음식.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이 즐비해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썸네일을 발견했다.

         

       【황금 로제 치킨】

       (잘 튀겨진 치킨.jpg)

       ─5 포인트 소모

         

       배도 살짝 고파서 그런지. 군침이 돈다.

       이거 먹고 싶은데. 포인트는 어떻게 모으는 거지.

       갤러리 관리 포인트니까. 갤러리에서 얻을 수 있나?

       나는 창을 닫고 갤러리로 향했다.

         

         

       ─주딱 뭐하는 놈인지 궁금하면 개추 ㅋㅋ

       ㄴ개추개추 ㅋㅋ

       ㄴ이런 문화를 모르는 녀석 아님?

       ㄴ글도 안 쓰네 시간 좀 되지 않았음?

       ㄴ내가 보기엔 여기 보고 놀라서 호다닥 도망침 ㅋㅋ

       ㄴ전술핵에 온갖 어그로에 좆같은 글들 천지자너 ㅋㅋㅋ

       ㄴ전술핵 맞았을 수도 있지 ㄹㅇㅋㅋ

       ㄴ전술핵 멈춰!!!!!!!!!!

       ㄴㄱㄷ

       ㄴ멈추라고!!!!!

         

       다른 단어인데. 전술핵으로 자동 번역 되는 걸까.

       혹시나 해서 다음 글을 클릭했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

         

       ‘왜 여기도 전술핵이 있는 건데. 시발.’

         

       어떻게 여기도 똑같냐.

       글을 보고 있으니 머리가 어지럽다.

       이 새끼들을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을 발견했다.

         

       ─주딱한테 전술핵 먹이고 싶으면 개추 ㅋㅋ

         

       【사용자를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 기간 : 10분

       ─차단 사유 : 넌 나가라

         

       시험 삼아서 10분 밴을 먹였다.

       그러자 띠링 하면서 알람이 울린다.

         

       【1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오….”

         

       그냥 관리자로서 활동만 하면 포인트를 주는 건가?

       그러면 마음대로 글을 삭제하면 어떻게 되지?

       가장 정성스러운 글을 하나 발견했다.

         

         

       ─제목) 캬 ㅋㅋ 우람하고 멋진 거 올려봄

       (멋진 망치를 들고 있는 드워프 짤.jpg)

       어떰? 방금 만들었음 ㅇㅇ

         

       ㄴ캬 ㅋㅋ

       ㄴ드워프 쉑 ㅋㅋ 좀 치네 ㅋㅋㅋ

       ㄴ이래봐야 인간한테는 안 되지

       ㄴ미친 새기 ㅋㅋ

       ㄴ드워프제 무기가 좆으로 보이냐?

         

       ㄴ인간한테 안 된다고? 형편없는 걸로 말인가?

       ㄴ우리는 인간이 만든 무구에 ‘형편없는’ 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네

       ㄴㅋㅋ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

         

       ㄴ형편없는 무기 특) 인간이 만듦 ㅋㅋㅋ

       ㄴ드워프 쉑 망치로 내려찍는 거 보소 ㅋㅋ

       ㄴ딜 적당히 넣으라고 ㅋㅋ

         

         

       ‘드워프 쉑 좀 치네.’

         

       이세계 갤러리에 어울리는 글이다.

       이걸 지우면 반응이 오겠지. 시험 삼아서 삭제를 눌렀다.

       띠링.

       또 다시 알람이 울렸다.

         

       【1포인트가 차감 되었습니다.】

         

       “으음…”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는 거다.

       원칙대로 운영해달라고 했으니, 선을 지키면서 운영을 해야 한다는 건데.

         

         

       ‘그냥 마이너 갤러리랑 똑같은데?’

         

       좆같은 글 지우고. 좆같은 놈 차단 먹이고. 분탕 자르고.

       일단 도배글 달리는 놈부터 죽이기로 결심했다.

         

       ─달

       ─린

       ─쟤 주소 아는 사람 제발 비싸게 산다

       ─다

       ─저 새끼 왜 자꾸 저러냐

       ─전

       ─술

       ─핵

       ─악질 새끼 제발 죽여줘

       ─달

       ─린

       ─다

         

       여기가 일기장인가?

       혹시나 글을 눌러서 확인하니까 전술핵 사진만 덜렁 달려있는 글이다.

       이런 애들은 무조건 밴이지.

       너도 나가라.

         

       【사용자를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 기간 : 1000일

       ─차단 사유 : 너도 나가라

         

         

       여긴 차단 기간에 제한은 없어서 좋네.

       이런 악질들은 년 단위로 죽여야 정신을 차린다.

         

       ’10년씩 밴 먹이면 불쌍하니까.’

         

       간단하게 1000일만. 최소한의 자비다.

       달게 받고 반성하고 와라.

         

       【사용차가 차단되었습니다.】

         

       알람과 동시에 포인트가 올랐다!

         

       【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크으! 치킨 고맙다!”

         

       망설이지 않고 황금 로제 치킨을 구매하자.

       허공에서 치킨이 조용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와.”

         

       역시 이세계. 이런 건 마법인가?

       방금 만든 것처럼 따끈따끈하다. 닭다리를 하나 집어서 베어 물었다.

       겉은 바삭. 안은 촉촉. 기름기가 좌르르. 크으.

         

       갤에 어그로 글을 쓰려다가 참았다.

       아직은 갤에 활동할 타이밍이 아니다.

         

       치킨을 뜯으면서 설렁설렁 갤질을 하다 보니, 새로운 포인트 획득 법을 알아냈다.

         

       ‘갤러리 글만 읽어도 포인트가 쌓이네.’

         

       제대로 세진 않았는데. 50개~70개 사이로 읽으면 포인트가 오른다.

       그럼 ‘진심 갤질’을 시작 해볼까?

       이제는 주딱이 될 시간이었다.

         

         

       ***

         

         

       닥눈삼.

       닥치고 눈팅 3개월의 줄임말이다.

       3주. 혹은 3개월. 3년.

       마음대로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일단 갤에 왔으면 분위기 파악할 때까지 닥치고 있으라는 말이다.

         

       나도 그 규칙을 알기에 활동하지 않고 조용히 갤러리를 읽기만 했다.

       다행히 글 리젠이 그렇게 빠르진 않다.

       갤러리 17개를 합친 것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지만 할 만한 수준이다.

       간간히 보이는 악질 놈들에겐 칼 차단을 먹여주고 여유롭게 치킨을 뜯기를 반복.

       그 동안 갤러리에 대해 대충 알 수 있었다.

         

       ‘일단 종족이 여럿이야.’

         

       대충 보이는 종족들만 마족, 엘프, 다크엘프, 드워프, 인간, 수인이다.

       그 외의 종족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직 보이진 않는다.

         

       글을 쭉 읽으면서 갤러리 관리에 힘썼다.

         

       ─제목) 오늘 날씨 좋다 ^^

       (마족 여인이 상의를 벗은 짤.jpg)

         

       ㄴ오우야 오우야

       ㄴ캬 ㅋㅋ 누님 또 올려주세요

       ㄴ얘한테 깔리면 ㄹㅇ 숨도 못 쉴듯

       ㄴ진심으로 당신을 품고 싶소. 연락처를 남겨주시오.

         

       일단은 짤부터 저장.

       짤도 저장해서 볼 수 있더라.

       그리고 가볍게 게시글 삭제를 눌렀다.

         

       ‘야한 짤을 5개 지우면 1포인트라니.’

         

       생각보다 짠데. 갤러리를 활동하다보면 보이는 게 수위 높은 짤이다.

       심심찮게 보이니까 포인트를 올리는 것도 쉽지.

         

       【포인트 : 133】

         

       벌써 133포인트다. 크으. 달달하네.

       갤러리에서 관리를 시작하니까 이제 슬슬 갤럼들도 눈치 채기 시작했다.

         

       ─제목) 주딱 활동하는데?

       ㄴ그러게 ㅋㅋ

       ─ㅅㅂㅋㅋ 주딱 글 칼삭하네

       ㄴ이번 놈은 개 빠른데? ㄹㅇ

         

       글을 둘러보다가, 추천을 많이 받은 글이 눈에 띈다.

       1페이지에서 바로 개념글이 된 글이었다.

         

         

       ─제목) 공감하면 개추 ㅋㅋ

       다른 건 모르겠고 주딱이 아카데미 여학생이었으면 좋겠음 ㄹㅇㅋㅋ

         

       추천 : 699 비추천 : 1

         

       ㄴ주딱 비추 실명제 ㅋㅋ

       ㄴ주딱 아카 여학생 맞대!

       ㄴㄹㅇ 맞더라 내가 봄

       ㄴ교복 입고 춤추면 개추 5000번 누름

         

       여학생이었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피식 웃으면서 갤러리를 다시 눈팅했다.

       이세계라고 해도 똑같이 혼돈이다.

       악질 그 자체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더 마음에 든다.

         

       ─야짤 달려도 되냐?

       ─제발 수인 야짤 좀

       ─수상할 정도로 수상한 퍼리 게이야…

       ─이번에 전쟁 났다던데

       ─어디 전쟁? 마족이랑 드워프?

         

       ─ㄴㄴ 지금 부모님끼리 전쟁남

       (집 폭발 하는 짤.jpg)

         

       ㄴ미친새끼 ㅋㅋ 부부싸움을 중계하네

       ㄴ마족 부부싸움 존나 살벌해ㅋㅋ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마족 부부들의 영상을 보고 피식 웃었다.

       이세계도 사람 사는 곳은 똑같구나.

         

       근데 사진은 어떻게 촬영하지?

       현대처럼 전기를 이용한 문물이 있는 느낌은 아닌데.

       마법 도구 같은 게 있는 건가?

         

       “흐음…”

         

       마법 도구라.

       나중에 도움이 되는 게 있다면 사도 괜찮겠지.

       나는 이제 슬슬 모습을 드러낼까 고민했다.

         

       닥눈삼. 닥치고 눈팅 3시간.

       이제 슬슬 3시간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갤러리에 대한 정보도 대충 습득했고 분위기도 파악했다.

       이제 제대로 관리에 들어가 볼까.

       시험 삼아 가볍게 글을 작성했다.

         

       ─주딱

       제목) ㅎㅇ

       ㅎㅇ

         

       추천 : 391 비추천 : 0

         

       ㄴ뭐냐 ㅅㅂㅋㅋ 진짜 주딱이네

       ㄴ어어 임마 뭐노

       ㄴㅋㅋㅋ 미친련 이제야 글쓰네

       ㄴ주딱 쌔끈한 마족 눈나임? 주딱 쌔끈한 마족 눈나임? 주딱 쌔끈한 마족 눈나임? 주딱 쌔끈한 마족 눈나임?

         

       ㄴ지금까지 도대체 뭐했냐

       ㄴ이 새끼 야짤 올라온 걸로 쳤을 듯ㅋㅋ

       ㄴ여자일 수도 있잖아

       ㄴ여자는 안 침?

       ㄴ그럼 침?

       ㄴ그걸 내가 어케 앎

       ㄴㅋㅋㅋ 아는 놈이 없네

         

       역시 이세계여도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구나.

       심지어 갤러리마저도 비슷해서 여기가 내 고향처럼 느껴진다.

       어지러운 댓글들을 읽어 내려간 뒤, 다시 글을 하나 작성했다.

         

       ─주딱

       제목) 파딱 뽑는다 ㅇㅇ

         

       조건 : 24시간 갤질 가능, 전술핵에 면역이 있어야 함

       보상 : 아이디 앞에 파란 딱지가 생김, 무급

       많은 관심 부탁.

         

       추천 : 251 비추천 : 91

         

       ㄴ미친련ㅋㅋㅋ 무급ㅋㅋㅋ

       ㄴ진짜 무급 노예 입갤ㅋㅋㅋㅋ

       ㄴ니 이름은 이제 춘식이여 ㅋㅋㅋ

       ㄴ도망쳐ㅕㅕㅕㅕ

         

       ㄴㅅㅂㅋㅋㅋㅋ오자마자 파딱을 뽑네ㅋㅋ 조건 봐 미친련ㅋㅋㅋㅋ

       ㄴㅋㅋ 파딱 불쌍해

       ㄴ어어 점마 왜 파래지노

         

       ㄴ하와와 마왕쨩은 파딱이 되고 싶은 거시야~

       ㄴ이런 이상한 새끼만 뽑지 마라 ㅋㅋㅋ

         

       ㄴ주딱 아카데미 여학생이래 주딱 아카데미 여학생이래

       ㄴㄹㅇ?

       ㄴㄹㅇ이겠냐고 ㅋㅋㅋㅋ

       ㄴㄹㅇ이면 파딱 쌉가능 ㅋㅋ 발까지 핥는다

         

       ㄴ난 남자라도 가능ㅋㅋ

       ㄴ?

       ㄴ게이야…

       ㄴ그건 네가…

         

       어지러운 댓글 속에서 지원하는 녀석들을 확인했다.

       어차피 3시간동안 갤질 하면서 뽑을 녀석들은 미리 생각해뒀으니, 골라잡기만 하면 된다.

         

       ‘얘는 뽑으면 갤러리에서 난리날 것 같은데.’

         

       오히려 이런 애들로 뽑아야 하거든.

       내 주딱 경력동안 쌓인 직감과 빅데이터가 이 녀석을 뽑아라 말하고 있다.

         

       【부 관리자로 임명하시겠습니까?】

       【예】

         

       나는 가볍게 버튼을 눌렀고.

         

       ─? 진짜임?

       ─뭔데!!!!!!!!

         

       갤러리가 술렁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가벼운 느낌으로 손 가는 대로 쓰겟슴니다.
    읽어주셔서감사감사함미다

    [2023.10.26 내용 약간 수정됨]
    [2023.11.29 내용 약간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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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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