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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커버접기

       

       

       

        

        

       =[3개 인과의 교차 충돌을 식별.]

        

       =[제안 : 연결 재개를 위한 시공간 좌표 확립. 인공확률고정기 가동을 위한 전력. 고등급 현장 요원 최소 두 명 이상.]

        

       =[인과 연결점 식별 : 소지 중인 스마트폰 및 파일명 20250314_0004.jpg를 포함한 24장.]

       

        

       .

        

       

       =[최고 등급 현장 요원 2명 돌입 및 정리 중.]

        

       =[인공확률 고정기 닻Anchor 연동 완료.]

        

       -[…….]

        

       =[현장요원 2명 및 ■■■, 원 인과 복귀 식별.]

        

       =[기록 : 성공]

        

        

        

        

        

        

        

        

        

        

        

        

        

        

        

        

        

        

        

        

        

        쿵.

        

        무거운 물체가 바닥과 충돌했다.

        

        그러나 그런 소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작은 소음이 비교적 크지 않은 방 내부를 가득히 울린다.

        

        장비끼리 부딪히며 달그락거리는 소음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가라앉는다. 숨소리조차 들릴 것만 같은 정적이 공기를 짓눌렀다.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만이 귓전을 맴돈다.

        

        

        

       ───후우.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한 명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낸다.

        

        플레이트 프레임 사이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길고 검은 머리카락과 그 위로 소복히 쌓인 돌가루.

        

        그 사이로 삐죽하게 튀어나온 귀와, 그 위로 어렴풋이 보이는 탄환 모양의 머리핀.

        

        검은색 넥워머 위로 보이는 날카로운 턱선. 윤기가 도는 머리칼과 강렬한 대조를 이루는 백색의 피부와 발개진 입술.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작은 숨소리.

        

        잘 정돈되어있지만, 정작 주인이 존재하지 않아 을씨년스러움마저 느껴지는 주거 공간의 한가운데.

        

        그녀는 평소 애용하던 기관총 대신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아들고, 다른 한 손으론 택티컬 나이프를 들었다.

        

        그러나.

        

        

        

       “…뭐?”

        

        

        

        그곳은 그녀가 아는 공간이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었던, 삶이 절박해질수록 더더욱 선명히 떠올랐던 광경이 눈 앞에 있었다.

        

        몸에 새겨지다시피 한 전투 기술과, 무슨 상황에서든 냉정을 유지하도록 칼날처럼 벼려진 이성마저 막을 수 없는 그리움이 해일처럼 덮쳐왔다.

        

        조준경을 관통하는 짙은 청색의 눈동자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의 감정이 복받치며 총구가 아래로 가라앉았다.

        

        

        

       “…어,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말.

        

        이 광경이 꿈이 아니길.

        

        만약 꿈이라면 깨지 않기를.

        

        

        인세에 현현한 지옥 속에 내팽개쳐진 4년 동안 흐릿해질지언정 단 한 차례도 완전히 잊어버린 적 없는 기억.

        

        입술을 강하게 문 탓에 뾰족한 송곳니에 찔려 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아픔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간절함이 엄습했다.

        

        

        공기 중에 항상 떠돌던 화약 내음과 부서진 시가지 파편의 가루. 콘크리트 냄새. 겨울의 찬 바람으로도 가릴 수 없었던 타는 냄새.

        

        하루도 빠짐없이 귓가를 맴돌던 총 쏘는 소리….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던 그녀의 몸이 비척비척 움직였다.

        

        

        

       ───스윽.

        

        

        

        덜덜 떨리는 손을 간신히 갈무리하며 끼고 있던 메카닉스웨어 장갑을 벗는다.

        

        언어가 되지 못한 파편을 토해내며 가구를 쓰다듬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간신히 눈에 담을 수 있었던 예전의 모습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백색의 손 위로 눈물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그녀는 숨죽여 울었다. 미어질 것만 가슴에도 소리없이 울었다. 그리 울 수밖에 없었다.

        

        한때 소리높여 울었던 어느 겨울의 하루, 그녀는 그 소리를 듣고 찾아온 폭도 무리를 어쩔 수 없이 살해했다.

        

        마음대로 우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했던 곳에서, 그녀는 가능한 한 작게 우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그러나.

        

        

        

       “…후윽, 윽, 으흑…흐윽, 하으윽…!”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움직여보려던 다리에서조차 힘이 풀리며 그녀는 현관 앞에 무릎꿇었다.

        

        격렬한 감정의 격류가 댐을 무너뜨리고 울음을 오열로 바꾸었다.

        

        손으로 가리고자 했으나 눈물이 끝도 없이 흘러넘친다.

        

        울음 사이에 섞여나오는 4년간 쌓이고 쌓인 감정과 고통은 결코 일개 사람이 자의적으로 막을 수 있는 분량이 아니었다.

        

        

        

       ───기이잉!

        

        

        

        숨이 넘어갈 듯 그 자리에서 울부짖는 그녀의 손목으로부터 빛이 점멸했다.

        

        정보의 홍수가 밀어닥친다.

        

        

        

        

       -네트워크 단절 확인.  정보관제 및 국지적 연합 지원 체계, 이하 이카루스 시스템 재부팅 중….

        

       -재부팅 종료. 데이터 취합 개시.

        

       -접속 가능한 네트워크 식별. 위성망 및 보유 중인 전자기기 간 연동 시도, 데이터 페어링….

        

       -접속 완료.

        

        

        

        수많은 글자들이 눈 앞에 떠오르며 사라지길 반복한다.

        

        언뜻 보기엔 경건해보이기까지 하는 금빛의 글씨들. 그러나 눈을 감고 엎어진 채 슬픔을 토해내는 중이었던 그녀의 눈 앞에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깨끗하게 정돈된 내부. 매끈하게 청소된 바닥 위로 그녀가 걸어오며 남긴 족적이 남았다.

        

        오래된 콘크리트와 먼지, 쇳조각, 그리고 혈액이 섞인 발자국. 집이라는 장소와는 결코 공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녀가 걸어온 흔적을 알려주고 있었다.

        

        

        많은 것을 놓고 왔다.

        

        사람으로서 놓지 말아야만 하는 것을 놓고, 그저 죽고 싶지 않았기에 사람을 죽이는 기술을 배웠다.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수긍하고, 결코 익숙해지지 말아야만 하는 감각을 뼛속까지 각인시켰다.

        

        여태까지 쌓아왔던 20년 가량의 과거가 한순간에 짓눌리기까지는 고작해야 몇 년조차 걸리지 않았다.

        

        

        잊고 싶지 않은 기억과 잊고 싶은 기억들이 윤전하며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더더욱 뒤틀고 있었다. 온 몸에서 화약 냄새가 빠지지 않을 때까지 사격했던 기억, 처음으로 타인의 삶을 빼앗은 기억, 쌓인 눈 위로 흐르는 혈액, 점차 흩어져가는 시선과 삶.

        

        청명한 하늘 위로 보이는 은하수. 자신이 지켜내기로 마음먹었던 수많은 사람들. 믿을 수 있는 팀원들과,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픈 막내 대접.

        

        적을 죽였다는 것보다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체감하며 느낀 자괴감과 지켜낸 목숨으로부터 얻어낸 찬사. 점차 무뎌져가는 마음을 채워가는 의무감.

        

        그 모든 것들이 제멋대로 충돌하고 있었다.

        

        

        군복의 소매를 적시는 눈물에는 그 모든 감정들이 녹아나오고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끔찍한 것들 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빛났던 모든 순간들.

        

        그녀는 스스로도 자신이 어째서 울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돌아왔다고 무작정 기뻐하기에는 그곳에 놓고 와버린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저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마지막 한 줄이 눈 앞으로 떠올랐다.

        

        

        

       -[집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유진.]

        

        

        

        그녀가 더 이상 고통받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퍼스널 데이터 업데이트 중….

        

       -오퍼레이터 이름 : 이유진.

        

       -출신/고향 : Unknown…… -> 대한민국, 서울.

        

       -나이 : 미상…… -> 24.

        

       -행적 : Unknown.

        

       -신장 : 171cm.

        

       -몸무게 :■■■kg.

        

        

       .

        

        

       .

        

        

       .

        

        

        

       -[D+1700. 복귀]

        

        

        

        

        

        

       

       

       

       

       

        

       정보관제 및 국지적 연계 지원 체계Information Control And Regional-Uniting Support System, 즉 이카루스ICARUS는 미국 내 대통령 훈령 51호에 따라 정보통신 및 발전 시설, 가스 및 원유, 은행 및 금융, 수송과 급수, 응급의료체계, 전시 또는 재난 상황 시 지속성 있는 정부시설의 존속 및 테러 방지를 위해 비밀리에 창설된 미 국토안보부 직속 기관입니다.

        

        다각도의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미 정부는 핵, 판데믹, 테러, 사이비 종교, 심지어는 미정의된 신경성 가스 누출 등을 통한 전국적인 혼란의 발생이 어떠한 형태로 미 정부의 기능 마비를 야기할지를 고려하였고, 그로 인해 발생할 미합중국의 총체적 기능 부전을 타파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이카루스 시스템과 그 산하 전술지원국 요원들은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기능 존속 및 재건립을 최우선 목표로 상정하며, 그에 따라 사회 곳곳에 숨겨진 패닉룸 및 무장안전가옥, 조병창에의 무제한적 접근 권한을 보유합니다.

        

        또한 투입 요원들의 원활한 작전 지원을 위해 이러한 프로토콜은 정부를 포함한 미국 내에 유통되는 다양한 전자 보안 규격 역시도 우회 및 돌파 가능하며, 이는 사태가 종식되거나, 정부의 기능이 평시의 30% 이상 회복된 후에도 유효합니다.

        

        이는 별도의 통수권자의 명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 서열 다섯 안에 들어가는 인원의 직접적인 명령이 전파되지 않는 한 사태가 종료한 후에도 지속됩니다. 

       

        <중략>

        

        .

        

        .

        

        이카루스 요원은 보통 미합중국 특수작전사령부USSOCOM 내 시가전 경험이 풍부한 부대원들 중 명확한 비전을 보유하고 국가에 대한 기여도가 뛰어난 헌신적인 인원들을 주로 선발합니다. 이들의 위치는 요원이 디바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한 실시간으로 추적되며, 변절Fallen은 즉각적인 제거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카테고리 3 이상의 상황, 즉 투입된 이카루스 요원들의 손실률이 20%…전멸 판정을 받았을 때, 기존 요원들의 추천 및 승인 하에 원하는 이들을 요원으로 선발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가능한 한 빠르게 HQ로 도착하여 체력 테스트를 본 후, 투입 가능 여부를 판단합니다.

        

        타국의 험지를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이수하는 여타 인원들과 다르게, 이카루스 요원들은 타 요원들과 비교를 불허하는 극도로 강한 심폐지구력 및 체력이 요구되며, 무수히 많은 화기의 사용법, 기초 및 심화폭파학, 적 통신 차단 및 통신망 개설, 심문학 및 심리학, 정부 기관의 건물 구조와 취약점 및 보호 방법과 고급/심화 CQB 등을 최우선적으로 이수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02/26 수정

    주인공이 과거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처음부터 보고싶으신 분은 661화로 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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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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