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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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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너무 천천히 변한다고 해야 하겠지.

        세상은 천천히 변화하고……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가도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많은 시간이 흘러가 있다.

       

        그것은 게이트와 몬스터, 그리고 헌터들이 나타난 현대 시대도 마찬가지다.

       

        몬스터의 부산물과 마석의 출현.

        그로 인한 에너지원의 변화.

        마법의 발견.

       

        하나하나가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그을 것들이었지만,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학교에 다니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스마트폰을 본다.

        디자인과 성능에 약간의 변화는 있을지언정…… 여전히 사람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 방송을 보는 것이다.

       

        “아…… 눈에 띄는 신인이 없네.”

       

        이규인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아니…… 헌터 관련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어찌 보면 평범하지는 않지만, 하는 일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계약 관련이라 평범하다면 평범한…… 그런 사람.

       

        모처럼 맞이한 휴가의 날.

        그는 언제나처럼 유일한 취미 생활인 하꼬 인터넷 방송인들을 찾고 있었다.

       

        평균 시청자가 겨우 1명에서 10명…… 많아 봤자 30명 언저리인 이들.

        그의 취미는 이런 방송인들 사이에서 원석을 찾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높은 벽에 가로막혀서 좌절하지만…… 그중에 몇몇은 결국 벽을 넘어 성공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는 그 순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가 이런 이상한 취미를 가지게 된 이유였다.

       

        “응?”

       

        맥주를 홀짝이며 마우스를 움직이던 그의 시선에, 희한한 광경이 보였다.

        방송의 미리 보기 화면에 비추는 어떤 여성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던 것이다.

       

        “와? 뭐지?”

       

        단순히 미리 보기 화면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눈에 확 띄는 비주얼.

        그 놀라운 모습에 이규인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라튜버? 요즘 기술이 이 정도까지 발전되었나?”

       

        움직이는 캐릭터 아바타…… 일명 ‘버츄얼 스트리머’, ‘버튜버’라고 부르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마법의 발견은 인터넷 방송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Real Avatar VTuber.

        약자만을 따서 RATuber, 라튜버, 라츄얼 스트리머 등으로 부른다.

        외형을 변형하는 ‘폴리모프’ 마법을 각인한 아티팩트를 사용하여 실제 인터넷 방송인이 자신만의 캐릭터로 직접 변신하여, 직접 롤 플레잉을 하는 신개념 버츄얼 방송.

       

        기존의 버츄얼 방송은 움직이는 2D 캐릭터를 사용하기에,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실제로 버츄얼 방송쪽은 씹덕 감성이 강한 느낌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에 반해서 이 라츄얼 방송은 실제 사람이 외형을 바꾸고 진행하기에 그런 요소가 아무래도 조금 적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게다가 아무래도 표현의 한계가 존재하는 버츄얼 방송에 비해서 자유도도 높고, 얼굴 공개의 위험성도 적다 보니 요즘 인방계는 버츄얼에서 라츄얼로 점점 옮겨 가는 추세였다.

       

        그리고 그가 발견한 방송 역시 라츄얼 방송인 듯, 심상치 않은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들어가 봐야지.”

       

        두근거리며 방송을 클릭하자, 곧바로 그 심상치 않은 방송인이 화면에 나타난다.

       

        나이는 대략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사이쯤 되어 보였다.

        하얗게 흘러내리는 백발…… 아니, 은발. 하지만 머리카락 사이사이에서 금빛으로 반짝반짝하고 있었다.

        금색의 단정한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소녀.

       

        그냥 볼 때는 일반적인 예쁜 소녀 형태의 아바타를 사용했다고 생각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으니…….

        그녀의 머리 위에 나 있는 금색의 뿔 두 개와 파충류나 고양잇과 맹수를 연상하게 하는 세로 동공을 가진 그녀의 눈동자가 그녀의 종족이 인간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오. 인외종 아바타인가?”

       

        생각보다 더 예쁜 모습에 이규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라츄얼 방송이 유행을 타면서 많은 방송인들이 다양한 아바타로 폴리모프를 한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완성도가 높은 아바타는 처음이다.

        눈을 내려 방송인의 닉네임을 확인해 본다.

       

        “멸천룡 그랑 라그나?”

       

        ……닉네임이 왜 이래?

        일단 닉네임을 보아서는 용인(龍人)이 모티브인 것 같은데, 이런 닉네임은 좀…… 그렇지 않나?

       

        ‘뭐, 아바타가 예뻐서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이런 어여쁜 아바타에 닉네임도 좀 더 자연스러운 닉네임을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캔맥주를 따며 멸천룡 그랑 라그나의 데뷔 방송을 지켜보았다.

       

        [= 음……. 내 말이 들리는 것이냐?]

       

        – 와! 진짜 예쁘다!

        – 헤으응!

        – 합격!

       

        이제 막 데뷔를 한 탓일까?

        눈에 확 띄는 아바타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아바타의 위력이 대단했는지, 시청자는 어느새 30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 내 말이 들리는 것 같구나. 다행이로다.]

       

        – 말투랑 모습이랑 안 맞는 거 웃기네.

        – 닉네임은 왜 그런가요?

        – 헤으응!

        – 사랑해주세요! 사랑해주세요! 사랑해주세요! 사랑해주…….

       

        막 데뷔한 하꼬 방송인인 탓일까? 댓글 창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평소 댓글 창 관리는 인터넷 방송인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그로서는 눈살이 찌푸려질 광경이었다.

       

        “뭐, 첫 데뷔니까…….”

       

        이해해 줘야겠지?

        한숨을 내쉬며 편안하게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가 저녁 대신으로 먹을 치킨을 시키는 사이에도 방송은 그럭저럭 진행되고 있었다.

       

        [= 내 이름 말이냐? 그것이 내 ‘진명’이다.]

       

        – 이름이 멸천룡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요즘 누가 라튜버 이름을 저렇게 지음?

        – 저게 오히려 컨셉이면 박수 쳐 줄 수 있음.

       

        [= 컨셉…… 그렇군. 컨셉이라고 생각하는구나.]

       

        – 와…… 이 사람, 제대로인데?

        – 컨셉 지대로네.

        – 속지마라 제군들! 알맹이가 달려 있을 수도 있다!

        – 헉?! 오히려 좋아!

       

        그 역시 작게 낄낄거리며 ‘ㄹㅇㅋㅋ’를 치고 있을 때였다.

        화면 속 소녀가 진지한 얼굴로(애초부터 표정이 무표정에서 거의 변하질 않았다.) 입을 열었다.

       

        [= 내 소개부터 해야겠구나. 내 이름은 ‘멸천룡 그랑 라그나’라고 한단다. 북한이라는 땅의 백두산? 그곳에 자리 잡은 EX급 게이트. 너희들이 ‘백두산 게이트’라 부르는 곳의 주인이자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엘더 드래곤이지.]

       

        ……조금 많이 폭탄이 될 말을 말이다.

        너무 뜬금없이 들어온 방송인의 RP에 그의 몸이 굳고, 댓글 역시 멈췄다.

        아주 잠깐의 침묵 후.

       

        – 저건 좀 위험한 거 아님?

        – 님. 실제 네임드 몬스터나 실제 게이트를 컨셉 소재로 사용하면 위험해요!

        – 이거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댓글이 다른 의미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 사실을 말했는데 왜 그러느냐?]

       

        화면 속 소녀는 오히려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바타가 아바타라서 그 모습도 귀여워 보일 뿐이었지만.

       

        – 아니…… 이 와중에 얼굴 미쳤네.

        – 저런 아바타 주문하려면 어디에 가야함?

        – 헤으응!

        – 날 가져요!

       

        댓글 역시 그의 기분을 대변해주었다.

       

        – 요즘 방송계 물 왜 이럼?

       

        물론 그 와중에도 분탕을 치는 이들은 존재했다.

       

        – 아니 시발! 아바타만 잘 뽑으면 다인가? 게이트가 네 X냐?!

       

        시청자들 중 하나가 발작 버튼을 눌린 것처럼 화를 내기 시작했다.

       

        [= ‘메루땅사랑해’야.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이냐?]

       

        – 왜? 왜 화를 내냐고?! 머릿속에 들어있는 게 없냐?!

        – 게이트 하나 없애려고 얼마나 많은 헌터들이 죽어 가는지 아냐?!

        – 그런 걸 생각 없이 네 컨셉질에 써먹는다고?

        – 하지 말라면 그냥 하지 말라고!

       

        댓글에 무섭게 올라오는 ‘메루땅사랑해’의 댓글들.

        중간중간 그의 뇌 내 속 필터링을 거치긴 했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저런 내용이었다.

       

        “헌터측 관리자인가?”

       

        지금은 안정기에 들어갔지만, 게이트와 헌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멸종할 위기였다.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

        현대 화기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 마나를 다룰 수 있는 몬스터들의 공격에 인류는 큰 피해를 입었다.

       

        마나를 다루는 몬스터들에 대항할 수 있는 헌터가 등장해도 피해는 그대로였다.

        게이트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게이트를 닫아야 했다.

        그리고 인류는 헌터들의 큰 희생을 치르고서야 지금의 안정기를 맞이했다.

       

        지금 저렇게 화를 내는 ‘메루땅사랑해’라는 사람 역시, 그때 헌터였던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당사자겠지.

        저렇게 발작하는 이들을 차단하기 위해 실제 게이트나 네임드 몬스터의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는 법이 존재할 정도니까.

       

        “하지만 이건 좀 과한데…….”

       

        아무리 심정적으로 이해는 간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이규인이 눈살을 찌푸릴 때였다.

       

        [= 그렇군. 너희들은 내 말을 믿지 않는 것이로구나.]

       

        – 이 와중에도 컨셉 지키는거 봐.

        – 이 정도는 되어야 이 험난한 방송계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 ㄹㅇㅋㅋ

       

        [= 그래. 그렇다면 내가 뭘 해야 너희들이 믿을 것이냐?]

       

        방송인이 내뱉은 그 말.

        이규인은 훗날을 돌아볼 때, 여기서 방송을 나갔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음…… 그렇다면…….”

       

        타다다닥!

       

        – 내일 홍대 거리에 진짜 모습으로 나타나는 거 어떰?

        – 오! 그거 좋겠다.

       

        그랬다면 취기에 이딴 글을 댓글에 작성하지 않았을 것이고…….

       

        [= 흠……. 좋다. 그렇다면 너희의 시간으로 16시에 홍대 거리? 그 장소에 본신의 모습으로 나타나겠다.]

       

        방송인도 이딴소리는 안 했을 것이며…….

       

        – 진짜 나온다면 홍대거리에서 삼겹살 구워 먹음.

        – 오! 난 오카리나 가져가서 연주함.

        – 난 춤춘다. ㅋㅋ

       

        댓글 창에 이딴 글들이 올라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크크큭!”

       

        타다다닥!

       

        – 난 꽃다발 가져가서 선물함.

       

        그도 취기에 이딴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 야! 나와! 너 나오면 칼 들고 가서 찔러버릴 테니까!

       

        아까부터 계속 분탕질을 하는 저 댓글도 볼일이 없었을 테니까.

       

        띵동!

       

        “아. 치킨 왔나 보네.”

       

        치킨을 가지러 일어나던 그때의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그로가 아님.

    인방쪽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본 소설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뇌내 망상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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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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