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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커버접기

       *** ***

         

       게임의 고인물이란 어떻게 태어나게 되는 걸까?

         

       이 무림천하라는 게임에 10년이나 고여 있는 단톡방 멤버들을 보고 있자니 나름대로 그 의문에 답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 한 게임에 꽂혀 고인물이 되는 수순은 그 게임의 어느 부분이 도저히 다른 게임에서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고 [무림천하 단톡방]의 멤버들 중 80퍼센트는 그런 인간들이다.

         

       이 무림천하라는 게임이 아니면 실현할 수 없는 플레이들.

         

       삼루무사의 경우에는 기둥서방 플레이를 즐겨하고 소요강호의 경우에는 객잔주 플레이를 즐겨한다.

         

       자유도 있는 무협게임이라고는 [무림천하]하나 밖에 없으니 어디 가서 무협 속 기둥서방이 되어보고 무협 속 객잔주가 되어 보겠는가? 그러니 무림천하를 떠나지 못하고 망령이 되어 있는 셈이다.

         

       나는 수련을 좋아했다.

         

       특히 본인 자신이 강해지는 무협이라는 장르를 좋아했다. 판타지식의 단련은 수련이라기보다는 모험의 성향이 강하니까. 무학을 하나하나 깨달아가며 차근차근 발전하는 모습 그 자체가 좋았다.

         

       요새 웹소설을 내 감성대로 썼다가는 [요새 수련하는 주인공이 있다? 쿠쿠루삥뽕][전개가 느리네요 하차합니다. 작가님은 상하차나 하러 가세요][사이다 나올때까지 숨 참는다 흡! 어? 이미 고구마에 목이 막혔네?]이런 댓글이나 달리겠지.

         

       그러니 뭐 [무림천하]에서 캐릭터나 굴러야지.

         

       내가 10년이나 이 무림천하를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무공수련이라는 서사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이제 이 [무림천하]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원했기에 내가 플레이하는 캐릭터의 시트는 기본적으로 매우 처참했다. 일반적인 게이머들이라면 학을 뗄 특성들도 웃으면서 반겼지. 그런 고난이 있을 수록 수련 과정은 길어지고 결과는 달콤해지니까. 그런 캐릭터들로도 모두 엔딩을 봤는데 뭐 힘들어봐야 얼마나 힘들겠어?

         

       하다못해 캐릭터들 깨달음까지 싹다 암기할 정도로 고인물이 나였는데 게임 세상에 떨어지는게 뭐 대수라고.

         

       그러니 내가 15세 호천안이 되어 이 무림천하의 세계로 빨려들어왔을 때 나는 내심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상태창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

         

       이름: 호 천안

       나이: 15

       경지: 삼류 미만

       성격: 무난

       근력: 4 민첩: 5

       체력: 5 내공: 5

       행운: 5 지구: 5

       근골: 3 영성: 5

       집중: 6 정력: 5

       오성: 5

       특성:

       [떠돌이] – 당신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상대와의 관계에 –5)

       [힘줄 절단] – 왼쪽 소지의 힘줄이 잘렸습니다. (근력-1)

       [못 먹은 몸] – 어린 시절 영양 섭취 부족으로 인해 성장이 저해되었습니다. (근골-2)

       [근성] – 부상 효과가 감소하며 생사의 기로에서 생존 확률이 올라갑니다.

       [악바리] – 당신은 몸 상태와는 별개로 정신력이 뛰어납니다. (집중+1)

       [잡혈] – 당신의 출신은 천합니다. 그것은 하늘이 보장합니다. (최종경지-?)

       최종경지: 이류

       깨달음: 없음

       

       

       ————————————

         

       호천안은 플레이어 캐릭터가 아니었다.

         

       최종경지 이류 무사. 그게 나 호천안의 한계점이었다.

         

       그리고 무림천하의 세계에 떨어진 후 8년.

         

       나는 아직도 이류였다. 

       

       

       *** ***

       

       

       “광양문에 비무첩을 전달하는 일이네.”

         

       “내가 하지.”

         

       나는 중개인에게 서찰을 전달 받아 품에 집어 넣었다.

         

       아마 게임이라면 이런 메시지가 뜨지 않았을까.

         

       [광양문에 비무첩 전달 임무를 수락했습니다.]

       [임무 난이도: 하급]

       [위험도: 중하]

       [광양문에 비무첩을 전달한 뒤 무사히 복귀하여 보고하십시오.]

       [기한: 3일]

         

       광양문은 그리 멀리 있는 문파도 아니다. 고작해야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도착할 거리에 있는 문파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뭐야 이런 퀘스트가 위험도가 중하나 된다고? 이 정도면 다섯 살 짜리 아이도 할 법한 심부름 아닌가? 하고.

         

       그러나 이 사천성에서 비무첩 전달이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우선 광양문에 도착하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두 곳 있다. 첫째로 엿장수에게 엿을 한 봉지 샀다. 둘째로는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을 만나야 했다. 엿 하나를 쭉쭉 빨며 골목을 누비고 있자니 금새 협객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얘들아.”

         

       “앗, 매검자다!”

         

       “더럽고 비열하고 얍삽하고 치졸하고 음습한 매검자다!”

         

       “삼류 무사 매검자다!”

         

       이미 이 사천에 적을 둔지 7년. 애들이 제 멋대로 주워 섬기는 말 따위는 별로 상처도 안 된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봉지를 벌려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다. 이리 저리 조각난 엿의 모습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손버릇 안 좋은 아이가 뒤에서 달려들어 봉지를 빼앗으려 했지만 어림도 없지.

         

       간단하게 봉지를 들어 올린 뒤 말했다.

         

       “1다경만 나를 따라온다면 이 엿을 모두 주지. 어떠냐?”

         

       “어머니가 매검자는 짐승만도 못한 이들이라 약속을 안 지킨다는데!”

         

       “우리 아버지 낙영문 무사야! 아버지 부르기 전에 어서 엿을 내놔!”

         

       “약골 매검자라면 우리가 다 덤비면 이길 수도 있어! 공격할까?”

         

       “그래서 엿을 먹고 싶다는 거냐 말겠다는 거냐? 어른들이 오면 매검자가 준 엿을 먹게 내버려 둘 성 싶으냐? 뒤만 따라 온다면 엿을 주지.”

         

       애들은 우왕좌왕하더니 결국 엿의 마력을 이기지 못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따라왔다. 사실 어른들은 애들을 어리석고 사리 분별 못한다고 여기지만 애들도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경험이라는 것을 한다.

         

       아무리 어른들이 낭인을 매검자라고 욕하고 천하고 더럽고 위험하다고 해도 아이들이 경험한 낭인들 중에 그런 이들은 없었을 터다. 아니 걸핏하면 애들을 때리고 욕하는 일반 양민들보다 안전하게 느낄 수도 있다.

         

       사천낭인은 절대 아이들을 해코지 하지 않으니까.

         

       아무튼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애들을 우르르 끌고 광양문으로 향했다. 내가 광양문으로 접근하자마자 문지기들은 무기를 뽑아 겨누었다.

         

       사천성에서 경비를 서는 문지기들의 적은 누구인가? 바로 나같은 낭인이다.

         

       “접근하지 마라. 매검자 놈!”

         

       “대 광양문은 너 따위 매검자가 감히 발을 들일 곳이 아니다!”

         

       이 사천무림에서 활동하는 낭인이라는 증거인 흑립을 한번 고쳐 쓴 뒤에 품에서 서신을 꺼냈다. 서신을 꺼내자마자 두 무인이 나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내가 뒤를 눈짓하자 두 사람이 멈추었다.

         

       애들 수십 명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사건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상황이 눈에 들어왔겠지. 그리고 낭인을 따르는 아이들을 보며 수상한 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 일부 어른들까지 있다.

         

       정파인 광양문은 정당한 비무 절차도 없이 낭인에게 2대 1로 다구리를 놓을 수 없다. 아 물론 남의 시선이 없다면 얼마든지 가능할지도 모르지. 어차피 이 사천무림이라는 곳은 증인이나 증거가 없으면 일단 낭인이 잘못했다고 여기거든. 일단 제압하고 무슨 변명이든 가져다 붙이면 그만이다.

         

       그래서 애들을 데려왔다. 덤으로 애들을 데리고 다니는 낭인을 수상하게 여기는 어른들의 시선도 몰고왔다.

         

       문파 소속의 무인이 이런 시선 속에서 함부로 칼을 휘두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배에 힘을 빡 주고는 서찰을 펼쳤다.

         

       “광양문에게 고한다! 낭인 공영호권 영지후열이 평소 광양문의 정기를 흠모한 바! 비록 천한 몸이지만 광양문에게 한 수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으니! 특히 광양문의 천소결의 명성이 사천무림을 진동시키는 바! 천소결과 검과 권을 나누고자 하니! 길일인 십일을 택해 무예를 논하고자 한다!”

         

       뒤에 주저리 주저리 도발 섞인 문장들이 많았지만 결국 영지후열이라는 낭인이 광양문 천소결과 비무 한판 뜨자는 주요 내용은 전달했기에 생략했다.

         

       비무첩을 접어 오만상을 찡그리고 있는 문지기의 가슴팍에 쓱 집어 넣어 준뒤 탁탁 털어주었다.

         

       광양문은 이제부터 뒤집어지겠지. 문파가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되었으니 아마 비무 날까지 밤낮 할 것 없이 무제한 대책회의에 들어갈 테고 이 두 문지기들은 낭인의 비무첩을 받았다는 이유로 무수한 갈굼의 향연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비극적인 미래를 예상했는지 두 문지기는 당장이라도 날 씹어 먹을 기세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뭐 어쩌겠어 사람 썰고 싶을 때 썰려면 사파에 몸담았어야지.

         

       이 사천무림에 사파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네들 사정이고 내 알 바는 아니었다.

         

       내가 알 바는 내가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엿 먹어라 애새끼들아!”

         

       “와아아아!!”

         

       “이상하다, 왜 욕 먹은 거 같지?”

         

       “야야, 니들 잘했다. 수고 많았고 빨리 엿이나 먹어라 얘들아.”

         

       아이들에게 봉지에서 엿을 꺼내 하나씩 쥐어 준다. 그러면서 발을 빠르게 놀려 빠르게 광양문에서 멀어진다. 길을 꺾자마자 애들에게 엿봉지를 건네 준 뒤 재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있는 내공 없는 내공 탈탈 털어 골목을 이리저리 달리다가 뒷골목으로 스며들었다.

         

       “후우…”

         

       비무첩을 무효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 가장 적합한가? 그건 당연히 애초부터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비무첩을 전달한 전령인 나를 제거하면 ‘비무첩? 우리는 그런 걸 받은 적이 없는데?’라고 오리발을 내밀 수 있겠지.

         

       아이들을 증인으로 보험을 들어 놓기는 했지만 광양문에서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그 정도를 얼버무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러니 알아서 조심해야지.

         

       고작해야 이류에 불과한 나는 길거리에 채이도록 흔히 있는 일류 무사 한 명만 마주해도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 

       

       평상시에 사천을 누비며 준비해 둔 도주로를 따라 도망친 덕일까. 다행히 누군가 따라오는 기척은 없었다. 

       

       조금은 안심하며 쭈그려 있던 뒷골목의 상자에서 몸을 일으키던 찰나였다. 

         

       “누군가 그렇게 급히 달아나나 했더니 흑립을 쓴 놈이구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본 소설은 너무 무겁지 않은 적당한 무협물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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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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