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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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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데스의 이야기

       

       

       

       21세기 지구에서 죽은 줄 알았던 내가 다시 눈을 떠보자 그곳은 꿈과 희망이 넘치는 이세계였다. 

       

       아니, 사실은 그냥 알몸 차림으로 땅바닥에 떨어져 마구 굴렀다.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인지 정신이 없을 때 누군가 ‘우리’에게 소리쳤다.

       

       “형님들, 누님들. 어서 무기를 들고 싸웁시다! 저 정신나간 아버지가 다시 배 속으로 삼키기 전에!”

       

       금발 머리의 한 남성이 날카로운 칼을 쥐고 주변의 사람들을 보며 떠든다.

       바닥에는 그 남성이 뿌린 창칼이 있었고 내 주변의 알몸 변태들은 주섬주섬 무기를 주워들었다. 

       

       “고맙다. 막내야! 하마터면 아버지의 배 속에서 영원히 갇힐 뻔 했구나!”

       “자기 자식들이 태어나자마자 삼켜버리다니, 그게 아버지로서 자식한테 할 짓입니까!”

       

       푸른 머릿결을 한 20대 변태 남성이 냅다 그 ‘아버지’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무려 자기 아버지를 죽이려 하다니, 거침없는 패륜적인 행보를 보이는 남자였지만 주변의 변태들 또한 동조했다. 

       

       “이번에는 쉽게 먹히지 않을 겁니다!”

       “하앗!”

       

       마치 숙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 비틀거리는 ‘아버지’가 우릴 사납게 노려보았다.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칼에 맞아도 상처없이 멀쩡할 수 있지?

       

       그들의 싸움을 바라보던 나는 명백하게 이상함을 느꼈다. 

       다들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느라 땅바닥은 난장판에 무기가 부딪히는 굉음이 울려퍼지는 건 일단 둘째치고..

       

       “크으.. 너희들이 감히 이 크로노스에게 반항하는거냐! 그리고 메티스! 네가 어떻게 나를 배신할 수가!”

       

       저 싸움, 움직임이 내 눈에 전부 보인다. 

       보통 인간의 동체시력은 저런 초인의 싸움을 볼 수 없다. 

       

       애초에 폭발에 터져나가듯 마구 튀어오르는 파편에 맞아 이미 죽었겠지.

       

       “뒤에 계신 형님도 어서 싸워주십시오! 이대로는 밀립니다!”

       “으아아!”

       

       카캉! 캉!

       

       일단 내가 초인으로 환생했든 괴물로 다시 태어났든 저 ‘아버지’는 나를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 생각이 머리에 스침과 동시에 바닥에 놓인 창을 집어 힘껏 던졌다. 

       

       슈우우욱- 푸욱!

       

       “크윽! 이놈들이!”

       “좋아, 아버지의 팔에 정확히 맞았어!”

       

       죄송합니다. 아버지. 하지만 저까지 공격하시길래 그만..

       ‘아버지’가 팔에 꽂힌 창을 급하게 빼내더니 뭐라고 중얼거리신다.

       

       “시간이여!”

       

       “으윽.. 몸이..”

       “우리가 이대로 포기할 것 같습니까!”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간다. 

       아버지에게서 퍼져나온 무형의 기운이 세계를 멋대로 비틀어버린다. 

       

       그것도 잠시, 우리 모두가 있는 힘껏 저항하자 기이하게 흘러가던 시간이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몸이 다시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다들 패륜적인 행동을 계속하자 버티지 못한 아버지가 하늘을 날아 도주했다.

       

       “후우.. 끝났나?”

       “막내가 아니였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어.”

       “이게 다 어머니 덕분입니다. 아버지한테 저 대신 삼키라고 돌덩이를 드렸거든요.”

       “그게 그거였니? 배 속에 돌덩이가 떨어졌을 때 나는 아버지가 미쳤다고 생각했어.”

       

       전투가 끝나고 기진맥진한 사람들이 바닥에 주저앉는다. 

       우리 모두 땅바닥에서 숨을 몰아쉬는데 금발 머리의 청년이 말했다. 

       

       “저는 어머니께서 낳으신 마지막 자식, 제우스(Zeus)라고 합니다. 혹시 형님과 누님분들의 성함은…?”

       “흠. 포세이돈(Poseidon)이라고 지었다.”

       “나는 헤라(Hera), 네 덕분에 모두 살았네. 고마워.”

       

       자기를 포세이돈이라고 소개하는 푸른 머리의 남성에 자신을 헤라라고 하는 여성.

       여기는 설마 그리스 로마 신화..? 그럼 아까 그 아버지는 크로노스?

       

       “헤스티아(Hestia)라고 불러줘.”

       “….나는 데메테르(Demeter).”

       

       소개를 마친 이들 모두가 날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지 깨달아버렸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의 여섯 형제 중 하나, 저승을 다스리는..

       

       “하데스(Hades).”

       

       그것이 내 이름이였다. 

       

       

       

       * * *

       

       

       

       전생의 일만 빼놓고 대충 적당히 각색해 이야기를 마쳤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제우스 님이 주신이 되어 올림포스를 세운 이야기도 해주세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봄과 씨앗의 여신, 페르세포네가 귀엽게 소리쳤다.  

       그런데 너는 돌아갈 생각이 없니? 데메테르가 걱정할 텐데.

       

       “흥, 당분간은 없어요! 엄마는 맨날 과보호만 해.”

       

       봄과 씨앗의 여신은 저승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사한 미모에 맑은 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귀여운 조카가 이렇게 어두침침한 저승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면 내 뇌리에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

       

       데메테르가 화내기 전에 이젠 진짜로 돌려보내는게 좋을 듯한데..

       

       “싫어요오..! 안 갈래요!”

       

       조카야. 여신의 체통을 좀 지키렴.

       사계절 중 하나를 담당하는 여신이 그래서야 되겠니.

       

       물론 친척 어른이자 3주신중 하나인 내 앞이여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이런 모습을 인간에게 보이기라도 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냅다 저주를 걸어버릴지도..

       

       애가 귀엽다고 어렸을 때 너무 오냐오냐 해줬어.

       데메테르는 교육을 어떻게 시킨거야? 알았다. 알았어.

       

       “헤헤. 고마워요. 하데스 삼촌!”

       

       대충 질릴 때까지 이야기를 해주면 알아서 제풀에 지쳐 돌아가겠지. 

       

       

       

       * * *

       

       

       

       놀랍게도 우리는 신이였다. 

       비유가 아니라 신화시대의 진짜 신.

       

       그것도 세상을 지배하던 농경과 시간의 신, 크로노스와 대지모신 레아의 자식들.

       

       다리에 살짝 힘을 줘 하늘로 점프했다. 

       마치 슈퍼맨 같은 히어로가 된 느낌에 휩싸이고 내 몸은 빠르게 위로 날아갔다. 

       

       맑고 탁 트인 하늘이 나를 반기고 주변의 공기가 황급히 밀려난다. 

       조금 더 올라가자 구름이 보이고 나는 그 위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숨이 가쁘지도 않냐고? 어떻게 구름 위에 앉을 수 있냐고?

       이게 다 신력 덕분이다. 이번 생의 어머니.. 레아가 알려준 초자연적인 힘.

       

       내 안에서 끝없이 용솟음치는 막강한 힘은 평생을 다뤄온 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였다. 

       종족부터가 인간이 아니니까 당연한 거겠지. 

       

       “하데스, 그 위에서 뭔가 발견한 거라도 있나? 염탐을 나온 아버지의 부하라던가!”

       

       땅 밑에서 소리치는 포세이돈의 목소리가 들린다. 

       발견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이 경치를 즐기고 싶어서 적당히 대꾸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주변에는 푹신푹신한 하얀 구름들이 무리를 지어 떠다닌다. 

       하늘 아래에는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광활한 숲과 강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높은 곳에서 하계를 바라보는 이 압도적인 전능감.

       온 세상이 나의 것이 된 듯한 착각에 휩싸이는 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위로 올렸다. 

       

       더욱 높은 곳에서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은하수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하고 있었다.

       시야를 더 넓히자 빽빽하게 겹쳐진 검은색의 비단이 내 동공을 가득 메우고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아아.. 이 세상은. 

       

       미치도록 아름답구나.

       

       

       

       * * *

       

       

       

       그 전까지는 사실 꼭 티탄 신족과 사생결단을 내야 한다니 그런 마음은 없었는데 하늘을 보고 나니 욕심이 생기더라.

       그냥 이 세상에서 오래도록 살고, 즐기고, 공기를 만끽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티탄 신족들은 내게 장애물이였다.

       아마 그때의 다른 신들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와아.. 하기야 저도 가끔 올림포스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면 정말 아름다웠죠..”

       

       그래서 아버지와 싸웠다. 

       마치 내 손에 들어온 듯한 이 세상을 놓치기는 싫었으니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모르는 부분도 많았지만 기억나는 부분도 있었다. 

       이를테면 손이 백개나 되는 헤카톤케이레스가 우리 편이 된다는 사실이라던가.

       

       덕분에 전쟁이 길어지자 제우스가 퀴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들을 데려왔을 때도 놀라지는 않았다. 

       그 어떤 신에게서도 몸을 숨길 수 있는 투명 투구, 퀴네에(Kynee)를 받았을 때는 많이 신기했지만.

       

       아무튼 퀴네에를 쓴 내가 티탄 신족의 무기를 모조리 숨기고

       

       “무기! 무기가 사라졌다! 말도 안돼, 누가 감히 오트뤼스(Othrys) 산에 몰래 침입했단 말인가!”

       

       제우스가 아스트라페(Astraphe)라고 이름 붙인 번개를 휘둘러 티탄들에게 강렬한 눈뽕을 맛보게 해주었고

       

       “눈 감아라, 헤라!”

       “핫. 왜 내 허리를 잡으면서 말하는 건데!”

       

       콰르르릉! 번쩍!

       

       포세이돈이 삼지창, 트리아이나(트라이던트 = Trident)를 휘둘러 진도 10.0의 지진을 일으켰다.

       

       “으아아악!”

       “서.. 서 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우리들은 비무장 상태로 넘어진 시각 장애인들을 사정없이 때려눕히며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럼 분명 평화와 영광의 시대가 열였어야 했는데…

       

       “하데스님! 죽음의 신 타나토스가 실종되어 명계에 오는 이들이 사라졌습니다!”

       “마치 아폴론 님과 같은 천상의 음률을 만들어내는 자가 하데스님을 만나야겠다고..”

       “한 근육질의 인간, 아니 반신반인이 뱃사공 카론을 두들겨 패고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데메테르 님께서 페르세포네 님을 내놓으라는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만약 돌려주지 않을 시에는 대지를 메마르게..”

       

       온갖 미친 놈들이 난동을 피우는 민원처리소의 관리자가 될 줄은 몰랐지.  

       

       바깥에서 일어나는 소란을 듣고 페르세포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 네 엄마가 오기 전에 조용히 도망칠 모양이구나.

       

       “어.. 음.. 그럼 하데스 삼촌, 업무가 바쁘신 것 같으니 저는 이만.. 헤헤..”

       

       어여 가고 다시는 오지 마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추천과 선작 감사합니다.

    배 속에서 나올 때 태아 상태가 아니라 성장..

    + 크로노스는 농경의 신이지만 동명이인인 다른 신이 관장하는 시간의 신격도 가지고 있다고 설정했습니다..! 농경만 있으니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임팩트 부여..

    + 원래 아시던 신화 내용이나 시간대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King of Underworld

King of Underworld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Score 3.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ades, the God of the Underworld from Greek and Roman My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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