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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커버접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수백 번 구했는데, 한 번쯤 멸망시켜도 괜찮지 않을까.]

       

       갑자기 그 문장이 떠올랐다.

       

       사고의 확장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그저 아름다울 뿐인 눈 입자에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바람, 구름, 태양. 말 그대로 모든 것에서 마나가 느껴졌다.

       

       이성운에서, 대마법사 올리비아로 몸이 뒤바뀐 결과였다. 

       

       얼음 너머에 비친 올리비아는 아름다웠다.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가 지체 높은 가문의 아가씨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기에 청록색 로브까지 입으니 한 폭의 그림이나 다름 없었다.

       

       당연하지. 이거 커스텀하는데 며칠이나 걸렸는데.

       

       …가 아니고.

       

       

       좆됐다.

       

       범인(凡人)이었다면 누구나 기뻐할 기연이었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이 세상은 환상의 네버랜드가 아니라, 환장할 헬반도였다.

       

       그것도 그녀의 모가지를 딸 생각으로 만전인 미친놈들로 가득한 세계였다.

       

       차라리 지금 상황이 꿈이었으면 했다.

       

       올리비아는 현실을 부정하며 얼음벽에 손을 가져다댔다. 

       

       차가웠다.

       

       꼬집은 볼은 더럽게 아팠다. 

       

       “이럴 리 없는데. 과학적으로 빙의가 가능할리가 없잖아…….”

       

       밀려드는 절망감을 참을 수 없었다.

       정부가 비밀리에 진행하던 뇌 실험?

       고작 실험 따위로 심장에서 맥동하는 이 마력까지 재현할 수 있을까?

       

       이건 현실이다. 아주 빌어먹을 현실 말이다.

       

       “아니야. 아직 몰라.”

       

       올리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생각대로 되지 않길 바라며.

       

       “사, 상태창.”

       

       하지만 다음 순간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올리비아]

       – 레벨 : 100

       – 직업 : 혹한과 뇌전의 대마법사

       – 칭호 : 세계를 멸망시킨 자, 말살자.

       

       이젠 부정할수조차 없다.

       

       이건 꿈 같은게 아니다.

       

       아주 빌어먹을 현실이었다.

       

       

       ***

       

       

       

       이전 회차, 그러니까 몰살 엔딩을 보기 위해서 올리비아는 말 그대로 ‘모두’ 죽였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제국을 몰락시킨 대악마들도 그녀 앞에서는 ‘이건 좀….’ 하면서 손사래를 칠 정도다.

       

       인간만 수억 명.

       

       거기에 엘프, 드워프, 수인, 어인, 심지어는 드래곤까지 싸그리 죽여버린 뒤, 차원을 찢고 마계로 쳐들어가 마족까지 전부 몰살했다.

       

       괜히 커뮤니티에서 파괴신이란 별명으로 불렸던게 아니다.

       

       [호감도 이전이 완료되었습니다.]

       – 황녀 아리아가 혼란스러워합니다.

       – 검성 키엘이 이유 모를 불쾌감을 해소하고 싶어합니다.

       – 레드 드래곤 에리야스가 분노를 머금습니다.

       – 대륙 주민들이 89.9% 확률로 당신을 마녀 취급합니다.

       

       그런 파괴신 계정의 악연이 이전되었으니, 못해도 수십억 명이 올리비아를 보자마자 욕부터 박고 시작한다는 소리다.

       

       아니지, 칼빵부터 먹으려나?

       

       지구로 돌아가기는 커녕, 살아남는 것조차 벅차보였다.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떠오른 알림창은 그녀의 멘탈을 땅바닥에서 지옥 밑바닥까지 끌어내렸다.

       

       [플레이어의 능력치를 분석 중입니다.]

       

       [스토리의 진행도에 비해 플레이어의 레벨이 너무 높습니다!]

       

       [난이도가 헬(Hell)로 조정됩니다.]

       – 주요 NPC 15인이 전 회차의 기억을 가지고 회귀합니다.

       – 회귀한 NPC 목록 : 황녀 아리아, 검성 키엘, 대마법사 멜리나…….

       

       다른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했다.

       

       

       좆됐다.

       

       

       

       ***

       

       

       올리비아는 엎드려 절망하는걸 멈추고 일어났다.

       

       지금 이럴 시간이 없다.

       

       분명 알림창은 주요 NPC 15명이 회귀했다고 했다. 한 명도 아니고, 15명 전부가!

       

       락테아에서 ‘주요 NPC’ 라는 딱지가 붙을 정도라면 시나리오 후반에도 한따까리 할 정도로 강하다는 뜻이다.

       

       막말로 열 다섯 전원이 모이면 플레이어 없이 노말 엔딩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올리비아는 몰살 엔딩을 본 만큼, 단신으로 마신의 모가지를 따본 적도 있지만, 그건 애초에 시스템이 그렇게 설계된 덕분이었다.

       

       [세계를 무너뜨린 당신에게, 마신이란 존재는 미미하기 그저 없었다. 당신은 결국 마신마저 무너뜨렸다.]

       

       ……라는 스크립트가 뜨고 마신은 죽어버린다.

       

        그동안 죽였던 생명체들의 힘을 흡수한 결과 신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게 됐다나, 뭐라나.

       

       이렇게만 보면 마신이 허접으로 보이지만, 이래뵈도 락테아의 최종 보스다.

       

        괴랄한 패턴과 무지막지한 데미지는 유저들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걸로도 모자라, 유저 수만 명을 분노 조절도 못하는 정신병자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게임 오픈 초창기에는 마신 처치는 고사하고, 마왕 근처에만 가도 미친 재능충으로 취급할 정도였다.

       

       아니, 주요 NPC 열 다섯만 모으면 깨는 걸 왜 그렇게 어려워했냐고?

       

       간단하다.

       

       열 다섯을 한 자리에 모으기가 조오오온나게 어렵기 때문이다.

       

       주요 NPC들은 대륙에서 한 따까리하는 놈들답게 성격이 아주 제멋대로다. 

       

       아리아 황녀는 제국 최고의 지략을 가졌음에도 귀찮을 것 같다는 이유로 멍청한 행세를 하는 인물이며, 검성 키엘은 공작가의 가주씩이나 되는 주제에 방랑벽이 도져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한다.

       

       당장 둘만 해도 이 정도인데 열 다섯을 모으라고?

       

       심지어 그 중에는 신분제를 혐오하는 혁명가에, 살인을 즐기는 빌런도 끼어 있는데?

       

       괜히 뉴비 폐사겜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근데 지금, 그 NPC들이 전부 회귀했다.

       

       ‘나한테 죽은 기억을 가지고.’

       

       마신이 강림하기도 전에 올리비아에게 죽었으니, 그 화살은 마신이라는 잠재적 위협이 아닌, 실질적 위협인 올리비아에게 향할 터.

       

       마신도 잡는 열 다섯이, 사람 하나 죽이려고 힘을 합치게 생겼다.

       

       좆됐다. 확실히 좆됐다.

       

       둘, 어쩌면 셋까지는 어떻게 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많으면?

       

       바로 대가리 박살난다.

       

       승패가 정해져 있는 치킨 게임에 발을 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고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새로운 엔딩을 찾는다.’

       

       하필 새로운 엔딩이 업데이트 된 그날, 게임 속에 빙의됐다? 병신이 아닌 이상 새로운 엔딩을 찾는게 탈출법이라는 걸 유추해내야 한다.

       

       사실 새로운 엔딩을 찾는 것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올리비아는 락테아에서 정점을 찍은 개척자였고, 운영진이 얼마나 거지같은 짓을 해놨든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깟 엔딩 따위 얼마든지 찾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래. 시간만 충분했다면 말이다.

       

       지금 올리비아는 게임 속에 빙의했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간단하다.

       

        1트 안에 새로운 엔딩을 못 찾으면 뒤진다는 뜻이다.

       

       목숨이 걸린 문제인만큼 사소한 실수도 해서는 안됐다. 막말로, 길가다 만난 산적을 죽였다고 치자.

       

       근데 알고보니 새로운 엔딩을 보기 위한 조건이 ‘불살’이라면?

       

       영원히 이 세계에 갇혀 강자들에게 쫓기다 뒤져야한다. 빙의당한 게 억울해서라도 그렇게는 못 죽는다.

       

       ‘일단 엔딩을 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총 네 가지야.’

       

       올리비아는 땅바닥에 글자를 적어나갔다.

       

       1.몰살 성장치 계승 후 노말 엔딩.

       2.몰살 성장치 계승 후 불살 엔딩.

       3.몰살 성장치 계승 후 몰살 엔딩.

       

       1번 2번은 그나마 쉽다. 마신이 나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버티기만 하면 되니까.

       

       3번은 사람들이 학살극을 피해 숨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골치가 아프다.

       

       수백만을 상대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숨바꼭질의 술래가 되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사람을 죽인다는 게 꺼려지기도 하고.

       

       ……그리고 4번.

       

       “아예 새로운 방식의 접근일 경우.”

       

       사실 이게 가장 골치 아프다.

       

       문제도 모르고, 답도 모른다. 이 경우에는 순전히 운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는 거라곤 4번이 아니길 간절히 비는 것 뿐이다.

       

       ‘일단 모범 답안은 불살로 마신이 나올 때까지 버티는거야. 몰살로 갈아탈지 말지는 그 때 결정한다.’

       

       확실한 건 마신은 몰살 루트가 아닌 이상 혼자 힘으로 잡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그 뜻은 만약 1, 2번일 경우에는 그녀를 도와줄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상황이 이런데 조력자를 어떻게 찾으라고?”

       

       정신 조종 마법이라도 배워야 하나, 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때.

       

       뭔가가 쩌저적, 깨지는 소리가 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하늘을 가렸다.

       

       “키, 키에에에엑-!”

       

       활공하던 와이번들이 겁에 질려 도망갔다. 몇 번인가 날갯짓을 반복하던 와이번들은 그대로 하얗게 얼어 바닥으로 추락했다.

       

       콰아아아앙!

       콰지직!

       

       지면과 충돌한 와이번들의 몸은 말 그대로 산산조각났다. 냉기 저항력이 어마무시하게 강한 북부의 와이번들이, 단 몇 초만에 얼어붙은 것이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 밖에 없다.

       

       올리비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네놈, 도대체 어떻게 살아있는거지?]

       

       거대한 몸집의 화이트 드래곤이, 냉기를 풀풀 풍기며 올리비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

       

       벌레보다 못한 인간이 이렇게 당돌할 줄 몰랐는지, 놈의 거체가 일순간 움찔거렸다. 마치 미친놈을 보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올리비아는 활짝 웃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글레이시아]

       – 레벨 : 77

       – 호감도 : -10(인간 혐오)

       

       놈의 상태창에 나오는 건 저게 전부였다.

       잘나신 드래곤님들 패시브인 인간 혐오는 그렇다 쳐도, 제대로 호감도가 계승되었으면 못해도 마이너스 80은 찍혔어야 정상이다.

       

       근데 글레이시아는? 고작 마이너스 10이다.

       

       그게 뜻하는 바는 하나다.

       

       이 새끼. 나한테 안 죽었다.

       

       “찾았다. 조력자.”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7.19 부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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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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