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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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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기 싫다…’

         

        B급 헌터, 유파랑은 물속에 누워 생각했다.

         

        물을 닮아 짙은 푸른색을 띠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넘실거린다.

         

        전 후 좌 우 위 아래 어디를 바라보든, 물밖에 없는 공간.

         

        수면 위에서부터 내려운 빛줄기가 마치 기둥처럼 그녀 주위를 촘촘히 드리우고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른색 공허 속에서, 오로지 그녀만이 존재했다.

         

        부그르르르-

         

        그녀의 입에서 나온 공깃방울만이 이 적막한 공간에 소리를 더한다.

       

        그리고는 다시 고요. 소리도, 움직임도 없는 공간.

         

        ‘일하기 싫다…’

         

        파랑은 여전히 미동조차 없이 수면을 보고 누워 있었다.

         

        그녀의 아래로는 빛이 닿지 않아 점점 짙은 푸른색을 띄다가, 결국에는 군청색, 남색을 거쳐 검정색을 띠는 물만이 펼쳐져 있었다.

         

        이제부터 그녀는 그 심연을 향해 내려가야 한다.

         

        ‘일하기 싫다…’

         

        그야, 그게 그녀의 일이니까.

         

        아래로 헤엄쳐서 직접 잠수할 수도 있지만, 그건 역시 너무 귀찮다.

         

        그녀는 눈을 감고, 죽은 듯 누워 저절로 몸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굳이 콕 집어 말하자면 농땡이다.

         

        업무환경의 특성상 지켜보는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그녀는 자영업자니까.

         

        따로 의뢰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소일거리 느낌으로 하는 일이니, 파랑이 한계까지 늑장을 부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포근한 물 속에 가만히 떠 있는 것을 파랑은 퍽 좋아했다. 이렇게 전신에 달라붙는 잠수복을 입고 눈을 감고 있노라면, 미세하게 일렁이는 물의 감촉이 전신을 휘감는다.

         

        무려 사일로 사에 주문제작 의뢰를 넣어 만든 전용 잠수복이다.

         

        그녀의 신체적인 특성 덕에 잠수복이라기보다는 그냥 여러 기능이 딸린 바디슈트 같은 느낌이지만, 뭐 잠수할 때 입으면 그게 잠수복이지. 깊게 파고들지 않기로 한 파랑이다.

       

        아무튼, 이렇게 잠수하는 동안 사색에 잠기거나 잠을 자는 것이 파랑의 작은 취미다.

         

        부그르르르-

         

        얼마나 지났을까. 왼팔에 붙은 계기판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우우웅-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니, 아까에 비해 눈에 띄게 주변이 어두웠다.

         

        아까는 하늘색과 파란색 사이의 어디쯤 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사방이 온통 군청색이다.

         

        만져지는 것도, 보이는 것도 없다.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보이는 것은 군청의 공허. 그녀가 내뱉는 공깃방울로 위쪽이 어디인지 간신히 알 수 있을 뿐이다.

         

        2024.6.11. 17:23

        [현재 수심:302m] 🔥

         

        현재 수심과 시간을 알려주는 계기판 옆에서, 온열 기능이 작동했음을 알려주는 불 모양 아이콘이 붉게 점등하고 있었다.

         

        가만히 누워서 250m나 가라앉은 것이다. 300m라면 수온약층이 시작되고도 50m나 더 내려온 셈이니, 늦잠이다.

         

        원래라면 250m 지점에서 눈을 떴어야 하는 것이다.

         

        파랑은 마치 하품이라도 하듯 눈을 감고 입을 크게 벌리며 손으로 눈을 비볐다.

         

        온열기능이 켜진 덕인지 손이 닿았던 눈가가 뜨뜻했다.

         

        아예 작정을 했다는 듯 기지개까지 늘어지게 켠 파랑이, 돌연 아래를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

         

        한계까지 농땡이를 치다가 슬슬 지루해지니 이제사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게 아래로, 또 아래로.

         

        2024.6.11 17:24

        [현재 수심:701m]🔥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파랑은 400m나 되는 깊이를 잠수했다.

         

        평범한 이라면 순식간에 수압에 눌려 끔찍하게 죽었겠지만, 당연하게도 그녀에게는 별 관계없는 이야기다.

         

        애초에 방금까지 바닷속에서 네 시간 정도를 자다가 개운하게 일어난 참이다. 수압에 대해서만 상식을 요구하면 곤란하다.

         

       어쨌든, 수심 700m.

         

        헌터 학회의 분류 기준으로는 ‘괴어층’으로, 흔히 말하는 심해의 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구간이다.

         

       이곳이 바로 파랑의 일터다.

         

        타각- 타각-

         

        파랑이 오른팔에 위치한 카트리지의 버튼을 몇 개 누르자,

         

        달각-

         

        하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 정도 되는 크기의 칩이 하나 튀어나왔다.

         

        꾸드득- 꾸득-

         

        튀어나오자마자 수압에 의해 무자비하게 찌그러지는 붉은 색의 칩.

         

        파랑이 그것을 손에 쥐고 아예 구겨버리자,

         

        ■■■■■■-!

         

        마치 뱃고동과도 같은 무겁고 둔중한 소리가 어두운 심해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파랑은 그 소리를 들으며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아까의 나른한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갑게 식은 그녀의 표정은 명명백백한 헌터, 사냥꾼의 것이었다.

         

        ■■■■■■■-!

         

        5분 정도 지나자, 사방이 똑같이 군청빛으로 가득하던 파랑의 시야에 무언가 잡혔다.

         

        방향은 아래쪽. 희미하지만 분명한, 밝은 푸른 색의 빛.

         

        그것은 옅게 깜빡이면서도 분명히 점점 커지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푸른 빛을 내는 무언가가 바다 밑에서부터 가공할 속도로 파랑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파랑이 그것을 유심히 쳐다보니, 처음의 큰 불빛 양옆으로 자그마한 푸른 빛이 두 개나 더 있다.

         

       ――――!

         

       그리고 그것이 바로 밑까지 다가와, 큰 불빛이 입이요 작은 것은 눈이라는 것까지 보이게 되자, 파랑이 잠수할 때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옆을 향해 헤엄쳤다.

         

       그 동작이 물 속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빨라서, 마치 비행계 헌터가 하늘에서 곡예를 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파랑이 헤엄쳐 괴물의 궤도에서 벗어난 직후.

         

       ――――!

         

        마치 눈앞에서 기차가 지나가듯이, 파랑이 방금까지 머무르던 그 자리를 순식간에 무언가가 휩쓸고 지나갔다.

         

        잠수복에 딸린 스캐너로 찍어 보니 시속 60km. 지하철 1호선의 최고 속력이 시속 110km이니 기차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리고 시속 60km라는 속력은 바닷속의 기준으로도 꽤나 느린 편이다.

       

        그리고 그 ‘바닷속’이라는 데에는, 파랑도 포함되는지라.

         

        쐐액-

         

        순간 파랑의 푸른 눈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그녀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채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파랑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순식간에 그것을 따라잡아, 이내 같은 속도로 나란히 헤엄치기에 이르렀다.

         

        수영으로 지하철을 따라잡은 셈이다.

         

        그리고는 마치 짐승이 먹이를 가늠하듯, 헤엄치는 와중에 속도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괴수의 꼬리 끝부터 아가리에 이르는 부분까지를 찬찬히 살폈다.

       

        대가리부터 꼬리 끝까지 굵기의 변화가 거의 없는, 완벽한 원통에 가까운 체형.

         

        턱이 없이 둥그런 모양으로 고정된 아가리, 그 안쪽에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돋아난 이빨, 안쪽으로부터 새어나오는 푸른 빛.

         

        그 밑에 달린 수염이 하나, 둘, 세 쌍에, 대가리 양 옆으로 눈이 네 개씩,

         

        거기에 결정적으로, 지느러미도 없이 시속 60km에 달하는 속력.

         

        거기까지 살핀 파랑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월척!!’

         

        길이 40미터, 직경 6미터짜리 벨루아 마리아(Bellua Maria).

       

        월척도 아주 특급 월척이다.

         

        벨루아라면 이미 수십 마리도 넘게 잡아 본 게 바로 파랑이다.

         

        벨루아뿐이랴, 그녀가 여지껏 잡아온 괴물들은 이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았다.

         

        눈앞의 괴물이 벨루아임을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즉시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폭발물 설치.

         

        벨루아의 몸은 반원형의 갑각이 말랑한 몸체를 둘러싼 (O)모양의 조직이 길게 주루룩 붙어 있는 형태다.

         

        파랑이 헤엄치는 벨루아의 등 위로 올라타, 튀어나온 부분을 적당히 잡고 몸을 고정했다.

         

        그리고는 손을 펼치자 수박만한 공기방울이 생기더니, 그 안에 붉은 기체가 차올랐다.

         

        파랑이 그것을 그대로 쑤욱, 갑각 사이의 틈새로 집어넣었다.

         

        ―――!!!!

         

        그러자 제 몸에 뭔가 변고가 생긴 것을 알아챘는지, 파랑을 떼어내려 전후좌우 위아래로 방향을 마구 바꾸며 벨루아가 발광을 떨었다.

       

        그러나 파랑의 시야에 잡혔던 모든 벨루아가 자신과 똑같은 행동을 했고, 모두 실패했다는 것을 그것은 몰랐다.

         

        쑤욱, 쑤욱, 쑤욱, 쑤욱.

         

        파랑이 요리조리 움직이며 순식간에 대가리부터 꼬리 끝에 이르기까지, 모든 갑각의 이음새에 공기방울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기폭. 그녀가 마치 작살을 찌르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자, 그녀의 손 주위에 길쭉하게 공기가 뭉치며 정말 작살이 나타났다.

         

        그것을 푸욱. 그대로 아까와 같은 자리에 찔러넣자,

         

        콰과과광!! 콰쾅!! 콰앙!! 콰광!!!

         

        꼬리에서부터 대가리까지 주루룩 이어지는 성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쾅!!

         

        마지막으로 대가리의 제일 앞쪽에 설치한 방울이 터지자,

         

        ―――!!!

         

        눈과 아가리에서 새어나오던 빛이 꺼지고, 벨루아가 절명했다.

         

        슈르르르-

         

        게이트에서 나온 미지의 생명체가 으레 그렇듯, 남길 것만 남기고 빛으로 화해 사라지는 벨루아.

         

        재빨리 왼쪽 종아리 쪽의 버튼을 누르자. 그곳에서 마치 에어백이 터지듯 그물이 부풀어올랐다.

         

        파랑이 벨루아를 쫓을 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요리조리 움직이며, 마석이며 갑각을 쓸어담았다.

         

        간만에 대어를 잡은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꽃처럼 피어났다.

         

       

       

        그녀가 수면까지 올라오는 데에는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야 퇴근길이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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