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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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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자란 언제나 후회하는 존재.

       

        회귀자란 언제나 피폐해지는 존재.

       

        회귀자란 언제나 집착하는 존재.

       

        모든 것을 구하지 못해 후회하고.

       

        모든 것을 해내지 못해 피폐해지고.

       

        모든 것을 해결하려 집착하고.

       

        그리 망가지는 것이 회귀자다.

       

        하지만 그 회귀자보다 더 망가지는 이가 있다면?

       

        ***

       

        “…”

       

        깊고 어두운 지하감옥.

       

        목에 쇠사슬이 감긴 채, 고문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하얗게 샌 한 소년.

       

        그는 이미 양 눈이 도려내져 볼 수도 없었고, 이빨이 전부 빠져 무언가를 씹을 수도 없었으며, 코는 칼로 후비는 바람에 냄새를 맡을 수 없었고, 사지가 전부 잘리는 바람에 움직일 수도, 그 무엇도 만지고 밟고 느낄 수도 없었다.

       

        그에게 허락된 감각은 오로지 피 맛을 느낄 수 있는 미각과 아직 고막이 터지지 않은 한 쪽 귀의 청각이었다.

       

        그런 그가 있는 감옥의 철문이 열렸다.

       

        여자.

       

        검은 단발이 잘 어울리는 여자.

       

        하지만, 온몸에 상처가 가득해 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

       

        그러면서도 뛰어난 외모를 뽐내고 있는 여자.

       

        그 여자는 남자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안… 해요…”

       

        그녀의 죽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회귀자.

       

        그녀는 수백 번의 회귀로 이미 망가져 버린 존재였지만, 그녀의 눈 앞에 있는 소년은 그보다 더 망가진 상태였음이 분명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

       

        여자, 이시현의 눈에서는 이제는 나올 눈물도 없어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입에서는 끝없는 사과의 말만이 흘러 나왔다.

       

        진심이었다.

       

        “미안해요. 오, 오해했던 것도 다…!”

       

        그녀는 처음에 만났을 때부터 그를 수백 회차 동안 잔인하게 죽여왔다.

       

        “미, 미안해요… 그렇게 몰아세우면… 안되는 거였는데…”

       

        그녀는 그를 살려 놓고 속죄라는 명목으로 그가 수많은 이에게 수십 회차 동안 질타와 혐오를 받도록 했다.

       

        “정말… 정말로 미안해요… 지, 진짜 누명인 줄도 모르고…!”

       

        그녀는 그에게 씌워진 누명만으로 그를 판단하며 수 회차 동안 그를 고문했다.

       

        손발톱을 뽑고.

       

        손발가락의 마디마디를 자르고.

       

        피부를 지지고.

       

        살가죽을 벗기고.

       

        눈을 생으로 도려내고.

       

        귀를 바늘로 쑤시고.

       

        코를 칼로 후벼파고.

       

        이빨을 전부 뽑아버리고.

       

        마약을 주입해서 중독증상을 보이게 만들고.

       

        팔다리를 잘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제, 제가 힘들었어도 그렇게 하면 아, 안되는 건데 지, 진짜로 미안해요…!!”

       

        그런 그의 정신을 조종하여 전부 그의 탓으로 세뇌시켰다.

       

        한마디로 이시현, 그녀는 한 사람을 고깃덩어리보다 못한 무언가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아아아아아…!!!! 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

       

        쿵! 쿵! 쿵! 쿵!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지금 회차뿐만 아니라, 이전 모든 회차를 통틀어.

       

        그를 진정으로 고통받게 만들었으니까.

       

        그는 회귀자보다도 철저하고 처절하게 망가졌다.

       

        그렇기에 지금에 와서야 모든 누명이 풀린 그에게.

       

        그녀는 받지 못할 용서를 빌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자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기 위한 자위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그녀 스스로를 더욱 역겹게 만들었다.

       

        “욱, 우웨에에엑…!!”

       

        그녀는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는 행위를 그만두고 구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모든 것이 역겨웠다.

        

        뭐가 구원일까.

       

       

        정작 가장 순수했던 이의 인생을 망가뜨렸는데.

       

        뭐가 정의일까.

       

        정작 아무 죄도 없는 이를 나락으로 빠뜨렸는데.

       

        뭐가 세상을 구한다는 것일까.

       

        정작 살아남은 단 하나의 목숨마저도 앗아간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녀는 자신의 신념이 모순되고 망가지는 것을 느끼며 구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으헥…! 엑…! 우윽!!”

       

        이제는 속을 전부 개워내서 헛구역질까지 하는 그녀.

       

        그녀는 그 목이 턱 막히는 감각에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제발… 제발…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제발…!!”

       

        남자는 살아있었다.

       

        비록 전신이 망가져 시체와 다름 없었지만, 아직 그에게는 들을 수 있는 한 귀가 남아있었고, 말할 수 있는 혀와 입이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남자는 그녀의 말을 전부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말할 수 있었다.

       

        “… 니힘 잘모히 아, 아니헤여…”

       

        이빨이 없어 세는 발음.

       

        오랜 고문의 비명으로 망가져버린 목소리.

       

        하지만, 그녀는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뎌느흔… 갠타나여허…”

       

        너무나도 쉽게 나오는 그 용서를.

       

        “아, 아무거토호 모르고 그래흐이까… 뎌 뎌는 갠타나여,,,”

       

        한 마디 한 마디 꺼내는 그는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고통 속에서 죽을 수도 없었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오로지 팔에 끼워진 주삿바늘로 겨우 아사를 면했던.

       

        항상 모두에게 혐오를 받고 사랑받지 못했던.

       

        그러면서도 모두를 탓하고 증오하는 것이 아닌 자신 스스로만을 증오하고 자신만을 탓했던.

       

        착해빠지고 순수하기 그지없는 그는.

       

        이제는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럼에도 그는.

       

        용서의 말만을 내뱉었다.

       

        “다, 다아 데가 잘모탄 거니카아… 우, 울디… 마혀…”

       

        이시현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멍하게 말이다.

       

        숨이 턱 하고 막히고.

       

        심장이 꽉 조이고.

       

        뇌가 불탈 것 같이 죄악감이 들었음에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용서.

       

        용서.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었나.

       

        그녀는 그리 생각했다.

       

        결국에 자신은 아무것도 용서하지 못해, 수백 회차 동안 그를 용서하지 못해 그딴 역겨운 짓을 저질렀다.

       

        그런데.

       

        왜.

       

        왜.

       

        왜.

       

        “왜 그렇게 용서를 쉽게 하는거야…?”

       

        그녀는 두려웠다.

       

        자신이 하던 모든 행위가 방금의 말 하나로 용서받았으니까.

       

        죽어서도 갚지 못할 양이 거대한 빚이 그것 하나로 사라지기 시작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멍하니.

       

        그렇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뎌느흔… 죄인이니히까…”

       

        그 용서가.

       

        “제가아… 자, 잘 모태쓰니까하…”

       

        용서가 아님이 밝혀지기 까지는.

       

        “뎨바할 더, 덜 고통스러께 해두세혀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

       

        주륵.

       

        다시.

       

        피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시현의 것이 아니었다.

       

        눈알이 도려내져 대충 감겨져 있는 붕대를 뚫고 나오는 소년의 피눈물이었다.

       

        “마, 말 달드르께여어… 자, 자, 자, 잘모태써여어… 그, 그니까하…”

       

        이시현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자신이 세뇌시켜 놓은.

       

        자학의 괴물을.

       

        정상적인 사고조차 하지 못하는.

       

        그 망가진 천사의 처절한 부탁을.

       

        그녀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누명이 풀렸다는 것도 모르고.

       

        자신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모르고.

       

        이제 곧, 세상이 소멸하여 자신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도 모르고.

       

        그저 지하감옥에서 홀로 고문만을 받으며 그 시간에 갇혀버릴 수밖에 없는 그 순수하고 억울한 소년.

       

        “제바할… 듀겨두세여어…”

       

        그 소년을 바라보다 그녀는.

       

        푸욱!

       

        그의 소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에, 헤헤… 드, 드디허어…!!”

       

        심장을 검으로 찔렀다.

       

        아무리 괴롭히고 고문해도 멈추지 않도록 마법으로 강제로 유지시켰던 그 심장을 검으로 관통시켰다.

       

        울컥거리며 피가 흘러나왔지만, 이미 고통에 익숙해진 소년은 그저 헤실헤실 웃을 뿐이었다.

       

        “드, 드디어어…! 가는거햐아…! 쿨럭!! 에에헤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 나르을, 끅…! 아, 아무도 모르느흔 곳으로 가, 가는 쿨럭 쿨럭! 켁! 끄윽… 거야…!”

       

        푹.

       

        “제발.”

       

        푹.

       

        “제발.”

       

        푹.

       

        “제발.”

       

        푹.

       

        마법.

       

        마법이 너무 강했기에, 피가 흘러나옴에도, 그 소년의 심장은 계속해서 뛰었다.

       

        입에서 피토를 하면서도 끝까지 소년의 심장은 뛰었다.

       

        그녀가 만든 죄악이었다.

       

        “제발.”

       

        푹.

       

        “제발.”

       

        푹.

       

        “제발.”

       

        푹.

       

        계속해서 그 심장이 멈추도록 찔렀다.

       

        제발 이 심장이 멈추도록 찔렀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그를 편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에게 속죄해야 한다.

       

        그러니까 제발.

       

        푹.

       

        제발.

       

        푹.

       

        제발.

       

        푹.

       

        수십 번의 심장을 향한 난도질.

       

        아무리 강한 마법이라도 이 정도가 되면 부서질 수밖에 없었다.

       

        하도 찔러대서 피부를 뚫고 드러난 심장은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두근.

       

        작게.

       

        아주 작게 맥동하는 그 고깃덩어리.

       

        그녀는 그것에 마지막 검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에헤헤.”

       

        뚝-.

       

        그 웃음을 끝으로 소년은 죽었다.

       

        “아, 하하…”

       

        너무나도 커다란.

       

        감당하기 버거운.

       

        하지만 속죄해야 할.

       

        그 커다란 업이 짊어졌다.

       

        모든 걸 기억할 수밖에 없는 그 뇌가 미친 듯이 뜨거워졌다.

       

        “하, 하하…”

       

        이건 웃음일까 울음일까.

       

        아니, 내가 웃을 자격이 있는가.

       

        아니, 내가 울을 자격이 있는가.

       

        없다.

       

        없다.

       

        그의 감정마저 함부로 통제해서 죽는 그 순간까지 제대로 울지 못하게 만들었던 나였다.

       

        나는.

       

        나는.

       

        그저 용서받고 싶을 뿐인 쓰레기였다.

       

        “아하하…”

       

        뭐가 망가져.

       

        뭐가 피폐해져.

       

        뭐가 집착이야.

       

        남는 건 후회뿐인데.

       

        “하하…”

       

        사사삭.

       

        세상이 사라져갔다.

       

        세계라는 그림을, 이 감옥이라는 그림을.

       

        지우개로 지워나가듯.

       

        천천히 사라져갔다.

       

        철장이.

       

        바닥이.

       

        벽이.

       

        그리고 시체가.

       

        “아아아…!”

       

        그녀는 지워지기 시작한 시체를 본능적으로 끌어안았다.

       

        그녀는 팔다리도 없어 가벼운 그 시체를 끌어안았다.

       

        “아아아아…!!!!!”

       

        그녀는 소리쳤다.

       

        너무나도.

       

        너무나도.

       

        이 상황을 만든 자신에게 화가 났다.

       

        아무도 구하지 못하고 또 세상을 멸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지금 끌어안은 이를 망가뜨려 버린 것이었다.

       

        “아아아아아…!!!!!!!!!”

       

        그녀, 회귀자, 아니 이시현.

       

        그녀는 그리 목놓아 울부짖으며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생각했다.

       

        다시.

       

        이제 곧 다시 시작한다.

       

        처음으로.

       

        완전한 처음으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처음으로.

       

        그니까 그때로 돌아가면.

       

        수백, 수천 회차를 써서라도.

       

        그에게 속죄하며 살리라.

       

        그러니 제발.

       

        제발.

       

        나를 용서하지 말기를.

       

        제발.

       

        제발.

       

        제발.

       

        그렇게.

       

        세계가.

       

        지워졌다.

       

        ***

       

        [세상이 멸망했습니다.]

       

        [새로운 능력이 부여됩니다.]

       

        [회귀자 ‘이시현’ 524번째 회귀를 진행합니다.]

       

        [경고! 대상의 정신이 불안정합니다. 그 원인을 분석합니다.]

       

        [경고! 해당 회차의 기억이 원인임을 밝혀냅니다.]

       

        [능력 ‘자기방어’가 발동됩니다.]

       

        [회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당 회차의 일부 기억을 일시적으로 봉인합니다.]

       

        [회귀합니다.]

       

        [봉인 해제: 2Y 11M 29D 23H]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선작과 추천 많이 많이 부탁드립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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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나를 523번 죽인 회귀자가 후회한다
Status: Ongoing Author:
After being falsely accused of being a sex crime murderer and serving time, I was summoned to another world. There, I awakened the ability to read minds and found out there was a regressor. But that regressor was regretting something about me. Why is he acting this way towards me? I don't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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