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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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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드래곤의 둥지

       

       

       최근.

       세간에 흥미로운 소문 하나가 떠돌고 있다.

       

       “드래곤의 둥지가 발견되었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 사실인가?”

       

       드래곤의 둥지.

       드래곤이 수만 년 간 수집한 보물들이 산처럼 쌓여있다고 전해지는 미지의 장소.

       드래곤의 둥지로 통하는 차원문이 대한민국의 산 어딘가에 열렸다고 한다.

       소문에 의하자면 말이다.

       

       “전부 다 개소리지.”

       

       대부분의 사람은 그 소문을 개소리라 치부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구에 다른 차원의 괴물들이 출몰하기 시작하며, 지구가 속된 말로 ‘좆’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갑자기 보물이 가득한 드래곤의 둥지가 존재한다니.

       믿는 사람 쪽이 손해에 가까운, 어린이 동화에 나올법한 이야기다.

       

       “그걸 누가 믿어? 호구도 아니고.”

        

       하지만.

       떠도는 소문을 믿는 호구중에 상호구가 한명쯤은 존재한다.

       

       “읏차- 침낭이랑 먹을 것도 대충 챙겼고. 이제 출발해볼까.”

       

       그게 바로 나다.

       나는 드래곤의 둥지가 있다고 믿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어깨를 누르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곰팡이와 습기가 가득한 원룸을 나섰다.

       

       “둥지 한 번 기깔나게 찾아보자. 인생 역전 노려보자!”

       

       쿵-

       낡은 철문에는 핸드폰 요금, 월세, 관리비, 대출과 관련된 고지서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하도 연체된 금액들이 많아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저 빚들을 갚기 위해서는 보물을 찾는 수밖에 없어.”

       

       보물을 찾고 돌아오면 저 고지서를 다 뜯어버리고 말 거다.

       

       쯧-

       나는 혀를 차고는 뒤를 돌아 계단으로 향했다.

       어두운 지하를 벗어나 빛을 보기 위해.

       소문으로 떠도는 드래곤의 둥지를 찾기 위해.

       

       “드래곤의 둥지를 찾아서. 내 인생의 모든 걸 바꾸겠어.”

       

       내 인생을 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모험을 시작했다. 

       

       

       ***

       

       

       6개월이 지나고.

       나는 헛소문을 믿는 호구의 끝을 직접 몸으로 깨닫고 말았다.

       

       “이, 이런 시벌… 아, 아파… 죽는다아…”

       

       죽는다.

       나는 곧 죽는다.

       드래곤의 둥지를 발견하지 못하고 새하얀 설산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 같다.

       저 뒤에서 절뚝이는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웨어 울프에 의해서.

       

       ‘둥지가 산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거의 마지막 후보인 설악산에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쟤가 왜 여기에 있냐고.

       나는 설악산 초입부터 녀석에게 허벅지 부상을 입고, 중반에 도착한 지금까지 녀석에게 계속 쫓기고 있었다.

       

       “시벌… 쟤가 왜 초입에 있던 거야…? 원래는 산 중턱에 숨어 산다고 알고 있었는데…”

       

       하늘도 무심하지, 운도 지지리 없네.

       내 몸이 조금만 강했어도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약점이 어디인지… 행동 패턴이 어떤지 다 알고 있는데도… 죽일 수 있는 힘도, 따돌릴만한 다리도 없네…”

       

       빌어먹을.

       이때만큼은 약한 내 몸이 싫어진다.

       각성도 하지 못한 약한 몸으로 헛된 꿈을 꾼 내 자신이 싫어진다.

       

       “분수에 맞게 살 걸 그랬나…?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헛된 꿈은 포기하고… 늦게라도 공장에 들어갈 걸 그랬나…?”

       

       갑자기 막심한 후회의 파도가 밀려온다.

       그럼에도 괴물에게 죽고 싶지 않기에, 다리를 절뚝이며 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찍었다.

       

       “…그래도, 절대 쉽게 죽지 않아. 그 사람들의 말이 맞는 걸로 되는 게 더 좆같아.”

       

       저 앞에 잠시 몸을 숨길 수 있는 동굴이 보인다.

       나는 최대한 힘을 내어 동굴이 있는 방향을 향해 달렸다.

       뒤에서는 녀석이 내 발자국을 따라 뛰어오고 있겠지만, 굳이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동굴의 안은 축축하고 어두웠다.

       

       “하아… 하아… 이래봤자 따돌릴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웨어울프는 후각이 발달되어 있다.

       내가 여기까지 뛰어오며 흩뿌린 피 냄새를 쫓아 동굴로 들어오겠지.

       그다음에는 당연히 날카로운 손톱에 신체가 분해되는 엔딩.

       

       “하아… 내가 그냥 당할 것 같아…? 내가 끝까지 도망친다…”

       

       내게 남은 건 알량한 자존심이다.

       그리고, 집착에 가까운 끈기뿐이다.

       나는 점점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동굴의 안쪽으로 향했다.

       더 안쪽으로. 더 계속해서.

       동굴에 웨어울프의 발걸음 소리가 울리기 시작해도, 그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나는 죽을힘을 짜내어 안쪽으로 들어갔다.

       

       “하아… 하아…”

       

       그리고, 동굴의 끝.

       막다른 길에 도달했을 때.

       나는 허공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푸른 빛의 소용돌이를 발견했다.

       6개월간 그토록 찾던 차원문이었다.

       

       “설마, 드래곤의 둥지…?”

       

       다른 차원과 연결된 차원문.

       일반적으로 이 차원이 인간에게 우호적인 차원인지, 적대적인 차원인지는 들어가기 전에 알 수 없다.

       모든 건 차원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차원문이 그 소문으로만 듣던 드래곤의 둥지일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젠장. 시간만 있더라도 신중하게 생각했을 텐데.”

       

       뒤에서는 내게 다가오는 웨어울프의 발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내부의 상황을 모르는 차원문의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위험이 크다.

       그러나,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들어가는 수밖에 없잖아.”

       

       에라이.

       나는 망설임 없이 차원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

       

       

       30초.

       내가 차원을 이동하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감각을 느낀 시간이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힘이 풀린 채 바다의 파도에 몸을 맡긴 느낌이다.

       아무튼, 나는 내가 어느 차원으로 이동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좌우로 고개를 돌렸다.

       

       “으음…”

       

       모르겠다.

       어느 부서진 건물의 내부처럼 보이는데, 창문이나 천장이 막혀 있어 정확히 어디인지, 언제인지 알 수 없다.

       고대 신전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너진 성의 내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드래곤의 둥지. 라고 하기에는 너무 검소한데. 좀 더 반짝여야 하는 거 아닌가?”

       

       보물처럼 반짝이는 물건이 없다.

       잡동사니에 가까운 오래된 골동품과 가구들이 한데 모여 산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얼핏 보면 쓰레기 매립지와 비슷한 풍경처럼 보인다

       나는 피가 흐르는 다친 상처를 손으로 억누르며 주위를 자세히 살폈다.

       일단, 가장 중요한 내 목숨이 위태롭다.

       

       “바닥에는 인형, 딸랑이, 머리핀, 메스, 붓, 농구공…”

       

       하나같이 통일성이 없기도 하고, 물건 주인의 성별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쓰레기장 같은 장소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는 PC 하게 생긴 인형을 손에 들었다.

       

       “먼지가 쌓인 걸 봐서는 오래된 것 같은-”

       

       -만지지 마.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ㄴ, 누구야?!”

       

       -내 인형을 바닥에 내려놔. 당장.

       

       “…”

       

       내게 명령하는 중성적인 목소리.

       나는 그 명령에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인형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명령을 듣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고 본능이 경고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대체 누구-‘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앞으로 와.

       

       “…”

       

       대체 누구길래.

       내가 하려는 말을 알고 있는 걸까.

       나는 자연스레 떨리는 몸을 이끌고 녀석의 말대로 앞을 향해 걸어갔다.

       

       -내 물건을 밟지 마. 바닥을 조심해. 

       

       “…”

       

       정체불명의 녀석이 명령하는 대로.

       나는 옛 시대의 물건과 가구들을 피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제 그 앞에 가구들을 밟고 올라와. 계단처럼 사용해서.

       

       그리고, 현대의 가구로 이루어진 산을 밟고 위쪽으로 올라왔을 때.

       

       “ㅇ, 어어…”

       

       나는 목격했다.

       전설로 등장하는 드래곤이라는 존재를.

       두꺼운 비늘로 뒤덮인, 하얀색의 거대한 드래곤.

       가구들의 산 위에서 내 몸만 한 크기의 알을 품고 있는 드래곤.

       그 드래곤은 감고 있던 눈을 뜨고, 파충류의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입을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드래곤의 둥지에 오기는 했는데. 아쉽게 됐어, 인간.

       

       “…아쉽다고?”

       

       -그래, 아쉽잖아. 네가 원하던 보물도 없고.

       

       곧 죽을 텐데.

       

       -아쉬워서 어쩌겠어.

       

       드래곤은 그리 말하고는 눈짓으로 상처를 가리켰다.

       

       -인간. 드래곤의 둥지를 찾아온 건 좋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너는 곧 죽어.

       

       “…내가 죽는다고?”

       

       -그래, 죽어. 약한 몸을 이끌고 드래곤의 둥지를 찾으려 했어. 주제에 맞지 않은 일을 하고 말았어. 하늘이 정해준 운명대로 살았어야 했지.

       

       “내가 죽기는 왜 죽어.”

       

       겨우 드래곤의 둥지를 찾았는데.

       

       ‘남은 인생을 배팅해서 힘들게 드래곤의 둥지를 찾았는데…’

       

       내가 죽는다고?

       죽을 때가 되어서 그런지 나는 겁도 없이 소리쳤다.

       

       “내가 드래곤의 둥지를 찾기 위해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죽는다고…? 지랄하지 마-!!”

       

       -화내면 몸에 안 좋아. 가뜩이나 피가 부족한데, 머리에 피가 쏠렸잖아. 조금 더 빨리 죽겠어. 아쉽네.

       

       “하, 내 마음대로 화도 못 내?”

       

       털썩-

       나는 힘을 풀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그래도 인간치고는 나쁘지 않은 정신력이네. 내가 만난 인간 중에서는 상위권. 그래서 아쉬워.

       

       “왜 니가 아쉬운데 이 파충류 새끼야…”

       

       -강한 정신력이 약한 몸에 들어가고 말았으니까. 정신과 신체의 부조화가 아쉬워. 신체 능력까지 좋았으면 딱 알맞은데.

       

       “누구는 원해서 들어가 있는 줄 아나… 어이가 없네…”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드래곤은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인간. 나한테 계속 욕을 해도 되겠어? 내가 너한테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기회?”

       

       -그래, 기회. 선택은 자유. 운이 좋게도 너는 합격점이야. 정신 하나만은. 뭐, 나중에 신체 능력도 좋아질 수 있겠지.

       

       드래곤은 그리 말하며 내게 파충류의 눈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거대했던 드래곤의 모습이 사라지고, 드래곤이 품고 있던 알 쪽에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하얀 머리.

       미인인지, 미남인지 정의하기 힘든 신비로운 사람이 나타났다.

       

       “폴리모프. 드래곤은 인간으로 변할 수 있어. 이 상태로 인간 사회에 녹아들어 유희를 즐기지.”

       

       그 녀석은 바닥에 드러누운 나를 향해 다가와 담담하게 전했다.

       

       “사실. 나도 너처럼 곧 죽어. 끝이 나. 이런 상황을 인간들의 용어로 시한부라 하지?”

       “내가 지금 죽고 있어서… 별 관심은 없는데… 예의상 물어볼게… 왜…? 드래곤은 죽지 않는 존재이지 않아?”

       “영생은 네 생각보다 훨씬 지루하거든. 죽지 않으니 권태를 느끼고, 관심이 시들고 말아. 뭘 하든 흥미를 느끼기 힘들지. 아무래도 세상을 너무 오래 살은 것 같아서. 이제는 지속이 아닌 순환을 해야 할 때라고 느꼈어.”

       

       지속이 아닌 순환?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근데, 곧 죽는 사람 앞에서 왜 이 지랄을 하는 걸까.

       

       ‘파충류가 사람 속을 불로 지지는 것도 아니고.’

       

       살고 싶은 사람 앞에서 죽고 싶다니.

       드래곤은 공감 능력이 없는 건가?

       머리로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드래곤은 곧바로 반박해왔다.

       

       “인간적인 감정에서 보자면 드래곤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 드래곤도 감정 있고, 공감도 해. 세월을 살아오며 그런 감각들이 무뎌지지만. 그건 그렇고.”

       

       드래곤은 누워있던 나를 내려다보며 나와 눈을 마주했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어. 어떻게 기회를 한번 잡아볼래? 어디까지 선택은 네게 달려있어.”

       “…무슨 기회인데?”

       “네 목숨을 살려줄게. 그 대신 나랑 약속해.”

       

       드래곤은 그리 말하고는 고개를 알이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초록색, 푸른색, 붉은색.

       녀석은 그 거대한 알들을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저 3개의 알. 네가 주워. 그리고 키워.”

       “ㅁ, 뭐?”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나는 곧 죽어. 그러니까, 나를 대신해서 내 아이를 키우겠다 약속해. 성체까지 자랄 때까지 키운다고 약속해. 그럼 네 목숨을 살려줄게. 어때?”

       “…”

       

       시야가 점점 흐려져 가는 가운데.

       나는 팔을 높이 들어 새끼손가락을 펼쳤다.

       

       “목숨을 살려준다면. 당연히 하지.”

       

       내게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약속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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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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